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한번만. 딱 한번만 더 도망가자. 그 뒤는 어떻게 될지 하늘에 맡겨두고 일단 그에게서 벗어나고픈게 시급했다. 혹시나 싶어 이번에는 짐도 다 두고가기로 했다. 어딘가 위치추적장치라도 달아놓은건 아닐까 의심스러운 마음에 지갑속 돈만 챙겼다. 방을 나선 나는 다시 돌아와 핸드폰의 핸드폰 고리만 빼 바지주머니에 고이 넣어뒀다. 아무래도,이게 있어야 마음이 안심돼- 나를 다시 행복하던 그때로 돌아가게 해줄것 같아서 미련하지만 이게 마치 부적같이 여겨졌다. 하루종일 누가 볼까봐 모자를 뒤집어쓰고 걸었다. 그리고 저녁시간이 다 돼서야 가장 외딴곳에 위치한 또 다른 모텔에 방을 잡았다. 좁은 방 안은 침대하나와 딸려 있는 화장실하나 작은 쇼파와 그앞 작은 탁상이 전부였다. 아, 추가로 말하자면 붉은 기가 도는 는 조명. 방안에 무엇이 있든 무엇이 없든 침대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하루종일 예민한 상태로 걸어서 그런지 밀려오는 잠에 밥도 필요없고 그냥 누워 자기로 했다. × × × × × "으..ㅇ으.." 누군가 쓰다듬는 손길에 잠도 덜 깬 몽롱한 상태에서 눈을 떴다. 목은 완전히 잠겨있었다. "일어났어? 일어나야지 한빈아." 익숙한 목소리. 순간 소름이 돋았다. 김지원. 번뜩 내가 방문을 잠그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전에 그가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냐는 것이다. "어..어ㄸ,어떻게 알..알고왔어..." 몸이 주체 못할만큼 떨려왔다. 동시에 말도 자꾸만 더듬었다. "왜 이렇게 떨어. 누가 널 다치게라도 한대?아-잡아먹기는 할텐데.내가." 이내 전과 같은 화사한 눈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다. 아니, 다르다. 전과 같지 않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공포심에 비명과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 이 순간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는 웃음을 굳히며 대답했다. "어떻게 알고 왔냐고? 널 쫓아왔지. 널 어떻게 쫓아왔냐고? 넌 냄새가 나거든. 그것도 독한. 너가 아무리 멀리 도망쳐도 난 널 찾을 수 있어. 설마, 나한테서 도망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거야?" 그는 다시 매우 즐겁다는 듯 웃음지었다. "숨바꼭질 재밌게 했지? 그럼 이제, 내가 하고 싶은거 할까? " "ㄴ.나한테..원하는게 뭔데.." "말했잖아. 오늘 밤 널 잡아먹을거라고. 네 그 독한 냄새는 날 미치게 만들거든." 말을하는 동시에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나는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내 뒤에는 그저 침대헤드만이 닿았다. 이거, 위험하다고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나한테 돌아올 마음이 없으면 어쩌겠어. 내가 가져와야지. " "개,소리 하지마." "개'소리? 이게 넌 개'소리 같아?난 진지한데. 넌 내가 다 가질거야." "씨'발 꺼지라고!!" 쾅- 그가 내 머리 옆 침대헤드를 주먹으로 치며 낮아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 이 순간부터 조금이라도 흥분하면 넌 내 말에 동의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