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난 하나에 치우친 삶을 살았던 것 같아, 지금 보면. 그때도 너가 없진 않았었지.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치? 지금 너랑 하는 대화가 미련이 남진 않고 그냥 그리울 뿐이야. 말이 모순됐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너가 생각해도 그럴 만하지 않아? 우리의 만남은 지나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 누가 그렇게 알아볼 수 있었겠어. 하나의 그림을 그려온 거지. 그리고 그게 서로에게 이끌린 거고. 서로 이끌렸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때를 다시 생각해보려해도 다시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니까. 지금 이야기해봐도 우린 항상 그렇게 이야기하잖아, 맞지. 항상 난 힘들었어. 힘들었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나네. 원래 과거는 미화되는 거라는데 난 아직도 힘든 기억밖에 나지 않아. 너에게 항상 울었었지, 너무 힘들다고. 너무 못 버티겠다고. 그때마다 곁에 있어줬잖아. 가끔은 나한테 화냈지. 너가 힘들어서 나한테 우는 게 서럽다고. 같이 울어줬던 지난 날들에게 감사해. 지난 날들을 돌이켜보면 난 정말 어리광부리던 아이였고, 너는 어리광부리는 날 챙겨줬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 물론 내가 지금 너한테 미련이 남아서 하는 말은 아니고. 철도 안 들 나이인데 그런 나에게 의지가 되어주어서 고마워. 요즘 들어 너랑 있었던 일을 돌이키곤 해. 별 것도 아닌데 가끔씩 겹쳐보일 때가 있어. 항상 고마웠지. 과거는 미화된다는데 그거 때문에 더 예뻐보이는 거일 수도 있고. 너가 사고친 적 있었잖아. 큰 사고. 난 너가 막 나갈 때 정말 미웠어. 넌 나한테 늘 그렇게 말했잖아. 나한테 관심 받고 싶었다고. 난 너한테 늘 관심을 가졌는데 말이야. 난 너에게 질투가 없는 게 아니야. 계속 신경을 쓰니까 그렇게 안 보이는 거였나. 항상 없는 척했지만 있었고, 너가 뭘 하는지 숨 쉬는지까지는 아니지만 너랑 있음에, 너와의 일상에 감사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 조금 미울 때도 있었지만 즐거움이 컸지. 내 학창시절의. 너랑 싸운 날 있었잖아. 싸웠다기보단 너에게 내가 처음 자존심을 세웠던 날. 너가 이제 떠나려고 할 때 잡지도 않은 날. 나에게 이런 일이 찾아올 줄 몰랐고 찾아오지 말았으면 좋겠던 날. 나한테 그랬잖아, 백번 천번 후회했었다고. 그럼 그러지 말지 그랬어. 그때 이후로 엄청 울었을 거야. 버스에서도 울고. 넌 정말 나쁜 아이였어. 너 때문에 다른 일들이 손에 안 잡히더라. 그래도 그것 때문에 더 열심히 살 수 있었어. 네 덕분이지. 더 밝은 척해보고 더 좋은 척, 더 행복한 척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이기 바빴던 날들이었어. 비록 허무하게 끝났던 일화지만. 내 행복했던 시절 중에 너가 끼워져있더라. 잘 살고 있나보네. 이젠 그리움보단 시간이 지나 추억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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