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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앤나 전체글ll조회 752l

 

아직 눈을 뜨진 않았다 눈 뜨면 세상이 뒤틀리며 더 역한 토악질을 내뱉을 것 같았다 숙취 제기랄... 얼마나 속에 양주를 들이부은 건지 어제의 일은 기억이 잘 나지도 않았다 다만 사진 같은 장면들이 혼합되어 있을뿐 그래 일단 은주의 생일이라 친구 다섯 끼리 클럽을 갔고 양주를 좀 마셨고 친구들은 춤을 추러 스테이지로 나갔었고 난 머리가 어질거려서 따라가다 앞에 보이는 의자에 바로 앉아버렸다 그리고 기억 나는 민트 색깔의 머리... 그 남자와 비상구에 갔고 그 남자가 주는 담배를 태웠던 것까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암전 아니 남자의 팔짱을 끼고 모텔까지 온 것까지 아니, 그 전에 모텔을 가자고 먼저 꼬득인 건 잔뜩 취한 나였던 장면까지 기억이 난다  

 

 

 

 

 

아오... 그러니까 취해서는 원나잇을 했나 보다  

 

 

 

 

 

가까스로 눈을 떠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럼 그렇지 모텔이다 아니 모텔 치고는 너무 좋은 환경... 호텔급은 되어 보이는 걸 옆에 누운 남자는 내게 팔을 내어준 채 곤히 자고있다 뽀얀 피부의 깊은 쇄골, 높은 콧대와 속눈썹 와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된 남자를 뽑았구나 에어컨 바람이 가슴 사이를 타고 들어와 추위를 가담했다 몸을 부르르 떨며 이불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뒤척거리던 남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 가깝게 얽히는 시선이 아찔했다 남자는 잠이 덜 깼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팔을 뻗어 나를 품에 안았다 아침부터 섹시한 남자가 날 끌어안는 건 좋은데 난 숙취가 덜 풀린 상태인지라 금방이라도 토악질이 올라올 것 같음에 손길을 뿌리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수차례 헛구역질을 내뱉고 세수를 하고는 화장실을 나왔다 남자는 놀랐는지 상체를 일으킨 상태였다 와중에 이불이 내려가서 드러난 상체가 그렇게 섹시하지 않을 수 없더라 

 

 

 

 

 

 

 

 

“속 안 좋아?” 

“좀... 그렇네용...^^” 

 

 

 

 

 

 

남자는 내 대답에 웃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몽상가들 | 인스티즈 

 

“너 어제 기억 안 나지?” 

“네... 기억이 잘... 어제 하도 마셔서 담배 피고 훅 갔네용 ㅜ 기억이 없어서” 

“우리 동갑이야” 

“아 그렇니? 기억이 잘 안 나네 내가... 나 어제 뭐 실수한 거 없었어?” 

“그건 잘 모르겠고 존나 섹시하던데?” 

 

 

 

 

 

금세 두 볼이 달아올랐다 아니 저 놈은 뭔 저런 얘기를 저렇게 당당하게 해 부끄럽게 기분은 좋으니 봐주기로 한다 큼큼대며 하얀 이불 위로 올라갔다  

 

 

 

 

 

 

“나 어제 기억 안 나는데... 한번 더 할래?” 

 

 

 

 

 

 

 

얼굴을 쏙 내밀며 말했다 남자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활짝 웃었다 당돌한 모습에 당황했겠지 그런데 이런 거장을 기억 없이 놓치는 건 내가 너무 억울하잖아 손가락 끝을 세워 남자의 손등 위에 내 손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천천히 쓸며 바라보았다 남자의 혓바닥이 제 입술을 쓸며 안달나고 있음이 보였다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키스 해도 돼?” 

 

 

 

 

 

 

남자는 저돌적으로 입술을 붙혔다 타액이 얇게 늘어나고 풀린 남자의 눈을 마주쳤다  

 

 

 

 

 

 

“넌 술을 깨도 야하네” 

“빨리 만져줄래?” 

 

 

 

 

 

 

 

남자의 다급한 손이 몸에 붙어왔다 차가운 손이 파고 들어 한기가 서려도 부드러운 손길이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세 판째 땡기고 서로 기진맥진해져있다일어났을 때와 똑같이 남자의 팔뚝은 내 뒷통수를 받쳤다 혹시라도 이상한 성적 취향이 있나 생각했지만 정말 다정했던 잠자리였다 잠자리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남자의 이름은 민윤기라고 했다 어제 내가 이름이 뭐냐고 열댓번은 물었댔는데 결국 기억하지 못했다 (바보 똘빡이) 윤기는 눈을 감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음계들은 햇빛인마냥 따사로웠다 나는 윤기의 얼굴을 바라보다 볼에 뽀뽀했다 눈을 살짝 뜬 민윤기는 나를 쳐다보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손을 겹쳐 마주잡고는 물었다 

 

 

 

 

 

 

“너 시 좋아해?” 

“좋아해” 

“좋아하는 시인 있어?” 

“시인 이름까지는 잘 몰라서... 심보선 시인?” 

“아 심보선 시인, 내가 처음 시집을 내 용돈으로 산 게 심보선 시집이었던 것 같아.” 

“문디에게 일아?” 

“나는 세계를 죽도록 증오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세계를 한없이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 외운 거야?” 

“이 부분만 외웠어 해석하려고” 

 

 

 

 

 

 

 

민윤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도 그래본 적이 있다는 뜻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왠지 나랑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가 오묘했다 문학 대화를 할 때면 언제나 자리잡히는 분위기였다 민윤기는 이어서 시를 읊었다  

 

 

 

 

 

 

‘나에겐 세상 만사의 옳고 그름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 

 

 

 

 

 

 

순간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 사람의생각을 더 공유하고 싶어진 마음 민윤기는 왼쪽으로 몸을 틀어서 나를 바라봤다  

 

 

 

 

 

 

“넌 학교 다녀?” 

“응 관광과야 호텔 경영” 

“왜? 나는 국문학이나 문창 쪽일 줄 알았는데” 

“현실과 타협하느라~” 

 

 

 

 

 

 

민윤기는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잠자리서 이런 낭만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새삼 즐거웠다 아까는 육체적 정사였다면 지금은 뇌정사인 느낌  

 

 

 

 

 

 

“그럼 원래 글 썼었어?” 

“그치 썼었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대회도 나가서 상도 받고 그랬어” 

“어떤 글을 썼었는데?” 

“주로 시를 썼지 어렸을 때 생각 나는 일 있으면 에세이로도 적어두기도 했고 그냥 다양하게 적었던 것 같아 소설도 써봤었는데 몇 자 못 적고 못 이어나가겠더라 내 이야기가 아닌 것들은 지어내기 힘들더라구” 

 

 

 

 

 

 

이런 대화가 고팠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속마음을 이렇게 내비출 수야 있겠는가 민윤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 이야기에 경청했다 그 태도가 내가 억눌렀던 심정들을 묘비 밖으로 다시 깨워내고 있었다  

 

 

 

 

 

 

 

“그럼 너도 학생이야?” 

“아니 난 고등학생 때 자퇴했어 중졸 그리고 계속 음악했어 나도 현실과의 타협을 하러고 하는데 잘 안 되더라” 

“뭔지 잘 알지 무슨 음악하는데?” 

“작곡하고 프로듀싱하고... 군대 가기 전엔 유명한 소속사 계약직으로 일했었어 보조 프로듀싱 그런 거 있잖아 뭔지 알아?” 

“뭔지 대충 알 것 같아” 

 

 

 

[방탄소년단/민윤기] 몽상가들 | 인스티즈 

 

“지금은 군대 다녀오고 나서 힘 써서 목동에 스튜디오 하나 만들었어 거기서 계속 작곡하고 아는 동생들 녹음 봐주고 고딩들 받아서 과외도 하고... 그냥 그러니까 밥벌이도 잘 안되더라 아는 형들이 다시 소속사 복귀하라고 하는데 아직은 하고 싶은 음악을 지키고 싶어서 객기 부리는 중이지 뭐 근데 나도 곧 현실과 타협하게 될 것 같다 일해야 밥은 벌어먹고 사는데” 

 

 

 

 

 

 

 

민윤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내 생각이 나서 더 안쓰럽더라 이불속에 감춰뒀던 손을 뻗어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너의 꿈을 지켜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아주 강인한 거고 멋진 사람인 거야 여태껏 가져온 속앓이들 모두 수고했어  

 

 

 

 

 

 

애틋한 시선이 엮이고 그에게 물었다 

 

 

 

 

 

키스해도 돼? 

 

 

 

 

 

 

 

 

 

 

심보선, mundi에게 

 

나의 문디여, 

나는 세계를 죽도록 증오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내가 세계를 한없이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에겐 세상만사의 옳고 그름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 

만약 내가 그런 자격을 가졌더라면, 나의 아버지는 

그처럼 위대한 자식을 두고 그처럼 쓸쓸히 눈감진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은 집 안에서의 객사처럼 비참하지 않았던가 

나는 통곡했고 어머니는 더 크게 통곡하지 않았던가 

그날 이후로 삶은 다만 고통이지 않을가 

산다는 것, 오늘 산다는 것과 내일 산다는 것 

살아가는 날들을 전부 다 통틀어서 그렇지 아니한가 

 

 

 

 

 

 

 

 

 

민윤기랑은 해장국까지 챙겨먹고 헤어졌다 내 휴대폰엔 민윤기의 휴대폰 번호 두 가지가 생성되어있다 하나는 음악하는 사람들과의 소토용 다른 하나는 가족과 친구용 한 순간에 가까운 관계가 되버린 것만 같았다 그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집을 들어오자마자 민윤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에는 친구용 핸드폰으로 연락을 달라는민윤기의 부탁을 까먹지 않은 채 잘 걸었다 연결음이 세 번 가량 흐르고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들어갔어?” 

“잘 들어왔지 목동서부터 울 집까지 생각보다 먼 듯 가까운 듯 뭔지 알지?” 

“알어” 

“뭐 해?” 

“컴퓨터 켰어 못 마친 믹싱 있어서 거의 다 끝낸 거니까 그것만 하고 쉬려고” 

“들려주면 안 돼?” 

“아직 완성된 건 아닌데” 

 

 

 

 

 

 

 

민윤기의 음성이 끊기고 이어서 달그락 타닥 하는 잡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오는 멜로디 장조의피아노 선율들이 흘렀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수준이 이 정도라면 꽤나 수준급의 비트 메이커겠거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절도 넘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민윤기는 음악을 꺼버렸다 

 

 

 

 

 

 

 

“미리듣기는 1분까지 이후에는 돈 내야 돼” 

“뭐야 너 몰랐는데 좀 유치하구나?” 

“프로인 거지 나중에 음원으로 나왔을 때 들어봐서 내 음악생활에 기여 좀 하라고” 

 

 

 

 

 

 

민윤기의 농담 같은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툭툭 던지는 말들이 기분 나쁘지 않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민윤기는 할 일이 쌓여있었으니까 통화가 길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후에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고등학생 때 사두었던 시집을 들었다 김소연 시인의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격전지 

 

 

한 사람에게 한 사람이 초라해질 때, 두 사람이 더디게 몸을 바꾸며 묵직한 오후를 지나가고 있어요, 할 수 있는 고백을 모두 나눈 연인의 두 눈엔, 알 수 없는 참혹이 한 글자씩 새겨져요, 알아서는 안 되는 참혹을, 매혹으로 되비추는 서로의 눈빛은 풍상, 아니면 풍경, 이제 당신은 나의 유일무이한 악몽이 되어간다고 말하려다, 설거지를 하러 가지요, 향유고래가 수돗물에서 흘러 들어와요, 심해에 손끝을 담그고 푸른 핏줄에 갇힌 붉은 피에 대해 생각하지요, 풀린다는 것과 물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요, 저녁이 낭자해져요, 할 수 있는 사랑을 모두 끝낸 연인의 방에는 낯선 식물들이 천장까지 닿고 있어요, 알 수 없는 음산한 향기를 풍겨요, 알아서는 안 될 거대한 열매들에 고름 같은 과즙이 흘러내려요, 맙소사,라고 말하려다, 사랑스러워, 라고 하지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이후로는 단 한번도 읽어본 적 없는 시집, 시간 조금 흘렀다고 읽는 맛이 또 달라졌다 그 중 시선을 멈추게 된 격전지 라는 시 나 또한 풀린다는 것과 물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는 알아서는 안 될 거대한 얄매들에 고름 같은 과즙들의 사랑스러움... 나는 무엇을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한동안 깨지 않을 사색에 잠겨들었다 

 

 

 

 

 

 

 

 

 

 

 

민윤기는 언제나 시간을 쪼개어 쓰는 사람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동생들 믹싱에, 녹음도 해주면서 고딩들 과외까지 도맡아서 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이 욕심 내어 얻은 목동의 스튜디오에 대한 값이라고 했다 바쁜 민윤기를 보면서 그에 대한 동경을 느꼈다 나에 대한 성찰을 했다 내가 그토록 바라왔던 꿈, 그 앞에서 현실과 타협했다며 작아진 나,그것을 빌미로 세상을 혐오하기만 하며 노력하지 않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던 시간들... 모든 것들이 내게 후회로 돌아왔다 민윤기를 보며 새로운 다짐들을 하기도 했다  

 

 

 

민윤기 집앞에 있는 24시간 카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주로 민윤기가 들고 온 맥북으로 하릴 없는 영화 시청이 전부이긴 했다 그리고 간간히 내미는 새로 쓴 나의 시들 민윤기는 미간까지 찌푸리며 글자를 읽었다  

 

 

 

 

 

 

 

기나긴 새벽이 옅었다 

그녀는 볕을 넘어 기어오고 있었다 

아직 모두의 장막은 어두웠다 

뒤를 잇는 잿가루들이 길었다 

그녀는 세상을 사랑한다며 장렬히 타올라 

온몸이 화상이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몽상가들 | 인스티즈 

 

“속 안 좋아?” 

“좀... 그렇네용...^^” 

 

 

 

 

 

 

남자는 내 대답에 웃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몽상가들 | 인스티즈 

 

“너 어제 기억 안 나지?” 

“네... 기억이 잘... 어제 하도 마셔서 담배 피고 훅 갔네용 ㅜ 기억이 없어서” 

“우리 동갑이야” 

“아 그렇니? 기억이 잘 안 나네 내가... 나 어제 뭐 실수한 거 없었어?” 

“그건 잘 모르겠고 존나 섹시하던데?” 

 

 

 

 

 

금세 두 볼이 달아올랐다 아니 저 놈은 뭔 저런 얘기를 저렇게 당당하게 해 부끄럽게 기분은 좋으니 봐주기로 한다 큼큼대며 하얀 이불 위로 올라갔다  

 

 

 

 

 

 

“나 어제 기억 안 나는데... 한번 더 할래?” 

 

 

 

 

 

 

 

얼굴을 쏙 내밀며 말했다 남자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활짝 웃었다 당돌한 모습에 당황했겠지 그런데 이런 거장을 기억 없이 놓치는 건 내가 너무 억울하잖아 손가락 끝을 세워 남자의 손등 위에 내 손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천천히 쓸며 바라보았다 남자의 혓바닥이 제 입술을 쓸며 안달나고 있음이 보였다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키스 해도 돼?” 

 

 

 

 

 

 

남자는 저돌적으로 입술을 붙혔다 타액이 얇게 늘어나고 풀린 남자의 눈을 마주쳤다  

 

 

 

 

 

 

“넌 술을 깨도 야하네” 

“빨리 만져줄래?” 

 

 

 

 

 

 

 

남자의 다급한 손이 몸에 붙어왔다 차가운 손이 파고 들어 한기가 서려도 부드러운 손길이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세 판째 땡기고 서로 기진맥진해져있다일어났을 때와 똑같이 남자의 팔뚝은 내 뒷통수를 받쳤다 혹시라도 이상한 성적 취향이 있나 생각했지만 정말 다정했던 잠자리였다 잠자리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남자의 이름은 민윤기라고 했다 어제 내가 이름이 뭐냐고 열댓번은 물었댔는데 결국 기억하지 못했다 (바보 똘빡이) 윤기는 눈을 감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음계들은 햇빛인마냥 따사로웠다 나는 윤기의 얼굴을 바라보다 볼에 뽀뽀했다 눈을 살짝 뜬 민윤기는 나를 쳐다보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손을 겹쳐 마주잡고는 물었다 

 

 

 

 

 

 

“너 시 좋아해?” 

“좋아해” 

“좋아하는 시인 있어?” 

“시인 이름까지는 잘 몰라서... 심보선 시인?” 

“아 심보선 시인, 내가 처음 시집을 내 용돈으로 산 게 심보선 시집이었던 것 같아.” 

“문디에게 일아?” 

“나는 세계를 죽도록 증오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세계를 한없이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 외운 거야?” 

“이 부분만 외웠어 해석하려고” 

 

 

 

 

 

 

 

민윤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도 그래본 적이 있다는 뜻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왠지 나랑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가 오묘했다 문학 대화를 할 때면 언제나 자리잡히는 분위기였다 민윤기는 이어서 시를 읊었다  

 

 

 

 

 

 

‘나에겐 세상 만사의 옳고 그름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 

 

 

 

 

 

 

순간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 사람의생각을 더 공유하고 싶어진 마음 민윤기는 왼쪽으로 몸을 틀어서 나를 바라봤다  

 

 

 

 

 

 

“넌 학교 다녀?” 

“응 관광과야 호텔 경영” 

“왜? 나는 국문학이나 문창 쪽일 줄 알았는데” 

“현실과 타협하느라~” 

 

 

 

 

 

 

민윤기는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잠자리서 이런 낭만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새삼 즐거웠다 아까는 육체적 정사였다면 지금은 뇌정사인 느낌  

 

 

 

 

 

 

“그럼 원래 글 썼었어?” 

“그치 썼었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대회도 나가서 상도 받고 그랬어” 

“어떤 글을 썼었는데?” 

“주로 시를 썼지 어렸을 때 생각 나는 일 있으면 에세이로도 적어두기도 했고 그냥 다양하게 적었던 것 같아 소설도 써봤었는데 몇 자 못 적고 못 이어나가겠더라 내 이야기가 아닌 것들은 지어내기 힘들더라구” 

 

 

 

 

 

 

이런 대화가 고팠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속마음을 이렇게 내비출 수야 있겠는가 민윤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 이야기에 경청했다 그 태도가 내가 억눌렀던 심정들을 묘비 밖으로 다시 깨워내고 있었다  

 

 

 

 

 

 

 

“그럼 너도 학생이야?” 

“아니 난 고등학생 때 자퇴했어 중졸 그리고 계속 음악했어 나도 현실과의 타협을 하러고 하는데 잘 안 되더라” 

“뭔지 잘 알지 무슨 음악하는데?” 

“작곡하고 프로듀싱하고... 군대 가기 전엔 유명한 소속사 계약직으로 일했었어 보조 프로듀싱 그런 거 있잖아 뭔지 알아?” 

“뭔지 대충 알 것 같아” 

 

 

 

[방탄소년단/민윤기] 몽상가들 | 인스티즈 

 

“지금은 군대 다녀오고 나서 힘 써서 목동에 스튜디오 하나 만들었어 거기서 계속 작곡하고 아는 동생들 녹음 봐주고 고딩들 받아서 과외도 하고... 그냥 그러니까 밥벌이도 잘 안되더라 아는 형들이 다시 소속사 복귀하라고 하는데 아직은 하고 싶은 음악을 지키고 싶어서 객기 부리는 중이지 뭐 근데 나도 곧 현실과 타협하게 될 것 같다 일해야 밥은 벌어먹고 사는데” 

 

 

 

 

 

 

 

민윤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내 생각이 나서 더 안쓰럽더라 이불속에 감춰뒀던 손을 뻗어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너의 꿈을 지켜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아주 강인한 거고 멋진 사람인 거야 여태껏 가져온 속앓이들 모두 수고했어  

 

 

 

 

 

 

애틋한 시선이 엮이고 그에게 물었다 

 

 

 

 

 

키스해도 돼? 

 

 

 

 

 

 

 

 

 

 

심보선, mundi에게 

 

나의 문디여, 

나는 세계를 죽도록 증오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내가 세계를 한없이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에겐 세상만사의 옳고 그름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 

만약 내가 그런 자격을 가졌더라면, 나의 아버지는 

그처럼 위대한 자식을 두고 그처럼 쓸쓸히 눈감진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은 집 안에서의 객사처럼 비참하지 않았던가 

나는 통곡했고 어머니는 더 크게 통곡하지 않았던가 

그날 이후로 삶은 다만 고통이지 않을가 

산다는 것, 오늘 산다는 것과 내일 산다는 것 

살아가는 날들을 전부 다 통틀어서 그렇지 아니한가 

 

 

 

 

 

 

 

 

 

민윤기랑은 해장국까지 챙겨먹고 헤어졌다 내 휴대폰엔 민윤기의 휴대폰 번호 두 가지가 생성되어있다 하나는 음악하는 사람들과의 소토용 다른 하나는 가족과 친구용 한 순간에 가까운 관계가 되버린 것만 같았다 그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집을 들어오자마자 민윤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에는 친구용 핸드폰으로 연락을 달라는민윤기의 부탁을 까먹지 않은 채 잘 걸었다 연결음이 세 번 가량 흐르고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들어갔어?” 

“잘 들어왔지 목동서부터 울 집까지 생각보다 먼 듯 가까운 듯 뭔지 알지?” 

“알어” 

“뭐 해?” 

“컴퓨터 켰어 못 마친 믹싱 있어서 거의 다 끝낸 거니까 그것만 하고 쉬려고” 

“들려주면 안 돼?” 

“아직 완성된 건 아닌데” 

 

 

 

 

 

 

 

민윤기의 음성이 끊기고 이어서 달그락 타닥 하는 잡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오는 멜로디 장조의피아노 선율들이 흘렀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수준이 이 정도라면 꽤나 수준급의 비트 메이커겠거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절도 넘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민윤기는 음악을 꺼버렸다 

 

 

 

 

 

 

 

“미리듣기는 1분까지 이후에는 돈 내야 돼” 

“뭐야 너 몰랐는데 좀 유치하구나?” 

“프로인 거지 나중에 음원으로 나왔을 때 들어봐서 내 음악생활에 기여 좀 하라고” 

 

 

 

 

 

 

민윤기의 농담 같은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툭툭 던지는 말들이 기분 나쁘지 않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민윤기는 할 일이 쌓여있었으니까 통화가 길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후에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고등학생 때 사두었던 시집을 들었다 김소연 시인의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격전지 

 

 

한 사람에게 한 사람이 초라해질 때, 두 사람이 더디게 몸을 바꾸며 묵직한 오후를 지나가고 있어요, 할 수 있는 고백을 모두 나눈 연인의 두 눈엔, 알 수 없는 참혹이 한 글자씩 새겨져요, 알아서는 안 되는 참혹을, 매혹으로 되비추는 서로의 눈빛은 풍상, 아니면 풍경, 이제 당신은 나의 유일무이한 악몽이 되어간다고 말하려다, 설거지를 하러 가지요, 향유고래가 수돗물에서 흘러 들어와요, 심해에 손끝을 담그고 푸른 핏줄에 갇힌 붉은 피에 대해 생각하지요, 풀린다는 것과 물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요, 저녁이 낭자해져요, 할 수 있는 사랑을 모두 끝낸 연인의 방에는 낯선 식물들이 천장까지 닿고 있어요, 알 수 없는 음산한 향기를 풍겨요, 알아서는 안 될 거대한 열매들에 고름 같은 과즙이 흘러내려요, 맙소사,라고 말하려다, 사랑스러워, 라고 하지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이후로는 단 한번도 읽어본 적 없는 시집, 시간 조금 흘렀다고 읽는 맛이 또 달라졌다 그 중 시선을 멈추게 된 격전지 라는 시 나 또한 풀린다는 것과 물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는 알아서는 안 될 거대한 얄매들에 고름 같은 과즙들의 사랑스러움... 나는 무엇을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한동안 깨지 않을 사색에 잠겨들었다 

 

 

 

 

 

 

 

 

 

 

 

민윤기는 언제나 시간을 쪼개어 쓰는 사람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동생들 믹싱에, 녹음도 해주면서 고딩들 과외까지 도맡아서 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이 욕심 내어 얻은 목동의 스튜디오에 대한 값이라고 했다 바쁜 민윤기를 보면서 그에 대한 동경을 느꼈다 나에 대한 성찰을 했다 내가 그토록 바라왔던 꿈, 그 앞에서 현실과 타협했다며 작아진 나,그것을 빌미로 세상을 혐오하기만 하며 노력하지 않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던 시간들... 모든 것들이 내게 후회로 돌아왔다 민윤기를 보며 새로운 다짐들을 하기도 했다  

 

 

 

민윤기 집앞에 있는 24시간 카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주로 민윤기가 들고 온 맥북으로 하릴 없는 영화 시청이 전부이긴 했다 그리고 간간히 내미는 새로 쓴 나의 시들 민윤기는 미간까지 찌푸리며 글자를 읽었다  

 

 

 

 

 

 

 

기나긴 새벽이 옅었다 

그녀는 볕을 넘어 기어오고 있었다 

아직 모두의 장막은 어두웠다 

뒤를 잇는 잿가루들이 길었다 

그녀는 세상을 사랑한다며 장렬히 타올라 

온몸이 화상이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몽상가들 | 인스티즈 

 

“속 안 좋아?” 

“좀... 그렇네용...^^” 

 

 

 

 

 

 

남자는 내 대답에 웃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몽상가들 | 인스티즈 

 

“너 어제 기억 안 나지?” 

“네... 기억이 잘... 어제 하도 마셔서 담배 피고 훅 갔네용 ㅜ 기억이 없어서” 

“우리 동갑이야” 

“아 그렇니? 기억이 잘 안 나네 내가... 나 어제 뭐 실수한 거 없었어?” 

“그건 잘 모르겠고 존나 섹시하던데?” 

 

 

 

 

 

금세 두 볼이 달아올랐다 아니 저 놈은 뭔 저런 얘기를 저렇게 당당하게 해 부끄럽게 기분은 좋으니 봐주기로 한다 큼큼대며 하얀 이불 위로 올라갔다  

 

 

 

 

 

 

“나 어제 기억 안 나는데... 한번 더 할래?” 

 

 

 

 

 

 

 

얼굴을 쏙 내밀며 말했다 남자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활짝 웃었다 당돌한 모습에 당황했겠지 그런데 이런 거장을 기억 없이 놓치는 건 내가 너무 억울하잖아 손가락 끝을 세워 남자의 손등 위에 내 손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천천히 쓸며 바라보았다 남자의 혓바닥이 제 입술을 쓸며 안달나고 있음이 보였다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키스 해도 돼?” 

 

 

 

 

 

 

남자는 저돌적으로 입술을 붙혔다 타액이 얇게 늘어나고 풀린 남자의 눈을 마주쳤다  

 

 

 

 

 

 

“넌 술을 깨도 야하네” 

“빨리 만져줄래?” 

 

 

 

 

 

 

 

남자의 다급한 손이 몸에 붙어왔다 차가운 손이 파고 들어 한기가 서려도 부드러운 손길이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세 판째 땡기고 서로 기진맥진해져있다일어났을 때와 똑같이 남자의 팔뚝은 내 뒷통수를 받쳤다 혹시라도 이상한 성적 취향이 있나 생각했지만 정말 다정했던 잠자리였다 잠자리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남자의 이름은 민윤기라고 했다 어제 내가 이름이 뭐냐고 열댓번은 물었댔는데 결국 기억하지 못했다 (바보 똘빡이) 윤기는 눈을 감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음계들은 햇빛인마냥 따사로웠다 나는 윤기의 얼굴을 바라보다 볼에 뽀뽀했다 눈을 살짝 뜬 민윤기는 나를 쳐다보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손을 겹쳐 마주잡고는 물었다 

 

 

 

 

 

 

“너 시 좋아해?” 

“좋아해” 

“좋아하는 시인 있어?” 

“시인 이름까지는 잘 몰라서... 심보선 시인?” 

“아 심보선 시인, 내가 처음 시집을 내 용돈으로 산 게 심보선 시집이었던 것 같아.” 

“문디에게 일아?” 

“나는 세계를 죽도록 증오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세계를 한없이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 외운 거야?” 

“이 부분만 외웠어 해석하려고” 

 

 

 

 

 

 

 

민윤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도 그래본 적이 있다는 뜻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왠지 나랑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가 오묘했다 문학 대화를 할 때면 언제나 자리잡히는 분위기였다 민윤기는 이어서 시를 읊었다  

 

 

 

 

 

 

‘나에겐 세상 만사의 옳고 그름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 

 

 

 

 

 

 

순간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 사람의생각을 더 공유하고 싶어진 마음 민윤기는 왼쪽으로 몸을 틀어서 나를 바라봤다  

 

 

 

 

 

 

“넌 학교 다녀?” 

“응 관광과야 호텔 경영” 

“왜? 나는 국문학이나 문창 쪽일 줄 알았는데” 

“현실과 타협하느라~” 

 

 

 

 

 

 

민윤기는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잠자리서 이런 낭만적인 대화를 나누는 게 새삼 즐거웠다 아까는 육체적 정사였다면 지금은 뇌정사인 느낌  

 

 

 

 

 

 

“그럼 원래 글 썼었어?” 

“그치 썼었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대회도 나가서 상도 받고 그랬어” 

“어떤 글을 썼었는데?” 

“주로 시를 썼지 어렸을 때 생각 나는 일 있으면 에세이로도 적어두기도 했고 그냥 다양하게 적었던 것 같아 소설도 써봤었는데 몇 자 못 적고 못 이어나가겠더라 내 이야기가 아닌 것들은 지어내기 힘들더라구” 

 

 

 

 

 

 

이런 대화가 고팠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속마음을 이렇게 내비출 수야 있겠는가 민윤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 이야기에 경청했다 그 태도가 내가 억눌렀던 심정들을 묘비 밖으로 다시 깨워내고 있었다  

 

 

 

 

 

 

 

“그럼 너도 학생이야?” 

“아니 난 고등학생 때 자퇴했어 중졸 그리고 계속 음악했어 나도 현실과의 타협을 하러고 하는데 잘 안 되더라” 

“뭔지 잘 알지 무슨 음악하는데?” 

“작곡하고 프로듀싱하고... 군대 가기 전엔 유명한 소속사 계약직으로 일했었어 보조 프로듀싱 그런 거 있잖아 뭔지 알아?” 

“뭔지 대충 알 것 같아” 

 

 

 

[방탄소년단/민윤기] 몽상가들 | 인스티즈 

 

“지금은 군대 다녀오고 나서 힘 써서 목동에 스튜디오 하나 만들었어 거기서 계속 작곡하고 아는 동생들 녹음 봐주고 고딩들 받아서 과외도 하고... 그냥 그러니까 밥벌이도 잘 안되더라 아는 형들이 다시 소속사 복귀하라고 하는데 아직은 하고 싶은 음악을 지키고 싶어서 객기 부리는 중이지 뭐 근데 나도 곧 현실과 타협하게 될 것 같다 일해야 밥은 벌어먹고 사는데” 

 

 

 

 

 

 

 

민윤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내 생각이 나서 더 안쓰럽더라 이불속에 감춰뒀던 손을 뻗어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너의 꿈을 지켜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아주 강인한 거고 멋진 사람인 거야 여태껏 가져온 속앓이들 모두 수고했어  

 

 

 

 

 

 

애틋한 시선이 엮이고 그에게 물었다 

 

 

 

 

 

키스해도 돼? 

 

 

 

 

 

 

 

 

 

 

심보선, mundi에게 

 

나의 문디여, 

나는 세계를 죽도록 증오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내가 세계를 한없이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에겐 세상만사의 옳고 그름을 결정할 자격이 없다 

만약 내가 그런 자격을 가졌더라면, 나의 아버지는 

그처럼 위대한 자식을 두고 그처럼 쓸쓸히 눈감진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은 집 안에서의 객사처럼 비참하지 않았던가 

나는 통곡했고 어머니는 더 크게 통곡하지 않았던가 

그날 이후로 삶은 다만 고통이지 않을가 

산다는 것, 오늘 산다는 것과 내일 산다는 것 

살아가는 날들을 전부 다 통틀어서 그렇지 아니한가 

 

 

 

 

 

 

 

 

 

민윤기랑은 해장국까지 챙겨먹고 헤어졌다 내 휴대폰엔 민윤기의 휴대폰 번호 두 가지가 생성되어있다 하나는 음악하는 사람들과의 소토용 다른 하나는 가족과 친구용 한 순간에 가까운 관계가 되버린 것만 같았다 그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집을 들어오자마자 민윤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에는 친구용 핸드폰으로 연락을 달라는민윤기의 부탁을 까먹지 않은 채 잘 걸었다 연결음이 세 번 가량 흐르고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들어갔어?” 

“잘 들어왔지 목동서부터 울 집까지 생각보다 먼 듯 가까운 듯 뭔지 알지?” 

“알어” 

“뭐 해?” 

“컴퓨터 켰어 못 마친 믹싱 있어서 거의 다 끝낸 거니까 그것만 하고 쉬려고” 

“들려주면 안 돼?” 

“아직 완성된 건 아닌데” 

 

 

 

 

 

 

 

민윤기의 음성이 끊기고 이어서 달그락 타닥 하는 잡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오는 멜로디 장조의피아노 선율들이 흘렀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수준이 이 정도라면 꽤나 수준급의 비트 메이커겠거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절도 넘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민윤기는 음악을 꺼버렸다 

 

 

 

 

 

 

 

“미리듣기는 1분까지 이후에는 돈 내야 돼” 

“뭐야 너 몰랐는데 좀 유치하구나?” 

“프로인 거지 나중에 음원으로 나왔을 때 들어봐서 내 음악생활에 기여 좀 하라고” 

 

 

 

 

 

 

민윤기의 농담 같은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툭툭 던지는 말들이 기분 나쁘지 않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민윤기는 할 일이 쌓여있었으니까 통화가 길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후에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고등학생 때 사두었던 시집을 들었다 김소연 시인의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격전지 

 

 

한 사람에게 한 사람이 초라해질 때, 두 사람이 더디게 몸을 바꾸며 묵직한 오후를 지나가고 있어요, 할 수 있는 고백을 모두 나눈 연인의 두 눈엔, 알 수 없는 참혹이 한 글자씩 새겨져요, 알아서는 안 되는 참혹을, 매혹으로 되비추는 서로의 눈빛은 풍상, 아니면 풍경, 이제 당신은 나의 유일무이한 악몽이 되어간다고 말하려다, 설거지를 하러 가지요, 향유고래가 수돗물에서 흘러 들어와요, 심해에 손끝을 담그고 푸른 핏줄에 갇힌 붉은 피에 대해 생각하지요, 풀린다는 것과 물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요, 저녁이 낭자해져요, 할 수 있는 사랑을 모두 끝낸 연인의 방에는 낯선 식물들이 천장까지 닿고 있어요, 알 수 없는 음산한 향기를 풍겨요, 알아서는 안 될 거대한 열매들에 고름 같은 과즙이 흘러내려요, 맙소사,라고 말하려다, 사랑스러워, 라고 하지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이후로는 단 한번도 읽어본 적 없는 시집, 시간 조금 흘렀다고 읽는 맛이 또 달라졌다 그 중 시선을 멈추게 된 격전지 라는 시 나 또한 풀린다는 것과 물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는 알아서는 안 될 거대한 얄매들에 고름 같은 과즙들의 사랑스러움... 나는 무엇을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한동안 깨지 않을 사색에 잠겨들었다 

 

 

 

 

 

 

 

 

 

 

 

민윤기는 언제나 시간을 쪼개어 쓰는 사람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동생들 믹싱에, 녹음도 해주면서 고딩들 과외까지 도맡아서 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이 욕심 내어 얻은 목동의 스튜디오에 대한 값이라고 했다 바쁜 민윤기를 보면서 그에 대한 동경을 느꼈다 나에 대한 성찰을 했다 내가 그토록 바라왔던 꿈, 그 앞에서 현실과 타협했다며 작아진 나,그것을 빌미로 세상을 혐오하기만 하며 노력하지 않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던 시간들... 모든 것들이 내게 후회로 돌아왔다 민윤기를 보며 새로운 다짐들을 하기도 했다  

 

 

 

민윤기 집앞에 있는 24시간 카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주로 민윤기가 들고 온 맥북으로 하릴 없는 영화 시청이 전부이긴 했다 그리고 간간히 내미는 새로 쓴 나의 시들 민윤기는 미간까지 찌푸리며 글자를 읽었다  

 

 

 

 

 

 

 

기나긴 새벽이 옅었다 

그녀는 볕을 넘어 기어오고 있었다 

아직 모두의 장막은 어두웠다 

뒤를 잇는 잿가루들이 길었다 

그녀는 세상을 사랑한다며 장렬히 타올라 

온몸이 화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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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장렬히 사랑해서 온몸이 화상이라는 표현 정말 좋은 것 같아” 

 

 

 

 

 

 

 

그때 내가 민윤기에게서 느꼈던 감정은 글로 담아낼 수 없다 우리는 서로의 예술관이 통하고 있었다 플라토닉적인 정서를 교감했다 민윤기는 그 전부터였을지는 몰라도 그날부터 민윤기와 나의 관계는 더더욱 진정성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그와 가진 다섯 번의 잠자리와 일곱 번의 술자리그리고 그와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지 서로의 마음을 간파하고 있었고 서로의 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리잡힌 그와의 순탄치만은 않은 인연이 시작되었다  

 

 

 

 

 

 

 

 

 

 

 

 

 

ㅠㅠㅠㅠ뉴ㅠ뉸뉴ㅠ 

이거 제 실화 0.8퍼센트에 허구성 99.2퍼센트 가미한 거예여 ㅜ 민윤기 인물은 본업은 작곡가가 아니고 원래는 댄서구 대학을 음대를 나와서 부업이 작곡인 느낌 ㅜ 

서로 맘을 주게 된 이유가 정말 서로의 예술 세계를 사랑해 줘서가 젤 컷써요,,, 이후에도 가정사 극빈곤기 등등 이해해 주는 게 젤 컷져,,, 넘 가슴 애리지만 멋잇는 사람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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