[카디/찬디] Repeti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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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핸드폰이 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년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둘 사이에 잠시동안의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급박한 듯 진동이 울렸고, 이유없고 알 수도 없는 긴장감만이 그 둘을 둘러싸고 있었다. 수십 번을 울리던 진동이 멎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푹 내쉬던 소년이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문자가 와요." "..내용은?"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돌아와줘." 역시나 곧바로 진동이 두어 번 울리더니 문자 두 통이 도착했다며 메인 화면이 반짝이고 있었다. 착잡함이 가득 담긴 느린 손짓이 천천히 메세지함을 터치했다. '종인'으로 저장 되어 있는 번호로 온 문자 두 통. 그것들의 내용은 과연 소년이 말한 그대로였다. [백현아,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다시 돌아와라, 어?] 소년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나는 말없이 소년의 작은 머리를 가슴에 안았다. 그제서야 울음이 터져 소리내어 울기 시작하는 소년의 등을 그저 토닥이고 쓰담을 뿐이었다. 아이처럼 엉엉 울어대다가 어느정도 추스린건지, 소년은 넘어가려는 숨을 붙잡고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내 이름은, 백현,이 아니에요.." 분명히 그 남자가 백현이라고 하는 걸 내가 봤는데 이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러나 묻지 않았다. 소년이 자신의 입으로 말 해줄 것임을 나는 알았기 때문에 궂이 보채지 않았다. 말이 끝난 후 한참을 더 울던 소년은 넘어가는 숨을 어느정도 추스리고서야 소년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종인이는, 백현이가 죽은 걸 몰라요." 백현이가 행방불명이 된 후로, 종인이는 미쳤어요. next>>01 소년과 종인, 그리고 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