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오즈 편의점에서 A 한상혁은 정말 잠이 많은 편이었는데, 카페인 없이는 알바을 하던 중에도 졸 정도로 많은 탓에 항상 커피 한 캔씩을 사들고 다니는 습관이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그래 왔으니 이젠 그러려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졸음을 참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상혁은 열두시가 넘어가면 신데렐라마냥 카운터 앞에서 졸기 시작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열두시 이후가 되자 한상혁은 카운터에 머리를 박고 졸기 시작했다. 문에서 나는 종소리도 미처 듣지 못했는지 졸음에 쩔어 있는 알바를 보고 육성재는 당황했다. 알바가 졸고 있어 그런 것이기도 했거니와, 여자일 줄 알고 가슴을 졸이며 들어온 편의점 알바가 남자라는 점에서 한 번 더 당황한 것이다. 편의점 문 앞에서 육성재와 김태형은 육성재의 제안으로 가위바위보 내기를 했다. 내기는 편의점에 들어가 알바가 당황스러워 할 만한 질문하기 따위의 내용이었는데, 남자는 주먹이라는 보편적 진리를 어기고 가위를 낸 육성재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가 내기에서 졌다. 김태형은 낄낄대며 육성재의 등을 떠밀었다. "저기요." 육성재는 거의 수면에 가까운 잠을 취하고 있는 한상혁을 흔들어 깨웠다. 한상혁은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나 퍼뜩 입 주변을 문질렀다. 에, 네? 아닌 척 대답하는 한상혁이 우스워 육성재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카운터 쪽으로 조금 달라붙었다. 한상혁은 당황해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저한테 맞는 사이즈로 콘돔 하나 주세요." 한상혁은 자다 깨서 이게 무슨 봉변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뺨을 긁적였다. 정작 한상혁에게 콤보 어택을 날린 장본인인 육성재는 멀뚱히 한상혁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네? 한상혁이 되묻자 육성재는 다시 한 번 한상혁에게 똑똑히 한 음절씩 끊어 대답했다. "저한테 맞는 사이즈로 콘돔 하나 달라고요." "아, 알겠습니다……." 한상혁은 그대로 콘돔이 있는 코너를 향했다. 오밤중에 콘돔을 찾으러 오는 건 다반사였지만 저렇게 당당하고 뻔뻔한 남자는 처음 봤다 이거다. 게다가 문앞에서 그 뻔뻔한 육성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같은 남자였다! 한상혁은 육성재를 골려주기 위해 그대로 코너를 돌아 과자 코너를 향했다. 당황한 육성재가 한상혁을 따라가자 한상혁이 육성재에게 무언가 커다란 봉지를 하나 안기다시피 내밀었다. "이거 맞죠?" "……." "아니면 이건가?" "저한테 왜 그래요!" 육성재는 한상혁이 품에 고이 안겨준 꼬깔콘과 양파링을 꽉 안아들고 소리쳤다. 맛있는 섹스하세요 손님. 바코드를 삑삑 야무지게 눌러 과자를 계산해 준 한상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졸기 시작했다. 정말 평온하게 말이다. B 육성재와 김태형은 괘씸한 알바에게 보복하기 위해 좋은 꾀를 떠올리는 중이었다. 물론 육성재에게 꼬깔콘과 양파링이 어울린다는 것은 김태형 또한 인정했지만, 왠지 그런 알바를 놀려주는 것은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육성재는 이내 편의점 습격 사건이라는 굉장한 아이디어를 내, 김태형과 함께 작전을 개시했다. 한상혁은 역시나 카운터에서 졸고 있었다. 그 틈을 타 김태형과 육성재는 편의점에 조용히 습격해 과자 코너를 향했다. 철두철미하게 카운터 쪽을 등져 자신들의 행각을 알지 못하게 한 김태형과 육성재는 과자 코너의 과자란 과자는 죄다 뒤집어두기 시작했다. 예쁘게 앞면이 보이도록 정리해 둔 과자를 전부 거꾸로 뒤집어 놓은 육성재는 만족스레 꼬깔콘과 양파링 하나를 집어들고 카운터를 향했다. "저기요. 또 주무시네, 여기서 주무시면 입 돌아가요." 한상혁은 저를 흔들어 깨우는 손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가, 이내 그 손의 주인이 육성재라는 것을 알고 다시 졸린 눈을 했다. 계산이요. 육성재가 내민 꼬깔콘과 양파링을 삑삑 찍은 한상혁은 겨우 과자 두 개 사 먹으면서 카드를 내민 육성재를 원망하며 계산을 마쳤다. "꼬깔콘 좋아하시나봐요." "아, 꼬깔콘보단 섹스를 더 좋아하죠." "맛있는 섹스하세요." 한상혁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눈을 감으려 했지만, 다시금 얼굴을 붙잡은 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네.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속삭인 육성재는 한상혁의 머리카락을 마구 흐트려놓았다. 아, 됐고 빨리 나가세요. 한상혁의 앙칼진 목소리에 육성재는 어깨를 으쓱하며 과자 코너를 가리켰다. "왜 과자가 다 뒤집혀 있어요?" "……." "열일하세요. 내일 봬요." 아예 범죄를 선전포고까지 하고 유유히 편의점 바깥으로 나가는 육성재를 바라보며 한상혁은 정말 넋이 나간 기분이었다. 육성재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편의점 문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김태형과 꼬깔콘 봉지를 나눠 뜯으며 자취방을 향했다. 정말 평온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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