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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머피의 법칙



어둑어둑한 밤, 제일 친한 친구와의 취기 오른 끈적한 키스. 루비는 착잡한 마음으로 도망치듯 태용의 집에서 뛰쳐나왔다. 더 이상 있었다가는 더 큰 거사를 치룰 것 같아서. 급하게 나오느라 꺾어 신은 컨버스를 고쳐 신었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뻑뻑한 신발에 짜증을 내던 루비는, 곧 제가 놓친 사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비의 집은 태용의 자취방과 걸어가기엔 멀고, 차를 타고 가기엔 가까운 동네에 있었다. 기본 요금보다 기껏해야 몇 백 원 정도 더 나오는 거리였다. 막차가 끊긴 후 태용의 동네에서 택시를 여러 번 탔던 루비는, 그 때마다 택시 기사의 꾸중을 들었어야만 했다. 지금은 새벽 네 시가 넘었고, 야간 할증은 끝났다. 금요일 밤 택시 기사들은 거하게 취한 사람들의 장거리 이동만을 노렸다. 


루비는 끈질기게 근처 택시 기사와의 매칭을 시도했다. 카X오 택시. T맵 X시. 온갖 택시 앱을 다 켰지만 기사의 콜은 없었다. 지금 내 옆에 지나가는 택시들은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우리 집까지 가는 택시는 하나도 없지. 휴대폰과 길거리를 번갈아보며 전전긍긍하던 루비는, 알림이 오는 소리에 부리나케 휴대폰을 켰다.




이거 보면 나한테 전화해 줘.


휴대폰에는 반갑지 않은 사람에게 온 황당한 메세지 뿐이었다. 그러니까, 태용의 은근슬쩍 티나는 짝사랑을 애써 무시하기 위해서 교제했던 전 남자친구. 나카모토 유타의 메세지를 말이다. 헤어진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 중에 이게 무슨 일인지. 당장 어제까지 만났던 친구마냥 자연스러운 문자에 허, 하고 헛웃음을 쳤다. 그리고 방금, 일곱 번 째 택시까지 떠나보낸 루비는




너 미쳤냐?




평소 같으면 바로 삭제해버렸을 메세지에, 이성을 잃고 답장을 해 버린 것이다.


분노의 타자가 담긴 메세지창엔 곧 읽음 표시가 떴고, 곧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나카모토 유타. 정 없이 저장해 놓은 풀 네임. 오늘 참 되는 일 없다고 루비는 생각했다. 






“아직 깨어 있었네. 전화 가능해?”


일 년 만에 듣는 목소리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다정했다. 








B. 염치없지만 부탁합니다



“왜 연락했어?”

“나 요즘 좀 속상한 일 있어서.”

“지금 그 얘기하려고 나한테 전화를 했다고?”

“응, 너 아니면 얘기할 사람이 없잖아. 다른 사람한테는 배경 설명하느라 귀찮아.”


공원 벤치에 쓰러지듯 걸터 앉은 루비는 앓는 소리를 냈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다 귀찮으니까 일단 집에 가서 한숨 자고 생각하고 싶어.




“나 진짜, 너무 심란하니까 헛소리할 거면 제발 끊어줘.”

“루비 너 어딘데, 밖이야?”

 

목도리로 채 감싸지 못한 볼은 한겨울 밤바람을 맞고 빨갛게 텄다. 택시 콜을 위해 휴대폰을 들고 있던 손은 어느새 얼어붙어 감각이 없어졌다. 루비는 얼마 전에 태용과 들린 휴대폰 대리점이 생각났다. 아이폰 6였다면 그냥 전원이 꺼져 버렸을 텐데, 바꾸길 잘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딘데 그래. 이 시간에 왜 밖에 있어.”

“유타, 진짜 미안한데.”


휴대폰을 들지 않은 손으로 머리를 잔뜩 헝클었다. 전 남자친구한테 이런 부탁해도 되는 건가? 하지만 루비는 좀 뻔뻔해지기로 했다.



“나 좀 데리러 와주면 안 될까.”






C. 재회



유타는 곧 차를 몰고 상도동으로 달려왔다. 차문이 열리자마자 한껏 뒤로 젖혀진 조수석이 보였다. 너도 누구랑 찐하게 키스하다가 왔나 보네. 루비는 뒷자석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뭐야, 왜 뒤에 타?”

“몰라서 물어?”


루비는 턱짓으로 조수석을 가리켰다. 저 자리 임자 있는 것 같은데. 잔뜩 넘어간 조수석 시트 때문에 좁은 공간으로 끙끙대며 들어가는 루비를 본 유타는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질투해?”

“너 진짜로 미쳤어?”

“나는 그냥 이야기하고 싶어서 전화한 건데. 루비는 아예 얼굴을 보자고 하질 않나.”

“오늘은, 오늘은 진짜로 택시가 안 잡혀서 그래. 너 하나도 안 보고 싶었어.”

“그래, 그래. 알겠어.”



루비는 백미러를 통해 유타를 노려봤다. 키득키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던 유타는 팔을 뻗어 조수석 의자를 팡, 팡 하고 쳤다.


“여기 아무도 안 앉았어. 네 목소리 피곤해 보이길래 미리 눕혀 놓은거야.”

“아…”

“차도 좁은데 굳이 왜 거기에 앉아 있어. 이리 와.”

“나 너랑 옆에 있기 싫어. 기름값보다 더 줄 테니까 제발 집까지만 데려다 주면 안될까?”

“음, 루비가 옆에 앉아야 출발할 건데.”







D. 교차로


그새 편의점에 다녀온 유타는 온장고에 있던 따뜻한 유자차를 루비에게 건넸다. 내 카드로 하지. 신세지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루비는 이를 갈았다. 돈 안받아도 돼. 괜찮아.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렸다. 얼른 마셔. 너 감기 걸리겠다.




“이태용이랑 싸웠어?”


너는 진짜 사람 사레 들리게 한다. 놀라서 토끼 눈이 된 루비가 말했다.




“싸운 거 아니야.”

“그러면 왜 이 시간에 상도동에서 불쌍한 생쥐 꼴을 하고 있어.”


그러게,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따뜻한 유리병을 두 손으로 감싸서 홀짝, 하고 차를 마시던 루비가 생각했다.



“키스했어.”

백미러에 비친 유타의 표정을 살폈다. 동요할 줄 알았는데, 이렇다 할 표정변화가 없었다. 너 이태용 엄청 싫어했잖아. 루비가 물었다.



“나 질투하라고 하는 말이야?”

“아니, 진짜로 키스했어.”

“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네.”



유타는 핸들을 급하게 꺾었다. 아악. 안전벨트를 느슨하게 맨 루비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너 원래 이렇게 운전 거칠게 안 챘잖아. 유타는 어깨를 으쓱했다. 밤이라 잘 안 보여서.



“루비야.”

“응.”

“한강으로 드라이브갈래?”






E. 갈등의 시작


루비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대학에 진학했고, 태용은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직업을 구했다. 루비는 일찍 사회에 나간 태용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좋아했지만, 태용은 본인이 경험하지 못하는 캠퍼스 생활을 들려주는 루비를 좋아했다.



둘의 관계는 언제나 아슬아슬 줄타기 같았다. 태용은 루비의 대학 친구들에게 이미 유명했다. 친구와애인 사이, 순애보, 짝사랑만 6년째인 순정남. 이런 타이틀을 단 채로. 루비는 태용이 눈치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진학한 루비는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만나야 할 사람은 더 많아졌다. 최근엔 주말마다 나가는 스터디 때문에 태용과 만날 시간이 확연히 줄었다. 태용은 속상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아마 속상한 일이 생길 때면 눈썹이 한껏 밑으로 내려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태용아, 나 일본으로 유학 갈까?”

“어머님이 그러셨어?”

“응, 엄마도 그렇고. 대학 졸업하면 더 배워보고 싶은 게 많아서.”

“그래서 요즘 일본어 스터디 열심히 나가는구나.”



금방 그만뒀던 영어 스터디와는 다르게 루비는 일본어 스터디를 성실하게 나갔다. 사실, 집 근처에서 해서 빠지면 들켜. 전에 아프다고 거짓말했다가 편의점에서 마주쳤어. 앉아 있던 카페에서도 스터디원이 있을까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으하하, 그러니까 거짓말 좀 하지마. 태용이 웃었다. 오후 두 시,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기분 좋았다.





[NCT/이태용/유타] 데자뷰 + | 인스티즈


“이제 진짜 봄이다.”

“그러게. 이제 패딩 안 입어도 되겠다.”

“루비야, 다음 주말에 나랑 벚꽃 보러 갈래?”


한국 청춘들에게 벚꽃은 상징적인 무언가였다. 연애에 미친 한국 대학생들에게, 단 둘이 벚꽃을 보러 가자는 것은 거의 청혼과 다름이 없음을. 음, 안될 것 같은데. 루비가 멋쩍게 웃었다.




“너 자격증 시험 얼마 안 남았잖아. 끝나고 놀자.”

“그러면 벚꽃 다 질 걸.”

“꼭 벚꽃 안 봐도 되잖아. 그 때면 나 중간고사도 끝나니까 진짜 제대로 놀자. 미안해애.”



태용은 루비의 학업에 방해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시험이 가까운 주말에는 루비와의 만남이 조금 불편했다. 평소에도 크고 작은 선물을 주던 루비는, 어느 날 무거운 종이 쇼핑백을 건넸다. 네가 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빳빳한 새 책들이 담겨 있었다. 그 후 루비와 만나는 주말이면 가끔 책을 들고 카페를 찾았다. 루비 너랑 같이 공부하니까 좋다. 응, 나도 좋다. 루비는 진심이었다. 태용이 본인에게 너무 의지하지 않기를 바랐다. 혼자서도 좋은 위치에서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F. 운명의 장난


루비.

오늘 7시 스터디.

늦으면 인간말종.



나카모토 유타, 세 개의 메세지. 잔뜩 신이 난 루비는 태용에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이 사람 봐봐, 완전 웃기지. 일본인인데 우리랑 공부하더니 점점 한국인처럼 말해. 태용도 따라 웃었다. 사실 문자 메세지의 내용은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지만, 루비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게 행복했기 때문에 웃었다.


하지만 태용은 걱정이 많았기 때문에, 행복한 상황에서도 이따금씩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서 미리 우울해 하고는 했다. 루비가 스터디에서 남자친구를 사귀고 오면 어떡하지. 루비는 관심 있는 남자가 생길 때마다 태용에게 말을 했기 때문이다. 화면에 있는 예전 문자 메세지를 빠르게 훑었다. 일본어가 섞인 대화는 꽤 친밀해 보였다. 부쩍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였던 아이디가 생각났다.





“요즘 인스타에 자주 태그 거는 사람이네. nakamoto.”


관심 있던 남자들이 모두 다 루비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위해서는 필요한 거짓말이었다. 문자를 본 태용이 눈에 띄게 침울해졌다. 웃기게도 태용은 스스로를 꽤 포커페이스라고 생각했다.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는 모양이다.




“태용아.”

“응.”

“사실 이 사람 좀 잘생겼거든...”


스터디 같은 소규모 모임에서 커플이 생긴다면 대참사가 일어난다는 것을 루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유타는 술 취향이 잘 맞는 원어민 친구, 그 정도일 뿐이었다.




“우리 자주 가는 바 있잖아, 거기서 둘이 제일 늦게까지 남아서 술 마셨거든. 그때 얘기해보니까 진짜 괜찮은 사람 같아서...”


사실 그렇게까지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술이 약한 다른 스터디원들을 택시 태워서 보내느라 진땀을 뺐을 뿐.






“아무튼 스터디 사람들 아무도 몰라. 너도 비밀 지켜야 돼.”

새끼손가락을 내민 루비가 으흐흐, 하고 웃었다.



“내가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근데 루비야.”

“응?”

“뒤에 봐봐.”



[NCT/이태용/유타] 데자뷰 + | 인스티즈


유타는 곧 차를 몰고 상도동으로 달려왔다. 차문이 열리자마자 한껏 뒤로 젖혀진 조수석이 보였다. 너도 누구랑 찐하게 키스하다가 왔나 보네. 루비는 뒷자석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뭐야, 왜 뒤에 타?”

“몰라서 물어?”


루비는 턱짓으로 조수석을 가리켰다. 저 자리 임자 있는 것 같은데. 잔뜩 넘어간 조수석 시트 때문에 좁은 공간으로 끙끙대며 들어가는 루비를 본 유타는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질투해?”

“너 진짜로 미쳤어?”

“나는 그냥 이야기하고 싶어서 전화한 건데. 루비는 아예 얼굴을 보자고 하질 않나.”

“오늘은, 오늘은 진짜로 택시가 안 잡혀서 그래. 너 하나도 안 보고 싶었어.”

“그래, 그래. 알겠어.”



루비는 백미러를 통해 유타를 노려봤다. 키득키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던 유타는 팔을 뻗어 조수석 의자를 팡, 팡 하고 쳤다.


“여기 아무도 안 앉았어. 네 목소리 피곤해 보이길래 미리 눕혀 놓은거야.”

“아…”

“차도 좁은데 굳이 왜 거기에 앉아 있어. 이리 와.”

“나 너랑 옆에 있기 싫어. 기름값보다 더 줄 테니까 제발 집까지만 데려다 주면 안될까?”

“음, 루비가 옆에 앉아야 출발할 건데.”







D. 교차로


그새 편의점에 다녀온 유타는 온장고에 있던 따뜻한 유자차를 루비에게 건넸다. 내 카드로 하지. 신세지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루비는 이를 갈았다. 돈 안받아도 돼. 괜찮아.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렸다. 얼른 마셔. 너 감기 걸리겠다.




“이태용이랑 싸웠어?”


너는 진짜 사람 사레 들리게 한다. 놀라서 토끼 눈이 된 루비가 말했다.




“싸운 거 아니야.”

“그러면 왜 이 시간에 상도동에서 불쌍한 생쥐 꼴을 하고 있어.”


그러게,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따뜻한 유리병을 두 손으로 감싸서 홀짝, 하고 차를 마시던 루비가 생각했다.



“키스했어.”

백미러에 비친 유타의 표정을 살폈다. 동요할 줄 알았는데, 이렇다 할 표정변화가 없었다. 너 이태용 엄청 싫어했잖아. 루비가 물었다.



“나 질투하라고 하는 말이야?”

“아니, 진짜로 키스했어.”

“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네.”



유타는 핸들을 급하게 꺾었다. 아악. 안전벨트를 느슨하게 맨 루비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너 원래 이렇게 운전 거칠게 안 챘잖아. 유타는 어깨를 으쓱했다. 밤이라 잘 안 보여서.



“루비야.”

“응.”

“한강으로 드라이브갈래?”






E. 갈등의 시작


루비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대학에 진학했고, 태용은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직업을 구했다. 루비는 일찍 사회에 나간 태용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좋아했지만, 태용은 본인이 경험하지 못하는 캠퍼스 생활을 들려주는 루비를 좋아했다.



둘의 관계는 언제나 아슬아슬 줄타기 같았다. 태용은 루비의 대학 친구들에게 이미 유명했다. 친구와애인 사이, 순애보, 짝사랑만 6년째인 순정남. 이런 타이틀을 단 채로. 루비는 태용이 눈치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진학한 루비는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만나야 할 사람은 더 많아졌다. 최근엔 주말마다 나가는 스터디 때문에 태용과 만날 시간이 확연히 줄었다. 태용은 속상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아마 속상한 일이 생길 때면 눈썹이 한껏 밑으로 내려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태용아, 나 일본으로 유학 갈까?”

“어머님이 그러셨어?”

“응, 엄마도 그렇고. 대학 졸업하면 더 배워보고 싶은 게 많아서.”

“그래서 요즘 일본어 스터디 열심히 나가는구나.”



금방 그만뒀던 영어 스터디와는 다르게 루비는 일본어 스터디를 성실하게 나갔다. 사실, 집 근처에서 해서 빠지면 들켜. 전에 아프다고 거짓말했다가 편의점에서 마주쳤어. 앉아 있던 카페에서도 스터디원이 있을까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으하하, 그러니까 거짓말 좀 하지마. 태용이 웃었다. 오후 두 시,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기분 좋았다.





[NCT/이태용/유타] 데자뷰 + | 인스티즈


“이제 진짜 봄이다.”

“그러게. 이제 패딩 안 입어도 되겠다.”

“루비야, 다음 주말에 나랑 벚꽃 보러 갈래?”


한국 청춘들에게 벚꽃은 상징적인 무언가였다. 연애에 미친 한국 대학생들에게, 단 둘이 벚꽃을 보러 가자는 것은 거의 청혼과 다름이 없음을. 음, 안될 것 같은데. 루비가 멋쩍게 웃었다.




“너 자격증 시험 얼마 안 남았잖아. 끝나고 놀자.”

“그러면 벚꽃 다 질 걸.”

“꼭 벚꽃 안 봐도 되잖아. 그 때면 나 중간고사도 끝나니까 진짜 제대로 놀자. 미안해애.”



태용은 루비의 학업에 방해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시험이 가까운 주말에는 루비와의 만남이 조금 불편했다. 평소에도 크고 작은 선물을 주던 루비는, 어느 날 무거운 종이 쇼핑백을 건넸다. 네가 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빳빳한 새 책들이 담겨 있었다. 그 후 루비와 만나는 주말이면 가끔 책을 들고 카페를 찾았다. 루비 너랑 같이 공부하니까 좋다. 응, 나도 좋다. 루비는 진심이었다. 태용이 본인에게 너무 의지하지 않기를 바랐다. 혼자서도 좋은 위치에서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F. 운명의 장난


루비.

오늘 7시 스터디.

늦으면 인간말종.



나카모토 유타, 세 개의 메세지. 잔뜩 신이 난 루비는 태용에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이 사람 봐봐, 완전 웃기지. 일본인인데 우리랑 공부하더니 점점 한국인처럼 말해. 태용도 따라 웃었다. 사실 문자 메세지의 내용은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지만, 루비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게 행복했기 때문에 웃었다.


하지만 태용은 걱정이 많았기 때문에, 행복한 상황에서도 이따금씩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서 미리 우울해 하고는 했다. 루비가 스터디에서 남자친구를 사귀고 오면 어떡하지. 루비는 관심 있는 남자가 생길 때마다 태용에게 말을 했기 때문이다. 화면에 있는 예전 문자 메세지를 빠르게 훑었다. 일본어가 섞인 대화는 꽤 친밀해 보였다. 부쩍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였던 아이디가 생각났다.





“요즘 인스타에 자주 태그 거는 사람이네. nakamoto.”


관심 있던 남자들이 모두 다 루비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위해서는 필요한 거짓말이었다. 문자를 본 태용이 눈에 띄게 침울해졌다. 웃기게도 태용은 스스로를 꽤 포커페이스라고 생각했다.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는 모양이다.




“태용아.”

“응.”

“사실 이 사람 좀 잘생겼거든...”


스터디 같은 소규모 모임에서 커플이 생긴다면 대참사가 일어난다는 것을 루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유타는 술 취향이 잘 맞는 원어민 친구, 그 정도일 뿐이었다.




“우리 자주 가는 바 있잖아, 거기서 둘이 제일 늦게까지 남아서 술 마셨거든. 그때 얘기해보니까 진짜 괜찮은 사람 같아서...”


사실 그렇게까지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술이 약한 다른 스터디원들을 택시 태워서 보내느라 진땀을 뺐을 뿐.






“아무튼 스터디 사람들 아무도 몰라. 너도 비밀 지켜야 돼.”

새끼손가락을 내민 루비가 으흐흐, 하고 웃었다.



“내가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근데 루비야.”

“응?”

“뒤에 봐봐.”



[NCT/이태용/유타] 데자뷰 + | 인스티즈


유타는 곧 차를 몰고 상도동으로 달려왔다. 차문이 열리자마자 한껏 뒤로 젖혀진 조수석이 보였다. 너도 누구랑 찐하게 키스하다가 왔나 보네. 루비는 뒷자석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뭐야, 왜 뒤에 타?”

“몰라서 물어?”


루비는 턱짓으로 조수석을 가리켰다. 저 자리 임자 있는 것 같은데. 잔뜩 넘어간 조수석 시트 때문에 좁은 공간으로 끙끙대며 들어가는 루비를 본 유타는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질투해?”

“너 진짜로 미쳤어?”

“나는 그냥 이야기하고 싶어서 전화한 건데. 루비는 아예 얼굴을 보자고 하질 않나.”

“오늘은, 오늘은 진짜로 택시가 안 잡혀서 그래. 너 하나도 안 보고 싶었어.”

“그래, 그래. 알겠어.”



루비는 백미러를 통해 유타를 노려봤다. 키득키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던 유타는 팔을 뻗어 조수석 의자를 팡, 팡 하고 쳤다.


“여기 아무도 안 앉았어. 네 목소리 피곤해 보이길래 미리 눕혀 놓은거야.”

“아…”

“차도 좁은데 굳이 왜 거기에 앉아 있어. 이리 와.”

“나 너랑 옆에 있기 싫어. 기름값보다 더 줄 테니까 제발 집까지만 데려다 주면 안될까?”

“음, 루비가 옆에 앉아야 출발할 건데.”







D. 교차로


그새 편의점에 다녀온 유타는 온장고에 있던 따뜻한 유자차를 루비에게 건넸다. 내 카드로 하지. 신세지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루비는 이를 갈았다. 돈 안받아도 돼. 괜찮아.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렸다. 얼른 마셔. 너 감기 걸리겠다.




“이태용이랑 싸웠어?”


너는 진짜 사람 사레 들리게 한다. 놀라서 토끼 눈이 된 루비가 말했다.




“싸운 거 아니야.”

“그러면 왜 이 시간에 상도동에서 불쌍한 생쥐 꼴을 하고 있어.”


그러게,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따뜻한 유리병을 두 손으로 감싸서 홀짝, 하고 차를 마시던 루비가 생각했다.



“키스했어.”

백미러에 비친 유타의 표정을 살폈다. 동요할 줄 알았는데, 이렇다 할 표정변화가 없었다. 너 이태용 엄청 싫어했잖아. 루비가 물었다.



“나 질투하라고 하는 말이야?”

“아니, 진짜로 키스했어.”

“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네.”



유타는 핸들을 급하게 꺾었다. 아악. 안전벨트를 느슨하게 맨 루비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너 원래 이렇게 운전 거칠게 안 챘잖아. 유타는 어깨를 으쓱했다. 밤이라 잘 안 보여서.



“루비야.”

“응.”

“한강으로 드라이브갈래?”






E. 갈등의 시작


루비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대학에 진학했고, 태용은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직업을 구했다. 루비는 일찍 사회에 나간 태용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좋아했지만, 태용은 본인이 경험하지 못하는 캠퍼스 생활을 들려주는 루비를 좋아했다.



둘의 관계는 언제나 아슬아슬 줄타기 같았다. 태용은 루비의 대학 친구들에게 이미 유명했다. 친구와애인 사이, 순애보, 짝사랑만 6년째인 순정남. 이런 타이틀을 단 채로. 루비는 태용이 눈치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진학한 루비는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만나야 할 사람은 더 많아졌다. 최근엔 주말마다 나가는 스터디 때문에 태용과 만날 시간이 확연히 줄었다. 태용은 속상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아마 속상한 일이 생길 때면 눈썹이 한껏 밑으로 내려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태용아, 나 일본으로 유학 갈까?”

“어머님이 그러셨어?”

“응, 엄마도 그렇고. 대학 졸업하면 더 배워보고 싶은 게 많아서.”

“그래서 요즘 일본어 스터디 열심히 나가는구나.”



금방 그만뒀던 영어 스터디와는 다르게 루비는 일본어 스터디를 성실하게 나갔다. 사실, 집 근처에서 해서 빠지면 들켜. 전에 아프다고 거짓말했다가 편의점에서 마주쳤어. 앉아 있던 카페에서도 스터디원이 있을까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으하하, 그러니까 거짓말 좀 하지마. 태용이 웃었다. 오후 두 시,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기분 좋았다.





[NCT/이태용/유타] 데자뷰 + | 인스티즈


“이제 진짜 봄이다.”

“그러게. 이제 패딩 안 입어도 되겠다.”

“루비야, 다음 주말에 나랑 벚꽃 보러 갈래?”


한국 청춘들에게 벚꽃은 상징적인 무언가였다. 연애에 미친 한국 대학생들에게, 단 둘이 벚꽃을 보러 가자는 것은 거의 청혼과 다름이 없음을. 음, 안될 것 같은데. 루비가 멋쩍게 웃었다.




“너 자격증 시험 얼마 안 남았잖아. 끝나고 놀자.”

“그러면 벚꽃 다 질 걸.”

“꼭 벚꽃 안 봐도 되잖아. 그 때면 나 중간고사도 끝나니까 진짜 제대로 놀자. 미안해애.”



태용은 루비의 학업에 방해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시험이 가까운 주말에는 루비와의 만남이 조금 불편했다. 평소에도 크고 작은 선물을 주던 루비는, 어느 날 무거운 종이 쇼핑백을 건넸다. 네가 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빳빳한 새 책들이 담겨 있었다. 그 후 루비와 만나는 주말이면 가끔 책을 들고 카페를 찾았다. 루비 너랑 같이 공부하니까 좋다. 응, 나도 좋다. 루비는 진심이었다. 태용이 본인에게 너무 의지하지 않기를 바랐다. 혼자서도 좋은 위치에서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F. 운명의 장난


루비.

오늘 7시 스터디.

늦으면 인간말종.



나카모토 유타, 세 개의 메세지. 잔뜩 신이 난 루비는 태용에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이 사람 봐봐, 완전 웃기지. 일본인인데 우리랑 공부하더니 점점 한국인처럼 말해. 태용도 따라 웃었다. 사실 문자 메세지의 내용은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지만, 루비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게 행복했기 때문에 웃었다.


하지만 태용은 걱정이 많았기 때문에, 행복한 상황에서도 이따금씩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서 미리 우울해 하고는 했다. 루비가 스터디에서 남자친구를 사귀고 오면 어떡하지. 루비는 관심 있는 남자가 생길 때마다 태용에게 말을 했기 때문이다. 화면에 있는 예전 문자 메세지를 빠르게 훑었다. 일본어가 섞인 대화는 꽤 친밀해 보였다. 부쩍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였던 아이디가 생각났다.





“요즘 인스타에 자주 태그 거는 사람이네. nakamoto.”


관심 있던 남자들이 모두 다 루비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위해서는 필요한 거짓말이었다. 문자를 본 태용이 눈에 띄게 침울해졌다. 웃기게도 태용은 스스로를 꽤 포커페이스라고 생각했다.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는 모양이다.




“태용아.”

“응.”

“사실 이 사람 좀 잘생겼거든...”


스터디 같은 소규모 모임에서 커플이 생긴다면 대참사가 일어난다는 것을 루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유타는 술 취향이 잘 맞는 원어민 친구, 그 정도일 뿐이었다.




“우리 자주 가는 바 있잖아, 거기서 둘이 제일 늦게까지 남아서 술 마셨거든. 그때 얘기해보니까 진짜 괜찮은 사람 같아서...”


사실 그렇게까지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술이 약한 다른 스터디원들을 택시 태워서 보내느라 진땀을 뺐을 뿐.






“아무튼 스터디 사람들 아무도 몰라. 너도 비밀 지켜야 돼.”

새끼손가락을 내민 루비가 으흐흐, 하고 웃었다.



“내가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근데 루비야.”

“응?”

“뒤에 봐봐.”



[NCT/이태용/유타] 데자뷰 +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둘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분명 마음이 살랑살랑해지는 봄에 어울리는 짝사랑 얘기처럼 들렸을 대화를. 뒤를 돌았을 땐, 그 대화의 당사자인 나카모토 유타가 서 있었다.




헐 제가 초록글에 한 번 올라갔대요

거의 한 달만에 다음 편을 들고 왔네요... 제가 원래 구상했던 인물관계에서 약간 달라졌어요

원래 유타가 전남친 역할이 아니라... 다른 역할이었는데 생각할수록 전남친에 찰떡인 것 같아서... (유타의 back 2 U 보컬 엄청 좋아하는 새럼)

유타랑 루비의 연애 이야기, 그리고 홧김에 키스한 후 태용과의 이야기는 다음 편부터 쓸 예정이에요 ㅎㅅ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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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미친 작가님...이건 되는 글이에요....너무 좋아...아 미쳤어.....
5년 전
펭강
쿄쿄 아직 마니 부족한 글 같지만 좋아해주셔서 엄청 감사해요!!! >.<
5년 전
비회원115.206
아 너무 귀여워 루비도 유타도 태용이도 다 귀여워 쥬거요
5년 전
펭강
으학학 맞아요 저번 화랑은 다르게 이번에는 좀 귀여운 배틀커플 투닥투닥 느낌이에요 0.<
5년 전
독자2
왘 상도동 학교 근처라서 깸짹스! 태용이 상도리안이었다니 아니 근데 작가님 이러시면 안돼요 이러시면 일본어 스터디 들어가면 나유타 있을거같어..안돼..
5년 전
독자3
이거다.......이거된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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