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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명현 전체글ll조회 863l 14



“아……. 머리아파.”

끙.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잠에서 깬 백현은 눈을 비볐다. 기지개까지 시원하게 키고 난 백현의 눈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로션이었다. 그 다음 보인 것은 전방의 화장대, 그 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거울에 비친, 알몸의 변백현. …잠깐. 알몸의?

“…?!”

백현은 나오려는 괴성을 간신히 틀어막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게, 이게 뭐야?! 이제야 조금 정신이 돌아온 백현의 눈에 펼쳐진 것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처음 보는 방 구조, 처음 보는 벽지, 처음 보는 가구들. 그리고 제 옆에는…….

“누…누구세요…….”

처음 보는 남자. 역시나 벗고 있는. 이불로 가려져 상체밖에 보이지 않았고 등을 돌리고 자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백현이 아는 사람 중에 이런 헤어스타일에, 이런 몸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백현은 이 상황이 대체 어찌 된 상황인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어제 뭘 했더라.

‘여자 꼬실 거야!’

‘뽀뽀. 뽀뽀 해 주세요-’

‘애기야.’

‘다른 건 더 잘 하는데.’

“…헐.”

백현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생각이 잘 나진 않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과 지금 제 몸의 상태로 봐선, 한 거다. 이건, 틀림없이 한 거다! 백현은 머리가 하얘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그……. 말로만 듣던 원나잇을 한 건가? 처음 보는 상대랑? 그것도 여자도 아닌 남자랑?

“…엄마.”

내가, 남자랑 잤어요. 백현은 입에 손을 가져다댔다. 외마디 비명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허리가 굉장히 아픈 것도 같고…….

“…….”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야 해. 가까스로 정신줄을 잡은 백현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백현은 재빨리 주위를 스캔해 제 속옷과 옷을 주워들었다. 지갑, 핸드폰. 다 있네. 제비 같은 나쁜 족속은 아니었는지, 지갑과 지갑에 들어 있던 백현의 돈에는 이상이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백현은 마지막으로 제 모습을 대충 점검한 뒤 순식간에 방에서 빠져나왔다. 드문드문 기억나는 기억의 조각들로 봐서 제가 먼저 들이댄 것 같으니 호텔비는 제가 계산해야겠다고 까지 생각한 백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

“으음…….”

오전 12시가 다 되어서야 간신히 잠에서 깬 찬열은 무의식적으로 침대를 더듬었다. 그런데 찬열이 기대했던, 원나잇을 했다면 당연히 느껴져야 할 ‘사람’의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감촉은 느껴지지 않았고 찬열은 눈을 번쩍 떴다. 뭐야!?

“없어.”

없어. 없어. 없다고. 찬열은 아연해졌다. 여태까지 했던 상대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끌렸던 상대가 옆자리에 없었다. 찬열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일어나 주변을 쥐 잡듯이 뒤졌지만 어젯밤을 같이 보냈던 상대에 대한 단서는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널부러진 제 옷가지들과 콘돔만 아니었다면 어젯밤 그 일이 꿈이었다고 해도 믿을 판이었다.

“…뭐야?”

정말 오랜만에 이성을 잃을 정도로 좋았던 기억이었다. 감촉도, 느낌도, 얼굴도, 하다못해 신음소리까지 완벽했는데. 어떻게 그랬던 나를 두고…….

“날 따먹고 튀었어!”

따먹은 건 나지만 어쨌든. 난 지금 먹튀를 당한 거라고! 여태껏 원나잇은 많이 해봤지만 그 다음 날 아침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대는 처음인 찬열은 황당했다. 아니, 그런데 왜 그 처음이 하필이면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상대냐고…….

“씨발…….”

찬열은 이를 부득 갈았다. 솔직히 말하면, 사귈 의향까지도 있었던 상대였다. 얼굴도 딱 제 취향이고, 귀엽고, 목소리도(신음소리도), 반응도, 전부 다 그냥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상대를 제정신인 상태로 말 한 마디 못 해보고 놓쳤으니, 찬열은 속에서 천불이 났다. 자존심도 상했다. 나름 실력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홀랑 도망가 버리다니. 괜히 죄없는 이불만 쥐어뜯던 찬열은 이내 침대를 팡 내리쳤다.

“내가 찾으면 되지.”

이 근방 클럽이란 클럽과 고등학교는 찬열이 다 꽉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흔한 얼굴도 아니었으니, 조금만 캐보면 분명 나올 것이다. 만나면 어떻게 해줄까. 그냥 확 덮쳐버릴까. 백현이 대학생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 하는 찬열이 씩 웃었다.

.

“야! 너 어제 어디 갔었어!”

숙취도 제대로 하지 못 한 채 파리한 얼굴로 강의실에 들어온 백현은 들어오자마자 종인에게 들들 볶여야 했다. 백현은 그런 종인을 힘없이 툭툭 쳤다. 형아가 지금 상태가 좀 별로시니까 있다 얘기하자.

“아, 진짜!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 화장실 간다고 간 애가 증발했으니! 세훈이가 너 찾는다고 진짜…….”

“아 맞다. 세훈이.”

그제서야 세훈이 떠오른 백현이 아, 하고 중얼거렸다. 문자라도 해 줬어야 했는데. 제가 없어진 것을 알고 욕을 아웃사이더마냥 하며 클럽을 쥐 잡듯이 뒤졌을 세훈이 눈에 선했다. 종인은 너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라며 백현에게 따따따따 잔소리를 해댔다. 그런 종인이 귀찮은 백현은 손바닥으로 종인의 얼굴을 밀며 세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쯤이면 학교일 텐데. 잠깐 망설이다 이내 문자를 보낸 백현이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놨다. 나중에 알아서 확인하겠지, 뭐.

“와, 귀신이네.”

그러나 백현이 책상에 휴대폰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울리는 전화에 종인이 한마디 했다. 휴대폰을 아주 끼고 사는구나. 지금 쟤 수업시간 아니냐? 백현은 짧은 한숨을 내쉰 후 폰을 들었다. 네에, 여보세요…….

[형!!!!!!!!!!!!!!!!!!!!!!!!!!!!!!!!!!!!!!!!!]

“어, 세훈아…….”

[형!!!!!!!!!!!!!!!! 어제 어디 갔었어요!!!!!!!!!!!!!]

“아, 그냥 잠깐…….”

[내가 형 찾는다고 그 넓은 데를 진짜 몇 번이나 돈 줄 알아요? 형 진짜 그러는 거 아니…….]

오세훈!!!!!!!!!!! 세훈이 말하고 있는 도중 들려오는 성인 남자의 목소리에 백현은 폰을 귀에서 살짝 떨어뜨렸다. 설마 세훈이, 수업시간에 전화를 건 건 아니겠지……. 쎄 한 기운에 백현이 나중에 내가 다시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끊기 직전에 들려오는 폰 당장 이리 갖다 내놓으라는 외침은 애써 착각이겠지 하고 넘기면서.

“그래서, 어제 뭐 했어?”

“아… 뭐… 그냥…….”

“설마, 너…….”

“설마 뭐.”

“잤냐? 여자랑?”

손으로 입을 가리며 조용히 물어오는 종인에 백현은 움찔했으나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여자랑 안 잤는데?!

“에이…….”

“하…하하.”

백현이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자 의심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떴던 종인이 이내 쳇 하고 고개를 돌렸다. 난 또 뭐 별 거 한 줄 알았네.

“벼, 별거, 뭐!”

“근데, 생각보단,”

“…어?”

“괜찮아 보이네.”

“…….”

“…안색은 별로지만.”

그래? 어제 제대로 잠도 못 잤는데. 제 얼굴을 손으로 한 번 쓱 훑은 백현이 킁,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그 때부터 오늘까지 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다. …나, 욕구불만이었나? 때마침 들어오는 교수님에 백현은 이내 생각을 접고 펜을 손에 쥐었다.

.

“너는 임마! 수업 시작했는데 그렇게 큰 소리로 통화를 하냐?!”

“진짜 중요한 전화였단 말이에요…….”

“악!!!!!!!”

담임이 교탁을 팡팡 쳐가며 세훈에게 지청구를 먹이고 있을 때, 저 뒷자리에선 느닷없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담임은 그 얼굴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대체 무슨……. 교권 하락이 이런 걸까. 내가 진짜 학교를 그만두든지 해야지. 숨을 흡 들이쉰 담임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박찬열!!!!!!!!!! 너 이리 나와!!!!!!!!”

.

“박찬열, 미쳤냐? 왜 거기서 소리를 질러?”

“아, 진짜 아무도 모른다잖아.”

찬열은 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털었다. 간신히 압수를 면하는 대신 깜지 10장을 하사받은 찬열의 손에는 핸드폰이 쥐죽은 듯 쥐여 있었다.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아니 그냥 간밤의 그 남자에 대한 단서가 하나도 손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이 근방에 고등학교란 고등학교는 전부 다 뒤졌는데, 강아지같은 인상에, 눈웃음이 이쁘고……, 눈꼬리가 쳐지고. 하여튼 제가 본 백현의 모습을 전부 다 자세히 설명해 봐도 날아오는 사진들에는 그가 없었다. …중학생인가? 설마. 찬열은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다못해 이름이나 나이라도 알아야 좀 어떻게든 해 볼 텐데. 이걸 어떻게 찾아. 우리가 무슨 FBI도 아니고.”

“너희들도 봤잖아! 뭐 생각나는 사람 없어? 발 넓은 사람이라든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엔 니가 제일 발이 넓어요, 이 사람아. 아니면 어제만 잠깐 놀러온 사람 아니야? 별로 클럽에 자주 오는 사람 같진 않던데.”

“설마……. 아닐 거야. 아니라고.”

최악의 경우 외국에서 잠깐 들른 사람이라거나, 차악의 경우 다른 지방 사람이라거나. 아, 짜증나. 찬열은 죄없는 핸드폰만 꽉 쥐었다 폈다 했다. 그러나 찬열의 그런 바람과는 상관없이, 찬열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백현의 머리카락 한 올 볼 수 없었다.

.

“흐아아아암.”

종인이 찌뿌둥한 몸을 쭉 피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클럽에 한 번 다녀온 이후, 백현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웃을 때면 잘 웃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가끔 멍하니 뭔갈 상상하다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지만. 헤어진 당일 펑펑 울던 백현과는 사뭇 다른 멀쩡한 백현의 모습에 종인은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그 여자한테 백현이 했던 걸 보면 진짜 근 두 세달, 길면 한 반년동안 정신 못 차리고 눈물로 밤을 지새울 줄 알았는데.

“아, 종인아. 나 오늘 세훈이 만나기로 해서 먼저 갈게. 너 또 클럽 같은 데 가지 말고 곧바로 집에 가라?”

“엉. 알았어. 잘 가.”

귀찮은 듯 손을 휙휙 저은 종인이 들고 있던 책을 얼굴에 덮었다. 나른한데 잠이나 잘까. 백현은 그런 종인을 향해 살짝 눈을 흘긴 다음 가방을 챙겼다. 지금쯤이면 세훈이 학교 끝났을 시간인가?

“음.”

약속 시간은 5시인데 수업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 지금은 3시 50분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백현은 원래 약속 장소인 카페가 아닌 세훈의 학교로 가서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세훈이 좋아하겠다. 살짝 웃은 백현이 경쾌하게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

“나올 때가 됐는데…….”

현재시각 4시 25분. 백현이 세훈의 학교에 도착한 지 15분 남짓이 흘렀고, 학교에서 7교시가 마쳤음을 알리는 멜로디가 나온 지도 5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멜로디가 나옴과 동시에 튀어나온 학생들도 있었고, 여전히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우르르 나오고 있었는데 그 중에도 여전히 세훈은 없었다.

“설마 먼저 간 건 아니겠지.”

그 때 수업시간에 통화한 일로 일주일동안 폰을 뺏겼다며 집전화로까지 백현에게 전화해서 백현에게 칭얼댔던 세훈에게 어쨌든 연락 못 한 건 미안하기도 했고 겸사겸사 밥을 사주기로 한 백현은 세훈에게 전화해 볼 수도 없는 이 상황에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얼마만의 고등학교란 말인가. 백현에게 고등학교란 졸업한 지 한참-이래봤자 2년이지만-인, 새파랗게 어린 아이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왜 주눅이 드는 걸까……. 약간 쫄은 백현은 교문에 기대어 서서 핸드폰만 바라보던 눈을 거두고 세훈도 찾아볼 겸 나오는 학생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발육도 좋네.”

한창 클 나이라지만, 지나가는 학생들 중 저보다 키가 커 보이는 학생들이 꽤 많아, 백현은 쳇 하고 궁시렁거렸다. 그 때였다.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지더니 진짜, 지금 당장 모델을 해도 될 것 같은 남자애 하나가 왁자지껄 떠들며 무리들과 학교건물에서 나왔다. 백현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그 남자를 쳐다봤다. 우와. 잘생겼다. 키도 완전 커.

“아니, 강아지 닮았다, 같은 거 말고! 좀 객관적인 거! 이를테면 체형이라든가! 키라든가!”

“그냥 포기하라니까? 일주일이면 이미 늦은 거야. 이 근방 고등학교 다 찾아봤잖아! 그것도 박찬열 너님께서 친히!”

“도경수 닥쳐라, 어? 그러니까 키는 딱, 어, 그래! 딱 저만……. …어?”

시끄럽게 떠들며 나오던 그 모델 같은 아이의 손가락이 정확히 저를 가리켰고, 그에 살짝 당황한 백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데 그런 백현을 본 남자아이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눈이 똥그래진 남자아이는 마치 제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두어번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기도 하고, 제 눈을 막 비비기도 했다. 왜… 왜 저래……. 영문도 모르고 덩달아 눈을 깜빡인 백현이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시발…….”

“…….”

요, 욕했어? 백현은 힉,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아까부터 영 심상치 않은 반응이었는데, 이젠 제 눈을 똑바로 보고 욕까지 한다. 백현은 이젠 정말 진지하게 도망쳐야 하나를 고민했다. 지, 지금 도망치면 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백현이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채 정리하기도 전, 남자아이는 가뜩이나 커다란 눈을 더 부릅뜨고 백현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 아니, 저기 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던 백현은 끝내 찬열에게 손목을 붙들렸고, 백현의 머릿속에는 역시 아까 눈이 마주쳤을 때 도망쳐야 했다는 생각만으로 가득 찼다. 어, 어떡해. 뭐야, 나한테 왜 이래……!

“찾았다…….”

“저,저기……. …네?”

“찾았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저기, 저한테 왜 그러세요…….”

교문 앞에서 앞뒤 잴 것 없이 백현의 손목을 질질 끌어 가까운 카페로 들어온 찬열은 너무 좋아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꽉 쥐었다. 와, 시발 진짜 신은 있었어. 이렇게 우연히 찾을 줄이야. 감격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어디 도망갈세라 자리도 일부러 구석으로 잡은 찬열이 백현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저기요……. 제가 지금 약속이…….”

와, 목소리도 완전 내 취향이야-신음소리와 술에 취해 한껏 올라간 소리밖에 들어보지 못했으므로-. 백현의 말을 듣고는 있었으나 내용은 귓등으로도 듣고 있지 않은 찬열은 그저 제 앞에 자리한 백현을을 감상하고 있었다. 밝은 곳에서, 똑바로 보는 (제정신인)백현은 그 때 그 날 밤보다 백배는 더 좋았다. 진짜 우리는 운명일 거야. 어떻게 이렇게 하나부터 백까지 내 취향일 수가 있나요. 신이 날 위해 만들어준 선물인가 봐. 여기까지 생각한 찬열은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헐, 어떡해. 완전 좋아.

“저기…….”

“나 기억나죠?!”

“…네?”

이윽고 정신을 차린 찬열이 싱글벙글 웃으며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켰다. 나, 기억 나죠? 그 날 우리 완전 좋았잖아요. 그 쪽 울기까지 했잖아요. 완전 좋아서. 그런데 왜 말도 없이 사라졌…….

“누구……. 신데요…?”

“…네?”

찬열의 싱글벙글 웃던 얼굴이 마치 정지화면을 누른 듯 뚝 하고 굳었다. …예? 방금 뭐라고 했어요?

“잘 모르겠는데……. 제가 혹시 뭐 돈이라도 빌렸나요…?”

“…….”

잠깐만. 이게 무슨 상황이야. 찬열은 손을 들어 얼굴을 쓸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를 기억 못 한다고?

“…저기요…?”

“자, 잠깐만요.”

상황 정리가 필요한 찬열이 백현의 말을 자르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러니까, 내 앞의 이 사람은 그 날 술이 취한 상태였다. 완전히 가서 막 웃고 그랬지. 그리고……. 그리고…….

“필름이 끊겼구나.”

“…예?”

“와. 너무하네, 진짜.”

찬열은 순간적으로 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 부러 더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술김에 했던 섹스라면, 어쩌면 이대로 끝이 날 수도 있었다. 그냥 원나잇 스탠드로. 물론, 찬열이 그렇게 되도록 놔두진 않을 거지만,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백현이 괘씸하기도 했고.

“책임진다면서요.”

“느에?!”

“나 따먹고 도망쳤잖아요, 그쪽이.”

“어, 어……?!”

“난 처음인데.”

라스트 샷, 명중. 확인사살까지 마친 찬열이 속으로(만) 씩 웃었다. 예상했던 대로 백현은 어버버 하며 말을 더듬었다. 어쨌든 그 때 호텔에서 사라졌다는 건 옷을 입고, 호텔비까지 계산할 정신이 있었다는 거다. 나는 기억 못 해도 그건 기억하겠지. 어쨌든 사실이었다. 자신이 처음이라는 것과, 덮친 게 백현이 아니라 찬열이었다는 것 만 빼면. 아, 책임진다고 한 것도. 백현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럼 그 때 그, 그……!”

“난 미성년잔데. 내가 막 안 된다고, 안 된다고 그래도 막, 괜찮다고…….”

“그, 그런 적 없……!”

“진짜요? 그 날 밤 확실히 기억해요?”

아니요……. 백현은 말끝을 흐렸다. 일단 찬열의 말을 덮어놓고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백현이 기억하는 거라곤 조각일 뿐이지 완벽한 기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백현이 기억하는 것 중에는 제가 먼저 뽀뽀해 달라고 했던 것과, 여자를 꼬시겠다고 땡깡부리던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제정신이라면야 꿈에도 못 했을 행동들이었겠지만, 그 때의 백현은 백현이 아니었으니.

“아니, 그건, 그러니까…….”

“제 이름은 박찬열이에요. 그 쪽은요?”

“아니…….”

“그 쪽은요?”

찬열은 싱글싱글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가 어쩐지 사악하게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백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대체 그날 무슨 짓을 한 걸까…….

“변…백현이요.”

“아, 백현……. 백현아.”

스스럼없이 성을 빼고 제 이름을 부르는 찬열에 백현이 고개를 들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제 정신으로 마주한 찬열은 사실, 잘 생기긴 진짜 어디 가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긴 했다. 아, 근데 갑자기 왜 이렇게 덥지. 백현은 빨개진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푹 숙였다. 뭐야, 나?! 왜 두근거려?!

“앞으로 잘 부탁해요.”

“네? …뭘?”

“책임 져야죠. 그럼 우리 오늘부터 1일인가?”

“…에……?”

방긋방긋 웃는 찬열에게 간단히 말린 백현은 뭐라 반박도 제대로 못 한 채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걸 보고 코가 꿰였다고 하던가요, 발목이 잡혔다고 하던가요.

“그럼 우리 첫 데이트는 어디로 갈까요?”

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찬열이 백현을 자리에서 일으켜 팔로 어깨를 감자 백현은 얼굴이 다시금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 뭐야, 나 진짜 왜 이래…….

“…….”

그저 좋다고 헤헤거리는 찬열을 슬쩍 올려다본 백현의 얼굴은 이젠 붉어짐을 넘어 토마토처럼 빨개져 있었다. 나 원래 영계를 좋아했던가? 나 게이였었나? 나 왜 이래?! 정신을 차리고 나서 본 찬열은 사실 저에겐 아까울 정도로-순전히 백현의 관점에서- 잘생겼다. 나, 외모만 보는 속물이었던 건가…….

“완전 좋다!!”

카페를 나서며 왁, 하고 소리친 찬열은 주위에는 아랑곳 없이 백현을 꼭 끌어안았다.(다행히도 백현과 찬열이 카페에 있는 동안 학생들은 모두 학교를 빠져나가 거리는 한산했다) 이젠 내 거다. 절대 안 놔줄 거야.

“제가 진짜 잘 해 줄게요.”

“…….”

“진짜 좋아해요.”

하아……. 살짝 한숨을 내쉰 백현이 주위를 둘러보고 이내 자신들을 신경쓰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찬열을 살짝 마주 안았다. 뭐, 될 대로 되라지. 생각은 애써 그렇게 하지만, 내심 기분이 좋은 백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그리고, 행복한 찬백 밖에는 홀로 외로이 소리치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폰 받아 오는 그 새를 못 기다리나요 백현이 혀엉!!!!!!!!!!!!!!!!!!!!!!!!!!!”

장장 15분동안 나 지금 가봐야 한다고 담임과 싸우던 세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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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하...너무 좋다 진짜ㅠㅠㅠㅠㅠ기다리고 있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필름 끊긴 백현이 ㅋㅋㅋㅋㅋㅋ귀여워 쥬겈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3
찬백행쇼ㅋㅋㄱㅋ배큥ㅜㅜㅜㅜㅜ귀여워죽어요ㅜㅜㅜㅠ세후니는무슨죄야ㅋㅋㄱㅋ
11년 전
독자4
와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먹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론은 행쇼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5
아진짴ㅋㅋㅋ찬백이들두 너무 규ㅏ옂고 세훈이도 넘 귀야워요유엉엉..ㅠㅠ
11년 전
독자6
이렇게 빨리 찾았다니! (심통) 그래도 다행이네요 ㅋㅋㅋ세훈이만 아니였다면 못만났을 둘 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7
이런 역시 찬밷은 운명이엇어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후나미안하지만백현이형은바쁘단당ㅎㅎㅎㄹㄹ
11년 전
독자8
앜ㅋㅋ 기여워옄ㅋㅋㅋㅋ
11년 전
독자9
결국엔 찬백행쇼ㅠㅠㅠㅠ 그와중에 세훈이 불쨩....ㅋㅋㅋㅋㅋ찬열이가 일주일동안 강아지닮은 남자를 찾아다녔는데 뙇 마주쳤네여 ㅋㅋㅋㅋㅋㅋ 달달해여 좋습니다 으흐ㅠㅠㅠ
11년 전
독자10
ㅋㄱㅋㄲㄱ잌ㅋㅋㄱㄱ 찬열이도 백현이도 귀엽고 불쌍한 세훈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백행쇼!!!!!!!!!!
11년 전
독자11
으잉세훈아ㅠㅠㅠㅋㅋㅋㅋㅋㅋ원래커플들이랑은가까이지내는거라니야~~!
11년 전
독자12
진짜진짜 재밌어요 ㅎㅎㅎ 둘이 역할이 잘어울려서 ㅋㅋㅋ!! 암호닉 만일 된다면 진격의 고삼 으로..ㅎㅎ 글 진짜 달달하고 재밌게 잘읽었습니당!!:-)
11년 전
독자13
귀여운 배큥이ㅠㅠㅠㅠ 필름 끊겨서 찬열이가 거짓말을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14
찬백행숔ㅋㅋㅋㅋ불쌍항 세훈이ㅠㅠㅠ나한테로 오라ㅏㅠㅠㅠ
11년 전
독자15
헝헝...책임져!!!!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6
헐 팔불출이다 좋아요 ㅠㅠㅠㅠㅠ백현이 저렇기 좋아하는 찬열이 ㅠㅠㅠㅜ억 좋아요!! 찬백 행쇼 ㅠㅠㅜ
11년 전
독자17
세훈잌ㅋㅋㅋ불쌍..찬백행쇼!!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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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EXO/다각/의학물] 연애버러지들 맛보기33 칸타빌레 05.04 22:50
블락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9 찡긋< 05.0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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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찬백] Bubble Barry Field-B25 이폰 05.04 22:27
엑소 [EXO/카디] 스토커를 조심하세요! 上45 edelweiss 05.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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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EXO/세종] 조용히 눈뜨고 있어도 너만 생각나2 05.0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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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2 자이언트B 05.04 18:40
엑소 [EXO/찬백] 책임져! 下16 명현 05.04 18:25
기타 만우절에 고백했다가 오빠에게 차임 05.04 18:19
기타 꿈얘기를해볼게...많이안야할수도;;ㄷㄷ14 05.04 15:11
기타 승무원 준비하는 커플(동성주의)86 beyond 05.04 18:03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0 매니저 05.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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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모델 [우빈종석] 비 오는 날7 The Sun 05.04 17:22
빅스 [빅스/택엔] Not like the movies 014 KenD4nia 05.04 16:45
블락비 [블락비/태일] 게동 찍으러간 태일이 7,837 05.04 16:31
인피니트 인피니트) 망상글 성규1 05.04 16:31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2 엘총호총남총이.. 05.04 16:25
기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84 쑥갓 05.04 16:24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3 헝거 05.04 16:10
기타 [레즈주으1] 야한게 끌려? 리얼이 좋은데 소설이 판을쳐? 거침없이 ㄱㄱ2121 블랙홀 05.04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