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엘] 체육 선생님
일주일에 체육이 있는 시간은 고작 세시간. 게다가 아직 시험 준비 기간도 아닌지라 모르는 문제를 핑계로 그를 찾아갈 수도 없다. 그래서 어떡하면 그를 더 자주 볼 수 있을까 고민하며 헬스장에서 체스트 플라이를 하던 내 눈에 비친건 다름 아닌 에네스였다.
오예. 2-1 “어, 쌤!“
“아...다니엘.“
다니엘 스눅스. 솔직히 첫인상은 그닥 좋지 않다. 빈틈없이 새겨진 그의 타투를 보면 누구나 그럴거다. 게다가 체육시간에는 안 어울리게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라 별로 맘에 드는 학생은 아니였다. 그러던 그가 눈에 밟히기 시작한건 내게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을 때 부터 였다. 나는 왜인지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왜?
레이첼은 내가 그동안 봤던 여자중 가장 예쁘고 다정한 여자다. 그런데 너무 예뻐서 나한텐 많이 과분한 여자다. 그리고 그다지 설레지 않는 여자다. 어쩌면 그래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대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2-2 “우와! 저 여기 등록하기 잘했네요!“ 들뜬 나에 비해 에네스는 심드렁했다. 아니, 어쩌면 약간 화가 난것 같았다. “다니엘 움직이는거 싫어하잖아.“ “아..음 살쪄서요! 좀 빼려고 등록했어요.“ 아는 척 해서 화났나. 퉁명스러운 그의 말투가 당황스러웠다. 그냥 모른체할걸, 하고 후회가 된다. “하던거 마저해.“ 왜 화났는지 갑자기 억울해졌다. 내가 왜? 뭘 했는데 그렇게 화났어요? 내가 여기와서 싫어요? 아님 아는척 한게 기분 나빠요? ...아니면 내가 싫어요? “네. 쌤도 하려던거 하세요.“ 기분이 더러웠다. 옆에있던 수건을 낚아채 샤워실로 들어갔다. 한적한 샤워실에서 옷을 벗으니 내 타투로 시선이 닿았다. 왜인지 다들 꺼려하던 내 타투. 이런 내 타투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내게 있다면, 행복할텐데. 헬스장에서 대여한 옷은 대충 사물함에 넣었다. 그러곤 샤워 부스에서 물을 틀어 몸을 식혔다. 에네스가 날 안 미워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