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지, 여자는 꽃이라고.
근데 나는 아냐, 나는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이런 나를 누가 꽃으로 봐.
정말... 난 그냥 저런 말들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비참해지니까.
-11-
토요일 2시 시내 OO정류장에서 만나자고 했던 김지원...
근데 아주 비상이다..
왜냐하면 김진환이 내가 남자를 만나러 주말에 나간다고 하니
"별일이네.." 하면서 자기가 그 남자애 얼굴을 꼭 한번 봐야겠다며
나를 자기 차로 데려다 준다 했다. 하지만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밖에 다니는 차가 너무 많아서 도로에 정체현상이 일어나고
결국엔 2시 20분..22분..분침이 점점 25분을 향해 달려간다.
여기 골목만 지나면 약속 장소이니 더 이상 시간 지체는 없겠지만
김지원을 만날 생각을 하니 암울해진다..
"어 여주야 쟤야?"
"어? 어. 나 가볼께!"
버스정류장에서 휴대폰을 보면서 날 기다리고 있는 김지원을 보자마자
오빠 차에서 내리고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이야 김여주..좀 능력있네?"
*
내가 오는 걸 본건지 귀에있던 이어폰을 빼곤 날 쳐다보는 김지원.
마치 '니까짓게 감히 25분이나 늦은거냐?'라고 말하는 것 같아
안 뛸 수가 없었다.
"......"
"아하하...빨리오려했는데 차가 밀려서....미안."
"..뭐 그럴수도 있지. 따라와."
의외로 화를 내지 않고 내 팔을 잡아 끌어 당기는 김지원 때문에
엄청 놀랐다.
근데 아까부터 드는 생각인데
김지원도 검정 후드집업.. 나도 검정후드집업...
입고오라고 한 건 김지원인데 일부러 맞춰 입는 건 뭐지...?
왠지.. 이런건 커플들이 커플티 맞춰 입는 거 같다.
시내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나랑 김지원을 보면서
"헐.. 둘이 설마 커플일까?" 라며 수근거리는데..
괜히 이 옷을 입고 오라는 김지원이 미워진다...
"야 김여주"
"어?"
"....진짜 바보"
"어?"
갑자기 뜬금터지게 뭔소리야 이게?
사람불러놓고선 갑자기 진짜바보라며 안됐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건
무슨 경우야..?
"니가 후드집업 안 사줘도 많거든..."
그럼 왜...? 이런 고생을?...
순간적으로 김지원의 명치를 정말 쎄게 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 그니까! 그냥.. 사라고 한건 구실이고..."
'구실이고?...'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뜸들이고 그러는 거야?...
"아..카페나 가서 얘기하자."
*
그렇게 해서 온 곳이 OO카페이다.
김지원이랑 내가 이런 곳에 올 줄이야..
"뭐 마실거 골라."
"아니..난 딱히.."
"....아이스아메리카노 두잔이요."
"아니 진짜!.. 난 됐어.."
"마셔. 살 안쪄."
살이 안 찐다니.. 할말이 없네.
그나저나 내가 밖에서 약간 음식 먹는 거 꺼리는 걸 안 건지..
아니면 그냥 아무 뜻 없는 건지 좀 헷갈린다.
아무튼 반강제적으로 카페에 와
김지원과 마주보며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서로 들고 있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
"..몸에 상처는 별로 없어보이는데.. 이마에 그건 결국 흉졌네."
"....어? 너..어떻게 아는거야?.."
이 상처는 아빠가 예전에 술드시고 술병 깨진 조각으로 내게 낸 상처인데...
어떻게 김지원이 우리 아빠가 알콜중독자인 걸 아는 거지?..
"공부는 나보다 잘했으면서 나보다 기억력 안 좋냐?"
"....설마.. 아.."
"잘 있었어?"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유명했던 남자 애가 있었다.
그 남자애랑 나랑은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아버지가 알콜 중독자라는 점.
하지만 나는 아빠에게 맞은 상처는 다 가리고 성격도 그 때는 활발했던 편이라
아이들이 우리 아빠가 알콜중독자란 건 몰랐지만
그 아이는 맞은 상처들을 가리지 않고 다녀서 그 아이의 아빠가 알콜중독자라는 게 다 알려졌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그 아이와 같이 자신들의 아이가 같이 다니면 해가 있을까봐
아이들에게 철저히 그 아일 피하라 했고
그 아인 결국 왕따를 당했다. 애들한테 둘러 싸여 맞는 날도 있었는데...
"야 이 드러운 새끼야 쳐다보지 말라고!"
"...좆까.."
"이게 디질라고!!"
"야! 너희들 뭐하는 거야!!"
그 남자애가 맞고있는 상황을 지나가다 우연히 봤다.
무리의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남자애가 그 아일 발로 차려던 것을 말렸다.
"그냥 가라 김여주.."
"너희 때리는 거 그만 안 하면 어른들 부를꺼야."
"이게...아 됐다. 그냥 가자. 뭣같네."
남자애들은 나를 한번 흘겨보곤 골목을 흩어졌다.
"..저기..괜찮아?"
"갑자기 왜 나서.."
"누가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걸 그냥 지나쳐? 일어나봐."
벽에 기대 앉아있는 그 아이에게 일어나도록 내 손을 뻗었다.
"됐어. 혼자서 일어날 수 있어.."
하지만 내 손을 무시하곤 자기가 일어났다..
그리곤 바지를 몇 번 털곤 가버리려한다.
"야!! 너 그거 흉지는데!!...나 약 있는데 이거 발라!"
입 주변에 피딱지가 고여 있는데도 그냥 가려해서
그 아일 잡고 얼른 가방에서 연고를 그 아이 손에 쥐어 주었다.
"...."
"..나도 우리 아빠 너희 아빠처럼 술 드시고 때려서 이거 들고 다니는데..
너도 상처 그렇게 두지 말고 제때제때 치료해. 나중에 흉질 수도 있는데
얼굴에는 흉지면 안 되잖아..."
아무튼 그 사건을 계기로 이 남자애와 나랑 좀 친해졌다.
뭐.. 나도 아빠가 알콜중독자란게 알려져서 더 이상 같이 노는 친구도 없었지만..
우리는 정말 서로에게 우리 둘 밖에 없어서 항상 같이 다녔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 치료하고 서로 불안한 마음을 나누다 보면 어느 새 그런 감정을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지원이가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해가 졌지만 그래도 잠깐만 보자는 지원이 때문에 엄마 몰래 나가
공원 놀이터 그네로 갔다.
"여주야.."
"응? 왜?"
"만약에 나 없어지면 넌 어떨 것 같아..?"
"어?...뭐야 왜 그런 소리 해.. 무섭게"
"...."
"김지원?.. 뭐야 너 없어질꺼야?"
"..내일 엄마랑 다른 곳으로 떠날 꺼야..."
".....잘 됐네.."
서운한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말을 저렇게 하면서 나는 그새 울고 있었다.
지원이는 그 짧은 시간만큼 이미 내게 너무 큰 존재였다.
"미안해 꼭 다시 보러갈께.."
"어디로 가는 건데?"
"나도 몰라.. 엄마 따라서 그냥 떠나는 거야."
"..."
지원이랑은 그렇게 한동안은 말 없이 서로
그네 손잡이만 만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원이가 그네에서 내려오고 내 앞으로 왔다.
"여주야 고개 들어봐.."
"싫어.."
근데 이미 나는 얼굴이 울어서 엉망진창이라 들기 싫었다.
또 지원이 얼굴보면 서운해서 더 울음이 나올거 같아서..
근데 지원이는 내 앞으로 무릎을 끓곤 내 얼굴을 마주봤다.
"뭐야..보기 흉해 김지원.."
"미안해 꼭 다시 보러 올께 여주야."
지원이는 저렇게 말을 하곤 내 얼굴 앞으로 가까이와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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힣 사실 어제 올리려했지만 좀더 분량 늘려서 보낼라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써요!!
이건 몰랐겠짘ㅋ 지원이랑 여주랑 소꿉친구에다가 뽀뽀까지 한 사이였단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