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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빠 가지 마!'

'딸! 거기 있어! 아빠가 다시 올게! 딸! 기광이 말 잘 듣고! 아빠가 꼭 다시 올게!'

'아빠!!!'





"허억!"

또 같은 꿈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과는 다른 집에서 나는 울고 있었다. 아빠만을 부르면서.

아빠는 지금보다 조금 젊은 모습이었고 집에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안아서 나는 아빠한테 갈 수 없었고 아빠는...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나가고 있었다.

잊을만하면 이 꿈을 꾼다. 아니, 비가 오는 날이면 이 꿈을 꾼다.

항상. 하루도 빠짐없이.

그리고 오늘은 아빠의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기광. 예전에 꿨던 꿈에서는 이름이 잘 안 들렸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뚜렷하게 잘 들렸다.

꿈에서 깨도 기억이 나는 건 처음이다.

숨을 고르니 그제서야 빗소리가 들렸다.

밤새 계속 비가 내렸나 보다.

아침이지만 하늘은 흐리다.


계속 내리는 비를 보다 어제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내 우산... 조금만 가면 편의점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뛰어서 편의점까지 간 다음에 우산을 사서.. 하... 학교 가서 체육복으로 갈아입자.'

대충 가방을 들고 대문까지 뛰었다. 그리고 대문을 열었는데 문 앞에 우산이 놓여있다.

분홍색 우산. 부엉이 무늬! 삼단 우산!!

"...어! 내 우산!"

얼른 우산을 집어 들었다. 케이스를 벗겨보니 우산을 감싸는 고리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진짜 내 우산이잖아..."

어제 그 남자가 두고 간 게 분명해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다.

"뭐지..."

뭔가 기분이 이상했지만 일단 무사히 학교를 가게 되었으니 우산을 펼쳤다.

'.. .나중에 아빠한테 물어봐야지..'

"우산이나 하나 더 사둬야겠다... "


학교 현관에 도착해서 우산에 묻은 빗물을 털고 깔끔하게 말아 우산 케이스에 넣었다.

복도에 묻은 빗물을 피해 신발장으로 갔지만 양말은 이미 다 젖어서 새카맣게 변했다.

'... 축축해. 발냄새 심하겠다'

비가 왔지만 학교는 아직 에어컨을 틀어줄 생각이 없는지 몇몇 반 친구들이 선풍기를 떼서 씻어왔다.

"와.. 역시 반장. 선풍기 날개를 씻어왔어."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냐... 착.한. 내가 씻어 와야지."

"맞아. 우리 반장은 너~무 착해! 너무 착해서 맞아도 똑같이 안 때릴 거야."

"..그건 아님."


끝반이라서 그런가 우리 반은 다른 반보다 조금 더 시끄러웠다.

교무실이랑 멀어서 다른 선생임들도 잘 오지 않았고 화장실이나 교무실 청소도 배정받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건물 바로 옆에 언적이 있어서 중간에 튀는 애들이 많았다.

... 일진이 많았자. 일진이 맞는 건지..

담배는 피우지만... 술도 마신다고 하지만.. 자기들끼지 싸울 때는 험악하게 싸우고 운동도 하지만.. 뭔가 무섭지는 않은.

뭐... 그런 애들


비는 하루 종일 내렸고 그칠 것 같지는 않다.

흙과 함께 섞여 나는 비 냄새가 살짝 기분이 나쁘다.

뭔가 사람이 축축 처지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수업은 지루했고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점심시간 5분 전 잠자던 애들이 하나둘씩 일어났다.

선생님은 계속 수업을 하나가 조금 소란스러워진 분위기에 시계를 보고는 책을 덮으셨다.

"..카운드 다운 멀었냐?"

"쌤! 곧이에요!"

수업시간에는 없었던 큰소리의 대답에 모두들 웃었고 누군가가 외쳤다.

"5! 4! 3! 2! 1!"

종소리가 나기 무섭게 다들 교실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우리 반이 급식실에서 제일 멀어서 저렇게 뛰어가도 첫 번째로는 못 먹을 것 같았는데 우리 반이 항상 1등이란다.

'... 대단해.. 다들 밥에 미쳤어.'

"우리도 밥 먹으러 가자."

반장이 문제집을 덮고 일어났다.

"응. 야.. 반장. 우리도 한번 뛰어볼래? 뭔가 나 1등 할 수 있을 것 같아."

"...ㅋㅋㅋㅋㅋ 정신 차려. 쟤들은 절대 못 이겨."


점심을 먹은 후에는 잠시 오서 수업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필기는 이미 지렁이였고 그나마 중간중간 정신을 차렸는지 나름 알아볼만했다.

마지막 교시는 체육이었다.

화장실 가기도, 탈의실에 가기도 귀찮아서 체육복을 입고 꾸물꾸물 거리며 교복을 벗었다.

'... 뭐야.. 반장 어디 갔어.'

옷을 다 갈아입고 보니 반장이 교실에 없었다.

뭐, 옷 갈아입으러 갔나 싶어서 기다렸지만 5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3분밖에 안 남았는데...'

하나둘씩 체육관으로 가서 교실에는 나랑 다른 남자애들 몇몇만이 남아있었다.

"야. 문 잠글 건데 안 나가냐?"

"윈이가 안와.."

"반장? 먼저 갔겠지. 책상봐. 교복 올려져 있는데?"

"...? 진짜네."

'먼저 갈 애가 아닌데..  왜 먼저갔지?'

체육관으로 가는데 문을 다 잠근건지 뒤에서 남자애들 목소리가 들렸다.

"야! 홍별빛. 뛰어! 1분남았어!"

뒤에서 뛰라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뛰었다.

내가 뛰는 게 느린 건지 쟤들이 빠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애들은 나를 앞질러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뛰던 한 명이 내 손목을 잡았다.

"...어!"

"빨리 뛰어. 늦으면 오리걸음이야."

거의 끌려가듯이 뛰어서 체육관 문을 통과하자마자 종소리가 울렸다.

"와 씨.. 살았어.. 홍별빛. 다 내 덕분이다."

대답할 수도 없이 가쁜 숨만 몰아쉬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니 내 어깨를 두드리고는 애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하아... 힘들어.."

나도 얼른 애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뭐야.. 야. 이원. 언제 갔어?"

"아까 점심 먹을 때 먼저 간다고 말 했던 것 같다만.."

"..."

"..얼마나 먹는데 열중했으면 내 말도 못 들었냐? 오늘 비 와서 게임한대."

"오! 뭐한대?"

"....피구하는데.. 내가 뽑기를 잘 못해서 짝피구."

"... 그런 걸 왜 네가 뽑아..."

"쌤이 먼저 와서 뽑으라고 했어."

"짝은 어떻게 정하는데?"

"...번호순."

"그럼 난 누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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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어어어엉얼 설마 기광이랑?! 짝피구를?!
오늘도 잘 봤습니당 해헤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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