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긴 생머리에 흰 피부, 어릴 때부터 예쁘다는 소리 당연하게 듣고 살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솔로 여자 가수를 물으면 말 끝나기 전에 이름 석 자 나오는 솔로 원 탑 연상 이여주와 숨진또부터 시작된 온갖 수식어 달고 사는 NCT를 넘어서 예능까지 섭렵한 애교 만땅 연하 김정우의 공개 연애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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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지인들은 다 알고, 비밀 연애 4년 차 무탈하게 관계 지속하고 있는 둘 사이에 어느 날부터 묘한 기류 흐를 거다. 정우가 자꾸 거리 두고 뭔가 숨기는 게 보이고, 참다 참다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이여주가 말 꺼내려고 타이밍 보고 있으면 김정우 ‘누나 우리 시간 좀 가져요 죄송해요’ 이 한 마디 남기고 잠수탈 것부터 시작될 것 같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겹치는 스케줄은 없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이여주 컴백 준비 중, 그니까 일주일 앞뒀을 때라 멘탈 다 갈렸을 거다. 하나뿐인 자기 애인이 그 몇 마디 남기고 기척도 없으니까. 심지어 본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답은 하지도 못했지. 차게 식은 머리로 사고조차 되지 않아 이따가, 이따 답하자 하다 하루 이틀 그렇게 흘렀거든.
활동 끝나고 = 문자 받은 지 한 달 반쯤 됐을 때, 이여주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사촌인 정재현이랑 127 멤버들 중에서는 제일 편한 김도영, 이동혁 데리고 밥 먹으러 간다. 연하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좀 캐내고, 김정우 측근한테 이야기 좀 하고 싶어서. 셋 모여서 나갈 준비하고 있는데 그거 본 연하가 던진 “형 어디 가요?”라는 질문에 여주 누나 만나러 간다는 답 듣고 나서 종일 우울하게 평소처럼 인사도 안 하고 들어갈 거다. 누나 이름 듣고 텐션 떨어진 것부터 눈치챘겠지, 김도영은. 분명 점심쯤 나갔던 것 같은데 뭘 그리하는지 9 시쯤 들어왔을 거다. 밖이 소란스러운 게 혼자 '재밌었나 보다. 나한테는 연락 안 하더니, 잘 지내나 봐. 나는, 아니, 누나한테 나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나 봐.' 하면서도 넷이서 뭐 했는지 궁금하니까 나갈 거다. 이여주 오랜만에 멤버들 본다고 따라 들어가서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는데 열린 생각 없는 김정우 방문 쪽만 보다 눈 마주쳤겠지. 열 명, 소란스러운 사이에서도 자기 애인 용케도 알아보고 당황해서 바로 문 닫고 들어가려는데, 눈치가 없는 건지 뭔지 나유타 김정우 부른다. 인사하고 들어가라고, 너네 누나 오셨다고. 끝까지 눈 안 떼던 이여주와 미동도 없는 김정우, 둘 사이 일 알던 셋은 눈치만 보고 있고 나머지 멤버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 나누겠지. 시선 고정한 연상과 계속 눈 피하는 연하. 시간만 흘러가는데 답답한 여주가 먼저 일어나겠지, 밖으로 간 게 아니라 정우 방으로. 한 발짝, 두 발짝 가까워지던 것에 아무것도 못하다 딱 한 발짝 남았을 때 문 닫을 거다. 좀 더 빨랐던 이여주, 닫히던 문 손잡이 겨우 잡았고 얇은 문 하나 사이로 시선 교환하던 둘 사이 적막만 맴돌겠지. “이야기 좀 하자” 하면서 막무가내로 들어간 연상과 속속 무책으로 밀리던 연하 침대 위에서, 한 달 좀 넘는 시간 만에 겨우 얼굴 마주한다.
A 누나 봐.
B ………
A 누나 보라고, 정우야.
B 시간 좀 주세요.
A 얼마나 더 필요해? 한 달하고 2 주가 더 지났어. 얼마나 더 기다리면 될까, 누나가. 또 한 달 반, 그때는 세 달, 여섯 달, 일 년, 그렇게 헤어지면 돼? 너는, 너는 그거면 되는 거니? 정우야, 대답 좀 해, 진짜 사람 미치게 하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 제발.
그거 문에 붙어서 듣고 있던 애들은 연상 톤에 놀라고, 훌쩍이는 소리에 또 놀라겠지. 연하 눈물 뚝뚝 떨구고 있거든, 진짜 세상 서럽게. 작게 한숨 소리 들리고, 발 디디는 소리, 손잡이 꽉 쥔 여주와 여전히 울고 있는 정우. 그리고 돌아간 손잡이, 닫히는 문틈 사이로 보이는 말갛게 변한 정우. 시간 가지고 있는 와중에도 좋은 건, 정우한테 잘 어울리는 것, 김정우가 좋아하는 건 다 주고 싶었던, 그 마음 여전했던 이여주가 당일 산 아우터 쇼핑백 손에 꽉 쥐었다가 한 번 내려보더니 갑자기 나온 동료 애인이자 선배 혹은 친한 누나 때문에 굳어 있던 멤버들 사이에서 그때만큼은 내 가족이 앞서 누나 얼굴 살피고 있던 정재현한테 건넨다. “입기 좆같으면 팔던가, 환불하던가 알아서 하라고 해. 너네 입는 꼴은 못 보겠으니까 직접 하라고, 그렇게 전해." 웬만하면 입에 육두문자 안 올리는 누나 입에서 욕까지 나오니, 인사도 못하고 보낸다. 그러면서 스케줄 없으면 본 모습 대로 다니던 여주가 곱게 세팅했던 머리 자꾸 넘기면서 숙소 나선다. 꼭, 헤어지자는 것 같아서, 트렁크에 하나 둘 쌓아뒀던 김정우 생일 선물, 이거는 꼭 전해야 하지 싶어서 죄 없는 윤오랑 도영이 부르고 양손 가득 그리고 박스 하나 무겁게, 정성 들여 준비했지만 본인 생일 일주일 전이 마지막 연락이라 전해주지 못했던 그 선물, 그렇게라도 전할 거다. “생일 축하한다는 문자 안 받더라고. 아, 씹힐까 봐 문자 한 건데 가서 좀 물어봐. 나 차단했냐고.” 한 마디 남기고 떠났는데 그 안에는 혹시 상하거나 안 맞을까 봐 한약 지어주지는 못하고, 부모님이랑 가서 지어오라는 의미로 넣어둔 한약 상품권 세 장부터 갖고 싶다던 옷, 모자, 신발이며 목 건조할 때 쓰라고 산 휴대용 가습기, 악보 보관함에 전문가용 휴대 녹음기, 폰 케이스 그냥 전부 다 김정우가 필요하다고 사야지 했던 것들이었을 거다. 말없이 정우 침대 옆 빈 공간에 놓아두고 나가는 윤오, 도영이한테 누나 갔냐고 물으면 “전화해. 전화해서 네가 직접 물어.” 답지 않게 차가운 말로 돌아서고 좆됐다 싶은 도영이는 윤오 눈치 보면서 빠져나가겠지. 문 열려 있어서 그거 다 실시간 중계되는데 애들 애써 모른 척 방 들어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