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구역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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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실을 나와 곧장 교실로 향하던 태현의 발걸음이 2층 계단으로 오르는 코너에서 멈추었다. 계단을 한 칸 밟으려던 것을 뒤를 돌아 1층에 자리한 양호실로 향했다. 이 시간의 양호실은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변명거리로 수업에 빠지려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역시나,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양호실을 꽉 채운 녀석들이 바글거렸다. 그 사이에서 승윤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는데, 커튼이 쳐진 침대에 누워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순서대로 서있는 자신들을 지나쳐 침대칸으로 향하는 태현을 의뭉스런 눈길로 쳐다보는 녀석들을 지나 커튼이 쳐진 침대 앞에 당도한 태현이 망설임없이 커튼을 열어 젖혔다.
" 야, 강승.. "
승윤을 깨우려는 의도로 부러 크게 내뱉은 목소리가 힘없이 사그라들었다. 당연히 누워있으리라 예상했던 승윤의 얼굴대신 처음보는 얼굴이 태현을 맞이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단잠을 청하고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은 가늘게 찢어진 눈을 뜨고 태현을 올려다 보고 있었는데, 그 시선에는 말하지 않아도 깊은 빡침이 묻어났다.
" 죄송합니다. 좋은 잠 되세요 "
뭔가 얽히면 신상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길것만 같아, 태현이 고개를 푹 숙이고 얼른 뒤돌아 나오려는데 낮게 깔린 음성이 발목을 붙잡았다. 그 순간, 태현은 첫번째로 '좆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으로 잘못 걸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야. 거기 서 "
" ..저..요? "
" 그럼 여기 너말고 누가 있냐..좆만아 "
좆..좆만.. 놀게 생긴 인상 덕인지는 몰라도, 태현은 고2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욕은 허구한 날 들어보았어도 '좆만이'라는 좆같은 욕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방금 전에 들려온 말을 입 안으로 되새기며 태현은 어금니를 꽉 물고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다시 눈을 감은 녀석은 팔로 눈을 가린 채 누워 있었다. 당장이라도 저 얼굴에 주먹을 메다 꽂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애써 참아내고 침대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