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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구정모] 구차한 쌍방과실 下 | 인스티즈



[프로듀스/구정모] 구차한 쌍방과실 下






11



"저는 H대요. H대 미컴 생각 중이에요."
"내가 보기엔 H대는 최저만 맞추면 갈텐데... 다른 곳은 생각 없어?"
"저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많이 높은데..."
"뭐 어때. 하나쯤은 상향써봐. 어딘데?"



부럽다. 목표하는 데가 있어 부럽다. 목표라 해봤자 나는 고작 서울에 있는 대학이면 아무데나, 그게 다였다. 목표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어차피 집안에서 나한테 기대하는 수준에만 미치면 되는 거다. 과도 상관없다. 이왕이면 좀 있어보이게 경영이나 경제, 그런 곳으로.
과목별 모의고사가 끝날 생각도 없이 복사됐다. 복사해봤자 딱히 풀지도 않을텐데. 그래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상담하는 애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긴 싫었다. 쟤한테 방해될거 같아서.



"... 저 사실 K대요! 근데 제가 쓰기엔 너무 높죠...?"
"K대? 거긴 좀 높긴 하지. 그래도 한 번쯤은... 넣어볼만 할텐데."
"근데 K대 미컴은 작년 등급컷보다 제가 0.3이나 낮아서..."


게다가 작년꺼 보니까 교과 면접도 있더라구요. 준비할 것도 많은데.



저런건 대체 어디서 보는거지? 등급컷? 교과 면접? 분명 같은 고3인데 나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공부만 열심히 하라길래 줄곧 공부만 열심히 해왔는데 대체 저런건 어떻게 공부하는 거야. 우리 학원쌤은 그냥 자기말만 믿고 따라오라던데. 쟤네 학원쌤은 저런 것도 해주나. 머리를 긁적였다. 쟤는 내 이름도 모를텐데 나 혼자 괜히 찔리는 기분. 내가 한심해진 기분. 대학은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만 알면 되는거 아니야? 아직 원서 쓰려면 반 년이나 남았는데 뭐가 저렇게 구체적이야.


"정모야. 상담 끝나가니까 복사 다 하면 여기로 와."
"...... 네."
"음... 전 그냥 상향 쓸거면 K대 말고 D대 쓸래요. 넣어봤자 떨어질텐데..."


아까 다른 애들은 10분 안에 상담 끝났다고 하던데. 쟤는 혼자 30분을 잡아먹었다. 복사된지 한참된 모의고사 용지들은 이미 차갑게 식은지 오래였다. 괜히 시간을 끌기위해 모의고사를 과목별로 묶어 스테이플러를 하나 하나 찍었다. 고작 두 장 밖에 안되는 한지랑 생윤까지.

그러고보니 한국지리 인강 괜히 신청했다. 3학년 땐 생윤이랑 사문으로 내신한다던데. 내신이랑 수능이랑 탐구 과목 맞춰야 하는데. 학원쌤이 한지 쉽다고 꼬드겨서 괜히 넘어갔다. 한지로 수능 볼거면 작년에도 한지 선택했지. 한국지리 선택해서 공부 잘하는 반 들어갔지. 나는 괜히 법정 선택하는 바람에 반 분위기 개판난 반에 들어갔다. 무슨 과목인지는 하나도 상관없고 그냥 운이 좋아야한다. 일진 놀이 하는 애들끼리 이번 해에 무슨 연합을 짰는지가 중요하다. 작년엔 하필 운도 없게 법정 연합이었다.



“너도 수능 준비해? 아니면 최저?”
“...... 나?”
“응. 너 구정모 아니야? 내 앞자리잖아.”
“아.”



... 그랬나? 내 뒷자리가 여자애였나? 굳이 뒤돌아볼 일이 없어서 몰랐다. 그냥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딱히 수능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넣게 될 대학에 최저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모르겠다. 방금 너가 말했던 2합 4, 3합 5, 이런거 나 하나도 모르는데. 탐구 평균? 영어 미포함? 그런건 또 왜 대학마다 다른 건데. 너는 어떻게 이런 것도 다 외우고 다니냐.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냥 가만히 있었다. 물어봐봤자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정모 너도 사탐 한지랑 생윤 하려고?”
“응.”
“나도 한지 생윤인데! 나중에 같이 공부하자.”
“......”
“우리 반에 수능 보는 애 없을줄 알았는데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애들 수시 넣고 분위기 망가지면, 우리 둘이라도 같이 열심히 하자! 책가방을 싸면서도 나한테 한참 말을 걸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계속 헤실거리면서.
한 손에 노란 조끼까지 챙기는걸 보니 쟤는 학생회 이런 것도 하나 싶었다. 학교 행사 때마다 보이던 노란 조끼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다. 저렇게 성실하고 열심히 학교 생활하는데 옷은 온통 사복 차림인게 웃겼다. 근데 그게 또 쟤 성격이랑 닮은 것 같았다. 나랑 전혀 다른 성격. 활발하고 외향적이고 그런거. 원래 남 관찰하고 나 혼자 이러쿵 저러쿵 성격 판단하고 그러는거... 딱 질색인데. 심심해서 그런지 나 혼자 딴 생각이 많아졌다. 괜히 민망해져서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3월 중순, 나는 그 날 이 학교 사람들 모두가 아는 김여주를 처음 알게 되었다.








12




김여주는 항상 바빴다. 1학기는 특히 더 그랬다. 학생회인지 뭔지 그거 때문에 더 그랬다. 그 날 교무실에서 본 노란 조끼로 학생회이겠거니 지레 짐작은 했지만 학생회 부장까지 하는줄은 몰랐지. 덕분에 김여주는 자리도 자주 비웠다. 무슨 선생님보다 더 바빴다. 프린트물을 뒷자리로 넘기라는데 뒷자리에 사람이 없다. 앞뒷사람끼리 토론 입론 쓴거 바꿔보라는데 나는 내가 쓴 입론만 두 번씩 봤다. 그래도 시간이 남길래 반론까지 썼다.

원래 성격 같았으면 잘됐다고 생각했을 거다. 애초에 뒷자리가 누군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랑 말도 안 섞고 잘됐네. 귀찮은 일 딱 질색인데 다행이네. 그랬을 거다. 그런데 뒷자리가 누군지 알게되는 바람에 괜히 아쉬웠다. 걔랑 친하지도 않은게 왜 아쉬워하는데? 음... 이유는 모른다. 그냥 이런 기회로 말 한 번쯤 더 섞고 싶었던걸지도 모른다.





“얘들아! 집중 좀 해봐!!! 야! 홍보 하나만 하자!!”





그런 시덥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가 요란스럽게 앞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여주였다. 뱃지 여러개 달린 노란 조끼를 입고 교탁 앞에 자리를 잡는다. 이번에도 학생회에서 무슨 행사하나보다. 김여주 뒤에 서있는 남자애가 전교회장선거 포스터만한 프린트물을 세 개쯤 안고 있었다. 그래서 요며칠 그렇게 바빴나보다.




“이번 달엔 잔반 안남기기 운동할 거야. 이거 차준호랑 내가 기획한 거다. 그러니까 우리반 무조건 일등해야해. 알았지?! 밥을 남길 거면 애초에 조금만 받아. 밥 안먹을 거면 나한테 미리미리 말하고. 평균 낼 때 아예 빼버리게. 일등하면 치킨이랑 피자란 말이야!!”




다른 애들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듣고 있더니 마지막 말을 듣고 소리지른다. 아니, 치킨이랑 피자가 그렇게 좋나? 어차피 집가서 맨날 시켜먹을 수 있잖아. 반에서 먹으면 얼마 먹지도 못하는데, 뭐가 저렇게 좋을까 싶었다.
그런데 교탁 앞에선 김여주를 보니 그런 생각을 한게 미안해질 정도다. ...그래. 쟤는 저렇게 열정적인데. 내가 뭐라고 이런 평가를 하냐. 사람마다 그냥 다 다른거지.




“정모야. 너도 급식 먹지? 나 도와줘야해!”




언제 또 노란 조끼를 벗었는지. 아까 그 커다란 포스터 들고 있던 애들은 또 어디로 갔는지. 김여주는 또 언제 내 뒷자리로 왔는지.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조용히 인강이나 보고 있는데 누가 나를 툭툭 쳤다. 내심 뒷자리 주인이 어서 돌아오길 기대했으면서. 겉으로 티는 못냈다. 프린트물은 서랍 안에 챙겨뒀어. 너 없어서 우리반에서 나만 국어 수행 혼자 했어. 뭐 이런 말... 내 성격에 그런거 할 수 있을리가. 김여주가 묻는 말에 고개만 두어번 끄덕였다. 이번 달 점심 신청도 안한 주제에.







13







5월이 왔다. 5월은 그냥 아무 의미 없는 달이다. 6월 모의고사 준비하는 달. 나한테 그게 끝이다.
그런데 우리반은 조금 달랐다. 적어도 급식 먹는 애들은 달랐다. 내가 복도 사물함에서 도시락을 꺼내들 때 다른 애들은 전력질주를 했다. 다들 급식실 한 곳만 바라보면서 저렇게 뛰어다녔다. 언제 가도 밥 받는 양은 똑같은데 대체 왜 뛰는 거지. 일찍 먹고 공부하려고 그러나? 적어도 우리반엔 그런 애가 없다. 일찍 먹고 오는 애는 그냥 일찍 놀 뿐이다.




“정모 너도 이번 달 급식 신청 안했어?”




도시락 뚜껑을 열고 나무젓가락을 뜯는데, 누가 말을 걸었다. 그것도 좀 의외인 애가. 내 뒷자리 여자애. 5월달은 무조건 급식 남기지말고 스티커 받아오라며 큰 소리치던 애가 지금 내 옆에서 김밥 호일 뜯고있다.





“아. 나도 이번 달부터 급식 안먹어! 시간 아까워서.”
“...... 응.”
“스티커는 뭐 준호가 받아오겠지. 준호가 이런거 되게 잘하거든.”
“아... 진짜?”






그냥 예의상 붙인 말이다. 아무말도 안하고 있긴 좀 그래서. 그렇다고 차준호를 모르는건 아니다. 차준호랑은 작년에도 같은 반이었고 수행평가도 몇 번 같이 했다. 성실하고 착한 애라는건 나도 잘 알고있다. 그렇다고 차준호에 대한 내 생각을 덧붙이진 않았다. 뒤에서 남 얘기 하는 것 같아 별로였다. 당사자도 없는데 그러는건 어차피 하나도 의미 없다 생각해서. 그래서 또 가만히 있었다. ...아니 뭐. 꼭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 나한테 도와달라고 그랬으면서.”
“응?”
“너도 안먹으면서... 왜 나한테 도와달라 그랬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지. 내가 말해놓고도 어이없어. 아니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구정모. 무의식 중에도 그게 그렇게 궁금했나봐. 근데 왜 하필이면 시비거는 말투였을까.

굳이 핑계 하나 대자면 내가 말을 너무 안해서 그렇다. 말을 잘해야 하는 이유도 없었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 생각해서. 어떻게 말해야 상냥한거고 다정한건지 나는 제대로 모른다. 굳이 다정하게 말을 걸어야하는 사람이 내 주위에는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아마 지금 뱉은 말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거다. 근데 얘한테 뱉고 나니까 뭔가 좀 눈치보여. 좀 더 부드럽게 말해줄걸. 이런 사소한 후회까지 뒤따라왔다.



“아. 나 사실 너 급식 안먹는거 알고 있었어.”
“......”
“근데 그냥... 너한테 말 한 번 더 붙여볼라고 그런 거야.”
“왜?”
“왜긴. 정모 너랑 친해지려고 그런거지.”



근데 너 나한테 거짓말 하더라. 나 도와주겠다고. 그러니까 우리 쌍방이야. 우리 둘 다 서로 거짓말 한 거야. 그치?


혹시 밥먹다가 말하면 밥알이 튈까 싶어서 밥은 손도 못댔다. 씹어도 별 상관없는 콩나물 무침만 계속 씹어댔다. 입안이 너무 짜. 엄마가 오랜만에 싸준 제육볶음도 양념이 너무 짙어 못건들였다. 근데 내 옆에서 방방거리는 여자애는 김밥 하나 입에 못 넣었다. 나한테 말 거느라.

나도 모르게 좀 웃었다. 웃으면 안되는 상황인 것 같아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아, 딱히 웃긴 일도 아닌데 왜 웃냐. 고3이 되면 다들 하나씩 미쳐간다는데 나는 안그럴줄 알았지. 근데 나도 미쳐가는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 상황이 괜히 웃겨.

김밥 하나 못먹고 있는 애는 나무젓가락만 들고 아직도 맞지? 맞지? 내 말 맞지? 거리면서 나를 쳐다본다. 맞아. 맞아. 네 말 맞아. 세 번 물어보길래 세 번 다 대답해줬다. 이러면 좀 다정한 말투가 되나 싶어서.



“배고플텐데 밥부터 먹어. 너 지금 김밥 하나도 안먹었어.”



... 근데 방금 이 말투는 실패. 딱히 다정해보이지 않았다. 뭐 그래도 목적은 이뤘으니 됐다. 김여주가 드디어 방방거리는걸 멈추고 김밥을 들었으니까.

학교에서 누구랑 같이 밥먹는건 참 오랜만이다. 작년엔 급식이라도 꼬박꼬박 먹었는데 올해엔 한 달도 신청 안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밥먹고 싶은데 작년 밥친구들은 말이 너무 많았다. 누구랑 누구랑 사귄대, 누가 누구한테 고백했대, 차였대. 2반 반장 예쁘지 않아? 에이, 따지자면 5반 방송부가 더 예쁘지. 난 하나도 관심없는 일을 너무 많이 알아야했다. 괜히 내 기억 속에 저런 얘기가 저장될까봐 짜증났다. 아니 저런거 알아봤자 살면서 어디다 써먹어.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남들이랑 밥먹는건 나한테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정모야 혹시 내가 밥먹는데 방해하는 거 아니야?”
“......”
“미안해. 내일부터는 따로 먹을게! 오늘은 그냥 반가워서...!”




솔직히 방해되는건 맞다. 나 지금 밥 한술 못뜨고 콩나물 무침만 다 먹었으니까. 근데 그렇게 실컷 생각해놓고, 갑자기 풀이 죽어 있는 애를 보니까 또 생각한대로 말이 안나오는 거다.















[프로듀스/구정모] 구차한 쌍방과실 下 | 인스티즈


아니야. 괜찮아. 앞으로도 같이 먹자.




그래서 그냥 또 말려들기만 했다.






14





어쩌다보니 소문을 들었다. 그것도 나랑 관련된 소문.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다 싶었다. 내 이름 끼고 나는 소문은 난생처음이다.




“정모야, 저거 보여? 노직 밑에 뭐라고 써있는 거야?”




그리고 김여주랑 짝꿍이 되기는 또 처음이다. 나는 딴생각 하느라 판서도 제대로 못베끼고 있었다. 뿔테안경을 바짝 올려 끼고 윤리 선생님의 지렁이 같은 글씨를 쳐다봤다. 언제봐도 참 못쓴다. 나는 이 수업을 들을 바엔 차라리 지금 자고 이따 자습시간에 인강을 듣는게 낫다 싶었다. 근데 김여주는 이 윤리선생님 수업도 참 열심히 듣는다. 하필이면 맨뒷자리에 앉는 바람에 맨날 눈을 이렇게 찡그리면서.



“약자를 위한 재분배 반대. 자발적 기부는 곧 자선.”
“아아. 고마워.”



안경을 사라고 말한 적도 있었는데 안경을 쓰면 너무 못생겨진다 그랬다. 자기는 시력이 마이너스 중에서도 최악이라 눈이 단추구멍처럼 된다고. 나는 솔직히 말해서 눈이 단추구멍만해지는게 무슨 상관인가 싶다. 눈만 보이면 됐지. 그렇다고 곧 죽어도 투명 렌즈를 끼겠다며 바득바득 거리는 애를 말릴 수는 없었다. 넌 어차피 원래 눈이 크고 예쁘잖아. 이런 말을 굳이 덧붙이지도 않았다. 그냥 매번 이렇게 판서만 대신 읽어줄 뿐이다.



“아우. 난 노직은 싫더라. 완전 이기적이야. 어제 인강보는데 인강쌤도 그러더라. 노직이 나중에 죽기 전에 후회했다고. 자기가 약자가 되니까 그제야 생각을 바꾼거지. 참나.”



김여주는 판서를 받아적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난 생윤 공부하면서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정말 신기한 애다. 매번 느끼는데 정말 나랑 딴판이다. 그렇다고 얘가 싫은건 아니고... 괜히 더 궁금하다. 나랑 대체 어디까지 다를까. 얘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내가 자기에 대해서 이렇게 궁금해하는건 알까 모를까. 내가 보기엔 백퍼 모른다.




“정모 너는 누가 좋아? 저번에 생윤쌤이 그러던데. 정모 너가 마르크스 좋아한다고.”
“내가? 왜?”
“몰라. 저번에 수행평가 글 쓴거 보고 그러시던데.”




딱히 그런 생각 안하는데 난. 쓰다보니까 또 그렇게 썼나. 아무 책이나 펼쳐놓고 대충 괜찮아 보이는 학자 하나 고른건데 그걸 또 그렇게 해석하셨네.



“나는 사실 롤스가 더 좋은데. 나도 그냥 마르크스파 할래.”
“왜?”
“정모 너가 좋아하니까 나도 갈아탈래.”



너가 나보다 생윤 더 잘하잖아. 그럼 마르크스가 더 괜찮나보지 뭐. 아니 그게 왜 그렇게 이어지지? 그리고 내가 잘한다고 해봤자 너보다 한 두 문제 맞추는게 전분데. 평소 같았으면 또 이렇게 생각하면서 김여주가 하는 말에 어이없어할텐데 오늘은 그냥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굳이 부정 안하고 싶어서. 얘랑 나랑 똑같은게 하나도 없었는데 마르크스 하나라도 같은 점 있으면 좋잖아. 굳이 끼워맞춘거지만 그냥 내버려뒀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마르크스한테 좀 고마울 정도로.





15




“정모 너는 어디 가고 싶어? 과는 정했어?”
“저는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데요.”


그냥 인서울이면 돼요. 과도 상관없는데, 조별과제만 최대한 적은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학교쌤이랑 학원쌤한테 똑같이 말했다. 선생님들은 내 성적에 갈 수 있는 대학 몇 개를 대충 나열해주면서 ‘그래도 정모 성적에 가고싶은 과 하나쯤 있었으면 좋을텐데.’ 하는 말씀을 하셨다. 굳이 따지자면 경영이나 경제요. 그렇게 따지고나니 적정으로 뜨는 대학이 H대였다. H대면 아까 그 여자애가 말했던 대학 아닌가? 대학에 관심없던 내가 H대에 대해 아는건 그게 전부였다.




“그러고보니까 정모 너랑 여주랑 성적이 비슷하네.”
“아 그런가요.”
“근데 여주는 스펙이 많아서 학종도 쓸텐데 정모 너는 교과를 잘 노려야겠다.”




굳이 저런 이야기는 왜 붙이는거지? 어차피 쓸 생각도 안했던 학종 얘기는 왜 꺼내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아직 3분도 안됐는데 상담하는게 지겨워서 괜히 담임쌤이 켜둔 모니터창을 봤다. 아무리 그래도 상향, 적정, 하향 정도는 알아서 저 색깔들로 대충 내 성적을 파악했다. 빨간색으로 뜨는 칸 중에 K대도 있었다. 아, 아까 그래서 그 여자애가 자기 성적에 힘들다 그랬나. 걔랑 나랑 비슷하니까. 그럼 담임 말대로 학종인가 뭔가 넣으면 되는거 아닌가.





“K대는 힘들어요?”
“K대? 정모 너도 K대 가고싶어?”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담임쌤은 또 얘기가 길어졌다. 괜히 물어봤나. 정모 너는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 성적이 낮고 다른 애들에 비해 1학년 성적이 낮은데 이 학교는 수학 비중이 꽤 높고 모든 학년 비중이 똑같아서 조금 어려울 것 같다. K대랑 비슷한 수준에 있는 A대는 정모 너한테 엄청 유리한데 여긴 어때? 나름 나한테 상처주지 않으려고 돌려말하시는 것 같은데 어쨌든 내 성적에 K대는 택도 없다는 말은 변함없다.




“수능으로 가면요?”




모의고사 프린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애초에 나는 이렇게까지 K대에 가고싶지 않았는데, 저런 말을 들으니까 괜히 오기가 생겼다. 쓸데없는 오기. 담임쌤은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 거렸다. 이 학교쌤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수시로 보내려고 한다. 작년에 멘토로 온 선배들이 그랬다. 그 말이 정말 맞는지 담임쌤은 마우스를 몇 번 깔딱거리지도 않아놓고 수능은 안돼, 그러신다.



“전 다음에 다시 상담할게요. 벌써 학원 시간이 다 돼서.”



책가방을 쌀 새도 없이 프린트고 뭐고 있는 대로 다 손에 들고 나왔다. 어차피 내 성적에 수시로는 못간다는 얘기를 굳이 길게 듣고 싶지 않았다. 걸어가는 길에 책가방을 앞으로 돌려 모의고사 프린트를 아무렇게나 쑤셔넣었다. 그렇게 한참 길을 걸어가다 와이파이가 잡혔는지 태블릿에서 경쾌한 소리가 났다. 어제 집에서 공부하는 바람에 진동으로 두는걸 까먹었다. 다시 진동으로 두려고 태블릿을 꺼내보니 한국지리 인강 수강하라는 알림이었다. 교재도 안샀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환불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까 그 여자애 얼굴이 떠올라서 그냥 냅뒀다. 그대로 집에 도착해서 엄마카드로 한국지지 인강 교재 두 권을 결제했다. 미친 짓이다. 오늘부터 난 내신 버리고 수능 공부한다. 학원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생각을 하면서 난 책상에 앉아 수특만 냅다 풀었다. 그 날이 내 고3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상담이었다.





16




어이없는 소문이라 금세 사라지고 말겠다 싶었는데 아니었다. 벌써 두 달 째 듣는 소문. 내가 엎드려서 자는줄 알았는지 애들은 내 뒤에서 저렇게 당당히 떠들었다.



“구정모가 김여주 좋아하는거 아니야? 쟤 원래 애들이랑 말 잘 안하잖아. 근데 김여주랑은 엄청 붙어있어.”



어제 밤새서 공부하는 바람에 피곤해 죽겠는데 쟤네들은 너무 시끄러웠다. 근데 일어날 힘도 없어서 그냥 엎드려있었다. 아 피곤해. 쟤네는 저러고 있을 시간 있으면 그냥 나주지. 나는 잠잘 시간도 없이 공부해서 오늘 커피만 벌써 네 통짼데 말이야.




이번에는 여자애들까지 가세해서 난리다. 내가 여주한테 한 번 물어볼까?! 다음 시간에 체육복 갈아입을 때 물어보자. 왜. 궁금하잖아. 김여주는 쉬는 시간까지도 일하느라 바쁘다. 2학기되면 그 지겨운 학생회같은거 안갈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김여주가 담임쌤한테 매일같이 조르는 바람에 김여주만 차별하는 담임쌤이 나랑 얘만 맨앞자리에 나란히 앉혀줬는데 다 소용없다. 얘는 수업시간 끝나자마자 맨날 학생회실로 달려갔다. 이럴거면 작년 학생회장 선거 때 좀 불량한 애로 뽑을 걸 그랬다. 학생회 애들 일 하나도 안하게. 난 어차피 이 학교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지 하나도 관심 없으니까. 차준호가 부회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작년 반 애들이 하도 난리가 났길래 그냥 이름 아는 애로 뽑았는데. 차준호는 너무 매사에 열심히다. 원래 이런거에 한 번도 불만가진 적 없었는데 요즘따라 괜히 마음에 안든다.





“우리 정모 나 없어서 심심했지이. 종쳤다. 일어나자.”




종이 쳤다. 앞문을 열고 들어오는게 선생님인줄 알았는데 김여주였나보다. 김여주도 내가 자는줄 알았는지 나를 흔들어깨웠다. 나는 잠도 안자놓고 괜히 자다 일어난 척을 하면서 눈을 비벼댔다. 어제 밤샜어? 아니 커피가 대체 몇 개야! 그만 좀 마셔라! 자기도 다크써클이 눈크기만큼 내려왔으면서 나한테 맨날 잔소리한다. 그래도 딱히 듣기 싫진 않아서 나는 그냥 미안, 그러고 만다.



[정모야 6교시 자습시간이던데 우리 나가서 할까???]



김여주 덕분에 요즘은 뿔테 안경을 꺼낼일이 줄었다. 맨앞자리여서 칠판 글씨가 아주 잘 보인다. 영어쌤이 판서를 끝내놓고 수특 지문을 줄줄 읽고 있는데 김여주가 내 수특 모서리에다가 메모지 한 장을 붙였다. 그것도 디즈니 메모지. 김여주는 어떻게 메모지 한 장도 꼭 자기 같은걸 쓰지. 그에 비해 나는 포스트잇 한 장 안가지고 다닌다. 나는 턱을 괴고 있는 상태로 메모지에 대충 답장을 썼다. 김여주가 턱 괴고 있는 내 손을 가리키면서 나한테 입 모양으로 또 뭐라 그랬다. 대충 턱 괴지 말라는 잔소리 같다. 사실은 메모지에 써있는 김여주 글씨를 보고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서 턱 괴는 척하며 입 가린건데 얘는 그냥 잔소리하기에 바쁘다.



[나는 7교시에도 나가 있을 거야.]


내 답장을 보면서 헤헤 거리던 김여주는 영어쌤한테 딴짓한다며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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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에 관한 소문은 많았다. 그러고보니 작년 밥친구들한테도 몇 번 들어봤던 것 같다. 내용은 기억 안나는데 아무튼 애들 입방아에 자주 오르락 내리락 거린다. 나는 김여주가 그런 소문에도 대수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워낙 성격좋은 애라 그런거 듣고도 다 알아서 거르고 말거라 생각했다.




나는 체육하는 것도 싫어서 체육쌤이 탈의실에 깔아둔 책상에서 공부했는데 김여주는 무슨 체육도 열심히 한다. 대단해 진짜. 나는 체육복도 안갈아입고 내려갔는데 김여주는 등교할 때부터 체육복 차림이었다. 등교할 때 교복 안입었다고 붙잡히긴 했는데 학생회 후배들한테 몰래 이름 빼달라하고 왔단다. 그 얘기를 하는 내내 또 방방 거리면서 좋아했다. 체육 시간에도 여자애들한테 그 얘기를 하는지 체육관 탈의실 안에서도 김여주 목소리가 다 들렸다. 거봐! 학생회 실세는 나야나!! 나도 모르게 문제 풀다가 픽 웃었다. ...병이야, 병. 고3되니까 나도 걸렸나봐. 별 것도 아닌 일에 웃는 병.




5교시 체육시간이 끝났다. 김여주한테 미리 가서 키다리 책상 자리 잡아두자고 하려했는데 얘는 이번에도 자리에 안보였다. 결국 내 문제집만 두 권 챙겨다가 나란히 뒀다. 그러고나서 물 마시러 갔는데 어디서 내 이름이 들렸다. 여자 화장실에서 나는 것 같은데. 내가 들을라고 들은건 아니고. 소리가 워낙 커서 나도 모르게 그냥 들렸다. 물통에 물 담고 있는 그 잠깐 새 뭐라고 얘기하는지 다 파악될 정도로 다 들렸다. 나 들으라고 일부러 소리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정모가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혹시 너네 사귀는 거야? 설마... 아니지?"





이미 몇 번 들었던 소문. 쟤네는 진짜 지겹지도 않나. 남 얘기로 저렇게 신나서 호들갑 떠는게 참 웃기는 꼴이다.



내가 김여주를 좋아한다고? 그래 뭐 친구로써 좋아하지. 근데 쟤네가 말하는 그 ‘좋아한다’가 가 내가 말하는 그 뜻이 아닌 것 정도는 나도 잘 안다. 근데 그런 의미로 따져봤을 때 나는 딱히 답을 못내리겠다. 나라도 고민 안해본건 아닌데, 내가 김여주를 좋아한다고하기에 ...나는 전혀 다정하지 않다. 좋아하는 사람치고는 좀 심하게 무뚝뚝하다. 근데 그렇다고 아무 사이 아니라고 하기엔 좀 말이 안되지. 적어도 나한텐 특별한 존재인건 확실하니까.


괜히 진지하게 하나하나 따져봤다. 우선 객관적으로 봤을 때 김여주는 예쁘다. 외모 평가하는거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굳이 내가 아니라 남들이 보더라도 김여주는 예쁠 거다.

그리고 나와 다르게 성격도 좋다. 나랑 성격 딴판이면 일단 좋은거다. 난 성격 안좋으니까. 그래서 쟤는 친구도 많고 인기도 많다. 이런 저런 소문에 오르는건 귀찮을 것 같지만... 아무튼 덕분에 선물도 많이 받고 좋은 점도 많아서 자기도 나름 만족해한다.

마지막으로 공부도 잘한다. 내가 탐구랑 영어는 좀 더 낫지만 나머지는 아니다. 담임쌤 말대로 수학은 김여주가 월등히 잘하고 글을 잘써서 그런지 국어도 잘한다. 나처럼 탐구랑 영어는 잘해봤자 쓸모가 없다. 탐구는 그냥 외워서 잘하는 거고 영어는 딱 모의고사 풀 정도로만 잘하는 거니까. 스피킹 이딴거 난 하나도 못한다. 오히려 김여주는 영어 말하기 대회도 자기 혼자 1등 다 해먹는다. 그렇게 따지고보니 영어도 내가 밀린다.


내가 김여주를 좋아해서 뭐해. 내가 쟤보다 잘난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그런데 쟤가 나를 왜 좋아하겠어. 내 생각엔 내가 쟤랑 잘될 가능성은 아예 없다.

그럼 좋아해서 뭐해? 좋아해봤자 나만 상처받을게 뻔할텐데 뭐. 그럼 다 시간 낭비지. 또 이런 염세적인 생각만 머릿 속에 빙빙 구른다. 바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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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하는 건 다 병난다고 우리 할머니가 늘 말씀하셨다. 나는 할머니 말씀은 잘 듣는 편이라 내가 억지로 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건 그냥 다 안하고 만다. 그래서 난 준비하다말고 날려버린 학교 대회도 여럿이다. 열심히 잘만 하다가도 귀찮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말아버리는 게 습관이다.


근데도 김여주는 뭐든지 억지로 한다. 내가 보기엔 하기 싫은 것 같은데 그냥 뭐든지 다 한다. 지금도 애들한테 이상한 소문 듣고와서 기분 안좋을텐데 영어 문제를 꾸역꾸역 풀고있다. 옆에서 보니까 다 틀렸는데 그걸 또 화내면서 다시 푼다. 아, 진짜 짜증나. 왜 안풀려. 나한테서 뺏어간 내 이어폰을 귀에 꽂고 혼잣말을 계속 화낸다.


억지로 하는 모습이 괜히 신경쓰여서 불러봤다. 김여주는 이어폰을 귀에서 빼내고 나를 쳐다봤다. 키다리 책상에서 서있다보니 키차이가 제법 났다. 얼굴에 자기 지금 완전 대박 화났다고 써있는데 나한텐 아무렇지 않은 척 구는게 좀 웃겼다.

내가 아무것도 못들은 척하고 애들이 뭐라고 했냐니까 그제야 얼굴에 쓰여있는대로 화낸다. 그러더니 나한테 미안하다면서 자기가 친한 척 그만하겠단다. 아니. 얘기가 왜 거기로 새는데. 잘못한건 걔넨데 왜 갑자기 너가 조심해. 웃기는 상황이다. 뭐라고 말해야 얘도 상처 안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느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근데 내 성격엔 아무리 고민해봤자지. 그냥 성격대로 말해야 직성이 풀린다.




"난 애들이 하는 말 신경 안 써."
"......"
"어차피 나한테 하나도 의미없잖아."




억지로 하면 다 병난다는 말까지 해주고 교실로 들어왔다. 김여주가 수특 한 챕터를 다 틀릴 동안 나는 김여주 신경쓰느라 생윤 기출 6개나 틀렸다. 원래 많이 틀려봤자 2갠데. 나도 미쳤나봐. 아무래도 이번 7교시 자습도 틀렸다 싶어 나는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엎드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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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능을 말아먹었다. 목표했던 대학은 커녕 인서울도 못가게 생겼다.

다음날 학교가기 싫었는데 엄마가 등떠밀었다. 선생님들한테 생사확인은 시켜드려야한다면서 억지로 보냈다. 결국 등교시간에서 2시간이나 지각하고 도착했는데 담임선생님은 별말씀 안하시고 나를 교무실로 부르셨다.



“정모야. 어땠어. 수능은 잘봤어?”
“...... 아니요. 저 재수하려구요”
“...왜? 많이 못봤어?”
“전 수시 한 장도 안썼는데... 수능으로는 인서울도 불안해요.”



담임쌤은 그냥 고생했다고 하셨다. 그래,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이왕이면 원하는 대학으로 가야지. 그래도 정모 네가 3월이랑 다르게 목표하는 데가 생겨서 선생님은 다행이지 싶다.

그래도 우리반 1,2등이 정모랑 여주였는데... 둘 다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





“여주는 어떻게 됐어요?”
“여주는 다행히 최저 다 맞췄더라. 이제 결과 기다려야지.”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참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에 비해 수능 완전 말아먹은 내가 부끄러웠다. 심지어 같이 공부했는데. 수능 잘보면 꼭 같이 대학가자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됐다. 나 자신한테 너무 화났다. 아니 어떻게 일 년을 준비했는데 그걸 못했어. 이대로 김여주 얼굴 보면 왠지 내가 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난 뭘 잘했다고 울지. 아 쪽팔려. 다시는 이 학교 오지 말아야지. 이대로 김여주 얼굴은 또 어떻게 봐.




"... 어떻게 됐어. 왜 나 안보러와."
"나 재수해."
"야..."
"최저 다 맞췄다며. 꼭 합격해 여주야."





반에 가보지도 않고 그냥 집에 가려 그랬는데 교무실 앞에서 김여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작 하루 안봤는데 얼굴 보니 또 괜히 반가웠다. 반가운 채를 하며 말 걸기엔 내가 수능을 너무 못봤다. 이미 속은 말이 아니면서 겉으로는 덤덤한 척 그냥 재수한다 그랬다. 근데 재수하는건 난데 무슨 얘가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입술 꾹 깨물고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는 김여주한테 좀 미안했다. 내가 잘봤으면, 얘도 나도 좋다고 서로 축하해줬을텐데. 그래서 나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 굴어야했다. 그러면서 빨리 마무리하고 벗어나야겠다 생각했다. 아마 얘가 울면 나도 못참고 울어버릴게 뻔해서.




졸업식 때 만나면, 꼭 붙었다고 말해줘.



그 말을 하고 돌아서는데 결국 못참고 눈물이 떨어졌다. 김여주가 나를 안붙잡아서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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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날까지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그냥 눈감고 떴더니 졸업식이 온 것 같다. 엄마는 내 재수학원을 알아보느라 바빴고 나는 하루종일 독서실에서 살았다. 공부를 딱히 열심히 하는건 아니었는데 그냥 그래야 마음이 편했다.




[정모야 6교시 자습시간이던데 우리 나가서 할까???]



작년 수특은 아무래도 버려야겠지 싶어 책정리를 하는데 이 메모지가 어디서 툭 떨어졌다. 딱 봐도 김여주 글씨체. 나는 수능 이후로 김여주 생각을 최대한 안하려고 했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 친구였다는 이유로 얘한테 미련이 생길까봐. 내가 감히 무슨 주제로. 그래서 결국 마지막 날까지 전화번호 하나 안줬는데 이제와서 좀 후회가 된다. 이 메모지를 보고 있자니 더 그런 생각이 난다. 마지막까지 표정 하나 못숨기고 울려그랬던 김여주가 신경쓰인다. 자꾸 신경쓰이면 더 보고싶어질 것 같은데 그게 내 마음대로 잘 안된다.

엄마가 부엌에서 빨리 생필용품도 챙기라며 화내길래 다시 책을 옮겼다. 이 디즈니 메모지는 결국 또 못버리고 필통 안에 넣어뒀다.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정모야, 우리 꼭 K대 같이 가자! 나는 운이 좋아 그 수능 성적으로도 인서울의 H대랑 G대를 붙었는데 그냥 합격증만 뽑고 말았다. 붙었다는 것도 담임쌤 전화 받고 알았다. ... 저 근데 그냥 재수할래요. K대 꼭 가고싶어서요. 그 말을 끝으로 담임쌤이랑 연락도 끊었다. 그래. K대 가서 꼭 여주랑 만나자. 선생님은 이미 다 알고있었다는 말투로 나를 응원하셨다.




졸업식 전 날. 날잡고 수특이나 오래된 기출 문제집을 싹 다 버렸다. 대신 오늘 새로운 문제집들이 배송오기로 했다. 그건 다 언제 풀지. 이미 그래프만 봐도 답까지 기억나는 문제가 수두룩 한데. 지겹다. 그래도 티는 안내고는 평소대로 독서실 갈 채비를 했다. 요즘은 왠지 더 피곤해져서 편의점에 들리는게 습관이다. 맨날 사는 커피는 똑같다. 스위트 아메리카노. 김여주는 항상 답지 않게 아메리카노만 마셔댔는데 그게 대체 뭔 맛인가 싶어 사먹어 봤다가 다 뱉었다. 대체 이런걸 어떻게 마셔. 그래서 나는 차라리 스위트 아메리카노로 마신다. 사실 이것도 좀 별론데 마시다보니 그냥 적응됐다.

커피 한 캔 사들고 독서실로 들어가려는데 왠 꽃집 하나가 보였다. 내가 처음 보는 꽃집인걸 보니 새로 개업한 것 같은데 사람은 꽤 많았다. 그것도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애들이 꽃집 앞에 모여서서 내일 졸업식 때 꼭 이 꽃들고 단체 사진을 찍자며 손뼉을 짝짝 거렸다. 나는 엄마한테 미리 말해뒀다. 난 졸업식 안갈거니까 꽃다발 같은거 돈주고 사지 말라고. 근데 저 꽃보니까 또 괜히 신경쓰인다. 김여주한테 괜히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왜 해서. 아, 그냥 졸업식 때 말해달라고 하지말걸. 어차피 김여주라면 무조건 붙을텐데. 그런 사소한 후회를 하면서 건물 꼭대기에 있는 독서실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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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샀다. 그것도 이만원이나 주고 샀다. 꽃집 주인 아주머니한테 여학생들은 무슨 꽃을 사가냐고 물어가며 그 중에 제일 괜찮아 보이는 걸로 샀다. 아주머니가 요즘엔 목화꽃이 유행이라며 목화꽃이 형형색색 물들어져있는 꽃을 건네는데 왠지 걔라면 이런 거랑 잘어울릴 것 같아 이걸로 샀다. 유행이런거 되게 민감한 애니까 좋아하겠지 싶어서.


막상 졸업식 날이 오긴 했는데 집 밖으로 나가지를 못했다. 꽃까지 다 사놓고 고민됐다. 이걸 가야해 말아야해. 결국 한 2시간을 뻐기다가 나갔다. 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 시간을 보니 애매해서 그냥 걸어갔다. 저거 기다리면 식 다 끝난다. 그래봤자 세 정거장인데 이것도 추억이겠다 싶어서 걸었다. 이 학교에 남겨둘 추억 같은거 안만들 생각이었는데 김여주때문에 그런 계획은 진작 접었다. 얘때문에 별게 다 떠오른다. 이 학교에서 사귄 친구라곤 김여주 하나 밖에 없어서 더 그랬다.


처음 교무실에서 만난 날엔 그냥 신기한 애 정도였는데 언제 얘랑 친구 먹었지. 근데 얘는 항상 친구 안해주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래서 그냥 친구만 해주면 되는건가 싶었는데 지내고보니 애들이 왜 김여주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이해가 갔다. 얘랑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다.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할지 기대되고,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속상해하는지 궁금하고. 남한테 일절 관심없는 나를 자꾸 오지랖 넓게 만든다. 왜 그러는데. 처음엔 이렇게 물어봤다가 시비거는 것 같아서 고쳤다. 왜 그래. 좀 친해졌을 땐 이렇게 물어봤는데 김여주도 흡족해했다. 무슨 일 있어, 여주야? 누가 그랬어? 나중엔 내가 이런 말까지 다 했다. 내가 봐도 웃긴다. 어차피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는데 그냥 얘기라도 들어주고 싶어서 그랬다. 얘기 들어주고 열심히 공감해주면 얘는 그걸로도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아서 나는 그거라도 해줘야지 싶었다.

...... 더 이상 생각하면 뭔가 안될 것 같아서 그냥 거기서 그쳤다. 아, 고3도 다 끝났는데 왜 아직도 웃고 난리야. 큰일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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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펑펑 울었다. 우리 정모 가서 힘들면 꼭 연락해. 핸드폰 반입 안된다고 했는데도 자꾸 전화하란다. 어쨌든 나때문에 엄마가 이렇게 우는거라 가만히 있었다. 알았어 엄마. 내 걱정하지말고 얼른 자.



그러고나서 나도 얼른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올리가 없다. 애초에 불도 안끄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여주가 줬던 편지를 들고 한참을 멍때렸다. 졸업식 때 한참을 울던 김여주가 생각났다. 나야 워낙 학교 생활에 관심 없었으니 울 일도 없었지만 얘는 아무래도 아니겠거니 싶었다. 추억할 친구들이 대체 몇 명이야. 학생회까지해서 선후배도 신경쓰려나. 김여주가 추억하는 사람들 중에 나는 몇번째로 떠올랐을까 괜히 궁금했다. 내 생각엔 한 10번째쯤? 많이 쳐주면 그정도.

그에 반해 나는 추억할 사람이 얘가 전부다. 그 생각을 하니까 좀 울 것 같다. 친구 한 명 밖에 없는건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그 한 명이 김여주라서 괜히 울컥한다. 친구 한 명이 김여주였으면, 그정도면 괜찮은 학창시절이었지. 이런 애를 또 어디서 만나. ...이정도로 생각날 거면 전화번호 줄걸 그랬나. 근데 이제와서 번호 주면 뭐해. 나는 내일 기숙학원 들어가는데. 다 지난 추억 가지고 별 의미 부여 안하려는데 얘는 왜 자꾸 사람 미련 갖게 하는지 모르겠다. 왜 자꾸 생각나. 왜 자꾸 그러는데. 그러다 결국 핸드폰 들었다. 그래. 그냥 마지막으로 문자 한 통 보내고 미련 버리자. 얘한테 나는 이제 고등학교 때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텐데. 나 혼자서 이렇게 붙잡고 늘어져서 뭐해.




나야말로 친구해줘서 고마웠어.
너는 대학가서도 잘할 거야. 항상 뭐든지 잘했으니까.
앞으로도 잘지내야해.








그렇게 문자 보내고 바로 전원 껐다. ... 아. 심장 뛰어. 이름도 안썼는데 미친 놈이라 생각하면 어떡해. 답장 안오면 어떡해. 난 못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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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문자 보낸 것도 쪽팔리고 찌질하게 전원까지 끈 것도 쪽팔려서 이불 뒤집어 쓰고 있다보니 잠들어버렸다. 일어나고보니 새벽 6시다. 미리 짐을 챙겨놔서 다행이지 아침까지 챙겨먹으면 시간이 간당간당할 것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엄마가 해준 밥은 먹고 가야겠지 싶어서 밥 한 톨도 안남기고 싹싹 긁어먹었다.


카톡도 미리 탈퇴해놨어야했는데 어제 문자보내고 전원 꺼놓는 바람에 까먹었다. 카톡이라 해봤자 사실 연락하는 사람은 가족 밖에 없다. 애들이 맨날 카톡 카톡 거리는데 나는 고1 때 이후로 한 번도 안해봐서 학원 들어가기 전에 괜히 한 번 깔아본 거다. 그냥 남들 다 하는거 나도 해보고 싶어서. 참나. 연락할 사람도 없는게. 카톡 깐지 고작 한 달 밖에 안됐는데 그동안 내가 한거라곤 엄마한테 독서실에서 밥 잘먹고 있다는 인증샷 보낸게 전부다. 엄마가 나한테 프로필 사진에 있는 꽃은 뭐냐면서 물어봤는데 그냥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저장한 거라고 그랬다.




아무튼 나한테 연락할 사람은 엄마 말고 단 한 명도 없다는 건데.

... 나한테 왜 카톡이 쌓여있지.








김여주
오전 3시 18분 -미칭ㄴ너마. 왜 전호ㅑ 꺼두는대.
오전 3시 18분 -전ㄴ화 받어바....
오전 3시 18분 -야...
오전 3시 22분 -정모야
오전 3시 23분 -생일 축ㄱ하해










카톡만 문제가 아니다. 부재중 전화가 무슨 58통이다. 그것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김여주가 한거. ... 내가 너한테 대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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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가자마자 핸드폰 가게가서 번호 없애둬. 그렇게 부탁해두고 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엄마는 어제 많이 울어놓고 또 울라 그랬다. 나도 좀 울컥하긴 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나 울면 진짜 엄마 엉엉 울거 같아서. 나라도 참아야지 뭐. 엄마 나 죽으러 가는 거 아니야. 나 더 지금보다 더 잘되려고 가는 거야. 그렇게 씩씩하게 말하고 떠났다.



교통카드를 찍었는데 성인 요금이다. 그러고보니까 오늘 내 생일이다. 이틀 전에 미리 케이크 먹어서 오늘은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김여주가 나한테 보낸 카톡이 생각났다. 내 생일 한 번도 말안했는데 얜 어떻게 알았지. 그래도 가족 이외에 처음 받는 생일축하라 왠지 기분은 좋았다. ... 아니 좋은 걸 떠나서 기뻤다. 똑같은 말인거 아는데 아무튼 무지 신났다. 아. 진짜 사람 끝까지 괴롭혀. 어떻게 된게 계속 생각나.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나. 올해 들어 고작 한 번 밖에 못봤는데 왜 맨날 생각나.



교통카드를 집어넣으려고 지갑을 펼치는데 하필 편지를 여기다 뒀다. 구정모 골 때리네. 이정도면 그냥 니가 잊기 싫어서 이러는 거지. 편지를 꽉 쥐었다. ... 이제 인정할 때도 됐지. 그래. 솔직히 말하면 너무 보고싶다. 어제 보낸 문자도 보고싶어서 보낸 거다. 졸업식 전 날 샀던 꽃도 너가 좋아했으면 해서 산 거다. 졸업식 날 굳이 학교 간 것도, 네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고싶어서 그런 거다.

학교 다니는 내내 다른 애들은 쳐다도 안보면서 너만 궁금해하고 너만 쳐다본 것도 ... 내가 다 너 좋아해서 그런 거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병신같이 울었다. 아. 진짜 쪽팔리네. 너는 왜 자꾸 나를 쪽팔리게 해. 내가 자꾸 작아지게 해. 창가에 머리 박고 한참을 있었다. 고개를 못들겠다. 어떻게 너는 쪽지 한 장으로도 나를 이렇게 못살게 굴어. 나한테 대체 무슨 짓 한건데. ...죽겠다 진짜. 당장이라도 버스에서 뛰어내려 주소도 모르는 너네집 앞으로 달려가고 싶다. 내가 단단히 미쳤지. 내가 단단히 빠졌지. 친구라면서. 그냥 친구라면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으면서 이제 와서 왜 그러는데. 한심하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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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윤성아. 아까 김여주 봤냐?"
"아니? 왜?"
"아까 여주 봤는데 왠 남자랑 지나가던데? 걔 원래 남친 있었나?"



엥. 난생 처음 듣는 소리. 여주 성격에 남친 생겼으면 나한테 백퍼 말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나 똑같다. 밥먹으면서 남얘기 하는건 똑같다. 그래도 나도 이제 성격을 많이 고쳐서 이런 얘기도 잘 들어주는 편이다. '누가 누구랑 사귄대', 그러면 '진짜? 잘어울리네.' 이런 대답도 바로 해준다. 그리고 이제 얘네가 뒤에서 남 얘기 한다고 해서 안좋은 애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뒤에서 남얘기 한다고 해서 그게 꼭 나쁜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나는 이걸 김여주 덕분에 머리로 겨우 이해했다가, 황윤성이랑 강민희 덕분에 몸으로도 익혔다.



김여주는 내 생각 그 이상으로 잘살고 있었다. 적어도 얘네들한테 듣기로는 그랬다. 나는 그냥 모른 척하고 조용히 주워 듣기만 했다. 묵묵히 듣고만 있어도 이미 김여주 학교 생활은 다 보였다. 얘네랑 친해도 너무 친해서. 장난 반 진심 반으로는 얘네랑 괜히 친해졌다 싶을 정도로.

김여주가 수시 쓸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 학교 정시로 뚫으려니까 겁나 힘들었다. 재수 시작하자마자 학원쌤이랑 상담하고 나왔는데 첫날부터 앞길이 막막했다. 그래서 거의 반쯤 미쳐서 공부했는데, 나는 그러면서 내가 김여주를 잊고 있다고 생각했다. 웃기는 일이다. 김여주랑 같은 대학 가겠다고 그렇게 아득바득 공부하고 있는 주제에 이제 거의 다 잊고 있다면서 뿌듯해했다. 근데 대학을 와서 보니 또 아닌 거다. 전혀 아닌 거다. 이렇게 간간히 듣고 있는 소식으로도 심장 떨려 미치겠는데.



수능 끝나자마자 제일 최신형 핸드폰을 샀다. 김여주가 수능 끝나고 핸드폰 바꿀거면 꼭 아이폰으로 사라며 귀에 딱지가 앉게 말했는데 결국은 이걸 샀다. 처음엔 너무 어려워서 필요도 없는 앱까지 사고 그랬는데. 이젠 아이폰 아니면 못쓰겠다. 아이폰의 생명은 간지라면서 무조건 투명 케이스만 끼라길래 투명 케이스로만 벌써 4번째 바꿨다.


그리고 전화도 당연히 해봤다. 이 핸드폰 사자마자 제일 먼저 지갑 속에 껴둔 편지 꺼내들고 번호부터 눌렀다. 이제 안보고도 번호 누를 수 있으면서 한 글자라도 틀릴까봐 괜히 편지까지 꺼내들었다.
... 근데 그렇게 기대했는데, 안받았다. 일년을 기다렸는데 번호가 없는 번호였다. 내심 기대했는데 결국 번호를 바꿨나보다.


나는 나름 그것도 김여주의 선택이라 생각하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뭐야. 내가 방금 카톡으로 물어봤더니 아니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데?"
"그래? 근데 겁나 잘생겼더라. 난 무슨 연예인인줄."
"나보다 잘생김?"
"그런걸 왜 물어봐. 상처받는게 취미야?"



과잠도 A대던데. 공부도 개잘하나봄. 강민희가 덧붙인 말을 듣고 나는 대충 차준호겠거니 예상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안심하기까지 했다. 다행이네. 진짜로 남자친구 사귄거였으면 자휴 때리고 술마실 뻔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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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려고 맘 잡으면 사실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었다. 강민희나 황윤성한테 물어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구할 수 있는게 김여주 번호다. 지금도 김여주랑 같은과 동기한테서 영화보러가자며 카톡 오는데, 이 여자애 프사도 김여주랑 같이 찍은 사진이다.

근데 남의 도움 빌려다가 만나기는 싫었다. 차라리 우연히 만나는게 낫겠다 싶었다. 나한테 번호 안바꾸겠다고 해놓고 결국 바꾼걸 보면 나랑 다시 만나는게 싫을 수도 있는 거니까. 우연히 만나게 될 때 김여주가 나를 먼저 쌩까면 나도 따라서 모르는 척 해주기로 결심까지 했다. 나한텐 그게 최선이었다. 치졸하게 사랑했던 첫사랑에 대한 일종의 배려였다.




그랬더니 결국 종강할 때까지 못 만났다. 어떻게 된게 4개월 내내 단 한 번도 우연히 만나는 일이 없었다. 어이없다. 심지어 나는 김여주랑 친한 애들이랑 같은 과 친구인데도 어떻게 얼굴 한 번 안마주친다. 얘네도 내 앞에서 김여주 얘기만 늘어놓을 뿐이지 나한테 딱히 소개하려고 하지는 않아서. 그냥 그렇게 어이없이 4개월이 흘렀다. 이렇게 보면 대학이 참 넓다 싶었다. 이러다가 얼굴까지 까먹겠다. 그런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김여주랑 같이 찍은 사진으로 프사 걸어둔 내 친구들만 벌써 7명이다. 그렇게 안경 쓰기 싫다 그래놓고 황윤성 옛날 프로필 사진에서는 잘만 쓰고 있었다. 단추구멍처럼 작아진다는 것도 다 핑계였다. 눈이 워낙 커서, 작아져봤자지. 내가 했던 생각은 역시 틀림없었다. 안경 써봤자 눈은 똑같이 예뻤다.




"정모. 다음 학기엔 교양 뭐 들을 거야?"
"민규가 호신술 듣자던데? 나도 같이 들을라고."
"... 뭐? 미쳤어!?"
"왜요? 호신술 별로에요?"




야. 차라리 생물학의 이해를 두 번 듣는다. 호신술 진심 에바야. 나 작년에 호신술 신청했다가 바로 철회했잖아.
민규는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황윤성을 붙잡고 계속 질문해댔다. 왜요. 왜요? 호신술 교수님 별로에요? 저 호신술 배워보는거 진짜 꿈이었는데... 그래도 교양인데 한 번 쯤 들을만하지 않을까요? 배워두면 살면서 쓸모 있을 것 같은데. 저는 1교시라도 완전 괜찮아요. 저 이번 학기 1교시 전공도 에이쁠 맞았어요.



"하... 잠깐 나 나갔다 올테니까 생각을 좀 다시 해봐. 과연 그게 최선일까."



황윤성은 그러더니 정말로 급하게 뛰어나갔다. 민규는 완전히 풀이 죽어서 제 앞에 놓인 잔을 원샷했다. 원샷해봤자 쟤는 사이다다. 술같은거 못마셔서.
정모형. 그냥 우리 호신술 들어요. ...나는 싫은데. 헐. 너무해. 제가 이번 학기 필기도 다 보여드렸잖아요! 그럼 다음 학기엔 내가 필기 보여주면 되지.

아니, 넌 호신술 배워서 어디다 써먹게. 키도 180 넘는게.




술자리는 완전 개판이었다. 이제 시끄러운 모임도 나름 적응 됐다 생각했는데 오늘은 유독 심했다. 우리 테이블만 시끄러운게 아니라 여기저기 다 시끄럽다. 그나마 단체석이라 넓게 앉은거지, 일반 테이블 앉았으면 자리도 비좁아서 더 정신 사나웠을 것 같다. 종강해서 그런지 다들 신났네 신났어.




"야!!! 빨리 잔들어!!!!! 아무나 빨리 단체샷 사진 찍어!!!!!!!"



그 중에서도 강민희가 제일 신났지. 저렇게 신나서 날뛰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누구랑 참 닮아서 웃긴다. 친구도 끼리끼리라더니. 김여주가 강민희랑 친구 먹는 이유는 다 저기있나봐.







27





"아하하하학! 야 왜 낯가려. 설마 새내기라 그러는거?"



그렇다고 해서 이정도로 심하진 않았는데 얘가 오늘따라 왜이래. 나는 강민희가 내쪽으로 달려오는 순간부터 몸을 돌려 앉고 있었다. 제발 나말고 다른 사람한테 가라. 제발 오늘은 좀 조용히 넘어가라. 쟤 술 취하면 상대하기 귀찮단 말이야. 강민희 시선 피해서 숨어있느라 아직도 호신술 때문에 삐져있는 민규를 데리고 음료수 건배를 했다. 형. 진짜 안되는 거에요...? 저 진짜 진심인데. 근데 얘도 정상은 아니다. 하... 어떻게 된게 멀쩡한 애가 없어. 사이다 다 갈아치우고 이젠 웰치스까지 까먹고 있는게 무슨 소주 한 병 마신 나보다 더 취했다. 야야. 민규야. 그렇게 호신술이 하고 싶으면 차라리 학원을 다녀. 학원쌤은 너한테 적어도 F는 안주겠지.


강민희는 하다하다 무슨 지 친구까지 데려왔는지 내 옆에 의자 하나를 끌어냈다. 아하하학. 진짜 웃겨. 저 거창한 웃음 소리는 어떻게 된게 귀에 쏙속 박힌다. 민규야, 쟤 모르는 척 해. 왜요? 잘못걸리면 너가 저 꼴난다. 누구요? 아 저 선배가 데려온 누나요? 근데 저 누나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데러온 사람이 여자야? 설마.




그렇게 강민희 등지고 민규랑 남몰래 대화하고 있는데, 내 등에 턱하니 무게가 실린다. 이거 백퍼 강민희 손인데.

... 아니 쟤가 데려올 여자가 걔 아니면 누구 있어.





"아니. 와. 진짜. 어떻게 이 자리가 딱 비었냐? 괜찮아. 나 정모랑 친하거든. 아, 여주야 너 정모는 한 번도 못봤나?! 우리 과 새내기. 내가 말한 적 없었나? 근데 재수해서 우리랑 동갑."







강민희가 쉴 새 없이 말을 뱉는다. 결국 나도 어깨 붙잡혔다. 결국 의자도 원래대로 되돌려놨다. 동시에 설마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맞을까 싶은 그 주인공을 쳐다봤다. 이미 강민희 때문에 이름까지 다 들어놓고 괜히 이름 못들은 척 설마, 에이 설마하는 그딴 의심을 헌다. 그런 말같지도 않은 의심을 하면서 나는 오늘 괜히 왔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우연히 만나고 싶다 하더라도 이렇게 개판난 술자리에서 만나고 싶진 않았는데.






"잘됐다, 야. 이렇게 만난 김에 너네두 친구 먹어. 우리 다 친구 먹으면 되겠네. 야. 진짜 잘됐네. 내가 이렇게 또 다리 하나 놔준다."
"......"








"이미 말 놨어. 아는 사이야."




그래도 이 얼굴을 다시 가까이서 보고있자니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웃었다. 얘는 내가 정말 이 대학 쫓아올 거라고 상상도 못했겠지. 내 친구들한테 니 소식 전해들으면서 내가 무슨 생각 했는지 꿈에도 모르겠지. 네 얼굴 한 번이라도 더 찾아보려고 친하지도 않은 애들 프로필까지 다 열어봤던거 너는 평생 모르겠지.








"여주야 오랜만이네."






내가 너 지겹고 구차하게 짝사랑해서 이 지경까지 왔다는 것도. 너는 여전히 하나도 모르고 있겠지.











-





하... 이게 뭐라고 하루종일.... 하................ 분량 조절 대실패^^
후속의 후속은 기력이 딸려서 무리일 것 같네요,,, ㅠ 죄송합니다 ㅠ_ㅠ


전 유사연애에 미쳐버린 인간이라
빙의글 보고 입덕한 적 여럿 있었는데...
제 글은 머 딱히... 거기까지 가진 못할 것 같고...^^;; ㅠ





아무튼 이 제 글까지 들어오신 것도 우연인데 !
이 기회에정모한테도 관심 한 번 더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프로듀스/구정모] 구차한 쌍방과실 下 | 인스티즈


(구정모 일단 무조건 데뷔만 하자 ㅠ 하... 이번에 무조건 소파에 앉기..............)




구정모 무조건 데뷔해♥


첫글과 막글
· [막글] [프로듀스/구정모] 구차한 쌍방과실 외전 (only insta.)  28  10개월 전
· [첫글] [프로듀스/구정모] 구차한 쌍방과실 上  44  1년 전

위/아래글
· [프로듀스/구정모] 구차한 쌍방과실 외전 (only insta.)  28  10개월 전
· [프로듀스/구정모] 구차한 쌍방과실 외전  25  1년 전
· [현재글] [프로듀스/구정모] 구차한 쌍방과실 下  40  1년 전
· [프로듀스/구정모] 구차한 쌍방과실 上  44  1년 전

공지사항
없음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독자1
와 진짜 대박 .. 작가님 사랑합니다ㅠ
•••답글
독자2
허루우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 작가님... 저이글보고 정모 관심생겨서 짤줍하다가 입덕한거같아요....책임지세요...ㅠㅠㅠㅠㅠ엉엉ㅠㅠ너무재밌어요ㅠㅠㅠ다음이 너무궁금한데...끝이라니ㅠㅠㅠㅠㅠ안되용ㅠㅠㅠㅠ
•••답글
독자3
아 세상에 작가님ㅜㅜㅠㅠㅠㅠㅠㅠ대박....
•••답글
독자4
와.. 이렇게 연애스토리까지........... ㅎㅎ..
•••답글
독자5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덕분에 정모가 더 좋아졌어요ㅠㅠㅠㅠㅠ후속작 기대하고있겠습니다ㅠㅠㅠㅜ연애썰까지ㅠㅠㅠㅠㅠ
•••답글
독자6
작가님... 후속을 써주신다면 생방때 친구 다 동원해서 정모 투표 하겠습니다ㅠㅠ 저 유사연애 처돌인데 지금 심장이 너무 아파요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덕분에 정모 처돌이될 것 같아요....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은 글 진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답글
구설렘
정말인가요 ................. 제발 정모 좀 뽑아주세요 ㅠ ....... 제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뭐라도 일단 써올게요 .... 기다려주세요 .... 감사합니다........... ㅠ ... ㅠㅠ
•••
독자7
하...작가님 진짜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ㅜㅜㅜ
•••답글
독자8
헝헝허오ㅓㅇ헝헝헝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ㅠ 글써즈셔서 진짜 감사합니다ㅠㅜㅜㅜㅜㅜㅜㅜㅜ
•••답글
독자9
작가님 너무 좋아서 벽 다 부시고싶어졌어요ㅠㅠㅠ
•••답글
독자10
이건 후속이 필요합니다 번외라도 내주세요
•••답글
독자11
저도 빙의글로 입덕 많이 했습니다ㅜㅜㅜㅜ 정모 좀 많이 들어오네요 어차피 쌍방과실ㅜㅜㅜ 이제 연애만 하면 끝 하 너무 멀리 돌아왔다 하필 고3 때 만나서 공부만 하고 정모는 재수도 해서 2~3년을 돌아왔네요 여주 말 기억하고 아이폰 샀는데 번호 바꾼 거 맴찢ㅠㅠ
•••답글
독자12
진짜 막 가슴이 미어지고 이게 무슨 감정이라고 형용을 못하겠어요 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사랑해영 ㅠㅠㅠㅠ
•••답글
독자13
작가님ㅜㅜㅜㅜㅜ 진짜 너무 좋은데요ㅜㅜ 오랜만에 글잡 인생글 만난것 같아요ㅜㅜㅜㅜ 제발 번외라도ㅜㅜ.... 이런글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사랑합니다❤️❤️❤️ㅜㅜ
•••답글
독자14
세상에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은 없는 건가요 ㅠㅠ
•••답글
독자15
작가님... 제가 작가님 케이스로 간것같습니다...예... 너무 좋아요.......... ㅜㅠㅠㅜㅠㅠ 진짜 글도 좋구요 이거 보고 규정모 찾아보다가 그만 하ㅜㅠㅜㅠㅜㅠㅠㅜㅠㅜㅜ 진짜 만약 언젠가 나중에 기 만땅 되신다면... 후속... 진짜 언제가 되던 기다릴게요 엉엉ㅠㅠㅠㅠ 감사합니다 자까님...
•••답글
독자16
자까님.. 저 이거 읽고 정모한테 녹았어요... 제발.. 담편.. please,,,,, 사랑해요,,,,,,
•••답글
독자17
아니 진짜 여운 어쩌실거예요,,,,???????????????? 자까님!!!!!!
•••답글
독자18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선생님,, 구정모 사.랑.해....
•••답글
구설렘
허억 감사합니다 ㅠㅠ ♥♥♥♥♥ 맘에 드실진 모르겠지만 쓰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ㅠ_ㅠ!!!
•••
비회원136.32
저 이글 보고 정모 입덕했어요...... 오늘도 정모 뽑았습니다,,,,,, 제발 후속편......ㅠㅠ 정모야악ㅠㅠㅠㅠㅠㅠㅠㅠ
•••답글
독자20
대박저구ㅜㅜ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 ㅜㅜㅜㅜㅜㅜ사랑합니다..ㅠㅠ
•••답글
독자21
오늘부터 나의 원픽 ..
•••
독자22
하 작가님 너무 좋고 설레는데요...?
울 정모 꼭 데뷔하자ㅠㅠㅠㅠ❤️❤️❤️
담화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답글
비회원221.170
뒷 내용 시급해요 작가님...!!!!ㅠㅠㅠㅠ
•••답글
독자23
ㅠㅠㅠㅠㅠ 너무 글이 좋아요 ㅠㅠㅠㅠ
마음 아프고 설레요 감사해요

•••답글
독자24
아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정모 투표할께요ㅠㅠㅠㅠㅠ
•••답글
독자25
미친!!!!!미친!!!아아가미미친!!!!!!!!!!!!!!!!!!! 저 진짜 현기증 나요 아 정모가...정모가 이런생각을.... 정모야... 내가 진짜 미처버렷다
•••답글
독자26
악 대사한줄한줄 진짜 정모가 저런말하면 저런 말투로 말할거같아서ㅠㅠㅠ넘 몰입 잘돼여,,,
•••답글
비회원124.133
유사연애 처돌이 광광 울면서 읽고 갑니다 맛있다...
•••답글
비회원113.62
스따시 소속 연생을 정착 못하고 파던 할미 .. 이 글보고 확신의 구정모 픽으로 바뀌었으니 젭알 다른 후속도 또 써주세요 .. 제발 ... ㅠㅅ
•••답글
독자27
그래서 k대 h대 a대가 어딘가요... 때려맞추다가 응..? 아닌가 삼백번 했어요
•••답글
구설렘
그냥 막 쓴 거라... 실제 대학이랑은 전혀 연관없어요 ㅎㅎㅎ
•••
독자28
후 하후하ㅠㅠㅠ 감정몰입 쩔어요....
•••답글
독자29
선샌밈...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정모 너무... 너무 진짜야... 하... 잘 보고 가요...
•••답글
독자30
진짜 정모가 말하는 것 같이 느껴지구 감정 몰입 진짜 최고입니다 작가님 ㅠㅠ
•••답글
독자31
아아아아ㅏㅇㄱ 우리애기ㅠㅠㅠㅠㅠ 넘 재밌어요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답글
독자32
저 지금 너무 설레서 이불에 머리 박고 쿵쿵쿵 하고있어요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ㅠㅠ
•••답글
독자33
몰입도 진짜 쩔어요,, 세상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사랑해요 최곱니다 정말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답글
독자34
작가님.저 새벽에 울고 있어요정말..이 글 너무 사랑해서 차라리 죽어버릴래요진짜 너무 좋아요..저 진짜 주슿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사랑해요 문장 하나 하나 다 너무 ㅠㅠㅠㅠㅠㅠ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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