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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금방 데릴러 오실거야." 

 

 

 

천번은 훨씬 넘게 들었던 얘기지만 믿은 적은 없었다. 아니 처음에는 믿었었나. 한 열살? 열두살? 기억이 잘 안난다. 초등학교 졸업 할 때까지는 믿었던거 같은데. 중학교 졸업식 때 다 헤진 교복을 입고 혼자 텅 빈 교실에 앉아 오지도 않을 엄마를, 또 아빠를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던 날을 지훈은 똑똑히 기억했다. 그날 이후로 생각했다. 부모님은 없다고. 금방 데리러 온다던 어머니도, 아버지도. 얼굴도 기억 못할 만큼 어릴때 보육원에 맡긴 자식을 이제와서 찾는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지훈은 희망보육원에서 가장 오래된, 나이가 많은 원생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못해도 열다섯살 전에 집으로 돌아간거에 비하면 지훈은 희망 보육원을 나갈 일이 없어보였다. 

 

 

동네 어른들이 기부한 공립 고등학교 교복 중 멀쩡한 옷은 없었다. 팔이 맞으면 옷에 단추가 엉망이었고, 교복 바지는 실밥이 보일 정도로 튿어져 있었다. 

 

 

 

엉덩이가 맨질해진 낡은 통 큰 교복바지에 이미 몇년을 입은지 모를 이제는 아이보리색으로 변해버린 와이셔츠, 어깨부분에 좀이 먹어 구멍이 난 가디건, 팔이 조금 긴듯한 교복 자켓이 지훈에게는 전부였다. 낡은 교복으로 등교해도 지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쟤, 엄마아빠가 버렸대. 

박지훈 너 고아라며? 

 

 

 

지훈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17년동안 본 적 없는 부모 얘기를 꺼낼때면 지훈은 눈을 감고 책상에 엎드렸다.  

 

1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보육원으로 돌아가는 길. 지훈은 보육원 앞을 서성이는 늙은 남자를 힐끔 쳐다봤다. 삶에 찌든 늙은 얼굴, 제대로 밀지 못한 수염이 까칠하게 나온. 까맣게 낀 손톱 밑 때와 다 낡아 뒷꿈치가 떨어진 신발.  

 

 

방에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교복을 벗으려는데 방문이 열렸다. 

 

 

지훈은 벗어놓았던 교복 자켓을 다시 입었다. 얼마되지 않는 짐을 챙기고 보육원을 나섰다 

 

 

17년만에 아버지가 저를 찾아왔다. 

 

 

 

 

아버지와의 삶은 보육원과는 다를게 없었다. 눈뜨면 텅 빈 방안에 혼자 누워있는 제가 있었다. 낡은 밥솥 안, 다 쩌든 밥을 대충 퍼서 물에 말아 이제는 양념밖에는 남지 않은 김치통을 꺼내 대충 아침을 때웠다.  초봄, 쌀쌀하지만 지훈은 교복 위에 작은 목도리 하나가 전부였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텅 빈 집안, 불도 들어오지 않는 차가운 바닥을 대충 닦고 지훈은 이불을 깔았다. 아버지는 무식하지만 다정한 사람이었다. 엄마가 도박빚을 남기고 도망가자 아버지는 어린 저를 동네에 맡기고 일을 다녔다고 했다. 계속해서 불어나는 빚에 하루 이자가 백만원이 넘어가자 아버지는 빚쟁이에게 새끼손가락이 잘렸다고 했다. 손가락이 잘린 이후로 지훈을 보육원에 버리다시피 맡긴 아버지는 안해본 일이 없었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을때면 지훈은 가만히 아버지의 숟가락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샤워 대신 차가운 물수건으로 몸을 닦는 아버지의 옆구리엔 어설프게 난 칼자국과 대충 꼬맨듯한 흉터가 진하게 남아있었다. 아버지는 신장을 팔아 빚을 갚았다. 

 

지훈은 빚을 다 갚았다는 아버지가 왜 이렇게 일에 집착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보육원에 있을 때와 다를게 없는 생활에 아버지에게 왜 저를 이제야 데려왔는지 묻고도 싶었지만 굳이 그러진 않았다. 거기나 여기나. 피차 다를건 없으니까. 

 

 

 

".. 훈아. 이걸로 만들어라." 

 

 

지훈은 제 앞에 내밀어진 꼬깃한 돈뭉치들을 내려다봤다. 

 

"느그 학교에서 수학여행인가.. 그거 간다카던데.. 아버지가 다른건 못해줘도 그건 느 꼭 보내고 싶네.." 

 

 

연방 기침을 해대며 지훈에게 꼬깃한 돈뭉치를 내민 아버지가 지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가서 사진 찍어가 여권 만들고.. 그거 만드는데도 오래 걸리는거 아이가. 니 친구들은 이미 다 있을긴데.. 우리 훈이 제주도도 가나. 좋겠네.. 

 

 

진흙이 잔뜩 묻은 작업화를 신으며 중얼거리는 뒷모습에 지훈이 제 손에 돈뭉치를 꽈악- 움켜쥐었다. 

 

난생처음 여권도 만들고, 증명사진도 찍고. 아 이참에 출석부에 붙인 증명사진 바꿔달라할까. 중학교 증명사진을 붙인 출석부가 알게모르게 민망한 차였는데. 지훈은 새벽에 들어오는 아버지가 여권을 잘 볼 수 있게끔 방 입구 바닥에 잘 펼쳐놓고는 낡은 이불 속으로 몸을 넣었다.  

 

[ 여건 머찌다 아들 ] 

 

지훈은 제 머리맡에 놓인 쪽지를 열번도 넘게 읽고는 잘 접어 여권 사이에 끼워넣었다. 오늘은 담임에게 수학여행 참가 신청서를 내야한다. 이미 안간다고 했던 터라.. 이제와서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준 돈을 가지고 지훈은 교무실을 찾았다. 저.. 선생님..-  통화중인 담임이 굳은 얼굴로 몸을 돌려 지훈을 올려다보았다. 수학여행 참가 신청서를 뺏다시피한 담임이 지훈에게 주소가 적힌 종이와 제 핸드폰을 빌려주었다.  

 

지훈아. 놀라지말고 들어. 네 아버지가-.. 

 

 

지훈은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놀라면서도 놀랍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이 남의 일 같았다. 응급실 한 구석에 누웠는 아버지가 낯설었다. 제대로 얼굴을 보지 못한 며칠 사이에 아버지가 남 같았다. 신장이 하나 없는 탓에 투석이 필요하지만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 위에는 암이 생겼다 했다. 치료 하셔야 삽니다. 의사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돈이.. 돈이 없어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이 가슴에서 웅웅댔다. 아버지의 옷가지를 가지러 집에 들어오는길, 지훈은 제 집 앞 골목에 있는 한 무리의 남자들과 마주쳤다. 

 

 

지훈은 유리창이 깨져 어질러진 방 안을 치우는 중이었다. 벌겋게 부어오른 뺨이 욱신거렸다. 아버지는 엄마의 4억 빚을 신장으로 갚았다 했다. 그리고 장기 적출 수술을 받으며 떠안게 된 1억 가까이 되는 빚을 또 갚고 있었다. 

 

".. 개새끼들.." 

 

 

지훈은 유리조각을 주워담으며 나지막히 읖조렸다. 아버지 신장도 모자라 이제는 내 신장을 떼야하는걸까. 지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 치료를 결정하시면 병실을 옮기겠습니다만, 지금 박정환씨는 하루가 급한 상황입니다.  

 

 

지훈은 제 옆에서 기절한듯 잠든 아버지를 쳐다봤다. 빚을 갚을 아버지가 쓰러진걸 안 깡패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지훈을 찾아왔다. 병원이고 집이고, 가리질 않았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쓰러질 수가 있지. 지훈은 제 아비가 원망스러웠다. 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아니 저를 보육원에서 찾질 않았으면. 지훈은 답답한 숨을 내쉬었다. 주머니에는 여전히 꼬깃한 돈이 들어있었다. 

 

 

마지막 교시만 마치면 담임에게 수학여행은 못가게됐다고 얘기해야지. 지훈은 교과서 귀퉁이에 적은 제주도를 벅벅 볼펜으로 지웠다.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제주도도 수학여행도.. 날씨 참 드럽게도 좋네. 입을 꾹 다물고 창밖을 내다보는데 교문 앞으로 왠 시커먼 양복 무리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조용한 교실 앞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 상기된 얼굴의 담임이 저를 불러냈다.  

 

 

- 박지훈. 가방싸서 나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급하게 가봐야한다고. 선생님도 정리하고 바로 가겠다고. 지훈은 저를 붙잡고 안쓰러운 얼굴로 얘기하는 선생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쌤. 가방을 메고 돌아서는 길, 지훈은 눈 앞이 어질함을 느꼈다. 앞이 캄캄했다. 아버지와 함께 산 6개월 남짓이 꿈만 같았다. 

 

 숨이 턱- 막혀왔다.  지훈은 목에 건 넥타이를 느슨하게 했다. 복도 창 밖으로 정문 앞에서 저를 기다리는 깡패들이 보였다. 도망갈 곳이 필요했다. 

 

지훈은 1층으로 내려와 매점 뒷 골목으로 나왔다. 매점 뒤 분리수거장으로 가 엎어놓은 박스들을 밟고 올라갔다. 가방을 담 너머로 던진 지훈이 가볍게 담을 넘었다. 그 길로 지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택시를 탔다. 

 

 

한국에 있으면 안돼. 어디든 가자. 어디든.  

 

가장 빠른 시간, 가장 싼 비행기는 18시 20분 홍콩행 비행기였다. 지훈은 입국장으로 들어섰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가방 속 교과서는 전부 쓰레기통에 버렸다. 

 

 

애매한 평일, 듬성듬성 빈 자리가 있는 홍콩행 비행기에서 지훈은 6개월간 살을 맞댄 제 아비를 떠올렸다. 무식한 아버지. 다정한 아버지. 이제와서 저를 찾은 아버지. 제주도에 갈라면 여권이 있어야되는줄 안 아버지.. 지훈은 제 아비를 버리고 온 죄책감에, 아니 어쩌면 저를 옭아매던 빚을 버리고 온 기쁨에. 복잡 미묘한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무슨 감정인지 알수는 없었다. 

 

 

 

 

 

 

 

지훈은 뻐근한 어깨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그때 꿈이다. 아버지 꿈.  

 

 

 

한국을 떠나 무작정 홍콩에 온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18살의 박지훈은 벌써 21살이 됐다. 영어는 헬로, 땡큐 밖에 못하던 저였다. 중국어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지훈은 골방 벽에 걸린 검은색 티셔츠와 바지를 대충 걸쳐입었다. 검은색 앞치마까지 매고는 골방을 나선 지훈은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 앞에서 며칠을 멍하게 앉아있던 저에게 카페 주인 아주머니는 문을 열어줬다. 지훈은 센트럴 근처 한 작은 카페에서 살고 있었다. 

 

몇개 되지 않는 테이블 위에서 의자를 내리고 밀크티를 내릴 준비를 했다. 18살의 지훈은 중국어 한마디 못했지만 밀크티와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웠고 가게 뒤, 창고와 연결된 작은 골방에서 잠이 들었다. 

 

 

지훈은 아침부터 몰려드는 사람에 정신을 못차렸다. 물론 어차피 다 밀크티라 주문이 밀리지는 않지만. 홍콩 사람들의 밀크티 사랑이란 상상을 초월했다. 밀크티와 함께 나가는 달달한 토스트 세트는 인기 만점이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주방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토스트를 만들고 있었다.  

 

 

"把它挤出来. (밀크티 나왔습니다.)" 

 

지훈은 찻잔을 내며 말했다. 토스트와 밀크티를 내밀고, 계산을 하고.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진 중국어지만 그래도 매일 하는 말만 잘했다.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로 왠 키가 큰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 평범한 평상복 차림의 다른 홍콩 손님들과는 다르게 정장을 빼 입은 남자는 제 차례를 기다렸다. 

 

 

"给我一杯拿铁咖啡." 

 

"...." 

 

"..?" 

 

지훈이 벙 찐 얼굴을 하자 남자는 제 중국어가 서툴어서 못알아듣는구나 생각하고는 슬쩍 제 관자놀이를 긁은 후 one latte, please- 하며 웃었다. 근사한 얼굴이 웃자 지훈이 아차, 당황하며 뒤를 돌았다.  

 

 

 

얼마만의 커피 주문이지. 지훈은 스팀 우유를 준비하며 커피머신에 비친 남자를 힐끔거렸다. 모델인가..  네이비 정장이 화보 모델처럼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지훈은 컵 홀더를 끼우며 남자에게 일회용 컵을 내밀었다. 

 

 

Thank you-.  

 

 

근사하게 웃은 남자가 등을 돌려 가게를 나갈 때까지, 지훈은 눈을 떼지 못했다. 

 

 

 

 

긴 다리에 넓은 어깨, 잘생긴 외모 때문에 모델인 줄 알았던 남자는 매일 같은 시간 지훈의 카페를 찾았다.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에 찾아오는 남자때문에 지훈은 7시 반만 되면 문만 쳐다봤다. 항상 따뜻한 라떼를 주문하는 남자에 지훈은 난생 처음 라떼아트인가 뭔가를 해볼 생각도 했다.  

 

그.. 커피 위에 우유로 나뭇잎도 그리고 하트도 그리고...뭐 그런거 아닌가...  

 

중국어를 배워야하나..근처 서점에서 커피 관련 책을 뒤적이며 지훈은 중얼거렸다. 이건 뭐.. 글자를 못읽으니 책을 봐도 소용이 없네. 

 

 

 

 

남자는 제 중국어가 서툴다 생각한 모양이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았다. 지훈보다 남자의 발음은 훨씬 더 정확하고 유창했다. 하지만 지훈이 첫 주문을 알아듣지 못한 이후로 남자는 영어로만 주문을 했다. 지훈은 남자가 주문할 때 하는 몇마디 영어가 너무 좋았다.  

 

 

동양인처럼 보이는데 왜이렇게 영어를 잘하지. 

 

 

스팀우유를 준비하며 지훈은 머신기에 비친 남자를 힐끔댔다. 몇살일까. 무슨 일을 할까. 어느나라 사람일까. 홍콩 사람은 아닌거같은데. 별별 생각을 하며 커피잔을 잡는데 문득 며칠동안 연습한 하트를 그려보고 싶어졌다.  

 

후아-. 크게 심호흡을 하고서 지훈은 따뜻한 우유를 조심스럽게 따라냈다. 약간 삐뚤긴 하지만 깔끔하게 그려낸 하트에 지훈의 입꼬리가 만족스러운듯 올라갔다.  

 

"웃으니 보기 좋네요." 

 

 

남자의 말에 지훈의 얼굴이 보기좋게 달아올랐다. ㄸ..땡큐..! 커피를 내밀고 빨개진 얼굴을 푹 숙인 지훈이 제 앞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남자는 빠알간 얼굴로 제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어쩔줄 몰라하는 지훈을 귀엽다는 듯 바라봤다. 

 

 

남자는 매일 아침 카페라떼를 주문했고, 지훈은 매일같이 남자는 모르는 하트를 그려냈다. 

 

 

 

 

지훈은 매장 안을 들어오는 손님에게 문을 열어주고 허리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명품 매장에서의 아르바이트는 오래 서 있어야한다는 점을 빼면 힘든 일이 없었다. 특히나 지훈이 하는 일은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문을 열어주는 도어맨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중국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지훈은 매장에서 제공한 검은 정장의 단추를 슬쩍 매만졌다. 이것도 명품일까. 아니겠지? 별 생각을 하는데 매장 앞에 부드럽게 서는 세단에 지훈이 침을 꼴깍 삼켰다. 면허도 없고 차에 대해 아는 것도 없지만 비싼건 겉으로 티가 났다. 지훈은 본능적으로 눈을 내리깔고 매장 문을 열었다. 

 

 

"어? 카페에서.." 

 

 

지훈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반가운 듯 지훈을 보며 웃었다. 여기서 보네요! 지훈은 어색한 웃음을 내보였다. 남자의 빠른 영어에 지훈이 더듬더듬, 아.. 아르바이트.. 하며 중얼거렸다. 남자는 반가운 얼굴로 지훈에게 악수하듯 손을 내밀었다.  

 

 

"Daniel?" 

 

 

먼저 매장으로 들어온 여자가 남자를 불렀다. 화려한 옷차림에 누가봐도 예쁘다고 할 얼굴, 카랑한 목소리의 여자가 남자에게 팔짱을 꼈다. 지훈은 여자의 팔짱을 보다 꾸벅 고개를 숙였다.  

 

 

 

 

지훈은 어두운 밤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다니엘..  남자의 이름이 다니엘이겠지. 지훈은 조용히 남자의이름을 곱씹으며 걸었다. 같이 온 여자는 누굴까. 여자친구일까. 하긴 그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아보이는데 애인이 없을리가 없지. 지훈은 가게 뒷문을 열고 들어가며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매장 앞에서 문 열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한 주제에 명품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우쭐대다니. 지훈은 입을 꾹 다물었다.  

 

박지훈. 꿈도 크다 너. 

 

 

 

 

오늘이 무슨 날인가 싶을 정도로 가게가 북적였다. 아니 여기서 모임 하기로 하셨어요? 가게를 가득 채운 손님들에 지훈은 차가운 밀크티를 내밀며 주방으로 소리쳤다. 토스트 멀었어요?!  

 

흐르는 땀을 닦지고 못하고 다음 주문을 받았다. 가게안은 발 디딜틈도 없이 손님으로 가득찼다. 지훈은 바쁘게 주문을 받으면서도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거렸다. 늦네.. 매번 7시 반쯤 오는 남자가 오늘따라 8시가 훌쩍 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안오려나.. 두달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아침마다 커피를 사가던 남자였는데.지훈 조금 서운한 마음에 코를 훌쩍일즈음 가게 문이 열리고 남자가 들어왔다. 

 

 

라떼 한잔이요.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장에 손님이 많아 밀린 주문이 꽤 있는데.. 남자는 급한 듯 손목을 계속해서 힐끔거렸다.  

 

 

"주문이 밀려서요.. 기다릴 수 있으세요?" 

 

 

지훈이 어설픈 중국어로 더듬더듬 말을 했다. 남자는 지훈을 놀란 눈으로 보다 다시한번 손목을 보고 가게 안에 꽉 찬 사람들을 둘러봤다.  

 

 

아 그러면 그냥 주문을-.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훈이 입을 뗐다. 

 

 

그, 그러면 괜찮으시면 제가 회사에 가져다드릴까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잠시 후에 제 손에 쥐어진 명함을 보고 깨달을 수 있었다. 남자는 잠시 고민하다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회사 로비에 오셔서 전화 주시면 내려갈게요. 

 

 

지훈은 사람이 조금 빠진 9시가 넘은 시간, 주인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뜨거운 커피를 캐리어에 담아 가게를 나왔다. 명함에 써있는 낯설지 않은 회사 로고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하긴 했지만. 

 

 

길거리에서 십분도 넘게 두리번 거리던 지훈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여..여기.. 여기라고? 홍콩 센트럴 역 앞, 금융의 중심지에 있는 큰 빌딩 앞에서 지훈은 명함을 들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로비에 오면 핸드폰으로 연락하라던 남자의 말이 생각났지만 결정적으로 지훈이 핸드폰이 없었다. 남자랑 더 얘기해보고 싶어서 저도 모르게 꺼낸 말이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지훈은 잠시 고민하다 큰 빌딩 로비로 들어섰다. 정장을 입은 사람들 사이로 검은 컨버스에 검은 바지, 검은색 티셔츠에 검은 앞치마를 맨 지훈은 너무나도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어디다 물어봐야하지.. 지훈은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지훈을 주시하던 한 남자가 지훈에게 다가섰다. 

 

 

"무슨 일이시죠?" 

 

 

조금은 날이 선 듯한 남자의 말에 지훈이 침을 삼켰다. 이 사람을 찾아왔는데요.. 지훈이 내민 명함을 본 남자가 눈을 크게 뜨고는 지훈을 위 아래로 훑어봤다가 다시 명함을 봤다. 정말 이 분 찾아오신게 맞나요. 남자의 말에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안내데스크로 가 전화를 걸어 누군가를 부르는 듯 했다. 지훈은 미지근해져가는 커피를 품에 안고 주변을 티나지 않게 두리번 거렸다.  

 

 

 

 

한 여자가 게이트 안쪽에서 나와 저를 데리고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30층까지 올라와 깔끔하기 정리된 고급스러운 사무실 한쪽 쇼파에 앉을때까지. 지훈은 이 모든 일에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저는 이것만 전해드리면 되는.. 여자는 지훈이 가져온 커피를 꺼내 따로 잔에 따랐다.  

 

 

"본부장님께선 회의중이십니다. 잠시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여자의 딱딱한 말투에 지훈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사실 반쯤은 못알아 들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여자가 문을 닫고 나가자 지훈이 크게 심호읍을 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로비에서 커피만 전해주고 가려했는데. 지훈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우와..창 밖으로는 멋진 풍경이 내다보였다. 여기가 몇층이랬지. 지훈은 고개를 돌리다 책상 위 명패를 발견했다. 명패 위 이름을 가만 보던 지훈이 앞치마 주머니에서 남자의 명함을 꺼냈다. 

 

 

[ HSBC  General Manager                                                       Daniel. K ] 

 

 

 

 

지훈의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명함이 적힌 단어가 뭔지는 잘 몰랐지만 지훈은 제가 꽤 높은 층의 사무실에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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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오던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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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저도 모르게 홀린듯이 읽었어요 필력 대박이에요 ㅜㅜ 잘 읽고 가요 ♡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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