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성열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몸을 벌떡 일으켰다. 화장실로 뛰어가며 성열이 울상을 지었다. 허겁지겁 세수를 끝내고 칫솔을 문 성열이 방으로 달려갔다. 교복바지로 갈아입은 성열이 와이셔츠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성열이 입고 있던 연한 분홍색 티셔츠 위로 와이셔츠를 대충 걸치고 칫솔을 빠르게 움직였다. 거품을 뱉어낸 성열이 입을 헹구고 다시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문제집과 공책, 필통 따위가 든 가방을 맨 성열이 단추를 잠구며 신발을 신었다. 먼저 손을 놓은 날 이후로 아침마다 오지 않았던 성종이 문을 열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며시 미소를 짓던 성열이 문을 열었다.
“…어, 없네.”
보이지 않는 성종의 모습에 울상을 짓던 성열이 다시 시계를 보고는 놀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너무 늦어서 먼저 가버린 걸 거야. 하고 애써 성종이 없는 상황에 대해 이유를 덧붙였지만 성열은 절로 울상이 지어졌다.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한 성열이 책상 위로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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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열이 초조한 듯 연신 시계를 힐끔 거렸다. 점심시간이 다 끝나 가는데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성종의 모습에 성열이 밥도 먹지 않고 자리에 앉아 성종을 기다렸다. 입술을 꾹 깨물던 성열이 한숨을 내쉬었다.
“성열아, 이거라도 먹을래?”
“어? 어… 고마워”
점심을 다 먹고 돌아온 동우가 성열에게 사탕을 건넸다. 입술을 툭 내민 성열이 사탕을 보고 성종을 떠올렸다. 사탕을 먹지 않고 책상 위에 내려놓은 성열이 교실 문을 힐끔 거렸다. 입술을 깨물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던 성열이 종이 쳐버리자 고개를 푹 숙였다. 대충 책을 펴놓은 성열이 멍하게 교과서를 쳐다봤다. 아무런 의미 없는 낙서로 교과서를 채워가던 성열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과목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멍하게 수업시간을 보낸 성열이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열심히 다리를 움직인 성열이 성종의 교실 앞에 도착했다. 조심스럽게 성종을 불러낸 성열이 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성종을 쳐다봤다. 성종아… 성열이 작게 성종을 불렀다. 성종이 성열을 힐끔 쳐다보더니 왜, 하고 말했다.
“아침에… 왜 먼저 갔어?”
“늦을까 봐”
“그렇지? …그럼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뭐… 꼭 형하고만 있으라는 법은 없잖아?”
성종이 살며시 웃었다. 성열이 멍하게 성종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 꼭 오라는 법은… 없으니까… 성열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성종이 성열의 정수리를 보다가 살며시 입술을 깨물었다. 나, 갈게. 성종이 성열의 대답도 듣지 않고 교실로 들어갔다. 성열이 슬프게 웃더니 발걸음을 옮겨 교실로 향했다. 교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은 성열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책상에 엎드린 성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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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업을 마치고 중앙현관으로 뛰어나온 성열은 성종의 뒷모습에 웃음이 났다. 성열이형, 우리 이제 그만 하자. 성종 앞에 성열이 서자 갑자기 툭 튀어나온 성종의 말에 성열의 얼굴이 굳어졌다. 왜 그래. 아침부터 흐리더니 기어코 비가 쏟아졌다. 하나 둘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어느새 잔뜩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성종을 쳐다보는 성열의 눈동자가 눈물로 젖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성종아…”
성열이 성종을 불렀지만 성열의 목소리는 옅은 빗소리에 묻혀버렸다. 내가 먼저 손을 놔서 그래? 어쩌면 저를 차갑게 쳐다볼 성종이 무서워 목소리가 작아진 걸지도 몰랐다. 까만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걸어가는 성종은 한 번도 성열 쪽으로 돌아보지 않았다. 성열은 언젠가 예쁘다며 성종이 사준 노란 우산을 가방에 집어넣고 빗속을 걸었다. 성열의 볼을 타고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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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고 들어온 탓에 성열은 감기에 걸린 듯 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던 성열은 그냥 눈을 꼭 감아버렸다. 성열의 방에 들어온 성열의 엄마가 성열의 모습에 깜짝 놀라 멈칫거리다가 성열에게 다가왔다.
“아들… 어제 비 맞고 오더니… 무슨 일 있어?”
“나…성종이랑 헤어졌어…”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와 성종과 헤어졌다는 말에 여자가 흘러내리는 성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런 여자의 손길에 성열이 울음을 터트렸다. 성열의 배 위에 손을 얹고 토닥이던 여자는 성열이 울음을 그치자 죽을 만들어 오겠다며 방에서 나갔다. 창밖은 비가 오는 탓에 여전히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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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잠이 든 듯, 성열이 눈을 뜨니 침대 옆 협탁 위에는 식어버린 죽과 약, 물컵, 포스트잇이 놓여있었다. 어디선가 피아노 선율이 들렸다. 성열은 포스트잇을 손에 쥐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성열이 방 밖으로 나왔다. 거실에 자리 잡은 피아노를 누군가 연주하고 있었다. 성열이 조심스럽게 피아노 쪽으로 다가갔다.
“성종이…?”
성종은 성열을 지나쳐 가버렸다. 현관문이 닫히고 성열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왼쪽 가슴에 두 손을 올렸다. 성종아, 가지 마. 목이 막혔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느낌에 성열이 눈을 꼭 감았다.
“뛰지 마… 뛰지 마…”
성열의 말은 공중으로 피어올랐다가 산산히 부서져 떨어져 내렸다. 성열의 가슴은 부탁을 들어줄 마음이 없는 건지 여전히 쿵쿵 뛰어댔다. 자꾸만 귓가에 성종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성열이 가슴에 올렸던 두 손으로 제 귀를 막았다. 그러나 여전히 성종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프지 마, 형 아프면 나도 아파”
성종이 성열의 옆을 지나치며 중얼거린 그 한마디에 성열이 헛된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제 가슴 속에서 성종이 사라지지 않도록 꽉 잡아버렸다. 성열은 울음이 터져 나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파서 꾸는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 아플 테니까, 가지 마, 성종아,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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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예전에 써놓은 글이랑 이리저리 짜집기 비슷하게 해놓으니까... 뭔가 문체가 좀...?
이번 편 보고 진짜 욕하실듯...싶네영! ㅠㅠ
왕, 근데 나는 진짜 프롤에 댓글 하나도 안 달릴 줄 알았으영..
제미니? 님이랑, 고구마님! 댓글 고마워영! 기억하고 있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