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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뒤하늘 전체글ll조회 487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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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y-Dovey

 

 W. 비온뒤하늘

 

 

 

 

 

01. 너를 만난 건

 

 

 

 

 

 

# Present

 

 

 

 

카메라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들을 정리하며 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새삼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사진들이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내 추억도 한 장. 한 장 넘어간다. 내리쬐는 햇살 아래에서 제 아름다움을 뽐내던 장미도. 풍선을 잡고 활짝 미소짓는 아이의 모습도. 전부 앵글 안에 담긴 내 추억 한 조각. 어느 한 장 버릴 게 없다 정말. 이래서 내가 사진을 놓을 수가 없는 거라니까.

 

 

오랜만에 정리해서일까. 생각보다 많은 양의 사진들에 조금 지쳐갈 때 쯤,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아 이때는 정말.

 

 

 

뒤에서 의문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타이밍 좀 봐

 

 

 

 

 

뭘 보고 그렇게 웃어?”

 

 

 

 

그의 질문에도 나는 그냥 웃음을 터뜨렸다. 떠오르기 시작한 기억들이 자꾸만 입가를 간질이는 건지 웃음이 새어나왔다. , 이렇게 웃으면 안 되는데. 주문한 음료수를 건네며 내 옆자리에 앉은 그에게 말했다. 오빠. 이거 봐봐. 대답을 하면서도 자꾸만 나오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뭔데-. 그는 궁금한 표정으로 화면으로 고개를 가까이 했다. 내가 화면에 띄운 사진에는 풍경만이 찍혀있었다. 풍경 사진을 보며 웃는 나를 그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 계속 대답 안 해주면 삐질텐데.

 

 

 

 

왜 웃는 건데?”

 

 

 

 

이 날 기억 안 나? 이거 어디일까-? 우리가 자주 가는 곳인데도 기억을 못 하네.

 

여기가 추억도. 역사도. 얼마나 깊은 곳인데.

 

 

. 여기를 기억 못 하는 건 좀. - 오빠니까 이해해야지.

 

 

 

 

이 날 기억 안나? 우리 처음 만난 날. 오빠가 막 화냈잖아.”

 

 

 

 

 

 

# Past

 

 

 

 

 

 

너도 이제 슬슬 새로 사진전 한 번 해야지?’

 

 

 

 

사진전을 열기 싫은 건 아닌데. 그걸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견디기 힘들다. 찍고 싶은 모습들을 찍어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은데. 누군가가 이렇게 재촉을 해올 때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서 턱-하고 막히는 그런 기분. 그럴 때면 사진을 찍는 게 괜히 힘든데. 사람이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수는 없다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도 할 일을 해야지. 몸을 일으켜서 장비들을 챙겼다. 책임감 없이 사는 건 딱 질색이니까.

 

 

 

바람도 적당하고 햇빛도 찬란하고 따스한. 이제 막 불어오기 시작한 여름의 초입이었다. 습관처럼 목에 카메라를 걸었다. 왠지 오늘은 집 앞에 호수공원에 가야될 것만 같았다.

 

 

 

그래. 호수공원아. 언니가 간다.

 

 

날이 좋아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햇볕에 빛나는 자연으로 치유하고픈 마음. 등 그 모든 것들이 나를 호수공원으로 등 떠밀었다.

 

 

 

 

원래 해가 저물어가는 오후의 시간에는 집 안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는 했는데. 그런 걸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니까. 창작활동을 한다는 건 그런 거였다. 많은 여유. 긴 시간. 다양한 감정. 그런 게 필요했다.

 

 

 

유난히 햇살이 예쁘다. 오늘 사진은 좀 잘 나오겠네. 사진기를 움켜잡고는 눈에 담기는 반짝임을 앵글에 담았다. 찰칵. 찰칵. 셔터가 하나 둘 눌릴 때마다 반짝임이 담긴다. 잠시 셔터를 누르기를 멈추고는 오는 길에 카페에서 사 온 차가운 딸기에이드를 삼켰다. 달다- 시원하고 맛있다. 여기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지.

 

 

한 손에는 음료수를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든 채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예쁘게 찍혔네. 이건 별로고. - 이건 건졌네.

 

 

 

 

저기요.”

 

 

 

 

내 손목을 누군가가 갑자기 움켜쥐었다. - 제법 센 힘에 작게 신음이 나왔다. 뭐야- 갑자기. 되게 예의도 없고 배려도 없는 사람이네. 분노에 찬 눈빛으로 손목을 움켜잡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근데.., 뭐야. 진짜 대박-.

 

 

 

남자는 정말 놀랄만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러니까 뭔가 존재할 것 같은 존재하지 않는 잘생긴 교회오빠나 대학교에 있을 법한데 없는 선배처럼 생긴? 느낌이라고 설명할 수 있으려나.

 

 

 

아무튼 평소 눈을 하늘에 달고 다니냐는 타박을 들어온 내가 보장하건데.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연예인인 줄 알았다. 게다가 고개를 제법 많이 꺾어서 위를 바라봐야 하는 걸로 미루어 보면 키도 꽤 큰 것 같은데.

 

 

분노로 올라갔던 눈매가 순하게 둥그러진다. 어쩌면 뒤에서 내리쬐는 햇볕이 조명과도 같은 효과를 낸 것인지 모르지만.

 

 

 

그래. 이 정도로 잘생겼으면 용서할 수도 있지...

 

 

 

아무리 제가 잘생겼다지만. 사진을 함부로 찍으시면 안되죠.”

 

않을 것 같다. 아니야. 이 태도는 좀 아닌 거 같아. 김탄소 냉정해지자.

 

 

 

사진기 주세요. 제 사진 지워주세요.”

? ... 저는 그쪽 사진 찍은 적 없어요.”

“......”

저는 그냥 꽃이랑 풀이랑 그런 풍경을 촬영하고 있었거든요.”

“...... 그러니까. 확인해본다니까요 카메라 보여 달라고요.”

-... 여기요.”

“......”

없죠? 안 찍었다니까요.”

 

 

 

 

남자의 태도는 황당할 정도로 당당해서. 나는 내가 입 밖으로 처음 본 사람에게 좀 심한 말을 내뱉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는 났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대답했다. 나는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고. 그냥 주변을 찍은 거라는데도 사진을 보여 달라는 그의 요구에 작은 한숨이 나왔다. 카메라를 건네서 사진을 넘기며 보여주었다. 어디에도 그가 찍힌 사진은 없었다. 내 사진들을 확인한 그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해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네요.”

 

 

 

 

- 나는 몰랐는데. 나 생각보다 외모에 많이 치우치는 사람인가봐. 저런 얼굴로 사과를 하면.

 

 

근데 왜 이렇게 점점 가까이 오세요. 더 다가오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

 

 

 

 

. 괜찮으니까.......-.”

 

 

 

 

어째 불안불안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다를까 갑자기 다가오는 남자에 놀라서 허둥대다가 손에 들고 있던 딸기 에이드를 쏟았다.

 

-. 그 남자의 옷에다가.

 

그가 입고 있던 옷은 하필 하얀색 셔츠. ... 망했어.

 

 

물론 먼저 잘못한 사람은 남자였지만 그는 심리적으로 나는 물리적으로 피해를 입혔으니까. . 제가 죄인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어떡하죠? 셔츠가......”

 

괜찮아요. 서로 한 번씩 실수 한 걸로 하죠.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로 너무 편안하게 말했는데. 나는 그래서 더 미안했다.

 

 

 

세탁비는 드릴게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웃기긴 한데. 얼마 드리면 되죠?”

 

드라마네. 완전. 이런 대사는 드라마에서나 보는 건 줄 알았는데. 내가 지금 하고 있다. 내가...

 

 

 

... 세탁비. ... 세탁비는 됐고

 

세탁비는 됐고? 그럼 뭐요?

 

 

저도 이 딸기에이드가 먹고 싶은데

 

?”

 

지금 내가 옷에 딸기에이드 쏟았다고 돌려말하는 건가? 딸기에이드 먹을 돈을 달라는 거야? 도대체 뭐야.

 

 

그러니까 다음에 딸기에이드 사주시는 거 어떠세요. 세탁비 말고

 

. 딸기에이드가 먹고 싶은 가보네.

 

 

사실 쏟아진 딸기 에이드 향이 제법 강했다. 달달하고- 상큼한- 딸기 향이 주위를 가득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 ...근데 언제 사드리면 되나요?”

언제가 좋으신데요?”

아 저는 내일은 시간이... 이번 주 토요일에 여기 다시 오기는 할 건데...... 괜찮으세요?”

그래요. 꼭 봐요. 우리. 토요일에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그렇게 쳐다보시면 제 눈은 좋은데 심장에는 해로워요. 가까이 다가오는 남자의 고개에 순간 나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남자는 웃으며 토요일에 꼭 나오라고 말하고는 걸어갔다.

 

 

 

멀어져가는 그의 셔츠 한 쪽이 딸기에이드로 빨갛게 물들어져가고 있었다. 내 볼처럼.

 

 

 

 

 

# Present

 

 

 

 

 

- 내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는지. 이해가 간다는 표정으로 잠시 고개를 끄덕인다.

 

바보- 이해하려고 했는데.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입이 제멋대로 삐죽였다. 서운해? 아니. 마음과는 달리 고개를 작게 저어 보였다.

 

 

서운할 일이 아닌 건데 서운한 거니까. 여기서 서운하다고 하면 너무 애 같잖아. 안 그래도 어린애 취급인데. 그래도 내 기분을 느낀 건지. 책상에 올려놓았던 딸기에이드를 끌어와서는 내 손에 쥐어준다. 어느새 제법 가까이 다가온 그는 한 쪽 턱에 손을 괴고는 나를 바라봤다.

 

 

 

 

탄소야. 내가 왜 매번 딸기에이드만 사주는 줄 알아?”

 

내가 딸기에이드 좋아해서 그런 거겠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괜히 투정부리고 싶은 마음에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자. 내 머리칼을 가만히 쓸어온다.

 

 

 

이거 너 처음 만났을 때. 네가 쏟은 음료수잖아. 그래서 나도 딸기에이드가 좋아.”

 

음료수를 쏟은 게 뭐 좋은 일이라고.

 

 

 

나를 처음 만날 날 자기 옷에 쏟아진 딸기에이드가 좋다는 그가 이해가 안되......

 

 

 

처음만난 날 쏟아진 딸기에이드. .

 

 

 

딸기에이드 아니었으면. 나는 너한테 이상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이상하게 기억하진 않았을 걸.

그냥 자존감이 조금 심하게 높은 잘생긴 또라이...... 정도?

 

 

 

또 다시 못 만났을 거 아니야. 그래서 그 날 이후로 나는 딸기에이드가 좋아

 

 

 

그 말이 뭐라고. 딸기에이드의 달콤함이 서운함을 녹인다. ... 진짜 미워할 틈이 없어. 진짜. 이럴 때보면 완전 선수다. 선수야. 탄소야- 이제 진짜 안 서운하다... 다시금 다정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마음 다 풀렸다고 말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입술에 부드러운 게 가볍게 닿았다 떨어진다.

 

 

너 지금 얘랑 똑같아. 그가 손가락으로 톡-- 딸기에이드를 가리켰다.

 

 

 

 

얼굴이 또 딸기에이드처럼 그렇게 빨갛게... 빨갛게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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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고픈 말

 

제가 힐링하고 싶어서 쓰는 글이라서 꼭 완결을 내고 싶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천천히 만났으면 좋겠어요

.

두 사람의 과정을 같이 천천히 따라가면서

제가 전달하고 싶은 감정을 여러분에게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

+) 맞춤법이나 오타 지적은 둥글게둥글게 부탁드립니다!

+) 암호닉 신청은 받아요.

 

그럼. 다음에 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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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96.74
[땅위]로 암호닉 신청합니다! 엌ㅋㅋㅋㅋ 석진이 역시 처음보는 상대에게도ㅋㅋㅋㅋ 그리고 석진이가 여주에게 하는 말들 너무 예쁘고 달콤한거같네요ㅜ
6년 전
비온뒤하늘
오! 첫 댓글이네요
역시 자신감하면 석진이!
부족한 글인데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힘을 내서 달려봐요!

6년 전
독자1
어으으윽 너무 사랑스러워요...
6년 전
비온뒤하늘
두 사람이 사랑스러워서 다행이네요.
독자님 댓글도 저에겐 충분히 ♥스러워요 감사합니다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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