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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igo_94 전체글ll조회 3025l 1

적어도 그 애는 자기 자신 전부를 담아
함께 나눌 만한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었어.


 비밀친구 데이비 中







죽었나? 제 마지막을 기억하지만 이리 멀쩡하다는 건, 아마도 제가 지금 현실에 있지는 않는다는 것 같았다. 머리에서 흐르던 피도 없었다. 살짝 머리가 어지러운 것 말고는, 자신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문득 초등학교에 있을 때 선생님님께서 말씀하신 천국이라는 곳이 생각났다. 항상 천국이 무얼까 생각해왔는데, 혹시 이곳은 천국이려나. 그냥 이 곳이 천국이라고 믿어버리기로 했다. 적어도, 더이상의 아픔은 싫었다.


이곳이 천국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곳에 온 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 전부 나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 그리고 여기서 살던 기간이 지나면 전부 별이 된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사실 한동안 친한 사람도, 의지할 사람도 없어 많이 괴로워했다. 며칠간은 저때문에 슬퍼할 제 형이 생각나 고통스러웠다. 정확히 이곳에 온 지 일주일 정도 뒤에, 자신은 집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났다. 살면서 만나보지 못했던 따뜻한 사람들. 만나봤어도 친해지지 못했던 사람들. 저보다 어린 이들도, 별로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알았다. 상처를 알았다. 괜시리 가슴이 시큰거렸다. 아마 그때의 나는 모두의 상처를 끌어안기엔 너무 여렸나보다 싶었다. 저를 안아주던 제 형이 그리웠다. 안겨서, 안정되고 싶었다.


그때 네게 말을 걸어온 것이 너였다. 참 착한 아이였다. 왜 자살했는지 모를 만큼, 밝고. 아직 모든 것에 서투른 나와 달리 완벽하고. 나와 동갑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너는 내게 동경의 대상과도 다름없었다. 많은 이들과 그렇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어른스레 제게 물어봐주던 모습이. 너와 대화할 때는 제가 안정되고 편한 느낌이었다. 네 아픔을 들었을 때 나는 크게 공감했다.


너와 더 이야기하고 싶었고, 친해지고 싶었고. 나와 친구하자고 말걸고 싶었지만. 그때의 나는 답지않게 어리고, 또 서툴렀다. 결국 허하게 제가 별로 돌아갈 날만 기다렸고, 그대로 네가 보이지 않았다. 보고싶었다. 내 주제에 보고싶었다. 별빛아, 너는. 내가 지금이라고 친구하자 하면, 받아줄거니.


우리가 친구냐는 말에, 그대로 울어버릴 뻔 했다. 친구. 내게 여태껏 친구란 그다지 큰 의미가 아니었다. 너는 내 첫 사람이었다. 우정의 첫 사람.


그저 네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웃었다. 네가 내게 있어 소중한 만큼, 나역시 네게 소중한 친구가 되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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