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스청? 마이베이비 전체글ll조회 649l 1

 

 

 

 

 

 

 

 

 

 

 

 

 

 

 

 

 

 

 

 

 

 

"아가야, 사랑을 믿니?" 

 

 

어둡게 칠한듯한 붉은색의 머리칼은 물결에 찰랑이며 오묘한 빛을 띄었다. 맑은 눈동자를 들여다본 남자는 속삭였다. 

 

 

"이것만 명심하렴. 사랑의 대가는 다름이란다." 

 

 

사라진 그의 잔상이라곤 휘몰아치는 물거품뿐이었다. 바다를 담은 푸른 눈동자를 보석처럼 빛내며 손가락만 괴롭혔다. 순진한 표정을 지은 아가는 동쪽 바다에 차지한 넬리아 왕국의 13번째 왕자, 런쥔이었다. 

 

 

 

 

 

 

#인어들의 이야기 Prologue 

 

 

 

 

바다는 한 손에 들어오지 못했기에 가를 수가 없었다. 대신, 전체를 다스리는 신이 존재했다. 신이 없는 바다란 그저 소금 덩어리에 불과했다. 인간을 훌쩍 뛰어넘는 예지력과 통치력을 지니던 신은 본인의 조각을 만들었다. 하나는 육지에, 하나는 바다에 보낸 신은 둘에게 고하였다. '신의 대리인으로서 맹세하세. 지탱해오던 하늘이, 땅이, 바다가 무너진다 해도 이성적으로 행동하거라.' 귀에 맴도는 목소리는 그들에게 모토와도 같은 것이었으며 존재의 이유도 되었다.  

 

 

바다의 파생된 해찬이 숨을 힘껏 내쉬자 동쪽과 서쪽으로 각각 물살이 거세졌다. 그 결과로 상체는 인간의 형상을, 하체는 물고기의 형상을 한 새 생명이 태어났고, 그것을 인어라 불렀다. 

 

인어들이 모여 그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 왕을 임명했다. 그렇게 두 왕국이 지어졌다. 각국에는 색다른 특징이 있었다. 최대 죽어가는 생명에게도 새로운 삶을 불어넣을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진 넬리아 왕국과 눈물로 무엇보다 진귀한 보석을 흘리는 세르나한 왕국. 

 

 

그로부터 10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신의 존재는 점점 잊혀 가게 된다. 자연스레 전설이 되어버린 해찬은 특정 인어들에게만 보인다는 소문이 퍼지고, 터무니없는 소문으로 인해 넬리아 왕국 백성들은 헛된 짓들을 벌이게 된다. 눈에 띄어야 신의 조각이 나타날 거라며 왕국 밖으로 나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백성도 간간이 존재했고, 평화주의자이던 인어들 사이에 범죄율도 상승하여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분위기를 보이게 된다. 항의가 넘쳐났고 왕권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들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던 넬리아 왕국의 선왕이 일어서서 나섰다. 그게 100년 동안이나 이어져 와 각국의 믿음이 되었다. 

 

 

"신을 없애야 바다에 평화가 찾아올 겁니다!" 신을 없애자 주장해온 넬리아 왕국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 신이 없다면 오히려 그 평화가 깨질 겁니다!" 그에 반대 의견을 내온 세르나한 왕국과 대조되었다. 결국 감정이 격해진 넬리아 왕국은 전쟁을 일으켰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가 지체된 세르나한 왕국은 끝내 뜻을 굽히고 만다. 

 

제1차 바다 전쟁은 넬리아 왕국의 승으로 반복되지 않는다. 

 

 

신성 모독을 넘어서 해하려고 하는 인어들을 막으려 바다 전쟁에 휘말린 해찬이었지만 신이 사라지고 존재를 완전히 감춘다. 신이란 존재를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했기에 영원에 봉인이 최선이었다. 그렇다 해도 인간에겐 죽음과 마찬가지였다. 신이 잠든 바다는 덧없이 황폐 해져 갔고 그런 바다를 한동안 유지시키는 건 해찬의 몫이었다. 

 

 

국가 내에서도 내부 분열이 심했을 정도로 큰 전쟁이었다. 오랫동안 지속되오던 원한 담긴 감정들은 왕이 여러 번 바뀌면서 묻히게 된다. 완전히 화해의 악수를 마친 두 왕국은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 과거의 벌였던 일들은 까맣게 잊은 그들에게 옛 역사는 그저 전설 속 이야기가 된다. 배신과 배신과 배신의 과정을 지나 연합을 맺은 두 왕국. 신을 증오한 넬리아 왕국과 신을 숭배한 세르나한 왕국이었다. 

 

 

여전히 그의 존재는 여러 소문의 휩쓸렸다. 붉은 마법사에서 현재는 전설 속 문어 마녀로. 

 

 

 

 

## 

 

 

 

 

런쥔은 형제들 중에서도 어머니와 가장 닮은 왕자였다. 왕비인 런쥔의 어머니는 모험심 가득한 자신의 과거를 막내아들에게 투영해 보았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왕비는 말했다. "이 어미가 죽거든, 해가 가장 잘 드는 곳에 묻어주겠니?" 고작 9살 먹은 런쥔은 눈을 빛내 말했다. "거기가 육지란 곳인가요?" 대답하지 않던 왕비는 일어섰다. 그게 마지막 모습일 줄, 누구도 몰랐지만. 

 

 

주변인들의 눈을 피해 자주 궁을 빠져나가던 런쥔은 왕비를 쏙 빼어닮은 왕자였다. 

 

 

 

밤은 평소보다 깊었다. 올려다본 하늘엔 유독 별이 많이 반겼다. 아름다운 풍경에 푹 빠진 런쥔은 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 밖으로 나온 상체는 평화로웠지만 인어인 걸 증명하듯 바닷속에선 꼬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인간의 다리를 책으로만 접했지만 동경했다. 자유로워 보이는 두 다리가 부러웠다. 런쥔은 이상하게 바다가 답답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서는 더 심해졌다. 왕비는 런쥔처럼 육지를 갈망했다. 비록, 그녀가 런쥔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대로 장례를 치러주는 건 불가능했지만. 육지 인간들은 유골을 바다에 뿌렸지만, 인어들은 죽어서도 바다를 벗어나지 못했다. 

 

왕자라는 위치는 통제해야 할 게 많았고, 그래서 어릴 적엔 소소한 반항도 서슴지 않았다. 궁 밖으로만 나가던 게 어느새 바다 위로. 서서히 폭이 넓어지고 있었다. 

 

남들 눈엔 철없는 왕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당사자에겐 해방감 같은 거였다. 별을 닮은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런쥔에겐 그랬다. 

 

 

우웅 - 

 

 

한참 정신을 놓고 있던 것도 잠시였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큰 배 두 척에 당황한 런쥔이 몸을 숙이려 했을 찰나였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배를 무의식적으로 올려다 본 런쥔은 입을 벌렸다. 심해에서 보던 가라앉은 낡은 배들 보다 몇 배는 더 큰 배였다. 파동이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울림은 그의 어느 한 부분을 강하게 치고 지나갔다. 

책으로만 보던 인어가 아닌 실제 인간들이 신기했다. 꼬리가 자라고 처음 느껴보는 강렬함은 런쥔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런쥔은 다짐했다. 보류만 해왔던 결정이었다. 한 왕국에 어린 왕자에겐 험한 길이었고, 해서도 안 될 짓이었다. 

 

전설로 전해져오는 문어 마녀를 찾아가기로. 

 

 

그러나 폭풍우는 그 자리를 쓸었다. 비명 소리와 다급한 외침 소리를 런쥔은 몰랐다. 

 

 

 

 

## 

 

 

 

 

서쪽에는 세르나한 왕국이 있다. 총 5명의 공주와 3명의 왕자가 있었는데 그중 넷째 공주는 워낙 조용한 성격에 존재감은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우율이었다. 다른 형제자매들은 형형색색의 머리색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율은 그것조차도 없었다. 무색이라 칭하는 흰머리는 그녀를 더 공허해 보이게 했다. 

 

 

왕과 왕비는 항상 당부하셨다. 절대 바다 너머로 얼굴을 들이밀지도 말라고, 그곳엔 자신들과 비슷하지만 다른 존재들이 살고 있다고. 

 

우율은 그 존재들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말을 거역했을 시 자신에게 돌아올 시선과 말들이 두려웠다. 새로운 세상은 설레기보다는 암흑 같았다. 제가 모른다는 무언가는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어두운 바다는 그런 욕구를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생일은 우율에게 부담이었다. 압박감과 함께 찾아오는 일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날이 바로 생일이었다. 한 배에서 다른 해에 태어난 형제는 이날만 오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살 아래에 왕자였다. 그러나 탄생일이 같았기에 연회는 항상 함께 벌였다. 

 

"16번째 왕자의 탄생일과 19번째 공주의 탄생일을 맞아 다들 축하의 축배를 듭시다!" 

 

 

왕이 왕좌에서 일어나자 환호의 소리가 들려왔다. 우아한 음악과 들뜬 아우의 표정은 우율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언제나 동생은 먼저였다. 왜 때문에 저가 마지막에 등장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평소라면 애써 떨궈내고 방에 들어가서 책이나 읽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존재감이 원체 없는 공주였기에 방으로 돌아간다 해도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공주 체면은 아마 아래 동생 덕에 묻혀서이지 않나 예측해 보았다.  

 

창밖에 보이는 밤의 물결이 자신을 향해 오라고 출렁이는 거 같았다. 

처음으로 한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19살의 우율에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걸 행동으로 옮긴다는 건 심각한 떨림을 초라했다. 두려움과 설렘이 합쳐진 복합적인 감정을 처음 느껴본 우율이었다. 

 

 

얼마나 올라왔는지 왕궁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정신없이 헤엄친 우율은 거친 숨을 몰아내쉬었다. 아득해져 가는 어둠 위로 밝아져 오는 빛이 보였다. 우율은 바다가 푸른빛도 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두려움 뒤엔 신기함이 앞서 나갔다. 

 

푸하- 드디어 바다 밖으로 얼굴을 내놨을 땐 달이 가장 먼저 보였다. 하늘에 보이는 무수한 별들은 우율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름답다.." 

 

한 번 육지를 갔다 온 둘째 오라버니가 흥분해서 말했던 게 생각이 났다. "별 봤어? 책에 나오는 건 그냥 하나의 행성이고! 멀리서 보는 별은 진짜...." 그 뒤론 직접 봐야 한다며 말을 끝내던 오라버니였다. 궁금증이 이제서야 풀렸다. 

 

 

바다보다 어둡지만 또한 바다보다 밝다. 그게 우율이 처음 본 하늘이었다. 제가 봐 온 어떤 보석보다 아름다웠다. 인어들 중에서 왕족이 가장 값비싼 보석을 흘린다고 서적에 적혀있었다. 그래, 자신의 눈물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때, 제가 있는 자리에서 물결이 일렁였다. 우율은 깜짝 놀라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굳어 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아주 큰 배 두척이 우율을 둘러쌌다. 눈을 질끈 감았지만 큰 음악 소리와 시끄러운 말소리 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다시 눈을 떴다. 아마 음악에 취해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거 같았다. 그제서야 우율은 정신을 차리고 이만 돌아가려 할 때였다. 

 

 

 

 

## 

 

 

 

 

테클 제국의 1황자 재현은 파티를 연 주최자였다. 신나하는 틈으로 형식적인 멘트만 줄줄이 내뱉고선 구석으로 가버린다. 그의 보좌관이 따라나서자 가려진 뒤로는 파티를 즐기는 3황자가 보였다. 

 

"황자 님,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부인." 

 

와인잔을 들고 능청스럽게 받아친 3황자는 잔을 들이켰다. 바로 어제가 그의 18번째 탄생일이었다. 이틀 내내 하는 파티가 지치지도 않는지 이 상황을 즐기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허공을 바라보는 2황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누가 봐도 3황자를 위한 파티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NCT] 인어들의 이야기 prologue | 인스티즈 

 

"..." 

 

 

무표정의 남자가 정장을 갖춰 입고 난간에 기대 팔을 걸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인간이 신기해서가 아니란 건 우율도 알았다. 높고 음영 진 콧대와 지루하다는 티가 투명히 보이는 공허한 눈빛. 그리고 잔잔히 살랑이는 머리칼을 멍하니 보던 우율은 갑작스러운 거센 바람이 불자 정신을 차렸다. 바다 깊은 곳에서만 살던 우율도 알 수 있었다. 폭풍우가 그들을 덮치려 찾아온 것이었다. 

 

 

"무슨.. 무슨 일인가?" 

 

"선장님. 폭풍우가 밀려옵니다! 당장 줄을.." 

 

"뭐야! 예정에 없던 일이지 않나!" 

 

"황자 님! 황자 님부터 어서..!" 

 

"꺄악! 살려줘요!" 

 

 

돌발 상황에 모두가 분주해졌다. 우율은 바닷속으로 들어갔지만 배 위는 아수라장이었다. 위태하게 흔들리며 예비 보트를 내렸고, 비는 더욱 거세게 내렸다. 파티장이나 다름없던 곳은 다들 바닥에 매달려 겨우 버티고 있을 뿐이다. 돛대를 돌리려는 사람들과 그걸 지켜보며 지시를 내리던 선원의 갑작스러운 고함과 함께 마지막 소리를 끝으로 귀에 필터를 낀 것처럼 희미해져 갔다. 

 

 

고요해진 상황에 우율은 겁에 질려 덜덜 떨었다. 위로 작은 보트 모양을 한 바닥이 흘러갔다. 다행히 떨어진 사람은 없는 듯했다. 한숨을 내쉬고 밑으로 헤엄치려 지느러미를 흔들었다. 그 순간 풍덩- 거리며 누군가 가라앉고 있는 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아까 봤던 남자였다. 우율은 놀라서 그를 안고 바다 위로 헤엄쳤다. 무게 있는 묵직함에 아직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절망스럽게도 배는 보이지 않았고 둥둥 떠다니는 나무 간판들만 한가득이었다. 급한 대로 남자를 나무 위에 걸치듯 올려놨지만 이대로 뒀다간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율은 불안했다. 육지까지는 까마득히 멀었다. 거기까지 제 체력이 버텨줄지 예측이 안 갔다. 그러던 우율에게 보인 것은 희망이었다. 저 멀리서 작은 배가 이쪽으로 향해 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깊숙한 곳으로 몸을 숨겼다. 정확히는 빠르게 도망쳤다. 

 

 

 

 

## 

 

 

 

 

세르나한 왕국 내에선 여러 소문들이 들려왔다. 은근히 귀를 기울이던 우율은 책을 읽던 팔을 내려놨다.  

 

 

"그거 들었어? 옆 나라 막내 왕자님 이야기."  

 

"아~. 맞아. 소름 돋지 않냐?" 

 

"그게 뭔데, 그래? 

 

"넬리아 왕국 막내 왕자님께서 마녀에게 심장 반쪽을 주고 인간이 됐대!" 

 

 

지나가던 하인들의 은밀한 대화를 시작으로 왕국 전체가 들썩였다. 끝없이 과장되어 가는 소문에 결국 왕과 왕비는 우율을 포함한 자식들을 불러들였다. 

 

 

"바다 밖으로 나가는 건 법도에 어긋나는 짓이다. 그게 누구든 걸리면 처벌을 면하지 못할 거야. 알겠느냐." 

 

 

매일 아침인사처럼 하던 말이었다. 두 분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평소보다 더 엄한 표정에 어떤 공주도, 왕자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저  

 

"네. 명심하겠습니다." 라고 답하는 것이 다였다. 

 

 

그건 우율도 마찬가지였다. 방으로 돌아온 우율은 다시 한 번 하인들이 하던 말들을 곱씹어 본다.  

 

심장… 마녀… 인간… 입안에 맴돌면 맴돌수록 무모한 행동이었다. 넬리아 왕국의 막내 왕자는 우율도 알고 있다. 교류로 인해 가끔 각 왕국으로 방문해서도 있지만 소문에 민감한 세르나한 백성들에게서 전해지는 여러 궁예들 덕분도 있었다. 이웃 나라까지 들려올 정도로 유명한 모두의 걱정을 사는 왕자라는 소문이었다.  

 

모르고 싶어도 백성들의 언성의 무조건 귀 기울여야 하는 공주로서 모를 수가 없었다. 그게 옆 나라 왕족이라면 더더욱 몰라서는 안되었다. 

 

 

애써 무시하고 침대에 누워 보지만 계속 배 위에서 봤던 그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런쥔의 소문이 떠올랐다. 연동 되어 맴도는 두 명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가끔은 헛것도 보는 거 같았다. 심지어는 꿈속에서는 그날이 재생되었다. 결국 못내 후회되었다. 도망치기 전에 한 번쯤은 확인해 볼걸. 우율의 의무가 아님에도 며칠을 걱정에 밤을 지세우기 여러 번이었다. 

 

 

첫눈에 반한 19살 소녀는 어리지 않다. 하지만 뜬금없는 결정을 잘 내리는 사춘기 소녀였다. 대체 사춘기랑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현재 우율은 무모하다는 건 확실했다. 

 

온 왕실에 퍼진 소문 때문인지 밖으로 나가려고만 하면 원래도 삼엄한 경비가 더욱 예민해진 탓에 실패하기 일쑤였다. 나중엔 왕과 왕비가 본인만 한 번 더 호출한 뒤에야 무작정 나가는 건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무경험자였기에 넓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렸던 우율은 금지된 도서를 읽은 적 있다. 금서인 줄 모르고 열어본 거였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 시기 귀족들에게 조용히 퍼지던 소문과 비슷한 문장이 쓰여있었다. 

 

'달의 선택과 별의 음악이 흘러들어 오면 그것은 신의 거처이리라.' 

 

인어들에게 마녀란 신과 동등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장을 읽었던 기억을 더듬었다.  

탈출의 유일한 방법은 새벽녘 몰래 방을 통해 나가는 것이었다. 

 

 

 

 

##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헤엄쳤다. 남쪽 방향으로 세차게 흔들었다. 아무것도 없이 어둠이 다였지만 어느 한 부분만이 밝음을 비췄다. 그곳이 남쪽 구석이었다. 멀리서 소라게를 불었을 때 나는 희미한 소리도 들려왔다. 우율은 확신했다. 남쪽으로 가다 보면 신의 거처, 그러니까 마녀가 살고 있을 거라고.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예상외로 숨어있지 않았다. 어두운 동굴 속 하늘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그곳만을 비췄다. 오히려 여기라고 광고하듯 홀로 빛났다. 조심스레 입구를 들여다봤다. 상반되게 안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보글 거리며 끓는 물약들이 먼저 보였다. 문어 마녀는 무슨, 문어 다리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곳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누군가 있다는 게 확실했다. 입을 열지도 못하고 꽁꽁 얼어 버린 우율은 귓속을 파고드는 동굴을 울리는 소리에 움직이지 못했다. 

 

 

"서쪽의 공주가 여기는 어떻게 찾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신분을 까지도 않았는데 저를 알고 있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위압감과 어둠 속으로 보이는 회색 눈을 바로 앞에서 마주쳤을 땐 온몸이 굳었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다가 보인 모습은 소년의 형상을 끼쳤다.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평범하고 용기 따윈 없던 우율에게 보인 남자는 각색되어 버린 신의 조각, 전설에만 등장하던 마법사 해찬이라고. 

 

 

해찬은 사랑에 빠진 인간들을 가장 증오했다. 이유를 대자면 동등하지 못해 스스로를 감춘 게 되겠다. '신의 대리인으로서, 이성적으로, 공평하게 행동하거라.' 그런 전쟁들을 겪어 온 해찬은 신처럼 그들을 포함한 모두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러니 해찬은 무의 감정도 아닌 사랑도 아닌 증오를 택했기에 존재의 이유를 부정한 게 되었다. 

 

 

누가 봐도 사랑 때문에 허우적대다 자신을 발견한 티를 숨기지 못했다. 겁에 질린 소녀는 용케도 입을 열었다.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자신의 소개를 하는 소녀를 빤히 바라다보기만 했다. 세르나한 왕국의 넷째 공주라는 말도 무시하다가 인간이라는 단어에 멈칫한다. 그제야 자신이 만든 극에 난데없이 껴든 이방인이라는 걸 알아챘다. 

 

 

 

 

## 

 

 

 

 

"저에게 다리를 주세요." 

 

건방지게도 어린 소년은 당당하게 해찬의 눈을 맞추며 말했다. 겁도 없어 보이는 소년에게 해찬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너는 무얼 줄 거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는지 소년은 당황했지만 얼마 안가 이해를 했는지 다시 한번 떳떳이 말했다. 

 

 

"아무거나, 가져가셔도 좋아요." 광범위한 대답이 가장 위험한 걸 아는지 모르는지 소년의 푸른 눈동자는 여전히 반짝였다. 다행인 건 해찬은 생각보다 소소한 대가를 원했다. 

 

 

"아름다운 목소리군. 내게 준다면 인간의 다리를 만들어주마. 어떠니?"  

 

 

조금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인 소년에게 보라색 물병을 건네며 말했다. 생각보다 오묘하고 아름다운 빛깔에 오히려 소년은 멈칫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해찬은 소년이 물약을 마시자 비스듬히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쓰러지는 소년의 몸을 바치며 해찬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아, 물거품이 되기 싫다면 꼭 그의 마음을 사로잡거라. 어린 소년이여." 

 

 

순식간에 표정이 바뀐 해찬은 미스터리한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제 발로 찾아온 런쥔이 사라졌다. 

 

 

'그의 마음' 이 무얼 뜻하는지도 모른 채로 뻐근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체의 몸이었지만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인간의 몸은 너무 신기해서. 

 

바로 앞에 보이는 성 앞으로 걸어가 보지만 얻은 다리는 너무 가냘퍼서 위태로웠다. 처음 가져보는 어색한 다리에 휘청이는 몸을 통제하지 못한 채로 성 앞에 겨우 도착한다. 런쥔은 버티고 버티다 목소리도 안 나와서 결국 쓰러진다. 

 

보초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미 의식을 잃어버린 상태다. 그러나 확실한 건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성 안이었다. 

 

 

 

 

## 

 

 

 

 

해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똑같이 반겼고, 그녀는 똑같이 찾아왔다. 제가 아는 인어들 중 가장 끈질겼다. 두려운 표정을 짓는 우율은 한결같았다. 

 

"이제 그만 좀 찾아오거라." 

 

해찬은 검붉은색의 물약을 건넸다. 이해하지 못하는 우율은 예전 만났던 일을 아무것도 기억 못 하기에 당연했다. 

 

 

"저를 아세요?" 

 

"그래, 예전에도 만난 적이 있으니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알 거 없다. 그럼 이만 가거라. 이게 마지막 친절이니." 

 

 

물약의 색에 겁을 먹은 표정을 지었지만 우율이 생각하는 그런 물약은 아니었다. 해찬의 앞에 더 이상은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었다. 다리를 얻고 인간 흉내를 낼 수 있다면 해찬을 찾아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대가 없는 선물은 없었다. 

 

 

물약을 받아 들자 마시지도 않았는데 육지가 보였다. 뒤를 돌아보지만 해찬은 커녕 어두웠던 동굴조차 보이지 않았다. 얕은 물 위에서 물약을 꺼내들었다. 아침 햇살이 강렬히 우율을 비췄다. 이리 밝은 하늘과 빛은 처음이었다. 또 넋을 놓다가 아차 한다. 도박이나 다름없는 짓을 저질렀다. 그가 어디 있는 지도 모르면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귀족 아니면 왕족이었다는 것 밖에 없었다. 무작정 뚜껑을 열었지만 막상 마시려니 용감하지 못한 마음이 흔들렸다. 밤에는 볼 수 없던 밝고 넓은 하늘과 갈매기들이 앞에 펼쳐진 걸 보고선 다시 내려다본다. 그리고, 눈을 감고, 마셨다. 

 

 

 

 

## 

 

 

 

 

눈이 감기면서도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고 자책을 하다 쓰러진다. 근처에 지나가던 여인이 그녀를 발견하곤 달려왔다. ".. 저거 사람 아니여?!" 

 

그녀는 우율을 안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경계하지 않고 친절히 보살펴주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날 이후 우율은 울지 못하게 된다.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 대가였다. 

 

 

 

 

 

 

 

 

 

 

 

 

 

 

 

 

 

들어 축배~! 축제~! 마치, 내 생일~! 브루스리~!  

💚💚


이런 글은 어떠세요?

 
독자1
분위기 뭐에요 작가님 신비롭고 대작 스멜 나는데요 ㅜㅜ
3년 전
독자2
헉 프롤로그부터 분위기 미쳐부러ㅠㅠㅠ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3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6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7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5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20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8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20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1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9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1617 1억 12.23 02:39
이준혁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1 1억 12.20 02:18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1427 1억 12.19 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