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듯 했다 마음을 뒤흔드는 바람.
어느것 하나 온전히 그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부서지고 사라지고 감춰져갔다.
바람이 그치는가 하면 곧 비가 내렸다.
젖어든다는건 그리 썩 좋은 기분이 아니였다.
어쩌면 나 스스로 그 비를 피하려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기분이 이토록 젖어드는건.
그냥 그리 맞을껄 피하지 말고 그리 젖어들껄.
괜시리 피하려다 몸도 젖고 이내 기분도 슬퍼진다.
그 비는 오래도록 내렸다.
그리하여 넘쳐났고 휩쓸렸다.
의지와는 다르게 그리 휩쓸렸다.
그 속은 그리 어두웠다.
눈을 감은건지 뜨고 있는건지도 모를만큼.
그래서 그 휩쓸림속에서 또 한번 길을 잃는다.
부질없음을 느낀다. 그리 찾으면 또 잃을꺼고 또 잃으면 또 찾아 떠나야하는.
바람이 부는듯 했다. 비가 내렸다. 그리고 또 한번 길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