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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











가슴 가득이 너를 안고서 그대로 도망쳐버리고 싶었다. 어쩌지를 못한 채 우물 쭈물 하던 새에 너를 데리고 달아나버린 그 놈을 원망한다. 그러나 난 널 찾을 위인도 되지 못했다. 그리워는 했으나 감히 널 찾을 용기도 내지 못했다. 허망히 놓쳐버린 나를 보고서, 너는 무슨 대답을 할까 두려워졌기 때문이였을까. 그날의 기억은 어제 오늘 일처럼 아직도 생생하기가 그지없었다. 하루하루를 추억하며 살았다. 너를 그리면서. 생전 네 웃는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여지껏 한에 남는다. 그때 내가 너를 안고서 도망쳐버렸어야 하는데.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후회하지 않고 있었을까, 생각을 해 보지만 쉽사리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도 너를 그리고 추억한다. 사각사각 깎아내리던 연필소리와 함께 공존하던 너의 집중하던 얼굴이 내 앞에 아직도 아른거리지만 너는 없다. 

 

 

나의 시간은 멈추었지만, 보통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그 이유로 나는, 아직도 시간을 재는 것을 두려워한다. 



어느덧 나는 훌쩍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있는 나이에 다다랐다. 그럼에도 네가 기억나는 것은, 아직도 저버리지 못했던 추억 때문인 것일까. 첫사랑을 추억하듯 그저 가볍게 지나가버렸으면 했다. 그저 조금만 지나면 다 잊혀지겠지, 했다. 사각사각 하며 들려오던 연필소리와 함께 있던 너는 왜 이리도 내 기억 속에서 나를 괴롭히는 걸까. 미련하게도.



10년째 너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 내 스스로도 어리석고 놀라울 따름이었다. 10년 동안 너를 그리며 글을 써오던 나에게는 너와 만났던 그 시절의 그 시간으로 멈추어져 있는데, 너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너도 나를 그리워 하고 있진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에서.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마도 너는, 지금쯤 가정을 꾸리며 아이들과 잘 살고 있겠지. 그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는 이미 잊혀졌겠지. 사각대는 소리와 함께 연필이 깎였다. 깎이는 연필이 그간의 세월들처럼 자비없이 깎였다. 그 찌끄레기들을 가지고 추억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을 아는 나인데도 나는 여전히 연필 찌끄레기들을 바라만 본다. 날카롭게 깎인 연필이, 내게 바보같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정말 바보같게도 그런 것들을 추억이라고 부르지도 못하며 그리워했다.

추억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내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잊을 만한 준비가.



10년이라는 세월은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였다. 나는 그 동안 너를 찾아보려 애를 썼다. 그래봤자 무용지물 일것을 알면서도 그랬다. 그렇게 찾아서 어차피 마주하게 될 것은, 유부남이 되어있는 그런 모습일 텐데도. 이미 결혼은 하고도 남았을 나이였다. 작가랍시고 결혼을 하면 글을 쓰는데 방해가 된다는 구실로 나는 결혼하지 않았다. 혹시 네가 내게 다시 찾아올까, 해서. 



내 삶에서 너는 이미 사라졌는데도, 나는 그 신기루라도 잡고 싶어서 허우적댔다. 이제껏 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아파하면서도 너를 찾았다. 그 뭣같은 운명이라는 말을 지껄이면서. 운명, 나는 네가 운명이기를 바랬고, 운명이였으면 했고, 운명인 줄로만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기억 속에서 괴롭히는 네 선명한 잔상이 또렷해져 갈수록 나는 아파했다. 네가 다시 찾아왔으면 하는 꿈을 꾸었고, 그리고 나는 네 모습을 상상했다. 참으로 병신같은 짓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서도, 나는 널 보고 싶었다. 

미련스럽게도 계속 내 눈은 널 그렸고, 널 향했다. 넌 그 사실을 모른 채, 잘 살고 있겠지.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당연한 것일 텐데도 나는 너의 이름을 되새기며 다시금 아파한다. 이런 날 본다면 넌 어떻게 말할까, 

……병신 같다고 할까. 

 

 

 

시선이 잠시 뾰족하게 깎인 연필에게로 향했다. 연필은 사실 이미 쓰기에 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깎아내리는 이유는 괜히 짜증을 거기에다가 푸는 것일지도. 사실 널 다시 만날 확률이 신기루를 보지 않는 이상은 불가하다는 걸 나 자신도 알기에 그러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되풀이되었다. 이런 행동도 의미없고 덧없는 것이였다. 뾰족하게 날이 선 연필로 천천히, ‘남태현’ 이라는 글자를 적어내리다가도 다시 지워나갔다. 네 이름은 언제 봐도 너와 잘 어울리는 이름 같다고 생각된다, 새삼스럽게도 난 너의 이름 하나에도 하나하나 의미를 새겼다. 

 

 

예쁘지만 날카로웠던 너는, 날이 서 있는 연필과도 같은 아이였다. 지금은 전과는 다르게 변해 있겠지? 생각을 하다간, 항상 보던 너의 가르마를 탄 머리가 생각 나 미소가 절로 어린다. 머리에도 패션이 있다며 주장을 하던 너는 머리 한 올에도 정성을 다하며 조심조심 매만지곤 했다. 유독 넌 꾸미는 것에 민감한 아이였다. 꼭 여자처럼. 남자가 화장을 하는 것은 영 아니라는 그런 굳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내게, 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여자처럼 아이라인을 곱게 칠하기도 했으며, 여자처럼 입술에 붉게 루즈ㅡ 라던가 얼굴에 비비를 바르고 다니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널 볼때면은 항상 하얬다. 그것이 꼭 무얼 발라서 때문만이 아니라, 태생적으로 하얗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널 보면 묘하게 여자를 보는 것 같기도, 남자 같기도 한ㅡ 분위기를 자아내곤 했었다. 그 경계의 선이라는 게 뚜렷하지가 않아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잠시 난감해하기도 했다. 넌 그 사실을 아직껏 모르겠지, 한 순간도 변치 않던 너의 그 5:5 가르마를 떠올리며 나는 다시 날이 선 연필을 본다, 그 시절의 네가 연기처럼 푸시시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듯 했다. 

 

 

보이지 않는 너를, 잡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샌가 그런 생각으로 점점 미쳐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을 땐 내 곁에는 뾰족하게 깎인 연필만이 존재했다. 

 

 

 

 

널 대신해 주는 것도 아닌데.

 

 

 

 

 

쓰린 웃음을 지었다. 하루를 널 생각하며, 그리고, 너의 이름을 허공에다가 부르는 그런 낙 아닌 낙으로 살고 있는데 너는 괜찮니, 한번 만난다면 묻고 싶은 말. 삼켜들어가는 너의 이름이 마음 속에서 다시 메아리를 부르고, 간간히 귓속을 울리는 데도…, 넌 정말 괜찮아? 잘…… 지내고 있어? 묻고 싶었다.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서 잘 살고 있을 것일텐데도, 10년이나 지난 지금이면 내 생각 따윈 다 잊어버리고 잘 살고 있을 텐데도. 미련하기가 짝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너를 보고 싶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요새 밥도 잘 먹지 않아서 수척해진 얼굴은 생기를 잃은 채로, 거울은 그런 나를 그대로 비춰오고 있었다. 마음 안 구석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하다는 생각을 했다. 잠을 자고 꿈을 꾸고 다시 일어나면은 또 이런 생활이 반복되겠지, 네가 없는 하루. 네가 없는 생활. 네가 없는 삶. 그리고 깨닫겠지, 현실의 아침은 차가운 기운으로 꽁꽁 싸매여진 침대에서 맞는 혼자라고. 홀로 일어나는 아침이라고. 누구도 나에게 잘 일어났어? 굿모닝ㅡ 이라며 웃어주는 사람은 없다고. 없는데도 그러기를 바란다는 것은 미친 짓일 뿐이라고, 그러니 어서 잊어야 되는데. 




그 잊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아침을 맞아 나를 깨워주는 것은 네가 아니라, 알람 소리일 뿐이라고. 드넓게 펼쳐져 너와 함께 뛰어놀 내 마음 속에는 홀로 외롭게 고립되어 있을 뿐이라고. 생기 없는 나의 아침을 바꿔줄 것은 그럼에도, 그럼에도 너밖에 없을 거라고. 언젠가는 고립되어 있는 나에게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줄, 그 사람이 너이길. 하는 것이, 그 간절하면서도 병신 같은 바램이 이루어질리는 없다고. 알맹이는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홀로 남은 껍데기만이 거리를 치적치적 걷는 듯, 쓸쓸하고 외로운 발걸음이 뒤를 따를 뿐이라고. 

 

 

 

그래서 이제는,

네가 없는 삶을 살 바에는 차라리 삶을 포기하겠노라고.

 

 

 

 

/

 

 

 

 

 

미련한 사람아. 난 이미 결혼을 했고, 이미 5살이나 된 아이도 가지고 있어. 아내랑 잘 살고 있는데, 가정을 꾸리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넌 왜, 왜 이렇게 미련하게 살았어. 병신 같이. 내가 말 했잖아. 그렇게 살지 말라고. 그냥 나를 잊으라고. 똥 밟은 셈 치고 그냥 살라고. 왜 그렇게 날 잊지 못했니. 그러면 내가 너무 못된 사람 같잖아. 그래, 네 말대로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났고, 세월은 흘렀어. 너도 보란 듯이 잘 살면 되잖아. 왜 청승맞게 그 세월 동안 나만 보고 산 건데. 우린 끝났어. 끝났다고. 그때 승윤이도, 지금은 결혼 해서 진작에 애 낳고 잘 살고 있는데, 왜 너만 그래. 너만 왜 그렇게 살아. 나 같은 건 그냥 잊으라고 했잖아. 잊어버리고 살라고 했잖아. 왜 나를 그렇게 그리워 해. 왜. 그럼 내가 뭐가 돼 이 병신아,….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였어? 난 이미 널 다 잊었었는데. 진작에 너 잊고 아내랑 딸 시현이랑 잘 살고 있었는데 너는 왜…. 왜 잊지 못해가지고. 

 

 

내가 그렇게 밉고 그랬지. 그래서 나한테 못된 짓 할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 너 그래서 일부러 나 이렇게 찾아오게 만들려고 죽은거지. 그렇지. 넌 진짜… 내가 진짜 어떻게 해야 했어? 내가 죄책감이라도 느꼈어야 해? 죽어서 나 엿먹이려고 그런거야? 왜 죽었어, 왜, 왜…. 왜 사람 두고 말도 못하게 죽어버리냐. 난 네가 이렇게 날 그리워 하는지도 몰랐고, 당연히 너도 결혼은 하고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내가 엉엉 울면서 미안해, 미안했어, 내가 잘못했어, 하기를 바랬어? 정말 그러길 바랬다면 죽지 말았어야지, 왜 죽었어. 왜 죽었냐고.

 

 

그래도 나는…, 네가, 한 번도 네가, 살지 않기를 바란 적은 없었어. 그러니까 잘 살았어야지. 보란 듯이 떵떵거리면서 잘 살았어야지. 그 잘쓰는 글로 베스트 셀러가 되거나, 아니면 세계로 진출하거나, 해서 유명인사가 되어서 보란 듯이 잘 살았어야지. 왜 이렇게 병신 같이 살았어. 이렇게 죽어버리면 내가 도대체 어떻게 되냐고….

 

 

너는 정말, 이렇게 죽는 것이 네가 제일 원하던 결말이였어? 그런 거 아니잖아. 죽는 건 네 결말 아니잖아.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건데. 왜 일기장에다가는 내 얘기만 썼던 건데. 그 일기장이 나한테 왔을 때 내 기분이 어땠을 거 같아? 내가 고소해했을 거 같았어? 뭐 내가 어쩌기를 바랬는데. 나한테 대체 뭘 바랬는데. 이미 결혼해 버린 나한테, 뭘 바랬는데…. 나한테 왜 그러는데, 진짜…. 강승윤 걔도 지금 결혼해서 잘만 살고 있는데, 왜 그래 너는 진짜. 죽을 이유가 없어서 나 때문에 죽었냐고! 잘 살고 있는 내 인생에서 그렇게 스크래치를 그어서 네 존재감 알리고 싶었어? 왜, 63빌딩에서 떨어지면 기사 많이 나고 좋을텐데. 왜 그러지는 않았어? 아내랑 딸이랑 화목하게 잘 살고 있는데, 네가 죽은 게 무슨 상관이라고. 왜 대체 나 때문에 죽고 난리냐고. 

 

 

너희 엄마가 날 찾아와서, 내 아내랑 딸 앞에서 싸대기를 쳤어. 사내 구실도 못하는 새끼가 어딜 굴러먹고 쳐와서 우리 아들을 죽이느냐고. 왜 그래, 넌. 진짜 왜 그래. 죽을 거면은 너만 딱 죽으면 되잖아. 왜 나까지 이렇게 죽이려고 그래. 죽을 거면은 좀 곱게 죽으면 덧나? 나한테 왜 그러냐고. 왜 그러냐고, 진짜. 잘 살고 있었어. 저녁밥으로 뭐 먹을까 한창 고민하고 있었어. 딸이랑 같이 농담 따먹기도 하면서 재밌게 놀고 있었어. 갑자기 네 엄마가 찾아 왔을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나 알아?  

 

 

이젠 시현이가 나하고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해. 아내도 그렇고. 나보고 뭐라는 지 알아? 무섭대. 무섭다고 했다고. 사람 죽인 게 우리 아빠야? 하면서. 무섭다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으려고 해. 가까이 다가가면 이젠 울어. 이게 네 진정한 결말이였어? 나한테 이런 식으로 엿먹이는게 네 마지막이였어? 이게, 네 결말이였냐고. 아내가 내 멱살을 잡으면서 울었어. 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너 때문에 다 망친 거라고. 개새끼야. 난, 난 그래도… 네가 죽기를 바란 적은 없었어. 잘 살기를 바랬어. 나한테 정말 왜 그래? 어? 정말 나한테 왜 그러냐고. 나한테 왜, 왜, 왜

 

 

나도 너 따라서 죽기를 원했어? 넌 날 보고 싶었다고 했잖아, 날 그리워 한다고 했잖아, 그런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그런 게 맞다면 왜 나한테 이러는데. 너희 엄마가 내 뺨을 때리면서, 너 살려내라고, 내 아들, 내 아들을 왜 죽였냐고. 천하의 빌어먹을 새끼가 어디서 우리 아들을 죽였냐고 그랬어. 난 왜 맞아야 해? 내가 왜 맞아야 하고 내가 왜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해? 너는 왜 죽어서 사람을 이렇게 못살게 굴어? 이러면 마음이 편해? 통쾌해? 넌 나한테 안부를 묻고 싶다고 했잖아, 나도 묻고 싶은 게 생겼어, 나한테 도대체 왜 그래? 좀 나 잊고 잘 살았음 안돼? 내가 뭘 어쨌다고 날 그렇게 옭아매지 못해서 안달이야! 난 그저 내 아내랑 딸이랑 행복하게 살길 원했어! 그게 큰 바램이야? 그게 큰거냐고. 추억이랍시고 나한테 이러면 기분 좋아? 죽으면 좀 곱게 죽어, 제발 좀…. 

 

 

 

 

 

송민호라는 이름이 눈물로 젖어 반들거렸다.






일기장의 어느 면을 펼쳐도 내 이름이 나오지 않는 곳이 없었다. 태현은 그것에 더 슬퍼했다. 난 진짜, 진짜로… 내가 뭘 잘못 했다고. 나한테 왜…. 죽기는 왜 죽어, 죽길. 꼴에 일기장은 좋은 양장에다가 써놓고 죽는 게 어디있어. 나보고 엿먹으라고 그런거지, 응? 그래서 이런거야? …왜, 왜 대답을 하지 못해, 왜. 살면서도 민호가 그의 얼굴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눈이였다. 길게 뻗어진 그 눈을 민호는 유독이 좋아했다. 그걸 보고선, 태현은 너도 참 취향 한번 독특하다고 한 마디 툭 던졌던 기억이 남는다. 송민호는… 진정으로 자신을 남자 여자 따지지 않고 사랑했던 그런 인물이였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병에서 낫는 것마냥 여자를 좋아하게 되는 다른 게이들과는 달랐다. 그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었던 그런 사람이였다. 태현의 눈에서 자연스레 눈물이 번졌다. 덩어리 진채로 뚜욱 뚝 떨어지는 눈물 송이들이 멈출 줄을 몰랐다. 이 눈물은 뭘 의미하는 건지, 그제 남은 미련인 건지, 사랑 했었다는 말을 많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인지, 분노인지. 뭔지 모를 눈물들은 하염없이 태현의 눈에서 뚜욱 뚝 떨어졌다. 옷끝이 눈물로 번져 나가는 그 때,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다.

 

 

 

 

 

단 한번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어.

사랑해, 남태현.






들리는 환청에 태현은 더욱 소리내어 울고 싶어졌다. 살아 생전에 그가 베고 누웠을 베게를 잃어버릴 무언가처럼 껴안았다. 베게에서 그의 체취가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의 어머니는 태현이 사실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아들이 그저 그리워만 하다가 홀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일기장 가득 빼곡이 쓰여진 그의 이름을 보고서 깊은 노여움을 느꼈다. 태현은 그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가 싶어 슬퍼졌다. 이제 나는, 너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어. 아내랑 딸도 잃었어. 다들 날 떠나갔어. 책임 져달라고 말을 하고 싶어도 지금은 네가 없잖아. 이제…… 내가 어떡하길 바래? 같이 죽길 원해? 순간 태현의 시선 끝으로 커터칼이 맞물려졌다. 

 

 

 

흔들리던 눈 안으로 커터칼을 가득이 담은 태현이 그대로 주욱, 하며 세게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너한테 이제 그 책임을 물으러, 갈거야. 

 

 

 

차오르는 핏물들을 뒤로 한 채로 태현이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태현의 눈도 이내 핏물 사이로 빠져들어갔다.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들이 일기장 사이를 넘길 때마다 태현의 이름이 있었다. 눈을 감은 그의 옆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일기장이 다시금 넘겨지고, 그에게 하지 못한, 사랑해 라는 말이 귓가를 맴도는 듯 했다. 날카로운 연필로 쓴 듯 날이 선 필체로 쓴 태현의 이름과 함께, 사랑해 라는 말이 이어졌다. 그래, 나도 사랑했었어. 사랑해라는 말 아래 태현의 대답이 전해지는 듯 했다.

 

 

 

 

       

 

원망을 담은 것일지 모르는, 어쩐지 슬픈 듯한 목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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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헐 대박이다... 분위기ㅠㅠㅠㅠ 너무 슬퍼요 근데 므ㅓ라고 하지... 여운이 남아요ㅠㅠㅍ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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