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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안] Always with me (부제, 천사를 만나다) | 인스티즈

 

브금 선정 기준은 제 취향이며 글 분위기와 아주 관련이 없진 않지만 공들여 선곡한 것도 아니므로

거슬리신다면 끄셔도 무방합니다 (...)

만나긴 만났는데 어쩌다 만났을까

 

 인생에는 여러가지 길이 있다. 어른들이 제시하는 모범적인 길도 있고, 뒷골목으로 한없이 빠져들게 되는 길도 있고, 음악과 함께 하는 길이나, 체육과 함께 하며 와일드한 남자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도 있다. 타쿠야는 그 중 체육의 길을 택한 남자였으며, 개중에서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 일례로, 중학교때 단순히 국어 수업을 빠지기 위해 뒤늦게 야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주전으로 뛰게 된 해에 고교생 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경력으로 생각보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게 된 것을 들 수 있겠다. 그렇게 이어진 대학 생활은 공부보다는 놀기에 최적화 되어있던 타쿠야에게 전성기나 다름 없었다는 것도. 타쿠야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대학 생활에 적응했고, 동기들 가운데 제일 먼저 솔로 탈출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던 것이다. 상대는 음악을 전공하는 자그만 여자애였다. 아마 그 여자애가, 같은 학부에서 태권도를 전공하던 뺀질뺀질하게 생긴 호주 놈과 바람이 나지만 않았더라면 타쿠야는 그 인생의 전성기를 계속 이어갔을 것이다.

 

 타쿠야는 쌩쌩 불어오는 가을 바람을 맞으며 코트 깃을 세웠다. 망할 호주 놈을 중얼거리면서 귓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백지영의 총맞은것처럼 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걸 자각하는 순간 정말 구질구질하기 이를데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쿨하게 이별을 고하긴 했지만. 아, 잠시만,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때 걔가 웃었던가 울었던가. 표정이 어땠던가. 나 목소리 진짜 사정없이 떨렸던 것 같은데, 좀 많이 병-신 같았을거야. 제일 비참한 생각을 피하려 꾸역꾸역 다른 생각을 하던 타쿠야는 누구보다 빠르고 정열적이게 집으로 들어와 침대에 드러누웠다. 대학 들어오고 인생이 좀 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아 망할, 아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타쿠야는 여기서 울면 자신이 한없이 찌질해보일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 중학교때 철없이 사귀었던 애보다 훨씬 좋아했는데. 흑, 아니, 니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 뺀질거리던 호주 놈 나보다 키도 한참 작더만. 큽, 야구가 제일 멋있다면서. 타쿠야는 손톱이 맨살에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꼭 쥐었다가 이내 풀면서 중얼거렸다. 아, 뭔가 먹고 기분전환이나 해야겠다.

 

 타쿠야는 집 앞으로 나왔다. 뭔가 먹고 기분전환을 하는건 조금 전 자신이 그렇게 저주해 마지 않았던 호주놈과 바람이 난 여자친구의 오랜 습관이라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할 만큼 기분이 몹시 안 좋았다. 어딜 갈까, 하다가 그냥 눈 앞에 바로 보이는 집 앞 편의점을 선택한 타쿠야는 망설이지 않고 컵라면 코너로 걸어갔다. 신라면, 육계장, 김치 사발면. 대체적으로 시뻘건 분위기의 포장지들을 제치고 타쿠야는 아무 생각 없이 불닭 볶음면을 집어들었다. 본디 매운걸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이런걸 먹어줘야 속이 좀 풀릴 것 같았다. 아오, 이따가 저녁쯤 되면 타일러 형 불러서 소주나 한 잔 걸쳐야지. 알바와 거래를 마친 타쿠야는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신경질적으로 컵라면 포장지를 북 찢었다. 알바는 스물스물 창고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너 오늘 깨졌지? 어휴 이깟직 이별가지고 뭘 그렇게 궁상막게 있어

 

 웬 남자가 나타났다. 불닭볶음면 포장을 벗겨내는 순간. 타쿠야는 눈을 잠시 휘휘 돌렸다. 나니, 이게 무슨 일이래. 일본어까지 튀어나오는 입을 꾹 다문 다음 한참 숨을 골랐다가 타쿠야가 물었다.

 

 당신 누구야?

 나 너보다 나이 많거든, 존댓말 써.

 아니 지금 나이가 중요해…….

 

 찌릿, 자신을 노려보는 시선을 느낀 타쿠야는 소심하게 요, 자를 붙이며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남자는 타쿠야가 요, 자를 붙이자마자 주머니에서 자그만 수첩을 꺼내더니 페이지를 정신 없이 넘기다가 타쿠야와 수첩을 번갈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름이, 테라다 타쿠야. 오늘 두시 삼십 오분 경 바람 난 여자친구랑 헤어짐. 이라고 써있는데 맞지?

 

 당신 스토커야……, 요?

 스토커 아니야.

 그럼 누군데요?

 

 누구길래 내 연애사를 다 알아요? 타쿠야가 한번 더 질문했다. 남자가 되물었다.

 

 딱 보면 몰라?

 몰라요.

 

 타쿠야가 대답하자 남자가 말했다. 조금 얼굴이 붉어진 채였다.

 

 오글거려서 내 입으로는 말 안하려고 했는데, 나 니 천사야.

 무슨 이상한 소리에요, 그게. 나 경찰에 신고할거에요. 스토커라고.

 아니아니, 진짜라니까.

 

 어허이, 이게 사람, 아니 천사를 못 믿어? 남자가 도도하게 다시 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타쿠야는 얼떨떨한 상태였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이 누가봐도 천사스러운 용모에 깃털이 폭신폭신한 날개를 달고 있었어도 정신병자로 오인할 상황에 누가 봐도 스물 후반 청년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타나서 자기가 천사라고 주장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연애사를 거침없이 물어봤다,라고 상황을 정리하고 나니 생각할 수록 어이가 없었다. 타쿠야는 최대한 빠르게 자신이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이끌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컵라면을 챙겼다. 이런 사람은 더 이상 상대 안하는게 더 편해. 컵라면은 그냥 집에 올라가서 먹어야겠다. 이야, 오늘 일진 대단하다. 여자친구는 바람나고 나는 이상한 사람한테 걸려서 컵라면도 못 먹고.

 

 야, 어디가.

 집이요, 따라오지 마세요. 저 그쪽이 아시는대로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오늘 기분이 진짜 별로거든요.

 저, 손님, 죄송한데. 누구랑 얘기하시는거에요?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편의점 알바의 말에 분주히 나무 젓가락을 챙겨들던 타쿠야의 손이 멎었다. 저 여기 있는 남자요. 네, 손님? 여기 지금 손님이랑 저밖에 없는데요. 타쿠야는 자신이 헛 것을 봤었나 싶어서 눈을 깜빡거렸지만 제 앞에 서 있는 남자는 너무도 또렷하게 보였다. 잠시만, 그리고 환상이랑 말을 할 수도 있었나. 남자는 당당하게 웃으면서 한번 더 말했다. 나 니 천사 맞다니까, 니 눈에만 보여. 그러니까 나 너네 집으로 따라가도 되지? 너랑 해야할 게 있단 말야. 

 

 그게 첫 만남이었다. 

  

  

  

  

 ** 

  

 남자는 타쿠야를 따라 집으로 들어오는 내내 쫑알쫑알 말을 걸었다. 그러니까 나는 니 수호천산데, 원래 중국인 여자애한테 배정받았다가 걔가 행복해져서 너한테로 뚝! 떨어진거야. 알겠서? 그러니까 앞으로 나는 너랑 계속 같이 다닐거야. 너 대학생이지? 그럼 학교도 같이 다닐거고, 밥 먹을때 니 옆에도 있을거구 집에서도 같이 살거구. 

  

 저기요, 시끄러워요. 

  

 삐리릭, 문을 따면서 타쿠야가 웅얼거리듯 말했다. 나 그 쪽한테 물어볼거 많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들어가서 얘기해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타쿠야는 앞장서 집 안에 들어가고는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웅얼거리며 뉴발란스 신발을 벗고 붉은 목도리를 푸는 모습이 지나치게 리얼했다. 저게 정말 천사가 맞나, 싶었지만 타쿠야는, 현관 앞에 걸려있는 거울에 남자의 옆모습이 비치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우선 믿기로 했다. 한 사람의 사기행각이라기엔 너무 치밀했고 쓸데도 없었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얘기해봐요, 우리. 

  

 타쿠야는 남자가 건네는 목도리를 받아들고 패딩을 정리해주면서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지만 손님과 같은 대접을 해주기로 하고 받아들였다. 앉으라고 권했더니 남자는, 마실게 없냐고 묻고 있었다. 참 바라는 것도 많아요. 타쿠야는 작은 한숨을 폭 쉬면서 바람 난 여자친구가 제일 좋아해서 찬 바람이 날때마다 쟁여놓던 코코아를 꺼냈다. 하…. 커피 포트에 뜨거운 물을 얹고 기다렸다가 코코아를 타는 내내 줄곧 정신이 멍했다. 

  

 드세요. 

  

 후후, 남자는 입김을 불어가며 코코아를 마셨다. 타쿠야는 멍하니 그런 남자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내 천사라는게 무슨 뜻이에요? 

 아까 얘기했던 대로야. 난 원래 중국 여자애 수호천사였는데, 그 여자애가 행복해지면서 천사국에서 새로 발령을 받았어. 그게 너야. 

 그럼 나를 지켜준다는 거에요? 

 지켜주는 것도 있구, 아 먹을건 없어? 

 ……없어요. 

 집에 무슨 과자도 안 사놓고 살아. 

  

 남자가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만 퉁퉁거리면서 코코아를 마셨다. 

  

 그러니까 응, 여기 수첩에 보며는 니가 오늘 여자친구랑 헤어지면서 엄청엄청나게 불행해졌다고 나오거든? 

 네. 

 나는 니가 그런 불행을 두번다시 느끼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을 할거야. 

  

 남자가 빈 머그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거 헤어진거 별 거 아니에요. 다른 애 만나면 금방 기분 좋아질걸? 

 진짜 그럴까? 

  

 남자는 주머니에서 다시 수첩을 꺼내 펄럭거리며 페이지를 넘기더니 흐흐, 소리를 내며 웃었다. 타쿠야는 당황과 얼떨떨함을 거쳐 점차 정상 궤도로 올라오고 있던 기분이 급속도로 추락하는 것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아, 근데 당신이 천사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어, 막말로 귀신일 수도 있는거고. 

  

 귀신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으면서 타쿠야는 잠시 긴장했지만 남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오히려 너무도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해보이면서 대답했다. 귀신은 날개 없어. 그쪽도 날개는 없잖아요. 타쿠야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의 어깨에서 날개가 돋아 올라왔다. 흔히들 아는 그런 천사의 날개였다. 하얗고, 폭신폭신해 보이는 깃털로 덮여있는 그런 종류의. 타쿠야는 다시 눈을 깜빡거렸지만 그 날개는 조금 전 편의점에서 원망스러울 정도로 눈 앞에 생생히 보였던 그 남자의 얼굴이나, 식탁 위에 얌전히 놓여진 흰 머그잔 만큼이나 또렷했다. 

  

 날개, 다 펼치면 엄청 큰데 여기서는 못 펴. 더 넓어야 돼. 

 알겠어요, 접어요. 

  

 타쿠야가 진 표정으로 대답하자 남자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날개를 접었다. 어깨 너머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날개를 보며 타쿠야가 한번 더 놀랐다. 

  

 그럼 우리 여기서 당분간 같이 사는거지? 난 니 수호천사니까. 

 혹시 천사도 목욕하고 밥도 먹고 그래요? 

 아니, 그런거는 안 해. 안 먹어. 

 그럼 좀 전에 코코아는 왜 마신 거에요? 

 중국 사람들, 차 좋아해. 그래서 누구 대접할때는 차 줘. 

 그럼 지금 대접 받으려고 코코아를 달라고 했다는 거에요? 

 응, 그때는 손님이었으니까. 이제는 같이 살거니까 식구. 

  

 남자가 씩 웃었다. 타쿠야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름이 뭐에요? 

 장위안. 중국 여자애가 지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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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어ㅠㅠㅠㅠㅠㅠㅠ 장난아냐ㅠㅠㅠㅠㅠㅠㅠ 취향탕탕ㅠ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 신청 가능할까ㅠㅠㅠㅠㅠㅠㅠㅠ뇨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헐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상에ㅠㅠ 워더!@
9년 전
비회원198.64
헐헐헐 너무귀엽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좋다좋다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회원전용으로 안돌아가믄 좋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좋다.....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이여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ㅜ
9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글잡으로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말을잇지못하는)ㅠㅠㅠㅠ 알람신청하고가요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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