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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남준] 김PD의 신혼일기 10 | 인스티즈


김PD의
신혼일기
10



그의 지인이 모이는 자리면 남준의 연애가 늘 화두였다. 안녕이라는 인사보다 김남준 진짜 연애한대? 라는 말이 더 먼저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 당연했다. 윤기는 종종 남준을 향해 그렇게 말하곤 했으니.

“김남준이요? 걘 아마 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작업하다 들어갈걸요.”

혹자는 남준의 연애를 보며 쟨 죽어도 일보다 좋아하는 여자는 못 만나겠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남준의 일중독은 그 정도였다. 오빠는 일이야, 나야? 그를 만나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구시대적인 질문을 일삼았지만, 남준은 그 정해진 대답도 쉽게 말하지 못했다. 대답을 망설이는 남준을 보고 그녀들은 눈물을 훔치며 그에게서 돌아섰다. 그런 연유로 그는 숱한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어느 날, 윤기가 대뜸 남준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야. 너 혹시 연애하냐? 그 물음에는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너 요즘 좀 이상해. 혹은 너 요즘 정신 어디 놓고 다니는 거 같아. 원체 남의 일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윤기였지만 이건 도무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일하는 와중에는 방해된다며 핸드폰을 꺼놓던 애가 하루종일 핸드폰을 달고 살지를 않나, 그 좋아하던 작업실을 툭하면 비우지를 않나. 가장 큰 변화는 그의 결과물이었다. 모든 예술에는 예술가의 혼이 담기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만큼은 절대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확실히 남준의 결과물들의 형태가 변하고 있음을 윤기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윤기가 실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묻자 남준이 제 뒷목을 긁적이며 대답한다.


“어떻게 알았어?”

“와 역시. 요새 이상하다 생각했다.”

“뭐가?”

“너 말이야 너. 요즘 완전 딴 사람 같았어.”


내가 그랬어? 남준이 멋쩍게 웃자 윤기의 턱이 바닥 끝까지 빠진다. 연애한다는 건 둘째치고 저 수줍어하는 모습은 뭐람. 그 전에도 연애를 하면 조금 달라지긴 했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자주 웃는다던가, 자주 핸드폰을 잡고 있는다던가 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윤기가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도 딱히 묻고 넘어간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남준은 넋을 놓은 윤기에게 묻는다. 내가 어땠길래?


“이상한 건 그렇다 쳐도 너 음악 스타일 엄청 달라졌어. 유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래?”

“어. 예전에 니 음악 들으면 좀 불안했었거든.”


그가 내놓는 작품들은 분명 하나같이 걸작이었지만, 그만큼 처절했다. 남준은 이 일 밖에 모르고 살았다. 일생을 오로지 음악에만 매달렸으니, 그에게 음악이란 애이고도 증이었다. 윤기는 내일은 없을 것처럼 매일을 타오르던 그가 당장이라도 재가 되어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런 그의 작품이 요즘들어 조금 달라지고 있었다. 그게 뭐냐고 물으면 윤기는 그렇게밖에 설명하지 못했다. 그냥. 좀 내려놓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윤기는 남준을 아주 잘 알았다. 같은 고등학교에서 동아리로 처음 만났던 것이 9년 전, 음악을 같이 시작하며 매일 부대낀 것이 4년 전 일이었다. 그는 곰곰한 생각 끝에 남준을 이렇게 만든 연애상대의 후보를 둘로 추렸었다. 남준을 보며 얼굴을 붉히던 그 아이돌이나 매일 같이 매니저를 통해 연락처를 물으러 오던 그 배우.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인 도화살의 이미지로 불리우는 두 사람 중 하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서 누군데? 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가히 놀라웠다.


“뭐? 그때 그 사람이라고?”

“응. 형도 신기하지.”

“신기하다 뿐이겠냐. 전에 그 아이돌이나 배우가 니 스타일이잖아.”

“그래? 지금은 영 별론데 그런 스타일.”

“.....”

“그 사람 만난 이후로 바꼈나봐. 내 이상형.”

 
남준의 말이 마침과 동시의 그의 핸드폰이 울린다. 그 소리에 남준이 화들짝 핸드폰을 잡는다. 오빠 지금 나갈까요? 그녀의 문자에 남준의 미소가 얼굴을 가득 덮는다. 형 그럼 나 오늘 이만 갈게. 내일 봐. 윤기는 그런 남준을 보며 생각했다. 저 정도로 사랑에 빠지면, 진짜 사람이 변하긴 하는구나. 하고.

두 사람의 일과는 서로를 만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마저도 참기 힘든 듯 보였다. 이미 여주는 남준의 작업실에 도착한지 오래였지만, 핸드폰을 켜 문자를 보낸다. 오빠 지금 나갈까요? 전송을 누르고 문 앞에 서 남준을 기다린다. 하지만 문자를 보내기 무섭게 뛰쳐나온 남준을 보며 눈이 커진다.


“오빠?”

“여주씨 왜 여기 있어요?”

“사실 오빠 보고 싶어서 먼저 나와 있었어요. 이렇게 일찍 나올 줄 몰랐어요.”

“전 여주씨가 부르면 언제라도 나가려고 준비 다 해놓고 있었죠.”


남준의 대답에 여주가 옅은 웃음을 터트린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면 반사적으로 남준의 입꼬리도 올라간다. 오래 기다린 건 아니죠? 남준이 급하게 나오느라 차마 입지 못하고 제 팔에 걸쳐 두었던 연한 갈색의 코트를 둘러 입으며 묻는다. 여주는 그런 남준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코트 사이로 보이는 그의 기다란 다리가 새삼 멋있게 느껴졌다. 이 사람은 대체 뭔데, 걸어만 다녀도 이렇게 멋있나 모르겠다.


“오빠도 가을 좋아한다고 했죠?”

“네.”

“저도 오늘부터 가을 좋아하기로 했는데. 이유가 뭔 줄 알아요?”

“뭔데요?”

“코트 입은 오빠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네?”

“오빠 코트 입으면 특히 멋있거든요.”



[방탄소년단/김남준] 김PD의 신혼일기 10 | 인스티즈
멋있거든요. 라는 여주의 말의 말이 민망했는지, 남준이 그녀의 눈을 피하다 이내 웃음을 터트린다. 여주는 그런 남준이 신기했다. 이 세상에서 칭찬만 듣고 살았을 사람인데, 제 칭찬에 곧잘 쑥스러움을 타는 그의 모습이 귀여웠다. 그래서 괜한 찬양을 늘어놓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오빠 오늘 너무 잘생겨서 쳐다만 봐도 눈이 멀 것 같아요. 그럴 때면 귀 끝까지 붉게 달아오르는 남준을 보며 여주는 종종 제 발을 동동 구르곤 했다.


“여주씨 솔직히 말해요.”

“뭘요?”

“연애 처음이라는 거 거짓말이죠?”

“아니에요. 저 진짜 오빠가 처음이에요.”

“그럼 어떻게 이렇게 매번 사람 설레게 해요?”


음, 제가 예뻐서? 여주의 대답에 찰나의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곧 여주가 저가 뱉어놓고서는 저가 스스로 놀라 허공으로 손사래 친다. 제가 너무 오버했네요 오빠. 죄송해요 방금은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붉어오른 제 뺨을 손등으로 꾹꾹 찍어 누른다. 하지만 이때다 싶었던 남준이 그를 놓치지 않고 그녀의 옆을 따라다니며 계속 그녀를 채근한다.
맞아요. 여주씨가 좀 예쁘긴 하죠. 착하고, 귀엽고, 예쁘고 여주씨가 다 하긴 하지.


“..그만해요.”

“이렇게 예쁜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설레는 게 당연했네요. 그죠?”

“아 오빠...”


걸음을 뚝 멈춰 제 얼굴을 파묻은 그녀를 보고 남준이 소리를 죽이고 웃는다. 그녀의 앞을 막아선 남준이 제 얼굴을 가린 여주의 두 손을 하나씩 잡는다. 그의 움직임에 여주의 어깨가 잘게 한 번 들썩거린다. 그 잔 움직임마저 사랑스럽다. 남준이 천천히 그녀의 손을 내리자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나타난다. 갑작스럽게 제 손을 덮은 온기에 여주가 감았던 눈을 뜨니 남준의 얼굴이 가득 보였다. 가뜩이나 벌게진 얼굴이 더욱 붉은 빛으로 변한다. 그런 여주를 본 남준이 눈을 가늘게 감고선 웃는다.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 라는 무언의 표식이었다. 자신을 향한 그 다정한 웃음에 여주는 제 몸의 모든 세포들이 춤을 추는 듯 들썩이는 것을 느꼈다. 어느 곳도 뜨겁지 않은 구석이 없어 견딜 수가 없었다. 남준이 고개를 살짝 꺾고는 그녀의 얼굴을 구석구석 훑어보았다. 커다란 손을 하나 빼어 들어 그녀의 머리 위로 얹고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꾹꾹 눌러 쓰다듬는다. 여주는 그때 생각했다. 아, 황홀하다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예뻐요. 정말로.”

“.....”

“존재만으로 이렇게 예쁜 사람은”

“.....”

“여주씨가 처음이에요.”


여주는 온몸이 떨려옴을 느꼈다. 너무 좋아서, 그래서 벅차서. 여전히 제 손을 쥐고 있던 남준의 남은 손을 세게 잡았다. 남준도 그녀의 진동을 느꼈다. 남준은 팔을 벌려 그녀를 껴안는다. 제게 안겨 온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사랑해요 여주씨. 조용히 말을 읊조리던 남준의 목소리 또한 여주 못지않게 떨려오고 있었음을 그녀도 모를 리 없었다.



*

남준은 경계의 냄새들을 좋아했다. 타오르는 여름이 서늘한 겨울로 바뀌는 가을의 냄새를 좋아했고, 캄캄한 밤이 밝은 아침으로 바뀌는 새벽의 냄새를 좋아했다.

남준이 집으로 돌아와 스탠드 옷걸이 위로 입고 있던 코트를 걸고 소파에 앉는다. 거실의 커다란 창으로 서울의 야경이 보인다. 다가가 창문을 살짝 열어내고 눈을 감았다. 남준이 좋아하는 그 냄새였다. 가을의 새벽 냄새. 창틀에 기대어 턱을 괴고는 손가락으로 제 볼을 까닥인다. 남준은 야경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바쁜 도시의 상흔처럼 느껴져 바라만 보아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언제부터 야경을 좋아했던가. 남준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저는 별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제가 어릴 때, 바닷가에서 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이렇게 예쁜데, 왜 별은 밤에만 볼 수 있는 걸까. 그런데 요즘 알겠더라구요. 이 아름다움은 밤이라서 볼 수 있는 거였다는 걸요. 그래서 전 야경을 좋아해요. 검은 도시를 수놓은 불빛들이 그때의 별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어두워야만 볼 수 있는 그런 아름다움이요.”


그 언젠가 남준이 여주와 함께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던 날이었다. 남준에게 지독히도 쓰라렸던 상흔마저 아름다워 보였던 것은. 그때부터 남준은 자신을 힘들게 했던 도시의 분주함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딘가에 쫓기듯 달리지도 않았고, 위태롭게 매달리지도 않았다.

그때부터였구나. 내가 야경을 좋아했던 게. 남준의 입매가 길게 찢어졌다. ‘너 음악 스타일 엄청 달라졌어. 유해졌다고 해야 하나.’ 남준은 윤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남준은 그 후로 작업을 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자주 떠올렸던 것 같다. 그녀의 얼굴에서 수 만가지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보여서.

남준은 문득 자신에게 이 아름다움을 알려준 그녀가 보고 싶었다. 배가 고프다. 춥다. 길을 걷다 스치는 그런 상념들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창문을 닫은 남준이 소파로 걸어가 핸드폰을 집어 든다. 하나하나 조심스럽지만 또렷하게 그녀의 번호를 완성시킨다. 뚜르르-. 항상 그녀에게로 이어지는 연결음은 애가 탄다. 당장이라도 듣고 싶은 그녀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그 소리가 야속하다 느껴졌다. 그리고 덜컥. 그녀가 전화를 받는 소리가 났을 때는 그 모든 야속함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다.


“여보세요? 오빠?”

“여주씨. 뭐하고 있었어요?”

“그냥 잘 준비하고 있었죠!”

“그럼 지금 잠깐 나올래요?”

“지금요?”

“네. 우리 별 보러 가요.”


-

사실 남준이 전화를 걸었던 그 순간 여주는 복잡한 생각으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던 차였다. 여주는 졸업 후 별다른 진척이 없어 보이는 일상에 남모르게 끙끙대는 중이었다. 당장 성과를 내고 싶은데 늘 제자리걸음만 맴도는듯한 하루가 반복되자 자신감도, 열정도 서서히 바닥을 치던 때. 이런저런 기우들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는데, 남준이 때맞게 전화를 건다. 밤은 쌀쌀하니까, 얇은 옷 챙겨서 나와요. 남준의 말에 여주가 집에 있는 가디건 하나를 둘러 입고는 집을 나선다, 문을 열자 자신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드는 남준이 보였다.


“오빠!”

“갑자기 불러내서 놀랐죠.”

“아니예요. 그런데 왜 갑자기 별이에요?”

“그냥 문득 별 보고 싶었어요. 여주씨랑.”


그럼 이제 갈까요? 남준이 조수석 문을 열고, 여주가 그 자리에 가 앉았다. 그녀가 타는 것을 확인한 남준이 걸어가 운전석에서 앉자마자 뒷 좌석으로 몸을 돌려 담요를 하나 그녀의 무릎 위에 덮어준다. 그런 남준의 배려에 여주는 남몰래 제 손을 동그랗게 오므라쥐었다. 이 고마운 다정함을 그녀는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

사람 하나 없는 고요한 새벽길, 길고 긴 해안도로를 따라 질주하는 차창으로 바다가 넘실거린다. 여주가 창에 매달리다시피 고개를 붙이고서는 바다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저 바다 진짜 오랜만에 와요.”

“그래요?”

“이제 별도 보이는 거 같아요! 오빠도 보여요?”

“네 저기 보이네요.”


많이 들뜬 건지 주절주절 늘어놓는 여주의 말들에 남준은 하나도 빠짐없이 대답해 주었다. 창에 고개를 기대고 눈을 초롱초롱 뜨고 있는 그녀를 보자 남준은 세상의 모든 불행을 잊은 기분이었다. 남준은 다시 시선을 자동차 앞유리로 돌렸다. 뻥 뚫린 도로의 너머로 파도 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열지 않아도 바다 냄새가 났다. 그리고 며칠 전 윤기의 말이 떠올렸다.

“넌 그 사람이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건데? 신기해서 그런다. 니가 이렇게 바뀐 게.”

남준은 그때 제대로 된 대답을 내리지 못했었다. 글쎄. 그냥 좋아. 대충 대답을 했지만 저도 궁금했다. 이 사람은 확실히 달랐는데, 그게 바로 무엇이었을까. 남준은 오늘로 그 이유를 하나 알 것 같았다. 이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어떤 걱정도 다 잊어버리거든. 그래서 좋나 봐. 이 사람이.
남준이 오른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기다랗고 커다란 손이 그녀의 것 위로 예쁘게 얹어졌다. 차창을 보던 시선을 돌려 그녀가 남준을 바라본다. 그녀가 뺨을 조금 붉히며 그의 손을 비틀어 깍지를 낀다. 그 작은 움직임에 남준은 온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

“우와....”


차를 내리자 암흑 속에서도 드넓게 펼쳐진 바다가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사람 하나 없는 고요함이 함께라는 이유로 두렵지 않았다. 먼저 파도의 끝까지 걸어간 여주가 뒤를 보며 남준을 재촉한다. 오빠 빨리 와봐요! 남준은 바닷가로 뛰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이미 환한 미소로 만개해 있었다.


“그렇게 좋아요?”

“네. 저 바다 정말 좋아해요.”


두 사람은 손을 포개고 모래사장을 걸었다. 여주는 남준에 손에 모든 의식을 기댄 채로 눈을 감았다. 들려오는 바닷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싶었다. 촤악. 어느 인위적인 소음 하나 없이 맑은 파도 소리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가을 바람이 바닷내음을 머금고 사근사근하게 불어온다. 간지럽게 이마를 긁는 머리카락마저 기분 좋게 느껴진다. 여주가 눈을 떠 고개를 돌린다. 남준과 시선이 닿는다. 지금까지 계속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여주와 눈이 마주치자 남준이 빙긋 웃는다.


“기분 좋아 보여요.”

“오빠랑 같이 있으니까요.”

“우리 여기 앉을까요?”


남준이 담요를 탈탈 털어 백사장 위에 얹는다. 고개를 끄덕인 여주가 앉자 제 외투를 그녀의 다리에 덮어준 뒤 남준도 그녀의 옆자리에 앉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만 보고 있는 그녀에게로 남준이 고개를 돌려 묻는다. 여주씨 아직 못 봤어요? 여주가 영문을 몰라 눈을 끔뻑인다. 뭘요? 남준이 잔잔히 웃고는 몸을 담요 위에 누인 뒤 팔을 뻗는다. 여기 누워봐요 여주씨. 제 옆자리를 툭툭 치며 누워보라는 남준의 말에 여주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팔에 기대 눕는다. 그리고 그 순간. 나지막한 탄성이 그녀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별이 쏟아진다. 딱 그런 표현이 어울릴 것 같은 풍경이었다. 파도마저 검게 물들인 시간. 길게 펼쳐 놓은 흑단 위로 은가루들을 아무렇게나 뿌려놓은 것처럼 펼쳐진 별들이 쏟아져 내릴 듯 하늘을 뒤엎고 있었다. 불규칙한 그 간격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각기 다른 빛을 뿜는 별들이 모여 하나의 별자리를 만들어내고, 그 별자리들이 모여 하나의 강을 만들어낸다. 파도치는 소리, 선선한 바람, 쏟아지는 별빛. 그 모든 것들에 심장이 괜히 따끔거렸다. 명화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난다고. 여주의 눈에 맺힌 물기는 그 이유 때문이었을까. 그 모든 아름다움 앞에 그녀의 묵혀두었던 어둠마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뻐요.”

“이쁘죠?”

“제가 어느 순간부터 하늘을 보는 법을 잊었나 봐요. 걸어오는 동안 이렇게 많은 별들이 있었는지도 몰랐네요. 고마워요.”

“여주씨가 좋아해주니까 제가 더 고마운 걸요.”

“사실 저 요즘 생각이 많았거든요. 당장 사회에 나가면 뭐라도 대단한 걸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오빠가 많이 부럽기도 했었어요. 저는 제자리걸음만 걷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오빠 옆에 누워서 별을 보고 있으니까,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나 싶네요. 그렇게 좋아하던 별이었는데, 요즘은 내가 스스로 눈을 가리고 살고 있었구나 싶어요.”


그녀의 말에 남준이 고개를 돌려 여주를 바라본다. 바닷바람에 그녀의 긴 머리칼이 흩날린다. 손을 뻗어 그녀의 시야를 가리는 머리칼을 그녀의 귀맡으로 넘겨준다. 끼룩끼룩. 서로의 눈빛 사이로 새들의 울음소리가 간간히 정적을 가른다. 남준은 그렇게 한참이나 그녀의 귓가를 매만졌다. 따듯한 그 온기가 여주의 심장을 가렵혔다. 여주는 오늘 들어 새로 느낀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가려움이란 황홀한 것이라는 걸. 한참이나 마주보던 남준의 눈꼬리가 자상하게 휘어진다. 그 웃음 하나에 없던 힘까지 생기는 기분이었다. 그때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 사람이 감싸주는 것이라면 불행도 좋을 것 같다고.


”여주씨.“

”네.“

”전 야경을 싫어했어요. 그 불빛들이 다 아픔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 제가 밤을 사랑할 수 있었던 건 다 여주씨 덕분이었어요.”

“.....”

“저도 똑같아요. 밤이 무섭고, 막막하고, 두려워요. 그래도 여주씨가 알려준 별빛 덕에 요즘은 잘 버티고 있어요.”

“.....”

“저에게 그런 아름다움을 알려준 여주씨니까, 여주씨도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가끔 너무 밤이 무서워지면 제가 여주씨의 별빛이 되어드릴게요.”

“.....”

“전 믿어요. 여주씨를.”


여주는 명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그들의 심정을 이제야 이해했다. 너무 아름다운 것은 너무 슬픈 것이었다. 남준의 말에 맺혀있던 눈물이 기어코 떨어지고 말았다. 감추고 싶었지만 환한 그의 앞에선 다 드러나는 눈물 자국에 여주는 입술을 잘게 씹었다. 남준이 손을 뻗어 다정히 그녀의 눈가를 쓸어준다. 많이 힘들었나보네요. 그의 말에 결국 참지 못한 여주가 남준의 팔에 허리를 감아 그에게로 안긴다. 잠시만 이러고 있을게요 오빠. 남준이 여주를 껴안은 채 그녀의 머리를 토닥이기 시작했다.


“요즘 별 진짜 보고 싶었는데. 정말 고마워요 오빠.”


그녀의 말에 남준이 그녀의 이마로 입을 맞춘다. 그 입꼬리로 예쁜 미소가 보였다. 남준은 긴 문장보다 짧은 입맞춤에 자신의 진심을 담고 싶었다. 그녀가 고른 숨소리를 내며 제 품에서 쉬고 있었다. 남준은 그런 그녀를 토닥이며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밤하늘에도 늘 이런 별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그녀가 웃을 수 있도록.
남준은 그녀를 안고 그런 생각을 했다.



Q. 남준씨는 좋아하는 계절이 있나요?
A. 가을을 좋아해요.
Q. 왜요?
A. 그 사람이 별을 좋아해요. 가을에는 별이 잘 보이잖아요. 그 사람이 웃을 수 있어서, 가을을 좋아해요.




/

여러분 진짜 보고 싶었어요ㅠㅠㅠㅠ
저 쓰차 받아서ㅠㅠㅠㅠ 이제 올립니다ㅠㅠㅠㅠ

하필 딱 글 올리려던 날에 받아가지구... 1주일을 기다렸습니다.
저 진짜 별 말 안하고 사는데ㅠ 일어나자마자 타롯돌려 왔어용.. 후우..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할 수 없네요 아이디 관리 잘 하겠습니다

아무튼 글 안 올려지는 거 알면서 오류나서 적히지 않을까 괜히 글 써보고, 12일은 언제 오나 디데이 세고 그랬어요.
그래도 그동안 글 조금 적어놨으니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게 풀겠습니다

아무튼 진짜 보고 싶었습니다 여러부운..
저 늦어도 어디 가지마세요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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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짜몽이에요ㅠㅠㅠㅠㅠㅠ진짜 작가님 글 읽으면 엄청 달달하고 설레고 몽글몽글 한 기분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
2개월 전  12:40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2
준아,,, 준아,,, 너 정말 ,,, 완벽한 얼굴로 그런 달콤한 말 하면 내 심장은 ㅜㅜㅜㅜ
2개월 전  12:35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3
자까니뮤ㅠㅠㅠㅠㅠㅠ 나무 오랜만이네요ㅠㅠㅠ준이는 오늘도 설레구요ㅠㅠㅠㅠ
2개월 전  12:37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4
작가님~~~~~~~~~~~~~💜💜💜보고 싶었어요 ㅠㅠㅠㅠ 쓰차 넘 답답하죠 ㅠㅠㅠ
진짜 준이는 늘 항상 설레네요 작가님 글을 보고 행복해지는거 같아요 ❤️

2개월 전  12:49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5
망순이입니다 ㅠㅠㅠㅠㅠ 작가님 ㅜㅠㅠ 보고싶었슴다 남준이는 여전히 다정하네요 !
2개월 전  13:24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6
키딩미예요!!ㅠㅜㅜㅜㅜㅜㅜ보고 싶었어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항상 신혼일기는 너무 몽글몽글 기분 좋아지는 글인 것 같아요ㅠㅠㅠ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바일
2개월 전  13:31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7
기다렸어요 작가님ㅠㅠㅠ 매일 글잡 들어와서 신혼일기만 찾았어요ㅠㅠ 신혼일기 읽으면 뭔가 제가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요오.. 앞으로도 제가 사랑받는 기분 느끼게 해주시길 바랄게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2개월 전  13:39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8
ㅠㅠㅠㅠㅠㅠpp_qq예요ㅠㅠㅠㅠㅠㅠㅠ 흐엉 작가님 오랜만인데 달달하고 설레고 다 하네요ㅠㅠ 저도 저런 남준이 같은 사람이랑 연애하고 싶어요ㅠㅠㅠ
2개월 전  13:46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9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낮주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기다렸어요 작까니뮤ㅠㅠㅠㅜ💜💜💜💜💜💜💜💜💜💜💜저두 남준이같은 사람이랑 연애하고싶어요 늘 설레고예쁜작품 써주셔서 감사합니당💜💜💜💜💜💜💜💜💜 모바일
2개월 전  15:30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10
작가님 진짜 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 왜이렇게 스윗한거야요ㅜㅠㅠㅠㅜㅜㅜㅜ 진짜 달달해서 뒷골땡길정도로 둘이 너무 사랑스러워요ㅠㅠㅠ 저장소666왔다감
2개월 전  15:31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11
어흑흑 자까님...너무 간질간질하고... 준이랑 정말 바다보러 온느낌이고...너무 포실포실 좋아요...작가님이 콩팥두개 다 달라고하면 드리고 싶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개월 전  20:13 l 스크랩  신고   답글
화백
앜ㅋㅋㅋㅋㅋㅋㅋ 콩팥은 넣어두세요.. 독자님의 콩팥은 소중하니까요..☆
2개월 전  20:22
비회원230.161
민하리입니다!! 보고 싶었어요 작가님 ㅠㅠㅜㅜ 이번 편의 신혼일기는 정말 위로가 되네요 ㅠㅠㅠ 둘이 꽁냥대는 모습도 예쁜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모습이라니 ㅠㅠㅜㅜㅜㅜ 너무 좋아요 ㅠㅠㅠㅜㅜ 남준이가 여주로 인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고요 ㅠㅜ 예쁘게 사귀는 모습이 나중에 저도 저런 연애를 하고 싶다고 느끼게 할 정도라니까요 ㅠㅠㅠㅜㅜ 매번 이렇게 설레고 예쁜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작가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모바일
2개월 전  20:22 l 스크랩  신고   답글 l 수정  삭제
비회원162.121
푸딩이에요!!! 너무 달달해요 ㅠ 진짜 읽으면서 너무 기분이 좋아서 행복했습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2개월 전  22:52 l 스크랩  신고   답글 l 수정  삭제
독자12
ㅠㅠㅠㅠㅠ작가님 ㅠㅠㅠㅠㅠㅠ 지니ㅔ여 ㅠㅠㅠㅠㅠㅠ 엉엉 신혼일기 얼마만인가 싶다가도 내용 넘나 좋아서 미쳐요 ㅠㅠㅠㅠㅠ 엉엉 ㅠ어유유옹어유어ㅠㅠㅠㅠㅠㅠ
2개월 전  23:48 l 스크랩  신고   답글
비회원82.208
태황무무에여!!! 하 저 진짜 요새 이 글 제 최애글이에오><진짜 스윗을 의인화한다면 고것은 우리 준이일거야ㅠㅠㅠㅠ 어쩜 작가님 글은 말도 다 몽글몽글하구 이쁜지 모르겠어요ㅠㅠ짱드세여진짜ㅜㅜ 모바일
2개월 전  0:46 l 스크랩  신고   답글 l 수정  삭제
독자13
나무너무 좋아여ㅜㅜㅜㅜㅜ
대리설렘을 느끼는 기분?!?!
글을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빠져들어요
너무 간지럽기도하고 말로 형용될수없는 설렘??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젛아여ㅜㅜㅜㅜㅜ
언제든지 오세요!!기다릴께여><
힘내세요!!
미니미즈로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2개월 전  1:04 l 스크랩  신고   답글
화백
네 암호닉받아요💜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0^
2개월 전  13:36
독자14
코코입니다!오늘도 달달구리하네요ㅜㅜㅠㅠ 김pd 읽을 때마다 항상 마음이 따뜻해져요!
2개월 전  1:53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15
짐느러미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도 몽글몽글해서 저도 같이 별보는 기분이에요 막 파도소리도 들이는 것 같고 모래소리도 들리는것 처럼요...잔잔해서 너무 좋아요
2개월 전  13:02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16
민윤기눈썹뼈에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기다렸습니당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는 딱 제가 또 바빠가지구 글을 바로 못 보러왔네요ㅠㅠㅠㅠㅠ 하루 늦었지만 잘 읽고 갑니당 항상 감사해요오,,,,!
2개월 전  15:55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17
작가님 제로미터에요!!! 저도 쓰차받았다가... 이제야 씁니다..ㅎ.하하ㅏ하하ㅏ 그래도 작가님과 같은 운명💜 ㅎ히히 명화를 볼때 눈물이 흐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여주가 그랬는데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다정함을 꽉꽉 채워서 눌러담은 글이랄까요? 베옵미 가사가 생각나요 다정한 파도가 되고 싶었지만 알고보니 이미 너라는 바다에 있었다고. 작가님의 글이 저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너무 다정해서 작가님한테 고마움을 불어드리고 싶지만 이미 작가님의 아름다운 작품속에 담겨있는 저를 발견한달까요 ㅎㅎㅎ 아 쓰고나니까 뭔가 오글거리넹 ㅎㅎ 브금 셀렉도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것 같아요! 오늘도 좋은 작품 감사드려용 ㅎㅎ
2개월 전  23:59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18
여름이에요! 작가님 ㅜㅜㅜㅜㅜ 오늘도 너무 몽글몽글하고ㅠㅠㅠㅜㅜ 매번 항상 예쁜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2개월 전  2:08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19
남쥰스에요 ㅠㅠ 와 작가님 역시 남준이는 넘 달달해요
2개월 전  10:31 l 스크랩  신고   답글
독자20
롱이
작가님 젠짜 천재이신게 아닐까여..? 어쩜 글을 이리 하나하나 빛나게 쓰시눈 고에요ㅠㅠ유ㅠ유ㅠㅠㅠ

2개월 전  9:07 l 스크랩  신고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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