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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6 | 인스티즈


뭔가 괜히 기분이 좋구나.

人圖

- 6 -






도화 고사가 끝나고 며칠이 지났다. 이른 아침, 나는 지금 방에 콕 박혀 열심히 짐을 싸고 있었다. 무슨 짐? 이웃나라 환국으로 가기 위한 짐. 환국은 이 세계의 나라를 통틀어 첫 번째로 큰 나라인데 이 곳, 장국과 가장 가까운 사이의 동맹국가라고 한다. 그런 국가에 왜 가냐고 묻는다면 그곳은 나 혼자만 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스승 민윤기와 함께 가는 것이다. 며칠 전 도화 고사가 끝나고 장국의 주군, 김석진을 뵈러 간 적이 있었다. 이유는 내가 그렸던 그림이 석진의 마음에 쏙 들어서였다. 처음에 석진을 마주했을 때는 어리둥절했었다. 왜냐하면 이 시대의 왕은 생각보다 젊고 잘생겼으니까. 연예인급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석진에게 홀린 것인지 한참을 얼굴을 마주 보고 있자 옆에 서있던 상선이 헛기침을 하며 눈치를 주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무리 잘생기고 젊어도 상대는 왕이라는 것을. 옆에서 이미 엎드려있는 윤기를 발견하고 서둘러 나도 허리를 숙였다. 큰일을 저지른 건 아닌지 갑자기 심장이 쿵쾅대며 자연스럽게 긴장이 되었다.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조용히 바닥만을 쳐다보는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조용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 화공은 여전하구나. "




어딘지 익숙한 그 목소리에 빼꼼 고개를 들어 석진의 얼굴을 올려다보려고 했다.




" 가만있거라. "




윤기의 낮은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숙여 바닥을 주시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석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상선은 잠시 물러가있거라. "

" 예, 전하. "




석진의 명령에 상선은 물러났고 한결 편안해진 석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두 사람은 고개를 들 거라. 이젠 이곳에는 우리 셋밖에 없으니. "




석진의 말에 눈치를 보다가 옆에서 상체를 일으키는 윤기의 모습에 따라 몸을 일으켰다.




"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느냐 화공. 못 본새에 꽤 늠름해졌구나. "

" 예? 아, 예… "




어물쩍 넘어가는 내 팔을 자신의 팔꿈치로 툭 치는 윤기의 행동에 이게 아닌가 싶어 송구스럽다고 말하였다. 그런 나를 석진은 물끄러미 보고 있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릎 꿇고 있는 나와 윤기를 내려다봤다.




" 잠시 걷자꾸나. "




먼저 자리를 나선 석진의 뒤를 따라 나와 윤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걷는 내내 윤기와 석진은 한참을 붙어 같은 얘기를 반복하며 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주제 내용은 다름 아닌 내가 그렸던 광대비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날 향한 칭찬에 내심 뿌듯해하며 뒤따라 걸어가고 있는데 앞서 걸어가던 석진이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서더니 날 보며 자신의 옆으로 오라고 했다. 그런 석진의 말에 윤기의 눈치를 보자 나와 눈이 마주친 윤기는 뒤로 슬쩍 빠졌다. 뭐지? 싶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는데 그런 나를 보며 고갯짓을 하는 윤기였다. 쭈뼛쭈뼛 석진의 옆으로 서자 다시 걷기 시작한 그였다. 앞서 걸어가던 석진의 발을 맞춰 걷다가 뒤로 힐끔 봤다. 그러자 석진과 나와의 사이에서 네 발자국 정도 떨어진 거리로 걷는 윤기가 보였다. 윤기와의 사이가 떨어지자 다시 긴장이 되어 두 주먹을 꾹 쥐고 있는데 그런 날 향해 조용하게 말해오는 석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6 | 인스티즈

" 불취비녀. 그 그림은 너를 뜻한 게지? "

" 예? "

" 쉿. 소리 낮추거라. 아직 민화백은 눈치 못 챈듯하니. "




검지를 펴 자신의 입술 앞에 대며 씩 웃는 석진. 하지만 정작 나는 석진이 왜 그런 질문을 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해 처음에 멍해졌다.




" 가질 수 없어 슬픈 여인이라. 그래, 저잣거리에 나가니 어떤 물건이 탐나더냐. 비녀? 반지? "

… "

" 내게 다 말해보거라. 민화백 몰래 선물을 보낼 테니. "




찔러보는 것이 아니라 아예 확고하게 물어오는 석진의 행동에 당황해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런 나를 보며 얼굴에 물음표를 달며 쳐다보는 석진이었다.




" 저, 전하 무슨 말씀이온 지… "

" 무엇을 말이냐? "

" 비녀라니요 아니 옵니다. 그 그림 속 주인공은 제가 아닙니다… "

" 아니라니. 그렇다면 그림 속에 사내의 차림으로 비녀를 쥐고 있던 그 사람은 누구란 말이냐? "

" 그, 그것은… "




어떡하지. 어찌해야 하나. 석진은 내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듯싶다. 하지만 과연 그가 내 정체를 알고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져 온 탓에 고개를 숙이고 눈을 꾹 감자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찰나로 보였다.




'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어머니께서는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어찌해야 할까요 세자마마'

' 그림이 그리도 좋은 것이냐? '

' 예. '

' 알겠다. 내게 맡기거라. '

' 도와주실 겁니까? '




어린 두 소년, 소녀가 정원 속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숙인 채 말하는 소녀를 보며 씩 웃으며 소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는 소년이 보였다. 도와줄 거냐는 소녀의 물음에 대답 대신 환한 미소로 답하는 소년이 보였다. 두 사람의 정체를 굳이 깊게 알려고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것만 같았다. 기억 속에서 본 소년은 석진이고, 그 앞에 서있는 소녀는 다름 아닌 나였다.


짧은 회상이 끝나자마자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 여전히 날 내려다보고 있는 석진의 눈과 마주했다. 아무 말없이 눈을 마주하고 있다가 이내 이 사람은 나에 대해서 알아도 괜찮다는 느낌에 미소를 지었다.




" 괜찮습니다. 소인은 이미 충분히 전하의 성의를 받았는걸요. "




나의 대답에 벙찐 표정으로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리다가 다시 미소를 짓는 석진이었다. 그리고 이어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언제든 자신을 찾아와 말하라고 했다.




" 아. 그러고 보니 내 잠시 잊고 있던 서신이 있었다. "




몸을 돌려 윤기를 보며 말하는 석진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 무엇을 말입니까, 전하. "

" 환국으로부터 보내진 서신이다. "




환국이란 말에 눈을 깜빡이며 석진과 윤기를 번갈아 쳐다봤다.




" 환국이라면 저희가 아는 그… "

" 그렇다. 장국과 동맹국이지. "

" 환국으로부터 보내진 서신은 어떤 내용입니까? "

" 장국으로부터 저명하다고 소문난 화백을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다. "




석진의 말에 바로 윤기를 쳐다봤다. 저명하다는 말은, 보통 유명하다는 말이 아닌데? 윤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에이, 설마 하는 심정으로 다시 석진을 봤다.




" 우리나라에서 제일 저명하다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과인은 민화백밖에 없다고 생각이 드는데. "

" 송구합니다. "




석진의 말에 내심 놀라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하긴, 보통 소문난 사람이 아닌 이상 이렇게 한 나라의 왕을 만나고 있을 리가 없겠지. 납득이 간다는 생각에 다시 윤기를 쳐다봤다.




" 환국의 황태자가 황태자비에게 아름다운 그림을 선물로 주고 싶다는 청이 있었다.

그것에 대해 직접 얘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해줄 수 있겠느냐? "

 예. 한데 저 혼자서만 움직이기는 좀 힘들듯싶습니다. "

" 내 그럴 줄 알았다. 특별히 곁에 한 명을 두고 떠나는 것을 허락해주겠다. "




그 말을 하며 나를 쳐다보는 석진의 시선이 느껴져 눈알만 또르르 굴려 석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미소를 짓고 있는 석진의 얼굴이 보였고, 곧바로 날 쳐다보는 윤기의 시선이 느껴져 다시 눈알을 또르르 굴렸다.

아씨, 이건 나도 가야 하는 분위기잖아… 고개를 숙이고 오만상 찌푸리며 속으로 구시렁거리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내 어깨를 토닥이는 석진의 손길이 느껴졌고 이어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귀환할 때 선물을 기대하고 있겠다. "

 전하… "




'

'

'




그리하여 나는 윤기와 함께 환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짐을 열심히 싸고 있는 것이다.  윤기의 제자라는 이유만으로 환국까지 따라가야 한다니 하지만 뭐, 나쁜 여행은 될 것 같지 않아 내심 기대되기도 하네… 무엇보다도 제일 피곤한 전정국과 잠시나마 떨어지게 되었으니 당분간 두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겠다.

잠시 정국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석진이 내게 해주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환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자 다른 나라도 있나 궁금해져 석진에게 물어봤었다. 도대체 나라가 몇 개나 있는 것이냐고.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고, 또 이 세계에서 당분간 살아가려면 그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물어봤었던 것이다. 그러자 그런 내 질문에 이상함은 하나도 못 느끼는지 태연하게 대답해주는 석진이었다.



' 그러고 보니 화공은 다른 나라에 아직 가보지 못했었지.

우선, 가장 강력한 세력을 가진 나라, 환국 (奐國)이어 두 번째로 강한 세력을 가진 나라, 선국 (颴國).

본래 가장 강한 나라로 알려졌으나 환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세력이 밀려난 나라, 빈국 (穦國)마지막으로 장인들이 모여사는 나라, 장국 (匠國).

호여도(灝輿圖)를 보면 많은 나라가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이 네 나라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 원래는 빈국이 황국이었지만 환국에게 패를 당하여 지금은 환국이 황국으로 불리고 있지. 강한 나라만이 황국으로 인정되는 것이 나라의 법칙인 것이고. 화공은 아직 원행을 떠나보지 않았으니 궁금한 것이 많겠구나. 어떠느냐, 이젠 조금이나마 알겠느냐? '




석진이 말한 호여도는 아마도 내가 살던 시대에서 말하자면 대동여지도를 뜻하는듯싶었다. 그런 걸 보면 내가 살던 시대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역사를 가진 이곳은 어떤 곳인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어진 나는 다시 열심히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화구통을 들어 올리다가 무언가 바닥에 툭하고 떨어지더니 데구르르 굴러다녔다. 뭐지 하고 쳐다보다가 방바닥 한가운데에 멈춰진 하얀색 돌을 쳐다봤다. 아니, 하얀 돌이 아니라 저번 저잣거리에서 윤기와 함께 돌아다닐 때 선물로 받은 연적이었다. 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네 왜 그동안 이 연적의 존재를 잊고 있었을까.

연적을 잡고 눈높이에 맞춰 빤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 전에 윤기가 내게 하던 말이 기억났다.




' 하얗고 예쁜 연적이로구나. '

' 그 연적에다 네 실력을 그려 넣으면 훨씬 더 아름다운 빛을 바라겠구나. '

' 너의 손을 거친 연적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겠다. '




나를 향해지었던 윤기의 미소가 생각나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런데 점점 심장의 울림이 온몸으로 느껴져왔다. 두 눈을 크게 뜨며 손을 들어 심장 부근에 갖다 대자 심장이 더 쿵쿵 뛰어대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제대로 된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쿵쿵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려고 눈을 꾹 감은 채 심호흡을 내뱉었다. 일부로 슬픈 생각도 가져보고 그러자 조금 진정이 된 것인지 비정상적으로 뛰던 심장이 조금 진정이 된듯싶었다. 겨우 윤기가 웃는 모습을 떠올린 것뿐인데 갑자기 심장이 뛰다니.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머리를 좌우로 휙휙 저으며 그저 여행 간다는 생각에 들뜬 나머지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서 뛴 거라고 단정 지었다. 결코 윤기의 웃는 모습에 느닷없이 설렌 것이 아니라고 세뇌시키며 들고 있던 연적을 화구통에 다시 넣으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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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6 | 인스티즈




환국으로 가기까지 아직 3일 정도 남아있었다. 방안에 틀어박혀 탁상 위에 연적을 올려놓고 한동안 빤히 내려다봤다. 연적에 그림을 그려놓고 싶은데 어떤 그림을 그려 넣으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가지며. 한참을 연적을 보며 팔짱도 껴보고 붓을 들어 뒷부분을 깨작거리기도 해보고 들고 있던 붓을 다시 내려놓고 연적을 데구르르 굴려보기도 했다. 그래도 도저히 그림이 나오지 않아 턱을 괴며 한숨을 내쉬었다.




" 그냥 하얀 연적의 모습 그대로 둬야 하나… "




연적을 내려다보다가 입술을 삐쭉이며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내리고 탁상 위에 엎드려 연적을 마주 보고 있었다. 그때 열려진 창문 사이로 무언가가 팔랑 들어와 방바닥 가운데에 떨어졌다. 시선만 또르르 굴려 바닥을 보자 하얀 벚꽃잎이 들어와 앉아있었다. 잠시 멍하니 벚꽃잎을 내려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살짝 열린 창문을 잡고 활짝 열었다. 그러자 살랑하고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벚꽃잎들이 보였다. 날아가는 벚꽃잎 중심에는 커다란 벚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고심하여 찌푸려진 얼굴이 조금씩 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바로 자리로 돌아가 앉아 붓을 들었다. 얼마나 연적에 집중하고 있었을까.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익숙한 목소리가 방문 너머로 들려왔다.




" 안에 있느냐. "




바로 정국이었다.

저 사람은 세자라면서 왜 제 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자꾸만 나를 찾아오는 것일까. 귀찮다기보다는 이해가 되지 않아 곱씹어 봤다. 시선을 내려 연적을 한번 보고 마무리로 붉은 점을 찍어낸 후 미소를 지으며 볕이 잘 드는 창문가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이제 마르기만 하면 되겠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연적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들려오는 정국의 목소리에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서둘러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을 하나둘씩 치운 후 방을 나섰다.




'

'

'




" 네가 웬일이냐. 나한테 술을 다 사달라고 조르고. "

" 그냥 마시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

" 허, 참. 뭔가 괜히 기분이 좋구나. "




정국의 말에 피식 웃으며 술잔에 담겨있는 술을 입가에 대고 그대로 고개를 꺾었다.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으며 앞에 있는 정국의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 내가 살던 시대에서 연예인 뺨칠 정도로 잘생긴 정국의 얼굴은 말 그대로 조각이었다. 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얼굴. 눈 가리고 코 가리고 입 가려서 하나하나 따져보아도 잘생겼었다. 하지만 정국은 성격이 문제인 것 같다. 자신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으면 금방 불같이 화내는 저 성격.

하지만 뭐,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아직까지 저놈을 만나주고 지금 이렇게 술도 같이 마시고 하는 거겠지. 나도 모르게 정국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던 것인지 술을 마시고 있던 정국과 그만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숨어있던 쥐가 고양이한테 걸린 마냥 깜짝 놀라며 눈을 굴려 술병을 잡았다. 다시 술잔에 술을 따르고 고개를 젖혀 마신 후 탁상 위에 술잔을 내려놨다. 그러자 이어 정국의 웃음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너무 대놓고 본 거 아니냐. 아무리 내가 기생 여러 명 울릴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렇지. 얼굴 뚫리는 줄 알았구나. "

" 아, 아닙니다. "




폭풍처럼 밀려오는 민망함에 술잔에 술을 따라 연거푸 마셔댔다. 빠른 속도로 술을 마시니 천천히 밀려오던 취기가 빠르게 올라왔다.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던 정국이 조금씩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을 추는 건 정국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 배경까지 일렁이기 시작했다. 크, 취한다 취해.




" 너무 마시는 거 아니냐. 사람 한 명 죽어나가겠구나. "

" 아닙니더. 안 죽슴니다아. 멀, 쩡! 함니다… "

" 뭐 이리 빨리 취하느냐. "

" 안 취했슴다! "




누가 들어도 취했다는 티가 팍팍 나는 나였지만 끝까지 안 취했다며 정국의 얼굴을 노려봤다. 그런 나를 보며 피식하고 웃어 보이는 정국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6 | 인스티즈

" 그게 뭐냐. 계집마냥. "




나의 행동에 싫지만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내 행동을 말없이 보고 있는 정국이었다. 정국이 보든 말든 나는 그저 열심히 술을 마시고만 있었다.

휘잉

생각보다 밤바람은 조금 차가웠다. 하지만 취기가 올라온 덕분에 화끈거리던 볼에 스치는 바람은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들고 있던 술잔을 탁상 위에 탁. 올려놓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고개를 살짝 들어 정국의 얼굴을 봤다. 분명 정국은 한 명일 테지만 이상하게 두 명으로 보였다. 그런 정국을 보며 손가락질하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 어, 나리가 두명임니다! "

" 한 명이다. "

" 아닙니다! 두, 묭입니다 세명인가아… "

" 단단히 취했구나. 일어나자꾸나. "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를 건 채 자리에서 일어나는 정국을 보며 술을 다시 마신 후 입을 열었다.




" 나리. 저 며칠덩한 못 보실! 겁니다. "




내 말에 움직임이 멈춘 정국의 모습이 보였다.




" 그건 무슨 소리냐. "

" 저 환국으러 감니다. "

" 환국? "

" 니에~ "




환국으로 간다는 내 말에 미간을 찌푸리는 정국이다.




" 그곳은 어찌하여 가는 것이냐. "

" 그림 그리러 갑니다! "

" 그림? 그림을 그리는데 네가 왜 가는 것이냐. "

" 흐, 잘 그려서? "

" 벌써 노망이느냐. "

" 이씨, 야! "

야? "

" 이쒸 나이도 나보다 어리면숴 떽! 형님이라거 불러어! "

" 허, 참. 네가 죽고 싶은 게로구나. "

" 죽여라. 죽여~ 오메 나 죽네~ "




나의 행동에 처음에는 어이없는 눈길로 날 내려다보더니 이내 웃긴 것인지 고개를 돌려 웃는 정국이다. 그런 정국을 멍하게 보고 있었다. 술이 들어간 탓인가. 오늘따라 이놈은 왜 이렇게 더 잘생겨 보이지. 아무 말 없이 정국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자 고개를 돌려 웃고 있던 정국이 다시 눈을 맞춰왔다. 그러다 다시 피식 웃어버리는 정국이었다. 덕분에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나는 눈이 커지며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니, 이놈의 심장은 아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이러네? 정국과 마주하고 있던 시선을 내려 열심히 굴려대고 있는데 시야에 나를 향해 내민 정국의 손이 보였다.




" 일어날 수 있겠느냐. 집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 "




오늘따라 부드럽게 들리는 정국의 음성에 고개를 들어 다시 정국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여전히 날 향해 웃고 있는 정국의 미소에 정신을 못 차린 나는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저었다. 그리고 두 손바닥으로 열심히 뺨을 내리쳤다. 내가 술을 처먹은 바람에 술기운이 올라와 착각한 것이야! 갑자기 술이 들어간 바람에 심장이 놀란 것뿐이라고! 애써 부정하며 열심히 뺨을 내리치는데 그런 내 손목을 잡는 정국의 손길에 심장은 더 빠르게 뛰어왔다.




" 미친 게로구나! 갑자기 왜 그러는 것이냐? "




울상을 지은 채 고개를 들어 정국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런 내 얼굴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 모습의 정국이었다. 차라리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정국에게 설렐 리가 없다. 정국의 얼굴을 올려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동시에 정국의 품으로 몸을 기대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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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석진윤기지민태형정국] 미인도(美人圖) - 6 | 인스티즈




열심히 자기 뺨을 내리치다가 제풀에 지친 것인지 그대로 스르르 잠에 빠진 그녀를 엉거주춤한 자세로 품에 안는 정국. 잠시 눈과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데리고 갈까. 거리며 생각에 빠지는 정국이다. 그러다 결국 업고 집에 데려다 주자는 생각으로 주막에 있는 주모를 부르는 정국. 정국은 주모의 도움으로 그녀를 등에 업고 술값을 주며 그대로 주막을 빠져나왔다. 그녀를 업고 가는 내내 입으로는 불평, 불만을 다 토로하는 그였지만 손은 뒷짐진 채로 그녀를 안전하게 업고서 조심스러운 발길로 걷는 정국이었다. 그런 정국의 모습에 그는 결코 자상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보았다.




" 감히 왕세자의 등에 업혀 가다니. 세상이 말세로구나. "




그의 말을 들은 것인지 만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는 말만 중얼거리는 그녀의 행동에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는 정국이었다.




" 내 벗이니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겠노라. "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그녀의 집까지 다다랐을 때 잠시 자리에 멈춰 서는 정국이다. 자리에 멈춘 정국의 시선 끝에는 담 너머로 그녀의 처소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윤기가 보였다. 윤기의 모습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리는 정국이었다.




" 저 자는… "




윤기를 한번 보고 등에 업힌 채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정국.




" 제자도 보통 애제자가 아닌듯싶구나. 이 늦은 밤까지 네 처소 앞에서 저리도 기다리는 것을 보니. "




세상 물정 모르고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다시 발걸음을 떼어 집 안으로 당당히 들어가는 정국이다. 한참 동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윤기는 정국의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정국을 발견했다. 정국의 신분을 알고 있던 윤기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 일어나거라. "

" 이 늦은 시각까지 이곳에는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

" 자네 제자와 함께 술 한잔 나누고 오는 길이네. "




정국의 말에 그의 등에 업혀 자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 윤기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 쪽으로 그녀를 내려놓으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그런 윤기의 말에 됐다며 짤막한 말을 내뱉고 그녀의 방으로 가는 정국이다.




" 잠시 방에 눕히고 나올 것이니 너는 여기서 기다리거라. "




기다리라는 정국의 말에 아무 말없이 제자리에 서있는 윤기다. 그런 윤기에게서 시선을 거두어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는 정국이다. 방으로 들어가자 이미 그녀의 침소가 준비되어있었고 정국은 등에 업혀있는 그녀를 침소 위로 내려놓았다. 그녀를 내려놓은 후 한쪽 손을 자신의 반대 어깨에 올려놓으며 주무르다가 툭툭 치기도 하는 정국이었다. 정국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뒤척이는 그녀의 소리에 행동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봤다. 내려다 본 그녀의 미간은 찌푸려져 있었고, 그녀가 쓰고 있는 갓 또한 모양이 찌그러져있었다. 그 모습에 혀를 한번 차며 입으로는 툴툴거리지만 손은 다정다감하게 그녀의 갓을 벗겨주는 정국이다.




" 이런 것도 내가 다 해줘야 한다니. 도대체 네놈을 어느 낭자가 데려갈지 궁금하구나. "




그녀가 쓰고 있는 갓을 벗겨 그녀의 머리맡에 내려놓던 정국은 무심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곤히 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하얗지만 술기운 탓에 볼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홍조가 띤 그녀의 볼 위로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고요하면서도 무겁게 내리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더 내려가니 얼굴의 열이 입술로 모인 것인지 붉게 띠고 있었고 그 밑으로 시선을 내리니 그녀의 하얗고 가는 목덜미가 정국의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져버린 정국이었고 마른침을 삼키다가 서둘러 이성의 끈을 다시 잡으며 머리를 좌우로 휙휙 저어대는 정국이었다. 그러다가 한 손을 들어 자신의 팔을 세게 꼬집었다. 아픔이 온몸에 전해져오자 그제야 제대로 이성이 되돌아왔고 자신이 더 이상해지기 전에 이곳을 떠나자.라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그녀의 방을 나오는 정국이었다.




" 내가 미친 게지 무슨 생각인 거야. "




그녀의 방 앞에 서서 혼자만 들릴 정도로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윤기를 보는 정국이다. 그런 윤기의 얼굴을 보고 정국은 헛기침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이 자신의 신발을 신으며 마당으로 걸어 나왔다.




" 돌아가시는 겁니까. "

" 그렇다. "

" 환궁은 언제쯤 하시렵니까. "

" 사흘 후에 귀환할 채비할 것이다. "

" 전하는 뵈실 것인지요? "

" 그 잘난 용안은 보고 가야지. 그래도 형주시니. "




정국의 말에 미소를 짓는 윤기. 그런 윤기를 보며 질문을 던지는 정국이다.




" 너는 제자와 함께 작업한지 몇 년이 되었는가. "

" 금년으로 4년이 되었습니다. "

" 그런가. "




윤기의 대답에 뭔가를 생각해 보이더니 다시 질문을 하는 정국.




" 환국으로 간다고 들었다. "

" 예. "

" 화공의 말에 의하면 그림을 그리러 간다던데, 내 정확한 연고를 몰라서 네게 직접 묻는 것이다. 정확히 어찌 된 일이냐. "

" 예. 전하의 위탁이 있으셨습니다. 환국의 태자마마께서 태자비마마께 저희의 그림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 하여 원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

" 태자가 정확히 누구를 원했던가. "

" 소인입니다. "

" 환국의 태자가 널 원했는데 저 화공은 어찌하여 가는 것이냐? "

" 송구하오나, 역보역추 교학상장이라는 성어가 있습니다. 스승이 가는 곳이면 제자는 당연히 따르는 것이고, 아직 부족한 실력은 가르침이 필요하여 원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동행하게 해달라고 전하께 청촉하였습니다. "




윤기의 옳은 대답에 할 말이 없어진 정국은 그저 티 내지 않은 채 속으로만 꽁해졌다. 내 일부로 벗을 만나기 위해 긴 여정을 보내 이곳에 왔건만,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하나뿐인 벗이 원행을 떠나는구나. 윤기의 행동이 괘씸했지만 환국의 청이므로 도저히 안된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정국이었다. 그 대신 윤기의 옆을 지나쳐 그녀의 처소를 나가려는 정국이다. 그런 정국을 보며 뒤돌아 아무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걸로 인사하는 윤기다.

정국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윤기는 허리를 세웠고, 몸을 돌려 그녀가 자고 있는 처소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숨을 한번 내쉬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는 윤기였다.





























을 그리는 세상, 미인도(美人圖)








* * *

탄-하! 얼마만에 온거죠? 2개월이네요! 너무 늦게 오게되네..(쭈굴)

이번 화는 딱히 재밌는 게 없네요ㅠㅠ 이 다음화에는 드디어 한 명이 더 나옵니다!

그럼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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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작가님 처음 작품을 봐요!! 어...너무 재밌어요ㅠㅠㅠ더군다나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보니ㅠㅠㅠㅠ너무 즐겁고 재밌어요ㅠㅠㅠ작가님을 응원합니다
5년 전
비회원161.64
와... 진짜 잼있어요ㅠㅠㅠ 정구기 쏘스윗ㅜㅜㅜㅜ
5년 전
비회원161.64
다음화에 나올 한 명이 누굴지!!!!!! 너무 궁금해요ㅠㅠㅠ
5년 전
독자4
헐 작가님 기다렸어요ㅠㅠㅠ오늘도 너무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항상 감사해요!!
5년 전
비회원112.9
기다리고있었습니닷 ㅠㅠㅠㅠㅠ 작가님 필체랑 배경음악이 항사우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너무 좋아하는 작퓸이에요 ㅜㅜㅜ 이번편도 너무 찰떡... ㅠㅠ 좋은글 감사합니다 ♡♡
5년 전
독자5
퍼로로류ㅠㅠㅠㅠㅠㅠ정국아.. 윤갸 ㅠㅠㅠ
4년 전
독자6
와ㅏ ㅠㅠㅠ 너무 좋습니다 환국으로 가면 태형이를 만나겠죠?!
4년 전
독자7
뭐가 재미없다는거에여ㅠㅠㅠ짱인데ㅠㅠㅠㅠㅠ 작가님 사랑합니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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