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저 게이 아닌데요>
부제: 뜻 밖의 게이
숨을 훅 내뱉으니 하얀 연기가 몽글몽글 눈 앞에 나타난다.
물론 담배 연기는 절대 아니다. 나는 담배를 혐오하는 입장이다.
건강에도 나쁘고 도대체 왜 피는건지 이해할 수 없다.
"로빈, 혼자 뭐해."
어느새 술자리에서 빠져나온 다니엘이 나를 툭 치며 웃었다.
언제봐도 저 자유롭게 씰룩거리는 입꼬리는 신기하다.
그러더니 하얀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다니엘과 담배는 잘 어울린다.
다니엘은 대학에 들어와 만난 같은 과 신입생 동기이다.
같은 유학생 처지라 이것저것 얘기하다 보니 꽤 친해졌다.
"난 들어갈게."
"ok."
별로 담배 냄새 맡을 생각도 없고
잠시 술 깰겸 바람 쐬러 나온거라
옷도 얇게 입고 나와 추워서 그만 들어가기로 했다.
"좋아한다고!!!"
"아이고, 얘 또 취했네."
술집에 들어서니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보니까 항상 시끄러운 줄리안 선배다.
졸업반인 저 선배도 유학생으로 벨기에 사람이다.
이런 선후배 친목 모임에서 몇번 봤지만 볼때마다 시끄럽다.
조용한 성격인 나로썬 조금 껄끄러운 사람이다.
반면에 옆에 있는 에네스 선배는 진중하고 꽉 막힌 보수적인 성격.
술은 절대 안 마시고 항상 사이다만 마시면서 술자리에는 꼬박 꼬박 나온다.
터키에서 왔다는데 터키 사람들은 다 저런지 궁금하다.
왜인지 서로 정반대인 둘은 항상 같이 다니는데
에네스 선배가 줄리안 선배를 돌봐주는 듯 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넉다운 되서 테이블에 엎어져있는데
유일하게 주량이 쎈 줄리안, 사이다만 마시는 에네스 선배만 살아남은 것 같다.
"나 로빈 좋아해."
"어어 알았어. 그 말 백번 들었어."
순간 충격에 손발이 굳었다.
술자리로 향하던 몸을 멈추고, 눈이 마주칠새라 급하게 뒤돌아 섰다.
"로빈 진짜, 너무 예뻐."
"그럼 사귀든가."
"헤헤, 알잖아 불가능한거."
...내 얘기구나.
따뜻한 실내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 황급히 술집 밖으로 옮겼다.
"왜 다시 나와?"
다니엘이 심심했는지 활짝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두른다.
담배 냄새가 역하게 올라온다.
"…정신 좀 차리려고."
"너 술 되게 약하구나."
기분 상하지 않게 다니엘의 팔을 빼며 뒤로 물러났다.
다니엘은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찬찬히 뜯어보니 역시 다니엘은 남자치곤 예쁘장한 얼굴이다.
나도 그런 편이라 프랑스에선 종종 게이냐는 오해를 받기도했다.
"너 만약에 내가 고백하면 어떻게 할거야?"
"go back?"
"한국어, 고백. date 하는 사이가 되자는거."
"두들겨 패서 날려버릴거야."
상상만해도 불쾌한지 그 깨끗한 이마를 찌푸리고
혼자 영어로 중얼중얼 욕을 내뱉는다.
그래.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나도 그래."
답답한 마음에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