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 style="text-align: center; margin: 0px 0px 14px; padding: 0px; font-family: 굴림, gulim, sans-serif; line-height: 20px; font-size: 13px ;">
rêveur lunaire ; 몽상가
언제부터 불면증이 있었나요? 의사가 내게 물었다. 고개를 갸웃거려 보았지만 언제부터였는지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말 싫어하는 병원 냄새가 코를 매웠다. 잘 모르겠어요. 짧은 나의 대답에 의사가 한숨을 쉬며 얼굴을 쓸어 넘겼다.
심각한 문제에요, 학생. 나도 알아요. 내가 심각한 걸. 미쳤다는 걸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일이 일어났었던 게.
"다섯달 전부터였던 것 같아요...."
"5개월이요."
"네."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이 있었나요?"
"......네."
"말할 수 있겠어요?"
네.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속에서 눌러왔던 무언가가 북받쳐 오르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한숨을 내쉰 의사가 나에게 펜과 공책을 내밀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 것 같으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여기에 써서 다음에 가져와요.
힘들었던 것도,
"학생이 자꾸 말하는 그 사람과의 일도 다 적어 와요."
"......."
"세세할수록 좋아요. 괜찮아요. 적어 와요."
집에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 스탠드를 하나 켜 놓고 공책을 펼쳤다. 펜을 들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 사람의 얼굴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 것 같아 눈물이 차올랐다. 아니야, 울면 안 돼. 난 미친 거야.
미친 거야. 미친 거야. 미친 거야.... 내가 미친 걸까? 내가 정말 헛것을 봤던 걸까?
의식의 흐름대로 쓴 공책의 잉크는 눈물에 금세 얼룩지고 말았다.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어요. 그 사람이 나에게 했던 말,
나를 보고 지었던 미소, 손의 감촉, 하나 하나 다 기억이 나요. 그냥 꿈에 나오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정말 살아 있는 사람 같았어요.
웃는 게 누구보다 예뻤고, 우유 같았던 소년이었어요.
정말 제가 미쳐서 헛것을 보는 걸까요? 아니에요. 아닐 거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아니야, 정신 차려."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다. 난 미친 게 맞을 거야. 그래야만 해. 그래야 내가 그의 부재를 인정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처음부터 시작해 보자. 언제였더라. 보름달이 환하게 떴었던 날이었던가. 별이 예뻤던 밤이었던가.
아, 맞아. 그 날은 보름달이 떴었어. 나는 혼자였고, 그 날도 울다가 잠에 들었었어. 그리고 그 날, 나는 처음 보았어, 민형이를.
-
"왜 울고 있어?"
"......누구세요?"
"휴지 갖다 줄까?"
민형이와의 첫 만남은 그랬다. 눈을 떠보니 늘 똑같은 방이었다. 잠에서 깬 건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을 땐 내 눈 앞에 낯선 소년이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뭐야, 너는. 볼을 따라 차갑게 식은 눈물을 손으로 닦아 내곤 급히 몸을 일으켰다. 누구세요? 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너는 내게 물었었어. 휴지 갖다 줄까?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볼을 꼬집어 보았지만 아프지 않았다. 코를 막고 숨을 쉬자 숨이 쉬어졌다. 꿈이구나.
"너 계속 울고 있었어."
"......."
"힘들 일 있어?"
꿈 치고는 너무 생생한 색감이었다. 걸어다니는 느낌 하나 하나, 붕 뜨는 느낌 없이 그대로 나에게 와닿았다. 정말 꿈인 걸까? 아니면 내가 정말 몹쓸 귀신에라도 씌인 걸까.
처음 보는 남자애 치고는 정말 훅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 있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오는 그 모습에 그냥 무너져 버렸다.
나에게 그런 물음을 던진 건 너가 처음이어서일까. 아니면, 정말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었던 내 나약한 속마음을 너가 건드린 걸까.
어차피 꿈인데. 엉엉 울었다.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소년은 이내 나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 없이 나를 품에 안았다. 괜찮아.
"기분 좋아지게 해 줄까?"
"......."
"단 거 좋아해? 나는 좋아해서."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갑자기 장면이 바뀌었다. 꿈이구나, 확신할 수 있었다. 도무지 현실 세계라곤 믿겨지지 않는 장관이었다.
초콜릿과 사탕이 가득한 방이었다. 어렸을 때나 꿈꿔봤을 그런 공간이라 유치하단 생각이 들 수도 있었지만 그 순간엔 마냥 좋았다.
어린 아이처럼 베시시 웃자 소년도 따라 웃었다. 웃는 모습이 티 없이 맑아 보였다.
"굳이 물어보지는 않을게. 약간.... 그냥, 그럼 너 또 울 것 같아서."
"......."
"맨날 울고 있어서, 걱정 돼서."
"......."
"찾아왔어."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말이었다. 맨날 울고 있어서...는 어떻게 안 걸까. 그냥 나의 무의식이 만들어 낸 또 다른 나인 걸까.
어느새 또 장면이 바뀌었다. 벚꽃이 떨어지는 거리. 봄바람 같은 바람이 거리에 불어 왔다. 살랑 살랑, 기분 좋은 흔들림이었다.
금세 해가 지고, 고즈넉한 달빛이 비췄다. 가로등이 켜진 거리를 소년과 말 없이 걸었다.
이유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제 시간이 다 됐어."
"......어?"
"내일 또 보자."
무슨 소리일까. 내가 정말 요즘 많이 힘든가? 싶어 소년을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소년이었다. 나를 보고 씩 웃는 미소가 참 깨끗해 보였다.
"너가 괜찮아질 때까지 네 옆에 있어 줄게."
"......."
"약속."
그 때였다.
"아, 내 이름은."
"......."
"내 이름은 이민형이야. 잊으면 안 돼."
소년을 처음 만나게 된 건.
역시 창작 본능은 고삼때 가장 불타는 것 같습니다.........
새벽 기상- 독서실 - 공부 - 공부 - 엔씨티- 공부 - 공부- 글잡 - 공부 - 공부 - 엔씨티 - 수면 의 패턴........
사실 저 미적분 풀면서 막 망상 해요.... 오늘은 영호와 썸타는 상상을 했답니다.
이 글이 계속 연재될지는 모르겠어요 호호 일단 막 써 봤답니다.
민형이는 역시 미마클 민형이 최고.... 여러분 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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