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믿어? 스스로에게 물었다. 비참해졌다. 나 스스로를 믿을수가 없다. 할 줄 아는것도 없는게, 머릿속이 빙빙 돌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무엇을 위해서 사는거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면? 대학을 가면? 취업이 된다면? 그 뒤엔? 그냥 잘 살면 되는건가?
‘너희는 쉬면 안돼’ 선생님의 말씀이 머릿속에 박혀 떠나질 않는다. 쉬면 안돼? 이렇게 평생 개미처럼 살아야해? 머리를 뒤엎는 고민이 꼬리를 물고, 또 꼬리를 문다.
뭐가 ‘잘 사는’ 거지?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걸 쓰는거? 그럼 좋은것은 뭔데? 비싼 것? 돈이 많아야 하는거야?
꼭대기에 앉아서 돈으로 모든걸 부리는 저 사람들은 잘 살고 있는거야? 돈만 있으면 되는거야?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남들 다 쉬는 날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막노동을 하던 공사판의 아버지도 보인다. 우리 엄마 아버지는 잘못 사는거야?
천원짜리 두장을 우겨쥐며 이를 악물었다. 내 앞의 저사람들을 향해 던지고 싶었다. 내 부모를 하인처럼 부리는 그들을 이 이천원으로 사고싶었다.
하지만 순순히 교복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이정도밖에 안되는 빈민가의 조그만 소녀일뿐이니까. 꽉 쥔 주먹 사이로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