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브실 전체글ll조회 1147l 2

 

위안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사람이었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보다야 조금 똑똑했지만, 결국 안정적인 교사라는 직업을 택한 25살의 청년.

첫 부임이 그 험하다는 남고라는게 부담이 되는, 심약한 성격의 부끄러움을 잘 타는 남자였다.

 

"잘 부탁한다."

 

최대한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위안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파릇한 1학년 반에 배정받아 다행이었다. 아직 채 어린티를 벗지 못한 아이들은 새로운 학교에 적응이 안되는지 뻣뻣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놓인다. -아직은 괜찮겠구나 하며.

아이들은 급속도로 친해질 테고, 사고를 치고 다니기 시작하면 수습하랴 꽁지에 불이 나겠지만, 아직은.

 

긴장이 풀린 탓일까 절로 헤실한 웃음이 났다.

아, 얕잡아 보이면 안되는데...

 

"아까 말했듯이 이름은 장위안이고, 올해로 선생 1년차라 많이 부족하겠지만... 너네만 믿는다."

 

에이, 그게 뭐예요 쌤~

아이들도 덩달아 긴장이 풀렸는지 웃으며 대답을 잘도 한다.

시끄러워 지겠구나, 생각하면서도 설레고 기대가 된다.

처음으로 맡는 반이다.

그리고 그 처음이라는 단어는 언제든지 위안을 설레게 했다.

 

 

-

 

 

좋은 학교라는 말을 참 많이도 들었는데, 다니다보니 절로 그렇게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은 개구지긴해도 착하고 구김살이 없었다.

 

"쌤! 여친 없다면서요."

"정말 그 나이 되어서도 없어요?"

 

"시끄럽다 이 자식들아."

 

눈 앞에서 알짱대는 두 놈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에엑-하고 괴성을 지르며 도망가면서도 방글방글 웃는 그 모습은 정말이지 미워할 수가 없는거다.

 

아, 하지만 눈에 계속 밟히는 아이가 있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 신경이 쓰이는.

 

일본에서 전학 온 아이라고 했다.

일본에 대해 안 좋은 의식이 많이 있는 중국 아이들은 일본인인 타쿠야가 맘에 들지 않는 듯했다.

아웃사이더처럼 혼자 다니는 타쿠야는 현재 위안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얘들아.. 그래도 같은 반 친군데 사이좋게 지내야지?"

 

초등학교도 아니고, 애들 보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는 꼴이 퍽 우습다만, 위안은 타쿠야를 그대로 놔둘 수 없어 따로 저와 친한 아이들에게 부탁도 해보았다.

아이들은 예상외로 완강히 고개를 저었지만.

 

"그럴 수 없어요 선생님."

"..."

"타쿠야는, 무섭단 말예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 인가하여 멍하니 있으려니, 위안에게 불려온 아이 하나가 고개를 푹 숙이며 고백한다.

 

"전에.... 사실 타쿠야가 처음 전학 왔을 때, 아 중학교 때 얘기예요, 그때 일본인이라 맘에 안 든다며 손봐주겠다고 한 선배가 있었거든요."

"응, 그래서?"

"근데... 맨날 조용히 뒷자리에 있어서 몰랐는데, 선배가 한 대 날리자마자 눈빛이 바껴서... 혼자 날뛰다 반을 다 박살냈어요."

 

옆에 있던 아이들이, 의자도 날아가구 창문도 깨졌어요 선생님,하고 거든다.

 

"그래서 그 뒤로 아무도 안 건드려요... 그게 아마 더 나을 거예요."

 

기가 죽은 아이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위안은 책상에 엎어져 머리를 굴렸다.

일본, 일본인. 자신이 너무도 증오하는 그 나라의 아이.

당연히 좋게 봐지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내 학생이니까.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거겠지.

 

 

 

-

 

 

 

"일동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치겠다. 아, 그리고 타쿠야?"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타쿠야가 고개를 돌려 위안과 눈을 마주친다.

그 조용한 시선에 괜히 뒤가 서늘해지는 위안이다.

 

"끝나고 잠깐 남아라."

 

나쁜 이유로 남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히-하고 조금 멍청히 웃어본다.

..아무 반응이 없어 살짝 빈정이 상했다.

 

"부르셨어요."

 

생각 외로 부드러운 목소리에, 위안은 희한한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타쿠야가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응."

 

무슨 말을 할지 딱히 생각을 해두지 않은 위안과, 저가 왜 불려왔는지 모르는 타쿠야는 그저 서로를 멀뚱멀뚱이 쳐다보고만 있다.

 

"..이만 가봐도 될까요?"

"타쿠야."

"네."

"학교 어때?"

"나쁘지 않아요."

"정말?"

 

타쿠야는 이 선생이 왜 뜬금없는 관심인가, 하고 탐색하는 눈으로 위안을 바라본다.

장위안은 타쿠야가 그저 이 학급에 좀 더 어우러졌으면 하는 바램에 부른 거지만, 본인도 문제없다고 하고 다른 아이들도 그만하라는데 괜히 오지랖인가 싶다.

 

"일부러 남긴 거 미안한데 뭐라도 사줄게. 나가자."

 

그냥 따로 더 신경 써주면 그걸로 되지 않을까, 위안은 홀로 결론을 내리며 가벼운 겉옷을 여몄다.

 

"얼른 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타쿠야가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위안의 뒤를 따랐다.

 

"굳이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뭘?"
"..."

"내가 배고파서 먹자는 거야. 잔말 말고 따라오시지."

 

근처에 맛있는 데가 어디 있더라~

위안은 저만치 앞서가며 되지도 않는 콧노래를 흥흥거린다.

타쿠야는 이 상황이 왠지 웃겨, 걸음을 빨리해 위안을 따라잡으며 조금 웃는다.

 

 

 

-

 

 

 

위안은 타쿠야를 챙기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지나칠 때면 꼭 인사를 건네고, 말을 걸고, 사탕 같은 달콤한 게 있으면 타쿠야에게 넘겼다.

타쿠야는 그런 위안이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웠으나 곧 적응하였다.

 

아이들은 장위안과 잘 지내는 타쿠야를 보며 점차 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자신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소년이었을 뿐.

괜한 오해가 거리를 넓혔을 뿐이다.

 

"타쿠야, 점심 같이 먹을래?"

 

타쿠야는 전과 달라진 아이들의 시선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반에 감돌던 냉랭한 분위기가 서서히 녹아 말랑말랑 부드러워졌다.

 

타쿠야가 아이들과 잘 지내기 시작하자 위안은 마음이 놓였다.

더 이상 제가 챙겨주지 않아도 다른 아이들이 챙겨줄 거라 믿기에, 한시름 덜었다 생각했다.

 

"쌤!"

 

보라. 저기서 활기차게 달려오는 저 덩치 큰 아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에서 한마디도 않던 그 타쿠야가 아닌가.

 

"이거 받으세요."

 

때는 화이트데이. 남고에서 초콜릿 따위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어찌 되었건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

 

"이야- 나 초콜릿 좋아하는데. 잘 먹을게."

땡큐-라고 말하는 위안을 타쿠야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본다.

 

"혼자 드세요! 절대루!"

 

죽어있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위안은 진실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에게 주면..

이라고 중얼거리는 뒷말은 미처 듣지 못했지만 말이다.

 

 

 

-

 

 

 

타쿠야는 점점 위안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세상에 자신과 위안 둘만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위안이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다른 사람과 웃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정상이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곁에서 고쳐줄 사람이 없었다.

 

"다녀왔습니다."

 

집은 언제나 비어있었다.

사업차 중국에 온 타쿠야의 아빠는 이곳이 마음에 든다며 자리를 아예 잡아버렸다.

굉장한 워커홀릭이라 집에 붙어있는 날이 없는 아빠는 타쿠야에게 조금 원망스러운 사람이었다.

엄마가 떠나버렸으니까. 그리고, 그때 잡지도 않고 보내버렸으니까.

 

"밥 다 먹었나.."

 

가정부 아주머니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왔다 가셨다.

그래서 밥을 많이 먹은 날에는 타쿠야가 직접 쌀을 담가야 했다.

아직 성장기라 그런지 배가 계속 계속 고팠다. 자꾸만 허기진 느낌이 들어 뭔가를 먹어야만 했다.

 

"숙제 하고.. 음..... 컴퓨터나 할까."

 

혼잣말이 늘었어,라고 타쿠야는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누가 옆에 있어준다면, 참 좋을 텐데.

 

 

 

-

 

 

 

"선생님!"

"쌤!"

"위안쌤!"

 

......

위안은 현재 타쿠야 때문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저거, 원래 저런 성격이었냐.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제끼는 바람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

옥상에서 담배를 피든, 교무실에서 파일을 정리하든, 어느 때에 나 나타나는 타쿠야에 위안은 점점 골머리가 아파왔다.

 

"쌤, 이거 마셔요."

 

청량한 이온음료를 건네는 타쿠야가 오히려 더 더워 보인다.

뛰어왔나, 싶어 나무라고 싶지만 방긋거리는 타쿠야를 보니 잔소리가 도저히 나오질 않는다.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지..

위안은 이 말을 벌써 몇 번 반복했는지 모른다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가을이예요 쌤."

 

그러게.

위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교무실에 나있는 커다란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이른 가을이라 단풍이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운치가 있을 정도는 되었다.

 

"저는 정말 쌤이 좋아요."

 

푸웁- 위안은 마시던 음료수를 뿜어버릴뻔했다.

타쿠야의 시도 때도 없는 고백에-

처음엔 그래 이 녀석아, 라고 대충 넘어갔는데, 갈수록 대답하는 것도 귀찮다.

 

"오냐."

"정말 그것밖에 없어요?"

"뭘 바라냐. 고맙다 그래."

"저랑 사귀실래요?"

 

....!

해도 해도 이 자식이!

 

"야! 너!"

 

"네?"하고 대답하는 타쿠야는 너무나 순진해 보이고, 또 햇살 같아서.

아 화낼 타이밍을 또 놓쳐버렸다.

 

"제가 정말 잘할게요~ 네?"

"....하. 이제 그만 반으로 돌아가."

"싫은데.."

"어허."

 

애기도 아니고 말을 드럽게도 안 들어요.

 

"이따 끝나고 같이 가요!"

 

긴 팔을 흔들며 점점 멀어져 가는 타쿠야를 보니, 어느새 정말 타쿠야와 함께 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단 생각이 들었다.

 

"....."

 

이건 정말로 아닌데..

 

 

 

-

 

 

 

3반 담임이랑 얘기를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무표정한 얼굴의 타쿠야가 보였다.

 

"방금 둘이 뭔 얘기하고 있었어요."

 

목소리를 깔은 타쿠야는 무섭다.

하지만 그래 봤자 8살이나 어린놈이다. 쫄지 말자, 장위안.

 

"그냥 단체 회식 한 번 하자구."

"술, 잘 마셔요?"

"응. 나 진짜 잘 마셔."

 

타쿠야에게 연기자가 되어보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고 싶다.

얼굴 표정이 쉭쉭 잘도 바뀌네.

왜 기대하는 표정이 되는 건데, 너.

 

"나중에 같이 술 푸면 재밌겠다."

"그래 그래. 너 졸업하면."

"....너무 늦어. 이 년이나 남았는데."

"너 요즘 은근슬쩍 말 놓고 있다? 얌마, 아무리 친하다 해도 난 니 선생이거든?"

 

타쿠야가 삐진 얼굴을 한다. 아 니가 삐질게 뭐가 있어. 내가 다 받아주니까 진짜 이게?

 

"겨우 여덟 살 차이예요."

 

지가 말해도 이건 아닌가 싶은지 얼굴이 빨개진다.

하하 크게 웃고는 위안은 타쿠야의 등을 툭 쳤다.

 

"그래. 여덟 살 차이지. 그거 큰 거야."

"키는 제가 더 커요."

"..윽."

 

이겼다, 그죠? 하고 타쿠야가 웃어 보여서, 어쩔 수 없이 따라 웃게 되었다.

나아쁜놈. 그래도 내 키로 공격하다니.

 

"쌤, 저 졸업하면은요."

"응."

"저랑 같이 살아요."

 

타쿠야는 앞만 바라보고 있다.

위안의 시선이 느껴져도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거리에 애꿎은 시선을 두며 담담히 말했다.

 

"그냥 말하는 거 아니에요."

 

위안은 난생처음으로 말문이 막힘을 느꼈다.

절로 답답해져왔다. 답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사랑해요."

 

타쿠야의 조용한 고백은 덧없이 공기 중에 흩어져버렸다.

위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

 

 

 

-

 

 

 

타쿠야는 운동신경이 발군이었다.

길쭉길쭉해서 그런지 농구도 잘하고 야구도 잘했다. 아마 대부분의 스포츠를 곧잘 할거다.

 

"홈런!! 다 들어와!"

 

타쿠야가 홈런을 치자 감독이 휘슬을 불며 난리를 쳤다.


득점 3점.

같은 편 아이들의 환호성이 저만치서 들려온다.

 

"쌤 수업 안 하세요?"

킥킥대는 반 아이들을 보니 위안의 정신이 돌아왔다.

 

"아 미안. 밖에 가 시끄러워서."

 

멋쩍게 웃어 보이자 애들이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하면서 점잖은 행세를 한다.

 

"기합 한 번 받을까?"

"으억 잘못했어요!"

 

그거 봐라.

위안은 킥킥 웃는다.

 

 

-

 

 

 

차가운 겨울이 왔다.

아이들의 볼이 찬바람에 발갛게 익었다. 목도리를 해도 찬 기운을 완전히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이제 너희들도 곧 2학년이 된다."

 

위안은 처음 이 반에 발을 디딘 기분을 되세기며 찬찬히 반을 둘러보았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던 아이들이라 그런지, 자신의 품을 빠져나간다 생각하자 좀 슬퍼졌다.

 

"왜 그래요 쌤... 우울해지게."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네. 나 겨울 타나 봐."

 

"쌤 어디 안 갈 거죠?"

 

한 아이가 불안한 듯 물어본다.

 

"안 갈 거야."

 

위안의 대답에 아이들의 화색이 밝아진다.

하지만....

 

 

 

-

 

 

 

타쿠야가. 폭행을 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위안은 눈앞에서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한동안 알아채지 못 했다.

 

"영화야!!"

 

다른 아이가 바닥에 쓰러진 영화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을 때, 위안은 반사적으로 타쿠야를 보았다.

눈동자가 악마의 것처럼 이글이글거리고 있다..

 

"쌤! 영화 코피 나요!"

 

위안은 장승처럼 서있는 타쿠야가 처음으로 무섭다고 생각했다.

온몸으로 소름이 훅 끼쳐왔다.

 

"그... 그래."

 

일단은, 학생 먼저 보건실에 데려다 놔두고. 나머지는 나중에.....

하지만 위안이 영화에게 가는 것보다 타쿠야가 위안에게 가는 게 더 빨랐다.

타쿠야는 위안의 팔을 무척 세게 잡아당겼다.

 

"이게 뭐 하는 짓..!"

 

그리고, 목이 졸렸다.

 

"윽...!!"

 

아이들이 타쿠야와 위안의 주위로 반원을 그리며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파악이 안되는 상태로, 그들이 오직 위안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있을 때- 타쿠야가 위안에게로 상체를 급히 숙였다.

얼굴 두 개가 순식간에 겹쳐졌다.

 

"헉!!"

 

그리고 일동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목이 졸리는 바람에 숨을 못 쉬어서 그런 건지, 아님 그저 이 상황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건지, 위안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장위안이랑 얘기도 하지 마. 눈 마주치지도 마."

 

이제 안되겠어. 하고 타쿠야는 싸늘히 주변을 노려보았다.

 

 

 

-

 

 

 

역대 최악의 사고였다.

목격자만 몇십이 넘으니, 그냥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었다.

교장에게 불려갔을 때, 위안은 올게 왔구나 싶었다.

 

"제가 그만두겠습니다."

 

창창한 학생의 앞길을 망치느니, 자신이 대신 처벌받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평생 떠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가게 되는구나.

 

정문 밖에서 타쿠야가 기다리고 있었다.

위안은 모른 척 지나가려고 했지만, 타쿠야에 의해 강제로 그 자리에 세워졌다.

 

"할 말 없어요?"

"응."

"누가 하지도 않은 일 다 짊어지고 가래요? 그렇게 희생하면 뭐가 남아?"

"........"

"내 잘못인데!! 왜 당신이 나서서..!"

 

위안은 그 며칠 사이에 엄청 늙은 기분이 들었다.

감정 소모가 퍽이나 심한 날들이었다.

 

"네가 좋아서. 네가 제일 걱정되니까.... 그래서.."

 

결국 말하고 말았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건 알고 보니 자기 자신이었다고, 위안은 자책했다.

 

"여기서 떠날 거야. 좀 조용히 살고 싶다."

"그건 또 뭔 소리예요!"

"날 찾으려고 하지 말라고."

 

타쿠야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이, 한참을 입을 열었다 닫는다. 그리곤 말한다.

 

"우리 집 들렀다 가요."

 

위안은 타쿠야의 마지막 소원이려니 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


키스.

어설프게 둘은 입을 맞췄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더욱 애틋해져 서로에게 달라붙었다.

 

"으음... 음.."

 

따뜻한 입술이 닿아있는 게 좋았다.

타쿠야는 지금 눈물이 흐르는 건 불가항력이라 생각했다.

 

"더한거 해도 돼?"

"경험도 없으면서."

"..흥. 그쪽도 없잖아요."

 

너 존댓말로 하던지 반말로 하던지 통일 좀 해라.

 

헤헤. 타쿠야는 위안을 꽈악 끌어안으며 "나오는 대로 쓸 건데~"하고 부비적거렸다.

 

"침대로 가요.."

 

위안은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옷을 벗는 손이 조심스러웠다.

어색하게 옆에다 옷을 벗어놓곤 멀뚱히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이 담엔 뭐 하죠?"

"몰라..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어때?"

 

그럴 순 없지.

타쿠야는 위안을 침대 위로 쓰러뜨리고 그 위에 몸을 겹쳤다.

 

"..윽 무거워."

"쌤 진짜 따뜻해요.... 좋다.."

 

둘은 그저 헤어지기 싫은 연인들처럼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신기하게도 안락한 느낌이 들었다.

 

"안 가면 안 돼요?"

"...."

"위안쌤."

 

위안. 위안. 장위안... 하고 속살이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자냐? 하고 물으려던 위안은 어깨를 타고 흐르는 뜨거운 물줄기에 입을 다물었다.


울고 있나...

정말 어리구나. 정말 어려 너.

 

"가지 말아요.."

 

위안은 그저 타쿠야의 등을 다정히 토닥였다.

 

타쿠야는 허무할 정도로 금세 잠이 들었다.

위안은 타쿠야의 얼굴 위로 흐른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으며 착잡한 기분이 되었다.

애정이 필요해 보이는 아이였는데. 조금만 관심을 준다는 게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찾아오지 말라는 건 거짓말이야"

 

위안은 몸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타쿠야를 한 번 쳐다보고, 집을 나섰다.




-

 

 

 

"이게 뭐야... 진짜.."

 

픽-하는 웃음이 났다.

타쿠야의 식탁 위에는 약간 식은듯한 만두가 올려져 있었다.

'일어나면 먹어.'라는 작은 메모가 붙어있는.

 

"선생님 글씨다..."

 

타쿠야는 작은 만두 하나를 입에 집어넣었다.

 

이상하게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과도 같은 느낌.

 

"아님 그쪽에서 날 찾아오게 만들 수도 있지."

 

바빠지겠네,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즐겁다.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가.



 

 

 

 

 

 

 

 

 

 

 

-



 

 

6년 후. 한국.

 

타쿠야는 크로스진이라는 아이돌 그룹에 들어갔다.
위안이 떠나고 이리저리 알아보다 정한 길이다. 후회는 없었다.

 

"이거 해볼래?"

"뭔데요?"

 

타쿠야는 소속사 여자가 내미는 서류를 받아들었다.

 

"외국인들 나와서 토론하는 건가 봐."

"재밌겠네요."

"그치. 오디션이나 함 봐봐."

 

별생각 없이 간 곳이었다.
..그곳에서 재회를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지만.

 

"찾았다."

 

장위안씨. 드디어 당신을 찾았어요.

 

아, 울지 말아요.

아니 울어요. 마음껏 울어요.

이젠 제가 닦아줄게요.

 

 

 

당신을 사랑해요.

 

아마 평생을..

 

 

 

 

 

 

 

 

 

 

애정결핍, 집착있는 타쿠야*맹한 장위안 선생이 급 끌려서 써봤어 :D

애프터 쓸까?ㅎㅎ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짱조아. .. 탁구가 묘하게 위안을 여러감정?으로 사랑하는거 좋다..
9년 전
글쓴이
감정이 조금씩 변화하는거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길게 썼는데 그게 잘 나타났나 몰라...헿
9년 전
독자6
잘 느껴졌어!!!짱좋아 ㅠㅠ
9년 전
독자2
조으디...조으다....애프터 꼬우!!!!
9년 전
글쓴이
엏ㅎㅎㅎ 좀만 기다려줘! 쓰긴 했는데 조금 다듬고 올릴게^ㅇ^//
9년 전
브실
뒷편 올렸어!^~^♡
9년 전
독자3
으아ㅠㅜㅠㅜㅠ 진짜 재미있다ㅠㅜㅠㅜㅠ 잘 읽었어!!! 그니까 뒷편도 좀....ㅋㅋㅋㅋㅋㅋ
9년 전
글쓴이
ㅇㅋ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뒷편 곧 올릴거얌ㅎㅎ
9년 전
브실
뒷편 올렸엉>ㅅ<!!!
9년 전
독자4
오우........................................진짜 풋풋하면서도 마냥 사랑스럽게볼수만은 없는 글이다 좋아!!
9년 전
글쓴이
맘에 들었다니 고마웡ㅠㅠ 하뚜하뚜!!S2S2
9년 전
독자5
뒷편도 부탁해~
9년 전
글쓴이
곧 올릴거얌ㅎㅎㅎ 나중에 댓글 줄게!
9년 전
브실
뒷편 올렸어!^♡^////////////
9년 전
독자7
하..... 내가 왜 이걸 이제서야 봤지ㅜㅡㅜ 어서 뒷편을 올려주시게ㅜㅠ
9년 전
브실
고마워...S2S2 뒷편 빨리 가져올게!!^,^ (윙크윙크
9년 전
독자8
빨리와ㅜㅠ 현기증 날려고한단 말이야...
9년 전
브실
헤헤 방금 뒷편 올렸어♥
9년 전
독자9
끄아아아아아앙ㅇ 좋아조핟보하우유유ㅠㅠㅠㅠㅠ
9년 전
브실
고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뀨ㅠ유ㅠㅠㅜㅜㅜS2S2
9년 전
독자10
뒷편을 기다립니다ㅠㅠㅠㅠ
9년 전
브실
지금 뒷편 올렸어!ㅎㅂㅎ///
9년 전
독자11
쓰세요ㅋㅋ꼭 쓰세요
9년 전
브실
헿 뒷편 올렸다!!!!!!ㅎㅎㅎㅎㅎㅎㅎㅎ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샤이니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5 이바라기 05.20 13:38
트위터랑 포스타입에서 천사님을 모신다가 많은데 그게 뭐야?3 05.07 16:58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콩딱 04.30 18:5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0 꽁딱 03.21 03:16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 콩딱 03.10 05:15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510 콩딱 03.06 03:33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611 꽁딱 03.02 05:08
엑소 꿈의 직장 입사 적응기 1 03.01 16:51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413 콩딱 02.28 04:59
이준혁 [이준혁] 이상형 이준혁과 연애하기 112 찐찐이 02.27 22:0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516 꽁딱 02.26 04:28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걍다좋아 02.25 16:44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9 걍다좋아 02.21 16:19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413 꽁딱 02.01 05:26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39 꽁딱 02.01 01:12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0 걍다좋아 01.30 15:24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29 꽁딱 01.30 03:35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110 꽁딱 01.30 03:34
방탄소년단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그루잠 12.26 14:00
방탄소년단 2023년 묵혀둔 그루잠의 진심7 그루잠 12.18 23:35
샤이니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상대?1810 이바라기 09.21 22:41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 콩딱 09.19 18:10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26 콩딱 09.16 19:40
지훈 아찌 금방 데리고 올게요5 콩딱 09.12 23:42
방탄소년단 안녕하세요 그루잠입니다9 그루잠 09.07 16:56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임창균] 유사투표2 꽁딱 09.04 20:26
이동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 하트튜브 08.23 20:46
급상승 게시판 🔥
전체 인기글 l 안내
6/21 21:28 ~ 6/21 21:30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