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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팬픽/공커] 소년이 소년에게 03

 

 

 

 

1반 문을 벗어나자마자 김동완의 손을 뿌리치고서 작년 체육 대회 때 계주선수로 달렸던 그 때보다 더 날렵한 스피드로 반까지 냅다 뛰었다. 다행히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도착한 나는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 앉았다. 이게 뭐야. 아직 땀이 날 계절이 아닐 텐데도 김동완과 열심히 복도의 레이스를 펼친 내 이마위엔 어느새 땀이 삐질 삐질 배어나오고 있었다. 나보다 조금 늦은 녀석은 이미 도착한 선생님의 따가운 눈초리를 애써 서글서글한 눈웃음으로 무마시키며 자리에 앉았다. 나또한 교탁의 그분 못지않게 있는 힘을 다해 녀석을 째려보고 있었는데 아뿔싸! 급히 달려오는 바람에 책을 못 빌려왔다. 아무튼, 내가 다시 또 저거 저 눈웃음 살살치는 거에 넘어가면 성을 간다. 에라이, 모르겠다. 다른 책으로 때우자. 걸리면 걸리는 거고 아니면 운이 좋은 거겠지.

 

 

 

 

지금은 수학시간. 전혀 다른 국어책을 펼쳐놓고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 키가 작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제비뽑기- 뒷자리 창가언저리에 자리를 잡은 나는, 어느새 계절의 흐름을 따라 파릇파릇 돋아나는 창밖의 나뭇잎들을 구경 중이었다. 작고 여린 새싹위로 눈부신 봄날의 햇살이 찬란히 부서진다. 햇살을 받아 저 새싹들도 무럭무럭 자라나겠지. 나도 그럼 이러지 말고 밖에 나가서 햇살이나 받아볼까-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들로 나의 무료한 3교시가 지나가고 있으려니 했는데, 갑자기 책상위로 꾸깃꾸깃 구겨진 종이뭉치가 떨어진다. 창문에서 눈을 떼고 이게 건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반 이상 졸고 있는 아이들 틈 사이에서 김동완이 웃고 있다. 잔뜩 구김이 간 종이를 펴보니 남학생치고 동글동글 예쁜 글씨가 쓰여 있다. ‘야, 아까 걔 어떤것같애?’ 이게 지금 나한테 하기에 적합한 질문인가 싶어 미간을 좁히며 김동완을 쳐다보니 빨리 답장을 달라는 입모양을 한다. 어휴- 책상에 고개를 박고 어기적어기적 내키지 않는 손놀림으로 글씨를 썼다. ‘어떻기는...’

 

 

 

그러고 보니 찹쌀떡 같은 애라는 건, 아마 내가 화장을 한 것으로 오인할 만큼 희었던 그 피부에서 연상된 거겠지. 그만큼 녀석의 피부는 남자애치곤 참 투명한 느낌을 줄 정도로 희었다. 그 흰 얼굴을 더 돋보이게 만들던 녀석의 머리칼은 녀석이 타고 온 윤기 나던 벤츠처럼 검었고 내게 말을 걸었던 그 입술은 작고 붉었더랬다. 참 까맣고, 하얗고, 빨갰다. 어찌 보면 남자답다는 매력은 줄 수 없는 그런 얼굴인지도 모르겠지만 오묘하고도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얼굴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선이 곱다는 표현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느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그 녀석을 자세히 뜯어보았었나―싶어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려졌다.

 

 

‘어떻기는... 계집애같이 생겼더구만. 눈은 쪽 찢어져서.’ 다시 종이를 구겨 김동완의 자리로 던졌다. 내 손놀림을 놓치지 않고 있던 녀석은 단번에 쪽지를 받아낸 후 나를 보며 씩-웃었다.

 

 

 

 

 

 

 

 

 

 

 

“야, 그런데 걔 아까 집에 가는 거 봤냐?”

“왜.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또 그 아침에 왔던 벤츠가 태우고 가더라.”

“니가 그랬잖아, 걔네 집 잘산다며. 부잣집 도련님이라며.”

“캬- 나도 아침저녁으로 그런 차가 배웅해주고 마중 나오면 학교 다닐 맛 날 텐데-”

 

 

 

 

어느덧 야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김동완이 내 어깨에 팔을 척-하고 얹더니 저런 말을 꺼낸다. 혜성이란 녀석은 집에 돌아갈 때도 벤츠가 마중을 나오나보다. 그래그래, 부럽기도 부럽겠지. 우리 신세에 매일 데려다주고 바래다주는 벤츠라니. 그래도 우리 상황에 걸어 다니던 버스를 타고 다니던 벤츠를 타고 다니던 학교에 다니는 것만도 감지덕지 아니냐. 난 곧 있음 또 알바 하러 가야하는데……. 난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를 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녀석과 함께였다. 참 실없어 보이는 김동완이었지만, 이 높은 달동네의 가로등 길을 함께 걸을 때면, 그저 녀석이 있어 힘이 되는 느낌에 별것 아닌 것에도 실실 웃고 떠들곤 했다. 가난해도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에 아직 내 이런 삶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이 길을 함께 걸어온 지가 10년이다. 어렸을 적부터 같이 뛰어놀던 골목 사이사이의, 이젠 비어버린 집이 더 많은 그 골목길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을 함께 걷던 선호가 지금도 같이 걸을 수 있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먼저 들어간다!”

 

 

 

 

우리 집보다 한 블록 더 아래에 위치한 김동완의 집은 회색 담벼락에 초록색 슬레이트 지붕을 덮고 있었다. 이미 녹이 슬어 한쪽은 망가져버린 철문이 삐걱하고 열렸다. 녀석이 대문 안으로 발을 옮긴다. 언뜻 열린 대문사이로 빨랫줄에 걸린 녀석의 교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집은 가난에 옴짝달싹 못하게 묶여있을지언정 녀석은 언제나 깨끗하고 반듯하게 잘 다려진 교복을 입고 다녔다. 어렵게 자랐어도 구김살 없이 밝고 바르게 자란 녀석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잘 가라.”

 

 

 

열린 문이 닫히기 전, 녀석네 집 담벼락 아래 말라비틀어진 담쟁이덩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 겨울을 못 넘기고 아마 죽어버린 모양이지. 그냥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돌려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한 걸음, 두 걸음을 걸어 스무 걸음쯤을 세니 어느덧 우리 집 앞이다. 어김없이 녹이 슨 파란 대문에 파란 슬레이트 지붕. 오늘따라 칠이 벗겨지기 시작하는 대문이 더 눈에 잘 보이는 건 아침에 만난 벤츠의 도련님 때문이려나. 벤츠 한 대 팔아서 무너져가는 우리 집 담장을 다시 세우고, 녹이 슬어버린 대문도 우리 선호가 좋아하는 파란색으로 다시 칠하고, 밀린 전기세랑 수도세도 좀 내고, 봄이 왔으니 우리 선호 봄옷도 좀 사주고, 오랜만에 갈비나 삼겹살사다가 구워먹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문이 열리고, 선호가 웃는 얼굴로 걸어 나와 나를 맞아주면 참 좋으련만. 녹이 슨 대문은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형이야?”

방안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선호다.

“응, 학교 다녀왔어.”

 

 

 

 

목소리를 듣고 나임을 확인한 선호가 방문을 연다. 오늘도 선호는 앉은 채로 나를 반겨준다. 또 하루 종일 방안에만 틀어박혀있었을 선호가 안쓰러워 애써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형 안 보고 싶었느냐’고. 그러자 선호는 삐진 척 ‘뭐가 예뻐서 형이 보고 싶을까?’ 라고 말하며 팔 힘에 의지해 뒤로 돌아앉는 시늉을 한다. 제자리에서 뒤도는 것만도 힘이든지 선호의 가느다란 팔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무래도 벤츠가 생긴다면 벤츠를 팔아 제일 먼저 우리 선호 휠체어를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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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매우 가난한 집 자식과 있는집 자식의 조화는 팬픽의 정석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호 오빠.... 이렇게 만들어 놔서 미안해요.....

이번 편도 썩 전개가 빠르지 않네요 ㅠㅠㅠㅠ 차마 야자하는 장면은 묘사하기도 싫고 해서 뛰어넘었다는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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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선호 아파요? 휠체어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쓰니 나빠ㅠㅠㅠㅠㅠㅠㅠㅠㅠ는 앙탈ㅎㅎㅎ
릭진은 뭘로 나올깤ㅋㅋㅋㅋㅋㅋ어우 두근거린다

11년 전
초코땡
ㅋㅋㅋㅋㅋㅋㅋㅋ헐 전 나쁜녀잡니다.... 각각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들을 써보고 싶었기 때문에 -_-* 좀 봐주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릭진도 곧 나와요
11년 전
독자2
팬픽의 정석 ㅋㅋㅋㅋㅋ 역시 그렇죠 ㅋㅋ
11년 전
독자3
글잡 오랜만에 들어와서 마저 읽으러 왔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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