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애아빠 X 18딸 딸내미
01
W. 한딩
'쾅쾅쾅' 문을 부실듯한 굉장한 소음에 눈을 살짝 떴다가 감았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싫어 덮고 있던 이불을 꼭 끌어안은 종인의 미간에 주름 몇가닥이 자리한다. 한번만 더 두드린다면 그 놈의 면상을 확 갈겨노리라 생각하고 있던 찰라에 이번에 발로 문짝을 차는건지 첫 소음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크다. “어떤 새끼야!! ” 잠에 한껏 잠긴 목소리로 힘껏 소리를 쳐도 소용이 없으니 실내 슬리퍼를 발에 꽂아 넣는다는것도 깜빡한 종인은 지체 없이 문을 활 열어제낀다. 찬열 혹은 백현 일꺼라는 종인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난 주인공에 적지 않게 놀란 표정을 짓는 종인이다.
“ 어..어? ”
“ 뭐? ”
“ 그러니까..여기 주소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로얄 빌라 103동 1503호! 맞게 온것 같은데.. 여기요 ”
“ ... ... ... ”
'꿀떡꿀떡' 한마디 말조차 오가지 않은 둘 사이엔 서로 목을 축이는 소리만 들릴뿐, 비싸보이는 가죽 소파에 손톱을 세워 끄적거리던 여자아이의 얼굴은 점점 희어져 가더니 이젠 창백하기 까지하다. 그걸 알고 있는 종인이지만 먼저 정적을 깰 생각은 없어보인다. 아마도 약 10분 전 문 앞에서 '아빠' 발언의 영향인듯 싶다. 억울한것도 억울한거지만 이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어가고 있는건지가 궁금해 미칠 지경에 이르다가 무릎을 탁 치며 일어난 종인은 말없이 방 안으로 쌩하니 들어가버린다. 무릎치는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란 여자아이는 소파에서 손톱을 거둔다.
[ 회장님께서 조금전 회의실에 들어가셨습니다.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제게 말해주십시오. 전해드리겠습니다. ]
“ 회장 바꾸라잖아!!지금 당장! ”
[ 불가능합니다. ]
“ 불가능한게 있으면 그게 무슨 회장이야! 바꾸라면 바꿔. 다 뒤집어 엎기전에 ”
[ ...OO 아가씨 일 때문이십니까. 회사로 오십시오. 직접 만나 뵙고 들으셔야 합니다. ]
“ 뭐? 김비서.. 김비서!!! 아 시발 ”
거실로 나온 종인의 눈에 띈 OO는 바닥에 털썩 앉아 자신과 함께 온 캐리어를 열어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려다가 종인이 방밖으로 나오는 소리에 등을 훽 돌려 캐리어를 저 등뒤로 숨긴다. “ 누구 마음대로 짐풀래.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집안에 들어와 OO에게 처음으로 한 말이다. OO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 아빠... 어디가요? ” 조금은 떨린 목소리로 말하자 종인은
“ 중학생은 되보이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어떻게 봐서 니 아빠야? ”
“ ...저는 중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 ”
“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고등학생? 고등학생이면 내가 왜 이런 반응인지 더 이해되겠네. 이제 겨우 28살인 내가 너만한 딸이 있다고? 웃기지마. 풀었던 짐이나 다시 싸고 있어. 내가 돌아오면 넌 이 집을 나가게 될테니깐. ”
하염없이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벙쪄 있는 여자아이의 표정에도 아무런 감정도 못느끼겠다는 사람처럼 표정 없는 종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문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쾅- 하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OO은 황급히 귀를 틀어막고 시선이 종인의 뒤꽁무늬만 쫒다가 이내 시선을 거둔다.
이 이해할 수도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도 없는 상황에 막연히 머리 꼭지가 돌겠다 라는 생각뿐인 종인은 스스로 화를 삭히며 심호흡 해오지만 " 시발! 미친 영감탱이가!! " 라는 생각을 떨칠 수 가 없다. 지하로 내려온 종인은 고급진 차량 중에서도 가장 값 나가 보이는 하얀색 스포츠카에 몸을 싣는다.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한 차를 보면 그의 성격을 대충 어림 짐작 할 수 있을듯하다. 열이 오를대로 오른 종인은 다소 거세게 차를 몰며 주차장을 나가버린다.
종인의 차가 끼익- 하는 부자연스러운 소음을 내며 멈춰서자 주위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린다. 화를 어느정도 식힌건지, 아니면 나중에 분출을 위해 조금 사그라든건지 알수는 없는 그의 표정이다. " 주차해- " 라는 재수없는 말과 함께 차키를 던지다시피 건네고 호텔 Zeus 안으로 성큼 발을 내딛는다.
호텔 Zeus라 함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호텔로 우리나라 대표 호텔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 더 이상 아무 말이 필요할까. 세계 유명 인사들이 내한을 계획 한다면 이 호텔 Zeus가 아니면 투숙을 하지 않겠다는 소문이 자자해 유명세를 이끌었고 특히, 물관리가 철저해 일반인들은 발 한번 딛기 조차 힘들다고 한다. 이름좀 날린다하는 사람들이 저를 평가하고 싶어 투숙 예약을 했다가 시원하게 까였다는 입소문을 타 일반인들 사이에서 질타를 받기는 하였으나 우리나라의 최고 호텔이라는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철통같은 방어를 시전하기 위해 마련된 보디가드 5명과 안내원 5명을 입도 뻥긋 없이 그대로 지나친 종인과 그런 종인을 신기하듯 바라보는 사람들. 종인은 신경 쓸 이유도 겨를도 없다. 지금 당장 기분이 병신같으니까.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종인은 함부로 누를수 조차도 없는 47층 맨 꼭대기 층을 누르고는 회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내지를 문장에대해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 뇌가 잠깐 멈춘것같은 뭐 같은 기분에 머리 끄덩이를 세게 잡아 쥐었다가 이내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한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채 다 열리기도 전에 비집고 나온 종인은 성큼성큼 큰 발걸음을 내딛으며 도착한 곳은 회장실 문 앞. 1층 안내 데스크로 부터 연락을 미리 받아 종인이 닥칠줄 예상했던 김비서는 자연스럽게 종인의 옆구리에 따라 붙는다.
" 회장님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 문이나 열지. "
종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똑똑' 정갈한 노크 소리와 뒤이어 들려오는 회장님의 목소리 " 들여보네 " 김비서가 쥐어잡은 문고리가 휘어지고 여느 방 문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의 문이 손쉽게 열린다. 회장실 문과 정면을 향해있는 정중앙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아 앉아 홍차의 향을 음미하고 있는 회장 이자 김 종인의 아버지 ' 김 준석 ' 이 보인다. 종인은 가벼운 인사 한마디 몸짓하나 없이 거침없이 다가가 준석의 오른쪽 소파에 앉자마자 입을 연다.
" 장난해? 호텔 회장씩으로나 앉아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할짓이 없어? 누가 누구 아빠야!! "
" ...호텔 들어와. 스물여덟이면 방황 할만큼 했다. 사장직 내줄테니까 다음주 부터 출근해"
" 묻는말에 대답이나해! 아침부터 찾아온 그 여자애는 누군데 와서 나더러 아빠래 그 사진은 또 뭐고!! "
" 이제부터 네 딸될 아이다. 호적엔 이미 올렸으니 그렇게 알아라. 내 그늘 아래 자라서 세상물정 하나 모르... "
" 시발...노친네 노망났네 진짜. 나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못알아 듣겠거든? 설명하라고 설명을! "
끝끝내 종인의 인내의 한계가 극에 다달았고, 준석이 들고 있던 찻잔이 벽과 만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산산히 조각나고야 말았다. 씩씩 거리며 거친숨을 내쉬던 종인의 귓바퀴가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을 본 준석은 한숨을 푹 내쉬며 " 성질머리하고는.. " 하며 혀를 끌끌 찼다. 종인은 나지막히 " 그러게 누굴 닮았을까. " 라며 비꼰다.
" 어디서 싸지른 애새낀지는 모르겠는데 가만히 있는사람이랑 엮지말고 데려고 나가. "
" 다 설명할테니 앉거라. "
" ... ... ... "
" 그 아이 이제부터 네가 지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