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엘] 체육 선생님 원래 나는 체육시간에 소극적인 학생이 아니였다. 오히려 날뛰었으면 날뛰었지 가만히 앉아있는 체질이 아니였다. 그가 내 체육 담당이기 전까지는. 2학년, 흔히들 말하는 질이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던 나는 어쩌다보니 떨어져 줄리안과 둘만이 같은 반이 되었다. 그리곤 첫 체육시간, 줄리안과 야한 농담을 하던 나는 10분만에 처음으로 체육선생님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고, 줄리안이 좋은 사이트를 찾았다며 주소를 말하는 것도 듣지 못한채 넋을 놓고 자기소개를 하는 에네스를 바라보았다. 내가 누구냐면, 무려 3명이나 임신시킨 정력왕 다니엘이다. 처음엔 단순한 존경,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까지 이성애자였고, 앞으로도 이성애자일 계획이였으니까. 그런데 에네스가 그 계획을 망쳐버렸다. shit, 잘생겼네. 체육을 하면 땀이 나는건 설렁설렁 하지 않는 이상, 북극에서 하지 않는 이상 누구나 그럴거다. 그런데 젠장할, 에네스가 보고있다고 생각하니 땀이 날까봐, 머리가 엉망이 될까봐 점점 체육을 하지 않다보니, 살이 쪄버렸다. 딱히 몸무게를 재보진 않지만 그런것 같다. 내 식스팩은 희미해져갔고, 에네스와 내가 잘될 확률도 희미해져갔다. ...역시 헬스를 끊어야겠다. "hmm...다니엘? 어디 아파?" 오, 말 걸어줬다. 안아프다고 하면 나를 답 없는 양아치새끼로 볼까 겁이났다. “머리가 조금 아파서요.“ “그래도 하지. 다니엘 체육 잘할것 같은데.“ 그냥 웃어 넘기니 에네스도 더이상 무어라 말을 하지 않는다. 말 걸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내 마음을 알리가 없는 에네스는 내 옆에 앉아 좆밥들이 축구하는걸 지켜봤다. 존나 못하네, 내가 하면 진짜 다 바를텐데. 그래도 에네스 옆에 앉아있는게 훨씬 좋았다. 옆에서 보니까 훨씬 잘생겼다. 모공도 잘생겼어. 나한테 매달리던 여자애들도 날 보고 이런 생각했으려나. 갑자기 자신감이 생긴다. “야, 그걸 그 쪽으로 넘기면...!“ “쌤.“ “어?“ “여자친구 있어요?“ “아...여자친구? 아니.“ 중간에 망설이는게 맘에 걸린다. 이럴때 경우의 수는 1. 있는데 나를 좋아해서 없다고 뻥친다. 2. 있는데 자신의 인기를 위해서 없다고 뻥친다. 3. 있는데 여자가 아니다. 4. 너무 당황스러운 질문이라 당황했다. 진짜 없다. 이 정도쯤.(숫자 잘 못셈) 1번이면 좋겠지만 3번이여도 다행이다. 여자든 남자든 내 매력에 안넘어갈리가 없으니까.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내 에네스 앞에 모여드는 좆밥들 사이 껴있는 줄리안이 나를 보고는 왜 오늘 체육 안했냐는 듯한 눈을 한다. 눈썹으로 신경끄라는 신호를 보내자 줄리안은 손가락으로 대답을 해준다. 물론 가운데로. 일주일에 체육이 있는 시간은 고작 세시간. 게다가 아직 시험 준비 기간도 아닌지라 모르는 문제를 핑계로 그를 찾아갈 수도 없다. 그래서 어떡하면 그를 더 자주 볼 수 있을까 고민하며 헬스장에서 체스트 플라이를 하던 내 눈에 비친건 다름 아닌 에네스였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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