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대들 조팝나무입니다.
제가 늦게 찾아왔죠? 그게 왜냐면 이번 편이 또 날라갔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치고 팔짝 뛰겠네
그래서 힘없이 손가락을 놀리며 20편을 생성해낸 순간 제가 깨달은 것은
이번 편은 용량이 꽤 길다는겁니다!
아마 다른 편들의 2배는 될 것 가트요.. 허허허허...
오늘은 야동/수열을 넣으려고 했는데 다시 또 분량 조절 fail로 인해 야동만 ^^... +성종이까지 ^^
이렇게 또 여장 대회는 멀어지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편은 용량이 아주 길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수열과 여장대회 이야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길어지면 그대들이.. 지겨워하실까봐 무섭.....네..욬.ㅋ.ㅋ.ㅋ.ㅋ.ㅋ.ㅏㅋ캌.ㅋ.ㅋ.ㅋ.ㅋ.허허허허참
성종이 이야기는 굉장히 뜬금없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지만 원래부터 계획하고 있던 내용입니다..
급튀어나온 전개가 아니니 뭐 이런 그지같은 조팝나무를 보았나? 같은 생각은 하지말아주세요 엉엉엉
오늘의 bgm은 베니 - 괜히 나만 미워해 입니다.
이리 까이고 저리 까이는 우리 성종이를 위해 넣었습니다 허허...
여러분 즐감해주세요 아잌!
더보기 |
누구에게나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은 존재한다. 그것은 무한 남자 고등학교 2학년 4반의 또라이 4인방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불문율이었다. 패거리에서 최고의 브레인으로 손 꼽히는 인재답게 성규는 자신의 성적표를 받아든 부모님의 코멘트를 기다리는 시간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는다. 성적표를 가져온 다음 날의 푸짐한 아침 밥상도 성규가 남몰래 기다리는 일들 중 하나이다. 그에 비교될 정도로 청순한 뇌를 자랑질하는 것을 일삼는 성열은 수업시간에 예정되어 있던 쪽지시험이 갑자기 미뤄졌을 때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뭐,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하는건 절대 네버 아니지만 당장 기쁜건 기쁜거다. 무한남고의 소문난 축구왕 슛돌이 우현은 점심시간 반 대항 내기에서 이기고 다른 반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셔틀을 시킬 때 짜릿한 쾌감을 얻는다. 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으로 매점을 향하는 옆반 땀냄새 덩어리들의 뒷모습은 그의 얼굴에 특유의 남멍뭉 미소를 바로 호출해낼 정도로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복도에서 신나게 발을 놀리고 있는 호원은 다 필요없고 제 손에 이프X 음료가 들려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특히 체육 시간이 끝나고 맞이하는 쉬는 시간에 마시는 이프로디테 여신님은 호원의 목젖을 부드럽게 휘감고 넘어가는 감도가 더 했다. 바로 지금처럼. 세수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젖어있는 앞머리를 대충 쓸어넘긴 호원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수줍게 제 내용물을 드러낸 이프X 캔을 제 입에 대고 천천히 기울였다. 이런 see bird?! 바로 입 안에 가득 올라찰 달큰한 복숭아향을 예상하고 행복감에 벌써부터 젖어있던 이 이프로디테 광신도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직빵으로 맞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어떤 똘추 같은 놈이 마하의 속도로 달려오더니 개봉된지 얼마 안된 호원의 음료수를 낚아채고는 자신의 입 속으로 내용물을 쏙 밀어넣는게 아닌가?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져 이프X를 마시기 바로 직전의 포즈로 굳어있던 호원이 외출해있던 정신줄을 겨우 챙겨 돌아온 것은 그 정체불명의 남학생이 동그란 뒷통수를 자랑하며 남아있던 음료수까지 탈탈 털어 마신 후였다. 헐, 존나 어이가 음슴의 극치를 달린다. 어떤 그지발싸개인지 면상을 확인해봐야지 안되겠어. 고마워요, 형. 익숙한 목소리가 고막을 강타했을 때에서야 호원은 그 그지발싸개의 면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는 얼굴이었다. 그것도 많이. 입가를 제 엄지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훔쳐낸 성종이 안면 가득 미소를 띄운 채 호원의 손에 이제는 텅텅 비어버린 음료수 캔을 쥐어주었다. 가래침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꺼려하던 음료수였는데, 이럴 때는 도움이 되네요? 개똥도 약에 쓴다더니, 역시 옛말은 틀리지 않네요! 지혜로운 조상님들 같으니라고! 그 형에 그 동생이라고 미각 뿐만 아니라 직설적인 디스까지도 닮았다. 하.하.하. 이프X를 까는 발언이 틀림 없는데도 어째 호원은 자신이난처할 때 등장하는 특유의 어색한 웃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사실 알고 지낸지 꽤 오래 되었는데도 호원은 성종을 대하기가 어려웠다. 성열이 1차원 또라이였다면 성종은 적어도 16차원의 또라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차라리 개성열이었다면 바로 응징을 해줬을텐데, 얘는 역시 좀 힘들어. 어색한 미소를 여전히 입가에 띄우고 있던 호원이 말했다.
"너도 체육 했어? 왜 이렇게 땀을 흘려." "아뇨, 교실에서 나오자마자 계속 달렸거든요. 네, 그렇습니다. 저를 언제 어디서나 위협하는 거대한 두 존재를 피하기 위해 저는 작고 여린 몸을 바르르 떨어야만 했어요.쉬는 시간 종소리와 함께 제 몸을 쉴틈 없이 어딘가로 몰아붙이던 생존 본능 덕분에 저는 이렇게 소금기가 어우러진 바다 같은 남자가 되었죠. 발을 내딛으면 내딛을수록 저는 더욱 만물을 품어줄 수 있을만큼 넓지만 한없이 고요한 그 바다라는 존재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죠. 제가 이렇게 자연에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제가 인간이라는 틀을 초월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아닐까요? 항상 심신을 수련하고 있는 저의 노력에 저 하늘에서 끊임없이 빛을 내는 별들이 보답을 하는거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아요."
웅변 연습이라도 하고 있는지 가슴을 쭉 펴고 자신있게 말을 읊조리고 있는 성종을 바라보던 호원은 떫은 감 3개를 한꺼번에 씹어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짠내 나는 땀 조금 흘렸다고 자신을 바다로 비유하다니. 게다가 지금은 대낮이라 보이지도 않는 별들을 굳이 언급해주는 센스까지. 너 이 새끼, 여전한 또라이구나. 제 앞에 서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1학년 후배에게 순수하게 감탄 아닌 감탄을 느끼며 혀를 내두른 호원이 대꾸했다. 성종아, 그러니까 지금 니 말은 김성규랑 남우현한테 잡힐까봐 쉬는 시간 시작하자마자 존나게 뛰었다는 소리? 오글오글 열매를 한 웅큼 씹어먹은 성종의 페이스에 단 1%도 말려들어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사실만을 확인하는 실력이 과연 또라이 4인방 눈치코치 1위의 명성에 걸맞았다. 네, 맞아요. 수업 끝나기 5분 전부터 교실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라고 으르렁거리는데 너무 무서워서요. 항상 시적인 표현만을 고집하는 것과 달리 눈썹을 축 내려뜨리고 징징거리는 모양새가 딱 그 나이 때의 아이처럼 어리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왜 그랬어." "그러게요, 그 때의 저를 생각하면 아직도 저 자신이 미숙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네요. 아직도 저는 제자리 걸음 중인가봐요. 이를 악물고 태어났을 때 부터 지금까지 쉼없는 마라톤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자연과 하나 되는 무위자연의 삶을 영위하기에는 이 이성종이라는 존재는 갓난아기에 지나지 않나봐요. 하, 너무 슬프다. 하지만 쓸데없이 눈물을 낭비하지는 않겠어요. 제가 처한 이 아픈 현실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아서.. 그리고 세상과 맞짱을 뜰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고 싶은 한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 때문이라고... 해두죠, 뭐. 하... 미치겠다, 별들아."
솔직히 아직도 불안한듯 말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주위를 꼼꼼하게 둘러보는 성종이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한 마디를 하면 열 마디로 맞받아치는 성종의 말을 참을성이 개미 눈꼽 만큼도 존재하지 않는 주제에 묵묵히 들어주던 호원이 혀를 끌끌 찼다. 15년 내공의 팀 플레이를 자랑하는 무서운 녀석들이니 저렇게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김성규는 말로써 협박을 들먹이고, 남우현은 몸으로써 위협을 가했을게 안봐도 뻔했다. 정상인의 범주에서 심하게 엇나간다고 해서 내가 너를 너무 과대평가했구나. 이렇게 어리고 약한데. 불쌍한 것. 저를 향해 이를 바득바득 가는 두 형들에게서 받는 심적인 고통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해 귀여웠던 볼살이 쭉 빠진 것 같이도 보였다. 동공이 떨리는 것을 감추지 못한 채 현성 레이더를 발동시키는데에만 온 기력을 쏟고있는 성종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호원이 말했다. 형이 이프X 하나 더 사줄게. 가자. 싫어요, 저 레몬사탕 3개만 사주세요. 아침 점심 저녁으로 먹게. 개ㅅ... 알았어. 일단 가자.
아침 점심 저녁으로 먹겠다는 성종의 말을 믿는게 아니었다. 그 세 끼 분량의 사탕들이 이미 성종의 입 속에서 도로록 도로록 굴려지고 있었다. 이성종, 누가 개성열 동생 아니랄까봐 척추에 빨대 꽂고 등골 빨아먹는 실력이 제법이다. 세 개만 산다는 자식이 그 약속을 지가 죽고 못사는 그 놈의 별들에게 내팽겨치기라도 했는지 두 손이 가득 차고도 넘칠 정도로 사탕들을 쥐어왔더라. 불과 몇 분 전에 불안감에 사로잡혔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성열이네 명느님 앞에 레몬 사탕들을 내려놓으며 20개 계산이요. 라며 뻔뻔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기까지 하더라. 순식간에 가벼워진 자신의 체육복 주머니가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성종과 함께 벤치에 앉아있던 호원이 허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형의 허무한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탕 때문에 욕심 많은 햄스터처럼 볼이 울퉁불퉁해진 성종은 쉴새없이 조잘대고 있었다.
"성규 형과 우현이 형 덕분에 매일 뛰어다니다 보니까 달리기 속도가 늘었나봐요." "그런 것 같더라. 아까 니가 내 음료수 쌔볐을 때 누군지도 몰랐어, 처음에는." "이번에 100m 달리기 기록을 쟀는데 체육 선생님이 체대 갈 생각 없냐고 하더라구요. 잘 모르겠어요. 장래를 정하는건 너무나도 어려운 것 같아요. 아직 저는 어리고 꿈은 넘쳐 흐르는데 왜 한 길만을 꼭 파고 들어야할까요? 저는 그런 굴삭기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은데! 자랑은 아니지만 제 자신이 워낙 여러 분야에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다 보니까 이렇게 또 조심스러워지더라구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신중해져야겠죠. 저를 위해서.. 건배! 이 열려있는 청춘을 위하여!"
성종아, 내가 보기에는 너는 시인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 정말요? 기뻐요, 형. 촉촉한 눈빛으로 허공에 대고 술잔을 들고 헐리우드 액션을 취하고 있던 성종이 입가에 미소를 걸치며 대꾸했다. 하지만 니 시들이 수능에 나오게 된다면...... 그건 모든 수험생들에게 재앙일거야. 왜냐면 너 같은 돌아이에게서 태어난 시적 화자의 심경 따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까.. 호원은 마지막 말을 애써 삼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의 말에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성종에게 레몬 사탕 하나를 까주며 말했다. 그냥 더 먹어. 너는 입 다물고 있을 때가 제일 예뻐......그러니까 닥치고 있어. 다시 또 마지막 말을 목구멍 아래로 고이 접어넣으며 호원이 성종의 입에 사탕 하나를 더 넣어주었다. 그리고 더 확실한 방법을 위해 성종의 입이 채 다물어지기도 전에 하나를 더 추가해주는 센스까지 발휘해주었다. 호원이 무슨 마음을 먹고 자신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어주는지 알리가 없던 성종는 그저 이제는 6개가 된 사탕들을 입안 가득 품고 있을 뿐이었다. 바로 그 때 였다. 호원의 체육복 바지 주머니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똑똑이폰이 제 입 속에서 혀로 레몬 사탕들을 열심히 저글링하던 성종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과연 보라돌이라는 별명에 알맞게 칠이 다 벗겨졌는데도 보라색 케이스 하나에 집착하고 있었다.
"헝, 케이흐 바꾸 애가 외이 안아써혀? 성구병쉰이라눈 마도 이싼아여. 예 꺼스 보애고 새 거스 마이하은 그언 바암지칸 자thㅔ루 히하기르 어 성조이는 바아 뿌이구요." [형, 케이스 바꿀 때가 되지 않았어요? 송구영신이라는 말도 있잖앙요. 옛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이하는 그런 바람직한 자세를 취하기를 저 성종이는 바랄 뿐이구요.] "....뭐라는거야? 성규병신? 야, 아무리 김성규가 짜증나도 그렇지. 형한테 병신이라니... 너 패기가 아주 갑이구나." "아이, 으에 아이구요. 보아색 보아색 케이흐! 치르 다 버껴져짠하요! 아나내보이이까 여거 가따 허이라그여. 그이고 헤가 와 헝 아페서 헝규 헝 역하게써요! 션해주꺼 후언이 아눈데!" [아니, 그게 아니구요. 보라색 보라색 케이스! 칠 다 벗겨졌잖아요! 가난해보이니까 이거 갖다 버리라구요. 그리고 제가 왜 형 앞에서 성규 형 욕하겠어요! 전해줄꺼 뻔히 아는데!] "뭐? 보아 새끼..? 김성규도 모자라서 이제는 뜬금없이 보아 여신님까지 들먹여? 나 점핑보아 1기였는데..." "보아색이아고! 이 엉청아!" [보라색이라고! 이 멍청아!]
저 형은 고막에 벌레 물렸나? 왜 이렇게 말을 못알아쳐먹어! 아오! 네이티브 스피커가 하는 한국말을 한국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성종이 답답한 마음에 가슴팍을 팡팡 쳐댔다. 가장 큰 이유가 레몬사탕 6알의 버프를 고스란히 받아 감성변태에서 발음호구로 거듭나게 된 자신 때문이라는 걸 성종은 전혀 예상 조차 못했다. 매일 밤마다 목욕재개를 하고 가부좌를 틀어앉아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가질 정도로 마인드 컨트롤을 중요시하는 성종이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안되는 이 상황에서는 요 발칙한 마성종도 별 수 없었다. 레몬 사탕 하나 하나를 입속에서 정성스럽게 도로록도로록 굴려서 끝까지 빨아먹는 평소와는 달리 신경질적으로 6개를 오도독오도독 씹어먹어버린 성종이 도끼눈을 뜨고 제 눈에서 자꾸 아른거리는 보라색을 향해 거침없이 손을 뻗었다. 이 드럽게 거슬리는 케이스 따위는 오늘부로 제가 접수하겠어요. 승질이 뻗쳐서 증말. 그 때까지도 호원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채로 어울리지 않게 거친 용어를 내뱉으며 제 폰을 낚아챈 성종이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봐요. 이렇게 수줍은 맨살을 드러내니까 얼마나 보기가 좋...응? 이제서야 정체를 드러낸 반질반질한 하얀 몸뚱아리 뒷면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성종이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제 얼굴을 들이밀었고 그제서야 호원은 자신이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를 최악의 상대에게 들켰음을 체감했다. 못이라도 박힌 듯 세 사람의 얼굴이 담겨있는 스티커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성종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어? 동우 형이다. 형, 동우 형이랑 친해요?" ".....어? 어.."
다행히 누가 봐도 동우가 주인공으로 보이는 사진을 핸드폰 위에 은밀하게 보관한 사실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는 성종 덕분에 호원은 굳어있던 몸을 겨우 풀 수 있었다. 아, 괜히 걱정했네.. 는 개뿔. 내가 왜 애초에 걱정이라는 걸 하고 있는거지? 그냥 평범한 사진일 뿐인데. 왜인지 모르게 굉장히 안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호원이 고개를 갸웃거린건 바로 다음 일. 엥, 그나저나 쟤는 짱똥을 왜 이렇게 친근하게 불러? 명색이 지역구 일진느님이신데 무슨 동네 형 부르듯이. 성종은 심지어 그 사진을 제 새끼 다루듯이 어루만지며 '동우 형, 곱네요. 해당화처럼 화사하게 핀게.' 따위를 지껄이고 있었다. 다 된 오글에 닭살까지 끼얹는 성종을 바라보던 호원은 정체 모를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자꾸 머리를 들이밀고 기웃거리는 자신의 궁금증을 결국에는 입 밖에 꺼내어놓았다. 그게 자신의 멘탈을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에 강제 관광을 1박 2일로 보내주는 결정적일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전혀 모르는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밝았다. 성종이 너는 동우 어떻게 알아? 호원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성종이 대답했다.
"사겼던 사이에요."
아, 그래. 사겼던 사이. 뭐.....? 농담인가 싶어 성종의 표정을 재빨리 살폈지만 자신의 반응에 머쓱한 듯 제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제 친구 동생의 눈은 진지했다. 눈 앞이 캄캄해진다는게 이런 기분이었구나. 제 입이 동네 바보 형처럼 크게 벌어진 것도 모른 채 호원은 그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하며 성종의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호원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반응이었으니까. 요즘에 가장 친하다고 손꼽을 수 있는 제 친구가 알고보니 성적소수자였다는 것에 한 번, 그 친구의 엑스 보이프랜드가 알고보니 제 지인이었다는 것에 한 번 더, 이렇게 두 번의 충격을 한꺼번에 뙇 선사받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물론 내 주위가 에브리바디 게이 천국 같은 필이 충만하긴 하다만.. 짱똥까지... 아... 형, 지금 제가 남자랑 교제해봤다는거에 놀란 가슴 쓰다듬고 계시는거에요? 성종이 조심스럽게 호원의 안색을 살폈다. 하얘졌다가 붉어졌다가 시퍼래졌다하는게 사람의 얼굴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묘기라도 관전하고 있는 것처럼 다채롭고 흥미로웠지만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아, 저런 표정 본 적 있는 것 같아. 쭈쭈바를 빨아먹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사촌동생 대열이가 초록 사이트창을 키자마자 헤드라인에 떠있는 [전지현 결혼 발표] 기사 제목을 보고 저런 얼굴을 했었지, 아마. 쭈쭈바가 처량맞게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던 그 때의 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 것도 같았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양성애자에요. 저는 어렸을 때 부터 항상 생각했었어요. 저 같이 희소성 있게 아름다운 생명체를 독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하나의 성별만이 가질 수 있다는건 하늘의 농간이라구요. 어느 날 밤하늘과 망원경으로 교감을 나누고 있었을 때 북극성이 제게 반짝이며 말을 걸었어요. 성종아, 성별은 거추장스러운 이름의 한계일 뿐. 너 자신을 양껏 뽐내. 그 상대가 누구던지. 마치 나처럼 반.짝.반.짝 빛나줘. 트.윙.클.트.윙.클." "......너말고 장동우." "어? 동우 형 게이인거 몰랐어요?"
전혀... 그러고보니 동우와 알고지낸 지난 한달동안 동우와 여자에 대한 은밀한 토크를 노났던 적이 없었다. 심지어 후천적 게이인 나무 새끼와는 오고 가는 usb 속에서 우정을 싹 틔웠는데.. 그리고 지금은 명느님 앓이ing 중인 개성열과도 아침 버스에서 본 예쁜 여고생에 대해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것을 시작으로 친해졌었다. 그런데 동우는 그 흔한 야동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xx 염색체를 가진 생물이라고는 꽃잎이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혹시 뼛 속부터 게이..? 동우가 그 말로만 듣던 뿌리 깊은 게이..? 자꾸 머릿 속을 파고드는 의구심에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남자 포스를 내뿜고 있는 호원을 멀뚱멀뚱 쳐다보던 성종이는 아차 싶은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졸지에 동우까지 강제로 아웃팅을 시켜버린거다. 제 실수를 깨닫고 입을 꾹 다문 성종은 그저 제 옆에 앉아있는 형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빴다. 에그머니나, 이 형 진짜 몰랐나봐. 친해보여서 그냥 말한건데. 현성 잤잤설의 시초가 되었던 것 뿐만 아니라 전남친의 비밀까지 매너없게 까발리게 된 성종에게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울리는 수업 종소리는 구세주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전 이만 총총. 동시에 벤치에서 빠르게 엉덩이를 일으킨 성종이 약수터에서 새벽 운동을 나가는 아줌마에 빙의한 듯 발을 놀려댔다. 여기다 앞뒤로 번갈아가며 박수를 치면 더욱 완벽했겠지만. 위기감에 사로잡혀 평소의 이미지 관리 따위 지구 내핵 속으로 파묻어버린 성종의 그 방정맞은 뒷모습을 초점없이 바라보던 호원의 머릿 속에는 딱 하나 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장동우=게이=이성종 전남친, 장동우=게이=이성종 전남친, 장동우=게이=이성종 전남친, 장동우=게이=이성종 전남친. 아아악! SEE BIRD! SEE PEARL! SEE BULL! 4교시 시작 종이 친지 얼마 되지 않아, 회초리와 교과서를 팔 옆에 끼고 복도 위를 느리게 걷던 탈레반 수학 선생님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정체 모를 욕 3종 세트에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는 일화는 그 후 무한남고 2학년 사이에서 웃지 못할 풍문으로 남게 되었다.
-
오늘도 먹고 똥만 싸는 기계들에게 일용할 양식들을 지치지 않고 양껏 퍼담아주시는 급식 도우미 아줌마들에게 미소로 화답한 성열이 이미 자리를 잡은 채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있는 제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아잌, 오늘 햄 나왔어. 호원아, 너 많이 안먹을거지? 나 줘. 평소 같으면 꺼져, 다 쳐먹을꺼야. 식판까지 씹어먹을꺼야. 라며 치고 나올게 분명한데 호원은 아무리 이리 찌르고 저리 건드려봐도 뜨끈미지근한 반응만을 보일 뿐이었다. 그래, 가져가라. 심지어 햄까지 제 식판에 옮겨준다. 익숙치 않은 친절에 급하게 삼킨 밥알이 목에 걸려 켁켁 거리던 성열이 성규의 앞에 놓인 물을 마시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휴, 살 것 같다. 아잌, 호원이 무슨 치매라도 걸렸니? 왜 안하던 행동을 하고 그래. 물을 다시 떠오라며 도끼눈을 뜨고 컵을 제 쪽으로 자꾸 내미는 성규를 가볍게 무시한 성열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병신, 치매는 너겠지. 방금 쳐들은 내용을 바로 까먹는 너만 할까? 금붕어도 너보다는 낫다. 조용하지만 빠르게 식판을 비워나가던 우현이 나름 진지한 얼굴로 '이성열 치매설'을 제기했다. 일일 시트콤에서 나오는 한 장면 같은 상황을 관전하고 있던 동우에게도 오늘의 호원은 이상하게 보였다. 미간을 찌푸려 남자다운 이목구비에서 풍겨져나오는 카리스마가 배는 되어 보였지만 젓가락으로 국을 떠먹고 있는 행동은 상병신이나 다름 없었다. 호원은 사실 제 입에 국이 들어가는지 쇠젓가락이 들어가는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제 앞에 있는 장동우만 보일 뿐. 속으로는 끊임없이 육두문자를 염불 외듯 중얼거리며 몇 번이나 입을 달싹이던 호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저기, 동우야, 너 ... 게..." "응? 게, 뭐?" "....게살버거 좋아하니?" "아핰핰핰! 완전 뜬금없어. 먹어본 적은 없는데 스폰지밥에서 나오는거 보면 탐나기도 해."
게이냐고 직격탄을 날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입 밖에서 나오는 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음식 취향을 묻는 질문으로 둔갑해있었다. 이런 see bird! 게살버거 나도 안쳐먹어봤다고! 그딴거 필요 없다고! 입이 달렸는데 왜 말을 하질 못하니! 자신의 입을 휘모리 장단에 맞춰 빠르게 구타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던 호원이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두번째 질문을 준비했다. 체험 삶의 현장이 아니라 체험 멘붕의 현장에 강제로 일일 출연을 시킬 뻔했던 그 말을 직접 입에 올리려니 게살버거 따위를 들먹일 때 보다 훨씬 입이 바짝 말라오는 것을 느꼈다. 에라, 모르겠다.
"동우야, 너... 너 말이야." "응, 또 뭐?" "너..... 너... 이성... 이성...이성...이성ㅈ....이성열이 얼마나 등신 같은 줄 알아? "어? 아핰핰핰! 뭐?"
이번에 수학 쪽지 시험 8점. 야, 이성열, 내가 객기 부리지말고 그냥 다 찍으라했지. 왜 괜히 풀려고 노력해서 저따구로 점수 받아. 넌 풀면 안된다니까. 우현이 떠다준 물을 호로록 마시던 성규가 성열에게 무심하게 시선을 던지며 한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갑자기 공개된 자신의 시험 점수에 어안이 벙벙해진 제 친구를 한번 쓰윽 바라본 호원은 아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구강 구조가 '이성종'이라는 단어를 발음을 못하게 바꼈나보라고 생각했다. 안그러면 이렇게까지 입 밖에 꺼내는게 힘들리가 없지. 시벌세벌네벌! 이건 무슨 볼드모트도 아니고. 성종이 마치 이름을 부르면 안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기분에 사로잡힌 호원이 저도 모르게 성열에게 신랄한 디스를 날렸다. 햄을 누구보다 빠르게 비트 위의 나그네처럼 흡입하다가 얼떨결에 봉변을 당한 성열의 안색이 급속도로 썩어들어갔다. 아잌, 개새끼가 햄 조금 준거가지고 지금 유세 떠는거야? 니가 음식이라는걸 노나줄 때부터 알아봤다! 이보다 치사할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성열에게 딱 개미 눈꼽만한 크기의 죄책감이 생긴 호원이 애써 제 친구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려 노력했다. 아핰핰핰핰! 입을 크게 벌려제키고 언제나처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웃음소리를 뽐내고 있는 동우에게 다시 시선을 고정시킨 호원의 눈에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멘탈 습격의 여운이 남아있었다. 장동우는 이성종에게만 저렇게 웃어주던 시절이 있었겠지. 오직 이성종에게만! 디스 이스 포유 베이베를 느끼하게 중얼거리며 성종에게 흰 이를 드러내고 웃는 제 친구의 얼굴이 머리 위로 둥둥 떠다님과 동시에 호원이 매섭게 눈을 치켜떴다. 아, 빡쳐! 왜 빡치지? 여튼 빡쳐! 인터넷이 끊겼을 때와 비슷한 강도의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던 호원이 갑자기 숟가락으로 미친듯이 밥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이게 다 이성종 때문이다. 아까 내 돈을 탈탈 터는 한이 있더라도 그 입구녕에 레몬 사탕을 12개는 더 쳐넣어줘야 했어! 우현아, 가자. 이제는 으깨지다 못해 떡으로 완벽 변신을 끝마친 호원의 밥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성규가 우현을 향해 말했다.
"김성규! 아직 가지말고 이리 와봐." "뭐야?"
무언가가 생각난 듯 갑자기 호원이 식판을 든 채 우현과 나란히 자리를 뜨는 성규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속닥속닥. 호원이 제 귀를 잡아끄는 순간에도 뭐 이런 미친 놈을 보겠다는 듯 무심하기 그지 없는 표정만을 고수하고 있던 성규의 눈에 갑자기 이채가 서렸다. 남기사 출동! 네, 사모님. 평소 같으면 가운데 손가락을 한 일곱번 쯤 날려줄 정도로 별 같지도 않다고 생각했던 우현과의 상황극에까지 적극적인 태도로 임한 성규가 빠른 걸음으로 식판을 들고 내달렸다. 그에 원 플러스 원으로 딸려 팔리는 것 처럼 우현이 따라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 힘찬 뒷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바라보고 있던 호원의 눈은 보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실은 점심 시간에 체육 창고에서 핸드폰 게임이나 하고 있어야겠다고 성종이 흘리듯 말한 것을 고대로 전해주었다. '성규병신'이라고 읊조린거까지도 다. 뭐, 물론 그건 어려운 말 쓰기 오지게 좋아하는 이성종의 객기 섞인 사자성어 중 하나로 밝혀졌지만, 내가 들은건 성규병신이었으니까 그게 그거지. 자신의 귀가 오류를 범한 걸 가지고 잘못된 사실까지 그대로 고자질한 호원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뿌듯함도 섞여있었다. 자신에게 자꾸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성열과 동우를 보며 미소를 지어주는 여유까지 보였다. 지상에서는 김성규 남우현 크로스가 성종이 죽고 못사는 그 별님들 모음집보다도 백배 천배는 막강할테니 조금은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아무쪼록 잘가라, 이성종. 이제서야 숟가락을 들고 국을 퍼먹기 시작한 호원이 한결 편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꺼 콩나물국 간이 유난히 잘된 것 같네? 햇병아리 커플의 손 아래에서 지져지고 볶아지고 간까지 쳐질 성종을 기리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