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완벽하게 모든것을 준비하고, 보여줄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 한 적이 있다.실패한다는것은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것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패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보면 동정보다는 오히려 안타까웠다. 그사람이 더 노력을 하지 않은것에대해 인타까웠다.
어렸을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심하게, 그리고 더욱 더 그러니까, 더 힘들었다. 나는 정말 죽고싶을정도로 열심히 연습했고 그로써 나타나는 성취감을 즐겼다. 그 감정은 마약처럼 온 몸에 퍼졌다. 풀지 못한 스트레스는 점점 몸에 쌓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약을 먹고 심할땐 링겔을 맞아가면서도 열심히 연습했다.어렸을때도, 학교에 다닐때도 그리고 지금. 연습생일때에도 나는 노력에 합당한 결과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하지만 해도 해도 안되는 게 있었고 가끔씩은 정말로 무서워졌다. 한곳만을 바라보고 달려온터라 그것이 자꾸만 무언가에 의해 짓밟히고 가려져가고 어느순간 잘 보이지조차 않을때 나는 정말 울부짖으며 주저앉고싶을만큼 무서워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했고 더 날을 세웠다. 그게 어느순간 견딜수가 없을정도로 힘들어졌을때쯤, 너를 만났을 것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상황 앞에서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난 그때 정말로 모든걸 포기하고싶다는 충동적인 생각이 들었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노력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항상 꿈꾸던 것조차도 생각하지 못할정도로 괴로워서,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수도꼭지를 틀어놓은채 흐느껴 울었다. 그때 화장실 안으로 네가 들어왔었다. 화장실로 들어온 너는 나를 힐끔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옆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했다. 나는 눈을 내리깔고 손을 씻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너는 그렇게 머리를 정리한 듯 싶더니, 나가기 전에 조용히 한소리를 했던걸로 기억한다. 괜찮아.힘내라. 너무나도 흔하디 흔한 말이 귀에 꽂히자마자 나는 소름이 돋았다.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흐느끼지도 않고 고개를 떨어뜨린 상태에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게 아마 내가 생각하기로 너와 나의 첫만남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네가 직원이 아닌 새로 들어온 연습생이란걸 알았고 이름이 김지원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나의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매일마다 연습하고 힘들때에는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며 가끔씩은 화장실에서 울음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때마다 사람이 들어올까봐 노심초사하며 화장실에 들어가서 목을 잡고 끅끅거리며 울었다. 그리고 한참 뒤 진정이 됐을쯤에야 조심히 나와서 손을 씻고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은, 생판 모르는 남에게 위로를 해준 너를 기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