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평범한 삶을 사는 나는 나도모르게 특별한 삶을 늘 갈망했다
해프닝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늘.
"엄마 남자친구 생겼어"
이게 해프닝의 첫 시작이었다.
나는 늘 엄마가 외롭지 않기를 바랬기에 엄마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해줬다.
엄마는 회사 거래처에서 그 아저씨를 처음 만났다고 했다. 이름은 김종대이고 엄만 싹싹하게 구는 그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의 말은 거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3주 후 엄마는 부탁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이가 청혼했어... 우리 딸은 괜찮아?"
상관없어. 이게 내 답이었다. 엄마만 행복하면돼.
그런데 그 아저씨한테 나보다 한살 위인 아들이 있다고 한다. 이름은 도경수.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약간 장애가 있어. 어렸을때 사고로 눈을 다쳐서 거의 실명 직전이라더라"
이건 좀 신경쓰인다.
뭐 어때 어떻게든 잘 되겠지.
다음 주에 아저씨랑 만나기로 했다. 그 오빠는 밖에 나오는 걸 꺼려서 나오기는 어렵다고 했다.
아저씨는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올라간 입꼬리에 광대는 조금 튀어나왔지만 첫인상은 꽤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같이 밥을 먹고 엄마가 화장실 간 사이 아저씨랑 둘이서 얘기를 하게 됐다.
"ㅇㅇ아 아저씨한테 아들이 있다는건 들었지?"
"네 저보다 한 살 많은 오빠라던데요.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음... 경수가 많이...아니 심할정도로 내성적이야. 평소엔 방에서 잘 나오지도 않아. 네가 그런 경수를 친오빠 처럼 잘 이해해 줬음 한다."
"당연하죠. 이제 한 가족이 될텐데요."
"그래 고맙다. 이런 ㅇㅇ이가 내 딸이라니 벌써부터 자랑스럽구나."
그렇게 결혼식 날짜는 다가왔다.
엄마가 다시 슬퍼하는 일이 없기를. 나는 기도했다.
하객이 10명 남짓한 결혼식이었다. 엄마는 두번째인데 크게할 필요가 있냐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경수 오빠는 결혼식에 오지 않았다. 사람들을 만나는게 쉽지 않다고 한다.
엄마는 신혼여행 가기 전에 먼저 살림을 제대로 합칠 거라고 했다.
집은 종대 아저씨네가 더 넓어서 그리 가기로 했다.
이사 하기 전에 그 집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경수 오빠를 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살짝 있었다.
어떤 말을 해야 빨리 친해질까? 이 생각 뿐이었다.
종대아저씨 집은 입이 떡 벌어질만큼 근사했다. 단독 주택인데 거의 새 건물 이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모든 방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한 곳 빼고.
아저씨는 이제 같이 살 집이라며 집소개를 해줬다.
"여기는 ㅇㅇ이가 쓸 방이고, 여기는 이제 안방, 저기는 드레스 룸.."
"저 닫혀있는 방은요?"
"아 저기는 경수방"
"들어가봐도 돼요?"
"아.. 한 번 노크해봐 함부로 들어가면 많이 화내."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했다. 아무 말이 없다.
아저씨가 와서 문앞에 대고 말했다.
"경수야 네 동생인 ㅇㅇ이 왔어 문 좀 열어줄 수 있겠니?"
방 안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뭐라고? 경수야 문 좀 열어볼래? ㅇㅇ이 밖에 서있는데 실례잖아."
"ㄲ..."
"뭐? 경수야 뭐라고 하는지 잘 안들..."
"꺼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