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너는 죽어서도 날 사랑할거야?"
시원스레 음료를 빨아 올리던 빨대를 입에서 뗀 ㅇㅇ은 종인을 쳐다 보았다. 여느 애인들끼리 장난스레 하는 질문과 다를게 없었지만 종인의 얼굴은 설레이며
'나도 당연하지 난 널 사랑해' 따위의 답을 기다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마냥 무거워 보이지도 않았다. 방금 ㅇㅇ이 페이스북에 올린 음료사진에 무심하게 좋아요를 다는 종인은 이따 밥 뭐 먹을까? 같은 질문을 하는 것 같이 무신경해 보였다.
"당연하지. 뭐 그런걸 물어 봐. 나 죽으려면 한참 남았을걸?'
별 생각 없다는 듯이 대답을 했지만 사실 ㅇㅇ은 질문의 저의에 대한 많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아까 달콤한 음료를 마신지 얼마 안 되서 달콤함으로 가득찼던 입맛이 썼다. 아까까지만 로맨틱하게만 들리던 노래까지 우중충하게 들릴 만큼 ㅇㅇ의 기분은 아주 다운이었고 당장이라도 집에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모처럼의 종인과 데이트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
째깍째깍, 시계 소리마저 거슬렸다. 째깍, 째깍. 시간이 흐를수록 그 소리는 더 커지며 ㅇㅇ의 귓가를 자극했다.머리 속이 시계 소리와 기분나쁜 생각으로 가득찼고 머리역시 아파왔다. 종인의 얼굴은 점점 흐릿해지는 기분이었고 몸에 힘은 쭉 빠졌다. 그 순간 종인이 평소보다 웃음을 띈 얼굴로 ㅇㅇ을 보았다. 그 웃음을 본 순간 ㅇㅇ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평소보다 상기된 얼굴과 그제서야 보이는 네 가방의 온갖 약들. 잦아진 기침에 감기약을 타 먹는가하고 대수없이 여기고 넘어간 그 약들이 자신이 먹을 약이란건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다. 그럼 아까 카페에서 먹었던 음료, 집에 오자마자 건네 준 물과 맥주 한 캔이...머리가 아려왔다. 종인은 작정한 듯 온갖 약들을 섞었나보다. ㅇㅇ은 점점 달아오르는 몸과 몽롱한 기분에 취해 있었다.
"있지 난 네가 죽어서도 날 사랑해줬음 좋겠어. 넌 내 이런 모습까지 사랑해줄 거잖아. 난 네가 정말 좋아. 이렇게 흐트러져도 예쁜 네가...그래서 너의 모든 것을 갖고 싶었어.그러니까 예쁜 네가 나쁜거야. 네가 날 홀린거라고."
말을 끝낸 종인은 옆에 있던 약을 한웅큼 집어 ㅇㅇ의 입에 쑤셔 넣곤 웃었다. 마치 세상을 모두 갖은 것처럼.
사담
|
댓글 달구 포인트 받아 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