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너는 느닷없이 새벽 중 나에게 전화를 걸었고
"제가 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저는 이제 겁쟁이가 아니에요."
제 아비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숨을 죽이고 네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는요, 고작 미영이 그 작은 애 하나 못 지키고 쓰레기에게 벌벌 떨던 겁쟁이가 아니에요. 제가 지금 어딘지 아세요? 이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왔어요.
문득 한 공간이 떠올라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예상대로 너는 항상 있던 그 자리에 녹아있었고 너는 항상 그 자리가 너를 위한 자리라 했지만
사실 어느 것 하나 너를 위한, 너의 자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다는 걸 너는 아직도 몰랐다
"이제 세상 밑바닥으로 추락할 거예요."
"저는 이 자식의 죽음으로 인해 구원받을 거예요."
내 대답 한 번 없이 스스로 잘만 떠드는 너는 이제 더 이상 혼잣말을 하고 싶지 않아 나를 제라 생각하고 주절거리는 것 같았다
'세상의 끝에 도착하면 형을 부를게요."
'따라오진 말고 여기서 그곳에 귀만 기울여 주세요.'
'제가 거기서 노래를 부를테니까.'
'그냥 가만히 눈을 감고 제 노래를 들어주세요.'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나는 네가 곧 무슨 일을 벌일지 알고있었지만
딱히 집을 박차고 나가지도, 너를 찾지도, 막으려 하지도 않았다
내가 해 줄수있는 일은 네 말대로 세상 저편 아득히 들려오는 네가 만든 굴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네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