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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재개되고 아츠무는 그녀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투어택은 상대 팀이 방심하고 있을 때 일종의 쿠키처럼 자잘한 득점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했었다. 그렇기에 투어택을 경우의 수를 늘려주는 역할로 사용하라는 새로운 발상은 아츠무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왔기에 더 놀랐던 것도 있었다. 카나에는 자신을 두고 공격력이 높다는 분석을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하는 아츠무로서는 그녀가 제안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하라는 대로 움직이는 것에 거부감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아츠무는 투어택을 할 만한 적당한 때를 기다렸다.


배구는 한 코트 안에서 최대 세 번만 공은 건드릴 수 있다. 그렇기에 보통 공격의 흐름은 날아온 공을 수비하고 그렇게 리시브 된 공이 세터에게로 가고 세터가 스파이커에게 공을 세팅해주면 스파이커는 상대편 코트 위에 공을 때려 넣는다. 이렇게 수비할 때 한 번, 세터의 세팅에서 한 번, 마지막으로 스파이커에서 한 번. 이렇게 총 세 번을 건드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투어택은 그 중간 단계에서 세터가 스파이커에게 공을 세팅해주는 게 아니라 직접 자신이 냅다 코트에 흘려 넣는 것을 말한다. 세터는 공격하기 위한 포지션이 아니었기에 방심하고 있으면 당하게 되는, 약간은 얍삽한 공격이었다.


그때 마침 상대 팀의 전위가 비었고 아츠무는 자신에게로 토스 된 공을 보고 높게 도약하여 공을 살짝 건드려 상대편 코트에 공을 흘려 넣었다.



"아!"

 


투어택을 전혀 예상 못 해 리시브 자세조차 만들지 못한 긴지마가 단말마 뱉었다. 투어택은 다른 공격에 다르게 농락당하는 느낌이 괜스레 더 분해지는 그런 게 있었다. 마침 전위 포지션이었던 스나도 아츠무에게 당한 게 조금 짜증 난 건지, 느슨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에 아츠무는 실컷 까불며 상대 팀을 농락해댔다.

 


"심판."

 


그런 아츠무를 빤히 보다 스나는 일러바치듯 그녀를 불렀다. 코트 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건 심판이었고 선수들 간에 분쟁이 일어나면 제지하는 것도 심판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건 연습경기였고 자기가 무슨 영향이 있나 싶은 카나에는 스나의 부름에 살짝 당황해하다가 일단은 입을 떼긴 했다.

 


"어…."

 


그러나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으면 아츠무와 같은 편인 오사무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옐로카드 먹여라"


"니 내랑 같은 팀이다!"

 


그거랑 상관없이 니는 같은 편조차 꼴 보기 싫게 만들었으니까 경고다. 아츠무 무시하기에 도가 튼 오사무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결국 카나에는 살짝 웃으며 아츠무에게 말했다.

 



"한 번만 더 그러면 경고인 걸로 하자."

 



차마 아츠무에게 일방적으로 경고를 내리기는 조금 무서워서 부드럽게 권유형으로 끝을 마무리했다. 다행히 아츠무는 군말 없이 경기를 재개했다.


상대 팀은 당연하게도 아츠무의 투어택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코트를 사이에 두고 빠르게 공이 오가고 있는 와중에 아까 그 투어택 이후로 아츠무는 어쩐지 조용했다. 말이 없다는 뜻도, 플레이가 소심해졌다는 것도 아니었다.


코트 위에 있는 선수들은 경기한다고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점수판 옆에 가만히 서서 경기 전체의 흐름을 보고 있던 카나에에게는 보였다. 그는 마치 고요하게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그리고 그게 무얼 뜻하는지 카나에는 알았다.

 



"……아." 




그리고 아츠무가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것도. 그녀는 이따금 아츠무로부터 그는 결과든 과정이든 배구를 하는 모든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그래서 아츠무가 배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카나에는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녀가 아츠무를 짝사랑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면서도 가장 좋아했던 모습이었기에 그녀는 안쪽 어딘가에서의 쓰라림을 느끼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아무리 되새겨도 인간은 시간이 기억을 빛바래게 만드는 걸 막지 못한다. 그건 빠른 템포로 이루어지는 경기장에선 더 그랬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아까의 투어택의 실점이 상대 팀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가고 있을 때쯤, 아츠무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처음에 했던 것과는 다른 투어택을 꽂아 넣었다.


투어택은 세터가 토스하는 도중에 행하는 거라, 투어택을 넣었다기보다는 토스 된 공의 흐름을 살짝 건드려 상대편 코트에 흘리듯이 넣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그러나 방금 아츠무가 넣은 투어택은 일반 공격이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투어택이라기엔 너무 빠르게 꽂힌 공이었다. 안 그래도 방심하고 있으면 대응하기 어려운 투어택을 스파이크처럼 꽂아 넣으니 상대 팀은 속수무책이었다. 또 당했다는 생각에 상대 팀이 분하다는 듯이 소리를 내었다.


그녀가 점수판을 넘기고 다시 공이 코트 위를 오갔다. 두 번이나 당했으니 상대 팀은 전보다 더 아츠무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카나에가 말했고 아츠무가 원하던 상황이었다.


점점 경기는 후반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점수판은 치열하게 넘겨졌다. 아츠무는 이번에도 기다렸다. 소설로부터 그를 봐왔던 그녀로서는 조금 의아스러운 점이 있었다.


소설 속에서의 아츠무는 코트 위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거는 다 해야 했다. 이거에 대해서 그의 혈육인 오사무조차도 아츠무를 두고 시합만 하면 정신연령이 5살도 못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아츠무가 통제에 대해서 약한 줄로만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더 큰 무언가를 위한 인내도 아츠무에겐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아츠무는 코트 위에서 치밀하게 판을 짰다. 마치 덫을 낚기 위해 완벽하게 미끼를 설치하듯 말이다. 그리고 그 덫이 비로소 완성되었을 때 아츠무는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1점만을 남겨둔 시점, 아츠무는 세팅하는 거치고는 높게 도약했다. 그리고 공을 향해 두 손이 아닌 한 손만 뻗었고 이를 놓치지 않는 상대 팀 블로커는 또다시 오는 투어택을 대비했다.


그러나, 그에게로 온 공은 한 손으로 오사무에게 속공으로 세팅이 되었다. 한 손은 투어택처럼 보이기 위한 페이크라는 걸 블로커가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그렇게 오사무는 블로킹 한 점 없는 깨끗한 풍경에서 상대 팀 코트에 공을 꽂아 넣었다.


그렇게 연습경기는 미야 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릴 때

하이큐 이나리자키 드림

 

 

 




 

한창 치열하게 진행되었던 연습경기가 끝이 나고 하나둘씩 체육관을 빠져나가고 있으면 슬쩍 눈치 보던 카나에가 말없이 아츠무를 불러 세웠다.

 



"너 경기하는 거 보니까 투어택에 대해… 좋은 생각이 났는데…."


"편하게 말해봐라."

 



그녀가 말해준 투어택이 제법 마음에 든 건지 아츠무는 아까 처음으로 투어택에 대해 가르쳐줄 때와 다르게 날 선 느낌이 없었다. 그래서 카나에도 조금 마음 놓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가끔 세터가 스파이크 칠 때가 있잖아."


"어."

 



아츠무는 제대로 카나에의 말을 듣기 위해 그녀에게로 몸을 틀었다. 별거 아닌데도 카나에는 살짝 부담스러움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너랑 오사무 역할 바꿔도 호흡이 잘 맞으니까 그거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투어택과 마찬가지로 너라는 가능성을 하나 만들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상태에서 또 페이크 하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어떻게?"


"가끔 리시브 된 공이 높게 떠서 그대로 바로 스파이크 때리는 경우가 있잖아. 그때 네가 스파이크를 치는 척하면서 토스해주는 것도 좋은 페이크가 될 것 같아. 그리고 이걸 그 속공이랑 섞으면 블로킹 더 따라오기 힘들걸."



 

아츠무가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나중에 한 번 해보께."

 

 

 

 

* * *

 

 

 

 

다음날, 똑같은 일정을 반복하고 있으면 코치가 양손에 큰 쇼핑백을 들고 한창 훈련 중인 체육관으로 들어왔다. 감독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잠시 훈련을 멈췄다.

 


"유니폼 나눠줄 테니까 모여봐라."

 


모이라는 감독의 말에 흩어져 있던 부원들이 한데 모였다. 카나에는 자신도 가야 하나 눈치를 살살 살피다 일단은 그때처럼 키타의 옆에 슬그머니 앉았다. 다행히 자신이 앉았다고 해서 키타가 의아한 얼굴로 보진 않았다.

 


"1번,"

 


카나에가 살던 세계의 프로배구에서 등 번호는 대개 자신이 원하는 번호로 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감독들이 번호를 부여했다. 주로 1번은 주장이 맡아왔다. 그래서 카나에는 ‘1번’이라는 호명에 자연스레 키타를 쳐다보았다.

 


"키타 신스케."

 


키타가 일어나 감독에게 유니폼을 받고 다시 착석했다.

 


"2번, 오오미미 렌."

 


그 뒤에도 계속해서 이름이 호명되고 부원들이 일어나 유니폼을 받고 착석하는 게 반복되었다. 카나에는 옆에 있는 키타의 유니폼을 힐끔 쳐다보았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었던 디자인 그대로였다. 유니폼을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여태껏 멀리서 봐왔기에 카나에는 살짝 신기한 마음으로 키타의 유니폼을 훔쳐볼 때였다. 유니폼을 감싼 비닐 위로 물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레 위로 향했다. 그렇게 카나에는 울고 있는 키타를 발견하게 되었다.


카나에는 너무 놀라서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눈은 커다랗게 뜨였고 입은 어느새 벌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들 적잖이 당황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키타를 달래주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은 유니폼을 나눠주고 있어서 자리를 옮기면서까지 달래줄 순 없었고 키타는 평소에도 상대하기 어려운데 그 키타가 울고 있으니 달래줄 엄두가 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그 운동부 특유의 분위기도 있으니 누군가가 주장인 키타를 달래준다는 그림은 어쩐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카나에는 아니었다. 그 키타가 울고 있으니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그녀 역시 감이 잡히질 않았지만 급하게 주머니를 뒤적거려 휴지를 꺼내 조심스럽게 키타에게 건네주었다. 키타는 슬쩍 내민 휴짓조각에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우는 건 키타인데 본인이 다 안절부절못하는 얼굴을 한 카나에가 있었다. 키타는 잠시간 카나에와 눈을 마주치다 말없이 휴지를 가져갔다.


그러나 키타는 휴지를 가만히 꼭 쥔 채로 애써 눈물을 닦아내진 않았다. 카나에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키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평소라면 절대 엄두도 못 낼 행동이었지만 키타의 우는 모습을 보니 비로소 그가 제 나이로 보였기 때문이다.


카나에는 키타가 무슨 일 때문에 울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21살인 자신보다 어른스럽고 빈틈을 찾을 수가 없던 키타가 어린아이처럼 이렇게 서러운 얼굴로 울고 있으니 이유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달래줘야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키타와 가장 가까이 앉은 게 그녀였고 유일하게 지금 휴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그녀였다. 또한 막 입부했을 때 부 활동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줬던 사람이 키타였고 늘 다정하게 그녀를 챙겨줬던 사람도 키타였다.


그렇게 카나에는 모든 유니폼 배부가 끝이 나고 부원들이 하나둘씩 떠날 때까지 키타 곁을 지켰다. 키타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을 때 카나에는 조심스럽게 키타에게 말을 걸었다.

 


"저 드링크 물 받아와야 하는데 도와주실래요?"

 


어느새 눈가가 불그스름해진 키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카나에는 자연스럽게 키타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카나에가 드링크에 물을 받을 동안 키타는 세수를 했다.


솨아아—.


물소리만 들려왔다. 잠시 후, 카나에는 세수를 마친 키타에게 드링크를 챙길 때 같이 챙긴 수건을 건넸다.

 


"…고마워."

 


키타에게 자신이 고맙다는 소리만 해봤지, 키타가 하는 감사 인사를 들으니 따뜻한 구름이 마음을 몽글몽글 감싸는 것 같았다. 카나에는 작게 별것 아니라고 답하며 마저 드링크를 채웠다.


도와달라는 건 키타를 밖으로 데려오기 위한 핑계였을 뿐이었지만 키타는 정말로 카나에를 도와주었다. 어느새 울었다는 흔적은 사라지고 평소의 키타로 돌아온 그가 드링크통을 들어 주었다.


무슨 일이 있었다는 듯이 합숙의 훈련은 다시 시작되었다. 왜 우는지 차마 이유를 묻진 못했지만 다행히 훈련에 임하는 키타는 괜찮아 보였다. 오히려 너무 평소와 같아서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그러나 그마저도 너무 키타다워서 카나에는 안심했다.


부원들도, 감독이나 코치도 딱히 아까의 일에 관해 얘기를 꺼내진 않아서 훈련은 평소처럼 흘러가다 끝이 났다.


 

합숙 내내 카나에는 저녁 식사가 끝난 뒤에는 마땅히 할 게 없었다. 대화를 나눌 친구도 없었고 폰도 몇 분 만지다 보면 금방 할 게 떨어졌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학교 산책이라도 할 겸, 합숙하는 동안 어느 정도 익숙해진 어두운 학교 안을 돌아다녔다. 스나가 놀렸던 학교 탐방이라도 하듯이 평소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가고 미처 몰랐던 장소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석진 곳에 있다 보니 너무 어두워서 차마 가진 못하고 다시 돌아왔지만.


그렇게 몇 분을 돌아다니다가 잠시 쉬자는 마음으로 벤치에 앉았다. 벤치의 등받이에 완전히 기댄 채 가만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봄과 여름의 사이, 날씨는 적당했다. 쌀쌀하지도 덥지도 않은, 그러나 솔솔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풀벌레가 찌르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카나에는 멍하니 밤하늘에서 달을 찾았다.


그러나 구름에 가려진 건지 달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또 학교 탐방 하나."

 


잔잔한 물결과도 같은 목소리가 머리 위로 구름처럼 흘러왔다. 그녀가 보고 있던 밤하늘에 키타가 있었다. 카나에는 살짝 놀라며 눕다시피 기댔던 몸을 일으켰다.

 


"어… 탐방보다는 산책이요…."

 


카나에는 과거의 자신을 자책하며 대답했다. 벤치의 뒤편에 서 있던 키타는 앞으로 와 카나에 옆을 데웠다.

 


"심심하나."

"…조금, 아니 좀 많이요."

 


카나에가 장난처럼 웃었다.

 



"합숙하는 거 힘들제."


"아니요…! 전 딱히 한 거 없어요. 오히려 선배야말로 며칠 동안 배구만 한다고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키타는 급하게 덧붙이는 카나에를 빤히 보았다. 그 시선에 카나에는 자신이 말실수라도 했나 싶어 급하게 방금 자신이 한 말을 되짚었다. 그러나 딱히 말실수라고 할 것은 없었다. 카나에가 의아해하게 생각하고 있으면 키타는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예의 안 차려도 되는데. 겨우 한 살 차이 아니가."

"아, 네, 네!"

 



키타의 말대로 겨우 한 살 차이이고 그녀의 실질적인 나이를 따지면 오히려 키타가 연하였다. 그러나 키타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거 때문에 카나에는 여태껏 키타를 조금 어렵게 대했다. 그런데 편하게 해도 된다는 말에 대한 답도 어쩐지 불편하게 대답해버린 것 같아 카나에는 조금 머쓱해졌다. 키타도 그렇게 느꼈는지 잠깐 그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카나에는 살짝 키타의 눈치를 보았다. 둘만 있는 적이 처음인 건 아니지만 뚜렷한 목적 없이 있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잠시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왜 울었는지는 안 물어보나."

 


전혀 예상치 못한 서두라 지진이 나듯 동공이 흔들렸다. 그는 배구부 내에서 비교적 가까운 사람이긴 해도 이렇게 속사정을 말할 정도로 가까운 건 아니었다. 더욱이 키타의 입장에선 그저 매니저 챙겨주는 정도일지도 모르니 카나에는 궁금하더라도 모르는 척했다. 그러니 그 얘기에 대해 키타가 먼저 꺼낼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


어쨌든 키타가 먼저 꺼냈다는 건 물어봐도 된다는 뜻으로 들려서 카나에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사실 좀 궁금하긴 했어요."

 


카나에가 머쓱하게 웃었다.


카나에 혼자 그가 우는 이유에 대해 추측해보긴 했었다. 그러나 카나에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유니폼을 받아 기쁨의 눈물밖에 없었다. 그러나 키타는 그만큼 감정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무언가가 더 있을 거라고 어림짐작으로 끝냈다. 소설을 읽었기에 웬만하면 배구부 내의 있는 주요 인물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키타는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기억 속에는 없던 존재였기에 키타에 대해서는 직접 부딪혀 보면서 알아갈 수밖에 없었다.

 



"내는 중학생 때부터 배구부 해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유니폼 받아보는 기다. 여태까지 벤치는커녕 유니폼도 못 받았다"


"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이나리자키 배구부 안에서 키타는 그렇게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긴 했다. 게다가 카나에에게는 키타가 주장인데도 소설의 주연이 아니라는 점이 크기도 했다.


그러나 이나리자키 고교 배구부에 소속된 것만 하더라도 이미 그가 배구를 잘할 거라 생각했었다. 워낙 배구부에 있는 애들이 다 너무 잘하니까 키타가 상대적으로 실력이 부족한 것뿐일 거라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어른들이 하는 말이제. 난 그거에 찬성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날 구축하는 건 매일의 행동이고 결과는 부산물뿐이라꼬. 근데, 이것도 결과의 하나일 뿐인데, 기쁘더라."


"……."

 



카나에는 침음했다. 늘 바르고 모든 일에 자신이 있어 보이던 키타에게 이런 사연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러나 그를 동정하고 싶진 않았다. 동정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키타에게는 건방진 마음일 수도 있었다. 그에게 있어 결과는 별로 중요치 않으니. 그렇기에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카나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쩐지 물을 잔뜩 머금은 먹구름이 된 양 마음이 먹먹해져 왔다.


아무리 어른스러워도 키타는 고작 18살밖에 되지 않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는 것 같아요. 기쁜 건 기쁜 거니까. 선배가 좋으면… 그냥 좋아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키타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말려 올라갔다. 카나에는 그날 처음으로 키타가 소리 내 웃는 걸 보게 되었다.

 


"맞다. 감정에 이유가 어딨노."

 


그렇게 말하며 웃는 키타의 모습은 정말 순수하게 기쁜 것 같았다. 이렇게 기뻐하니 카나에도 똑같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카나에는 무의식적으로 키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혼자 속삭였다.


복잡한 생각이 잘 정리되고 순수한 감정만 남은 키타에게 해줄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축하해요. 유니폼 받으신 거."

 


같이 그의 기쁨을 나누는 것.

 


"고마워."

 


그리고 그 기쁨을 두 배로 늘리는 것. 카나에는 오랜만에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히나야."

 


그리고 그건 키타도 마찬가지였다. 소리 없이 흘러가던 구름은 어느새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환한 달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여러분 드디어 제가 종강을 했어요~!

기다려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흑흑...

게으른 사람이라 죄송스럽네욥...


연재주기가 처참하지만... 그래도 얼레벌레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게

마치 제 인생 같군요...ㅋㅋ


마지막에 나온 '히나'는 여자주인공의 이름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까먹으셨을 것 같아서ㅎㅎ

저라면 까먹었을 것 같거든요...ㅋㅋ

여자주인공 이름 카나에 히나입니다!


아 그리고 배구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저는 배구를 하이큐와 프로 배구 관람으로 배웠으니...

조금은 말도 안 되거나 하는 게 있을 수 있습니다...

너그러이 봐주세요...ㅎㅎ


오랜만에 오니까 사담이 넘 길어지는데... 

진짜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자면... 

제 글을 읽고 특정부분에 궁금증을 가져주시고 

의미를 생각해주시는 댓글 보면 정말 감사하답니다...ㅠㅠ 

저 광광 울어욥...ㅠ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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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센하 기다렸어ㅛㅁ
2년 전
독자2
허억허억 기다렸어요 센세!!!! 끄아유ㅠㅠ
2년 전
독자3
센세..!! 기다렸어요!
2년 전
독자4
오 근데 저만 주인공 이름 인제 뒤에 센세가 써주어서 알았나요? ㅋㅋㅋ 넘 분위기 취저
2년 전
독자5
하 진짜 너무 좋아요 ㅈㅔ발 다음편…ㅠ
2년 전
독자6
센세... 다음편이 보고싶ㅇㅓ요ㅠㅠ.....
2년 전
독자7
와 너무 재밌다 사랑해요 센세
2년 전
독자8
기웃..
2년 전
독자9
기웃기웃
2년 전
독자10
ㄱㅇ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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