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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雪 전체글ll조회 561l 1

BGM : 오타밍 - 꿈과 벚나무


銀雪.

※원작의 내용을 기반으로 재구성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원하지 않는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아이가 있었다.
스승이 있었다.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어릴 적의 일이었다. 다섯 살 먹은 아이는 상실과 함께 소중했던 추억마저 잃어버렸다. 덕에 그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부모에 대한 기억이라곤 흐릿하게 남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하나 뿐이었다. 덕에 잊지 않은 자신의 토막난 이름은 '긴토키'였다. 찢겨져 나간 성은 한 글자도 기억나지 않은 채 흩어져 사라졌다. 그렇게 아이는 버려진 채로 제 부모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 조차 잃어버린 채로 메마른 전쟁터를 헤맸다.

다섯 살짜리 아이를 오래 보듬어 줄 만큼 인내심 있는 사람은 전쟁터에 흔치 않았다. 머리색과 눈동자 색 탓에 몇몇 양이지사들에게천인으로 오인받아 버림받고 생김새 탓에 천인들에게 내쳐진 아이는 홀로 죽은 이들의 시체를 뒤졌다. 죽은 이는 말이 없었다. 자신을 내치지 않는 이가 죽은 이밖에 없다는 사실에 서러워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는 몰랐다. 평생을 누군가에게 버려지며 살아와 어느덧 버려짐에 익숙해졌다. 이따금 이어지는 전쟁과 전투에 지친 군사나 고향에 제 자식을 놓고 온 양이지사 무리가 아이를 지켜줄 때가 있었으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전쟁은 누군가 죽어가기에 존재하는 곳이었다. 양이지사는 전쟁의 먹이로 변해 부스러졌다. 자신을 지켜주던 이들이 한 달도 되지 않아 죽는 것을 아이는 수 십 번 넘게 보며 자신을 지켜줄 또다른 누군가를 찾아 또다시 죽은 이들을 지나쳐갔다. 스쳐가는 시체 중 저를 받아주었던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아이는 어렴풋이 알았다. 그저 죽은 이의 품에서 혈향 짙게 풍겨오는 칼 한 자루를 꺼내 들어 제 자신을 지키는 것밖엔, 그리하여 살아 남는 것이 아이의 세상에 존재하는 전부였다.

죽은 군사는 먹을 것을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전쟁터엔 칼 맞아 죽은 이도 많지만 병들고 배곯아 죽는 이도 못지 않게 많았다. 수많은 이념과 사상이 충돌해 빚어낸 전쟁은 수없이 많은 잔해를 쌓아놓았다. 그 잔해의 대부분이 피와 시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아이는 금방 깨달았다. 그래서 아이는 '잔해'를 먹고 생을 이어갔다. 회색 먼지와 핏자욱 뒤엉킨 새하얀 머리칼과 붉은 눈의 아이가 여덟 번째로 제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생일을 맞이하던 무렵-아이는 '시체를 먹는 악귀'라 불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스승을 만났다.


"이제부터 당신은 저와 함께 다니는 겁니다. 더이상 전쟁터엔 머물지 않아요."


아이는 꼬박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전쟁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떠오르는 석양과 마주할 수 있었다.

스승은 많은 곳을 떠도는 사람이었다. 그 방랑의 과정에 있어 전쟁터가 없다는 사실에 아이는 비로소 안심했다. 더이상 '생존'이 아닌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아이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살기 위해 먹는 핏물 흐르는 누군가의 살점이 아닌 진짜 음식을 맛봤고 죽은 이의 봇짐을 뒤져 꺼낸 주먹밥이 아닌 스승이 건넨 밥 한 덩이로 배를 채웠다. 같은 밥이었음에 그 맛은 달랐다. 일주일 간 스승의 손에 이끌려 걸어간 곳에선 더이상 전쟁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하늘은 푸르렀고 땅엔 연둣빛 풀밭이 평화로이 바람에 흔들렸다. 피비린내 대신 흙 냄새 나고 핏물 고이는 대신 시냇물 흐르는 산 중턱의 야트막한 집이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균열 간 집 마루에 앉아 바라본 풍경은 아름다웠다. 평생토록 처음 본 풍경이었다. 평생토록 처음 맡아본 냄새였다. 평생토록-.


"...감사...합니다."


평생토록 처음 겪어본, 허나 다른 이에겐 너무도 평범했을 '삶'이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터지듯 흘러넘쳤다. 그동안 버림받고 또 버림받았던 마음이 이제야 고통을 쏟아내는 듯 목이 메어 울었다. 상처 가득한 외로움이 미어져 나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는 함부로 울어선 안됩니다. 기쁠 때도, 슬플때도, 고마울 때마저 울어버린다면 진정으로 울어야 할때 눈물 흘리지 못하게 되는 법이니..."


스승의 첫번째 가르침은 아이의 울음소리에 묻혀 조용히 나뭇가지 사이로 사라져갔다.





-


小雪입니다.
銀雪(은설)은 한자 그대로 '은빛으로 빛나는 눈'이라는 뜻입니다.
예상으론 5~6화 분량이 될 듯 싶네요.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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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짱이다
9년 전
독자2
헐..그래서 그 다음은 없나요?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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