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주의
안녕 님들
홀리슅임
첫 번째 글이라서 분량 조절도 못 하고
사건 전말 빠밤 이런 거 알려주려고
좀 읽는데 시간 걸려도 양해 바람
필력이 고자이기도 하고
우리 친 오빠의 실체를 모두에게 알리는 게
도박인 것 같아서
안 하려고 했는데 뭐 어떰
자고로 사람은 미래지향적이여야 됨
아 그러면 하면 안 되나
아니지 오빠의 미래를 생각해서
관 하나 짜준다고 생각하고
님들한테 떡밥 하나 쥐어주려고 왔음
사실 난 내가 게이를 존중하고
좋아하고 뭔가 사심 어린 눈으로 쳐다본 게
초등학교 4학년 동방신기 팬픽을 보고 난 후임
사실 몇 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까
어린 마음에 그랬던 것 같음
실제 동성애자의 눈으로 세상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근데 2년 전에 좀 어마무시한 일이 있었음
쓰니는 우선 17살임
파릇파릇
나중에 이거 보면 또 흑역사일 것 같지만
뭐 어떰
미래지향적이니
나중에 웃고 떠들 거 하나 만들어 놓는다고 생각하지 뭐
아무튼 내가 동인녀라는 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음
심지어 우리 부모님까지도
내가 알리려고 알렸던 건 절대 아님
앱 중에서 텍뷰 라는 앱 홀드 켜 놓지 않는 이상
화면 안 꺼지게 하는 그 기능 다들 알 거라고 생각함
그냥 새벽에 읽다가 잠들고 일어나니까 모두가 알고 있었음
그 중에 오빠도 포함
(오빠 소개는 뒤에 간략하게 나올 거니까 애간장 타 보셈)
(아 그렇다고 바로 내리진 말고)
근데 그게 어쩌면 제일 잘 된 일이었던 것 같음
때는 2년 전 그러니까 쓰니가 중학교 2학년 때임
우리 오빠랑 나랑 3살 차이나서 오빠는 고등학교 2학년
사실 중2병 한창 걸릴 중2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에 미쳐서 팬픽에 미쳐서 사느라 중2병은 고사하고
사춘기도 없었던 나는 오빠랑 어느정도 잘 지내는 편이었음
대자연 터졌을 때 그거 사달라고 해도
꼬박꼬박 챙겨오는 편이었고
아무튼 그 날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음
엄마아빠가 여행을 가고 오빠랑 나랑 그리고 사촌언니 불러서 같이 지냈었음
그리고 사촌언니는 그 때 대학교 3학년이었고 게다가 방학이었기 때문에
이리저리 약속도 많았었던 것 같음
늦게 들어오고
쓰니는 미술전공으로 중학생 1학년 때부터 미술을 배웠음
그래서 미술입시 다니고 11시에 들어오는 건 다반사
버스 타고 출발하려고 하고 있는데
문자가 오는 거
-야 늦게 와
아니 평소에는 늦게 온다고 뭐라 하던 사람이 늦게 오라니
뭔가 있구나 야동이라도 보나? 싶어서
버스 내리자마자 뛰었음
그냥 꼬투리를 잡고 싶었다고 해야되나
현관문 앞에 서서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는데
오빠는 웃통 벗고 왔냐고 그냥 어색하게 웃고있고
평소에 우리 집에 자주 들락거리는 오빠친구는
다 입고 있었는데도 어색했음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구나 하고
그냥 별거 아니게 대수롭게 느꼈는데
내가 방에 들어가서 교복 갈아입고 있는데
솔직히 귀머거리가 아닌 이상
바로 맞은편 방에서 무슨 소리 하는 지 어느정도는 들리잔슴?
근데 하는 얘기가
"늦게 온다며"
"들킬 뻔 했잖아"
"아 아쉽다"
그냥 물증은 없었는데 심증이 생기는 거임
아? 둘이 동방신기 팬픽? 그거? 쟤네?
두서 없이 그냥 저렇게만 단어가 나열이 되는 거
그래서 잠옷 딱 갈아입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방문 두드리고 들어가서 오빠만 불러서 얘기했음
나는 다 알고 있네
다 말해보게
사실 지금 생각하면 조나 웃기지만
진짜 저 사극톤으로 말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오빠가 처음에는 버벅대다가
내가 동인녀라는 걸 기억했나봄
니가 생각하능 거 맞다 이러는데
솔직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증만 가지고 물었는데 그걸 맞다고 대답한 것도 그렇고
팬픽을 그렇게 읽어놓고 게이에 대한 위화감 같은 거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 말 듣고 그냥 옷 갈아입고
울면서 친구 집 갔음
그리고 거의 2주 동안 오빠랑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동방신기 팬픽만 읽었던 것 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지금은 뭐 오빠동생이 되서 말도 안 하는 사이도 아니고
그 비밀을 나한테 말해줬다는 것도 있고
오히려 지금은 돈독해진 것 같음
뭐 그걸 빌미로 용돈을 받는다던가
약점을 이용해서 돈을 받는다는 건 정말 나쁜 거지만 (공익광고)
장난이라는 걸 아니까 오빠도 웃고 넘어감
아무튼 이제 매일 아니면 일 주일에 두 번씩
이 오빠랑 오빠친구의 썰을 풀까함
고등학생 1학년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 보면
장난은 아닌 것 같고 성정체성이 오는 것도 아닌 것 같음
그래서 어쩌면 달달할 수도 있고 쓸 수도 있음
그래도 특별한 사랑 이야기니까
재밌게 읽어줬으면 좋겠음
오빠 친구 : 박찬열
키 좀 큼
우리집안 보는 눈이 다 같은 듯
잘생겼음
똑같이 96년생
(쓰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픽션을 섞어 만들어졌습니다)
내일 사진 수정해야겠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