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ssy - ="" clair="" de="" lune="">〈/debussy>
인어의 온도
01.
이상할 것이 없어, 네가 보고 있는게 진짜야.
의심이 간다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진짜 같지 않은 내가 잘못이야.
꿈은 잘 모르겠어.
좋은 느낌이야?
넌 메마르구나.
02.
보물은 본 적이 없어, 원래 다 있던 것들이라서…. 혹시 그게 보물이었을까?
미안, 난 오래 있을 수 없어.
우린 신에게 저주를 받아서 바다 위에선 살 수 없대.
괜찮아….
너 축축해, 괜찮아?
03.
또 왔구나!
꽃, 꽃… 꽃 예쁘다.
얘는 얼마나 살아?
오래 살았으면 해서
04.
상어는 무섭지 않아.
지느러미가 있는 건 안 무서워.
너는 괜찮은 것 같아.
넌, 따듯한 인어 같아.
05.
죽으면 잊히기 위해서 일부러 갉아 먹히고 묻혀.
그래야 살 수 있거든
…맞는 말이야.
너 축축해….
아파?
06.
바다 이야기는 그만하자.
땅은 어때?
진짜 멋지다.
근데, 그 꽃 말이야 사라져버렸어.
미안해.
바다에 있던게 아니라서 그런가봐.
07.
넌 왜 바다에서 살 수 없을까?
난 왜 땅에서 살 수 없을까?
….
알면서 물어본 거야.
…축축하다.
08.
모두 네가 날 잡아 갈 거래.
너랑 만나지 말래.
날 잡아 갈거야?
진짜 괜찮을 것 같아.
땅에서 살고 싶다.
09.
바다의 색은 하늘색이래. 하늘이 파랗게 변하면 바다도 파랗게 변하고, 하늘이 검게 변하면 바다도 검게 변하잖아.
변한다는 건 닮아가는 건가 봐.
네가 하늘이면 좋겠다.
아니, 내가 바다였으면 좋겠다.
저주는 왜 받은 걸까.
10.
나 언제 잡아갈래?
잡혀가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아니 그냥….
내 땅은 여기잖아.
바다 같은 땅은 어떤가 해서.
땅에서 사는 네가 궁금하기도 하고….
11.
나도 꿈을 꾼 것 같아.
눈을 감고 아무것도 안 들리고, 그 생각에만 살게 되는 거야.
아가미도 없고, 꼬리도 없고, 비늘도 없고, 지느러미도 없이
걷고 있었어, 너랑.
내 첫 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