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일봐!"
위안의 집에 도착하기 10분 전, 타쿠야는 언제나 그쯤에서 친구들과 헤어졌다.
10분, 그거 별거 아니였다.
오늘은 위안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자고 있을까, 요리를 하고 있을까,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만 해도 금세 도착하는 거리였다.
타쿠야는 복사한 열쇠로 간단히 문을 따고 위안의 집에 들어섰다.
*
위안의 집은 언제나 따뜻했다.
공기중에 퍼져있던 은은한 모카향이 타쿠야를 반기듯 부드럽게 감쌌다.
"어딨어?"
"나 여기-"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타쿠야는 가방을 대충 현관에 내팽겨쳐 놓고, 벗어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한 후 위안의 방으로 갔다.
문은 열려있었다.
타쿠야는 위안의 등 뒤로 몰래 다가가서 놀래켜 보려고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위안이 미리 선수를 쳤다.
"너 거기있는 거 다 알아."
"쳇."
"왔어?"
"응. 왔어."
이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한껏 들뜬 기분으로 심장이 터질수도 있을 것 같은 시점,
타쿠야는 위안과 눈을 마주치며 실실 웃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미안해. 오늘 간식은 준비 못했어."
"됐어. 내 엄마도 아니고 왜 맨날 내 간식타령이야.. 내 엄마도 그런거 신경 안쓰는 마당에."
"그렇게 말하지 말랬지."
위안이 엄하게 노려보았다.
아니 엄하게 노려보려고 한 것은 같은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워낙에 부드러운 인상이라.
"네 네- 그럼 오늘은 같이 만들자. 나도 맨날 얻어먹는거 미안하구."
타쿠야는 위안이 자신의 부모처럼 행세하려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확히는, 자신을 아직도 어린애처럼 보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 다 컸는데.
19살이고 키도 186인데.
하긴 위안은 저가 아주 갓난아기일 때부터 봐왔으니 그럴만도 하다.
바쁜 저의 부모를 대신해 거의 키워주다 싶이 했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그럼 잠깐만 기다려줘. 거의 마무리 해가."
그 말에 타쿠야는 위안이 그리고 있던 작품에 눈길을 주었다.
"강아지랑 산책하는 사람이네."
"응, 아까 밖에 산책하다가 강아지랑 뛰고 있는 사람을 봤거든. 활기 넘치고 보기 좋아서.."
타쿠야는 그림을 그리느라 돌아앉은 위안의 쓸쓸한 머리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오늘따라 참으로 외로워 보인다고.
위안은 다른 사람과 남달랐다.
머리가 좋아도 너무 좋아서 문제였다.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에 지나친 사람들의 관심은 독이었다.
매스컴에 시달리던 유년 시절의 결과, 위안은 현재 집 밖으로 자주 나가지도 않고 조용히 그림만 그리는 생활을 영유하고 있다.
타쿠야는 이렇게 잘생긴 얼굴은 축복이라고, 당당하게 들고 다니라고 말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위안이 떠나버릴까봐.
족쇄가 필요했다, 위안을 놓치지 않을 족쇄가, 타쿠야는 절실했다.
*
"젓는거 어딨어?"
"휘핑기? 저기에. 아 냉장고에서 버터 좀 꺼내줄래?"
"여기! 그럼 재료는 다 준비된 건가?"
"응. 버터쿠키가 좋아 초코쿠키가 좋아?"
타쿠야는 초코를 쪼꼬라고 발음하는 위안이 귀여워서 킥킥 웃었다.
"왜 웃어~ 뭐가 좋냐니까?"
"난 초코쿠키."
"쪼꼬?"
"킥킥 응."
위안은 그런 타쿠야를 무시하며 보울에 버터, 우유, 설탕, 계란, 밀가루, 초코 청크 등을 눈대중으로 대강 넣으며 휘저었다.
"내가 도와줄 거 뭐 없어?"
"글쎄? 나 혼자서 해도 될 거 같은데."
"뭐야 이게.. 난 같이 만들고 싶었는데."
"음.. 그럼 내가 다 저으면 반죽을 떼서 동그랗고 납작하게 만들어줘."
위안은 찡찡대는 타쿠야가 귀여웠는지 살풋 웃었는데, 눈이 반달 모양이 되고 예쁘게 휘어졌다.
아.
타쿠야는 순간의 충동을 참지 못하고 위안의 눈가에 입술을 갔다 대었다.
"지금 뭐한거야??"
위안은 어지간히 놀랐는지 평소에는 절대로 내지 않는 큰소리를 내며 눈을 똥그랗게 떴다.
손에 들고있던 보울을 놓지 않은게 기적일 정도였다.
"그냥 뽀뽀. 가족인데 뭐 어때, 안그래?"
"너.."
가족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타쿠야를 안쓰럽게 여기는 게 위안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약점이었다.
타쿠야는 간혹 자기 자신을 잔인하게 후벼파고는 했다.
자신에게 쩔쩔 매는 위안은 그 무엇과 바꾸더라도 감수할 수 있었다.
아,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사람..
"솔직히 내 부모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어. 낳아준거?"
"그러지 말아.."
위안이 보울을 데스크에 올려놓으며 불안한 듯이 말했다.
"그런 말을 혹시라도 네 부모님께서 들으면 얼마나 마음 상하시겠어.."
타쿠야는 문득 다시 위안에게 뽀뽀를 하고싶은 충동이 들었다.
아니, 뽀뽀보다는 키스.
저 순진한 발언을 하는 입술에다 진하게 입을 맞추고 싶었다.
"뭐.. 별로 신경 쓸 거 같지는 않은데."
하지만 그랬다가는.. 한동안 이 집에 못올 것 같은 예감에 위안의 눈을 슬금 피한다.
위안은 조용히 반죽을 한참동안 섞다가 타쿠야에게 보울을 건넸다.
"자, 이제 니가 반죽을 나눠. 모양 찍을 틀 줄까?"
"그런것도 있어?"
"응. 여기 어딘가에 넣어놨을텐데-"
위안은 별과 나무와 천사 모양의 틀을 꺼냈다.
"별이 좋을거 같아. 무난하고."
타쿠야는 위안에게 별모양 틀을 건네 받아 얇게 펴둔 반죽 위에다 찍어냈다.
빈틈없이 찍고 조심히 반죽덩어리에서 뜯어내어 오븐팬 위에 얹어놓았다.
"휴- 쉬워보였는데 다 노가다네. 형은 어떻게 이런걸 맨날 해? 나에 대한 애정으로?"
타쿠야는 땀을 닦는 시늉을 하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쇄신할겸 반쯤 농담으로 말을 날려보았다.
그래서 위안의 "..안그럼 이 귀찮은걸 왜해"라는 대답을 들었을때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형.. 진짜로 나 좋아해? 응?"
"오늘따라 왜 이래.. 들러붙지 좀 마."
타쿠야는 위안이 도망가지 못하게 팔을 꽉 붙들어 매고 물었다.
"나 얼마나 좋아해?"
"몰라.. 3명안에는 드나?"
"3등밖에 안된다고?"
타쿠야는 얼굴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 쿠키 탄다. 좀 비켜봐."
위안은 타쿠야의 얼굴을 옆으로 치우며 오븐을 열었다.
고소한 냄새가 열린 틈사이로 빠져나와 집안을 가득 채웠다.
-
1.3명 안에 든다는건 일등일수도 있다는 거^^ 워후~
2.옛날에 ㄱㄷㅇㅂ 썰로 쓴건데 타쿠안이랑도 뭔가 어울리는거 같아서 가져와봤음ㅎㅎ 순진한 위아니랑 뭔가 어떻게 해보고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고딩 탁구..하ㅏㅏ
위아니는 비운의 천재??같은 느낌이구, 탁구랑은 옆집사이ㅇㅇ 옆집부부가 항상 바빠서 탁구를 언제나 집에있는 위안이에게 맡겼기 때문에 거의 위안이 기른거.
그러고보니 역키잡이넹ㅋㅋㅋㅋㅋㅋㅋㅋ 위안이 10살 많음!
3.달콤한건지 서스펜슨지 뭔지 도대체 모르겠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끝에는 행쇼겠지...?
4.제목-아이노 쿠사비. 사랑의 족쇄라는 뜻인데 소설로도 애니(ova)로도 나왔음! 진짜 명작. 여기서 아는 사람 있을까 모르겠네 (글쩍
5.뒷편 필요한가? 좀 애매하게 끝난거 같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