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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기] Beauty And The Beast,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이 나라면, - 2 | 인스티즈

Beauty And The Beast,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이 나라면,

전편 ▶ http://cafe.daum.net/ok1221/9Zdf/593296



2

남자가 옷장에 나를 가둬놓은 까닭에, 나는 꼬박 반나절을 거기서 보내게 되었다. 이유라고 짐작되는 것은 단 하나, 남자의 변한 얼굴을 목격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아빠도 이런 식으로 어딘가에 갇혀있는 걸까. 남자는 나를 여기에 가둬두고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때문에 한참 갇혀있던 나는 온몸으로 문을 부딪는 일을 시도해 막대기를 부러뜨려 옷장 안에서 굴러나왔다. 카펫에 부딪은 등을 문지르며 일어났다. 바깥은 어느새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아도 대충 다섯 시쯤. 곧 석양이 질 모양이었다.



[고르기] Beauty And The Beast,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이 나라면, - 2 | 인스티즈



아무도 없는 방 안. 테이블 위, 유리 안에 갇힌 장미는 어제보다 눈에 띄게 시들어있었다. 꽃잎이 껍질 벗겨지듯 떨어져내리는 걸 지켜보다 나는 서둘러 방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현실을 직시했다. 어쨌든 이 저택에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산다. 남자의 말로 미루어보아 아빠도 이 저택 어딘가 있는 게 확실해보였다. 이제 내 목표는 아빠를 찾아서, 남자의 눈에 띄지 않게 이 저택을 빠져나가야 하는 것이 됐다.


뭐 도움 될 만한 게 없을까. 아빠가 이 저택 어딘가에 있다는 게 확실한데, 아빠가 보이지 않는다면. 아빠도, 내가 그랬듯이 어딘가에 갇혀있을 게 뻔했다. 나야 급한대로 여기에 가뒀다지만, 아빠가 이런 나무문짝 하나 못 부수는 사람도 아니고 꼬박 사흘 넘게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면 제대로 갇혀있을 게 틀림없다. 테이블 서랍을 열자마자 열쇠꾸러미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이거지. 이제 이 열쇠가 어디에 쓰이는 열쇠인지, 그러니까 아빠가 갇힌 곳이 어디인지만 알면 같이 도망칠 수 있다는 거다. 나는 열쇠꾸러미를 챙겨 방 밖으로 나왔다.


빈 복도를 빠르게 가로질러 뛴다. 코너를 돌기 전에는 몸을 벽에 붙이고 서서, 길목에 남자가 없는지 확인했다. 어제 보았던 거대한 홀이 눈앞에 보였다. 홀에는 어제처럼 음식 냄새가 희미하게 감돌고 있었다. 나는 주린 배를 움켜 쥐고 냄새가 나는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운이 좋다면 음식을 몇 개 챙길 수 있을지도. 음식 냄새에 정신이 팔린 나는, 뒤에 남자인지 괴물인지 정체모를 사나이가 서있다는 것도 모르고 앞을 살피고 있었다.

[고르기] Beauty And The Beast,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이 나라면, - 2 | 인스티즈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몰라도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걸 모르는 것 같네."


"당신이 어디있는지 정도는 냄새로도 쫓을 수 있어. 비록 저주로 얻은 능력이지만."

단숨에 덜미를 잡힌 나는, 괴물의 손에 의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복도에 깔린 카펫 위로 한 바퀴 구르고 일어서려는데 괴물이 그대로 내 배낭을 쥐었다. 힘은 무지막지했다. 잠깐만 스쳐도 감히 내가 폭력을 휘둘러 흠집 나게 할 수 있는 것이 못 되었다. 그 엄청난 힘으로, 괴물은 나를 잡아 이번엔 계단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기가 드는 걸 보니 지하인 듯 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괴물의 발자국이 사방에 크게 울렸다. 그러자 곧 지하실 한 켠에서 발소리에 대한 응답이 들렸다. 쉰 목소리였지만, 분명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빠 목소리였다.


이곳에서 꺼내달라 울부짖는 아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괴물이 쥐고있는 배낭을 벗어던지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렸다. 철장 안에, 수염이 엉망으로 자란, 얼굴이 많이 수척해지고 까무잡잡해진 아빠가 있었다.


아빠는 나를 보더니 잠시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돌처럼 굳어있더니 철장 밖으로 손을 빼 엉킨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왜 여기있니, 어떻게 된 거니 하면서도 아빠의 퀭한 눈이 단박에 수도꼭지가 됐다. 어디 다친 데는, 아픈 데는. 대답할 틈은 하나도 주지 않고 질문만 연신 쏘아대던 아빠는 네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엄마를 먼저 보내고 난 아빠는, 눈물이 부쩍 늘었단다. 지금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울고만 있으면 뭐가 해결 돼. 집에 가자, 아빠. 내가 꺼내줄게."


철장 틈으로 주머니에 넣어둔 에너지바 두 개를 집어넣고 뒤돌아서니, 괴물은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됐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당신 둘이 부녀지간이군.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괴물은 내 앞에 섰다. 족히 2미터는 넘어보이는 키다. 어제 마주했던 남자와는 같은 곳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다. 같은 거라고는 단 하나. 여전히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눈동자뿐.

[고르기] Beauty And The Beast,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이 나라면, - 2 | 인스티즈


"걱정 마. 사이좋게 가둬줄 테니까."


손에 든 내 배낭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괴물은 쿵쿵거리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열쇠꾸러미를 찾아 나 역시 철장 안으로 집어넣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도망칠 수 있었으나 아빠가 문제였다. 혼자 도망치는 건 무의미했다. 괴물도 그걸 아는 듯, 아무 조치도 없이 그대로 홀을 지나 제 방으로 향하는 복도로 멀어졌다.


그러니 지금이 기회였다. 괴물의 열쇠꾸러미는 지금 나한테 있으니까. 운이 좋은 삶을 산 건 아니지만, 운이 좋다면 이 일곱 개의 열쇠 중에 한 두개 정도만 넣어도 철장 문을 열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정말 나이스하게도 두 번의 시도 만에, 철장 문이 삐걱하고 열렸다. 이제는 시간 문제였다. 지금쯤 방에 도착한 괴물은 열쇠가 없다는 걸 알았을 테고 2미터가 넘는 장신의 키로 쿵쾅쿵쾅 달려오겠지. 따라잡히는 건 정말 시간문제였다.


"뛰어 아빠!"


따뜻하게 손 잡고 튈 여유는 없었다. 나는 재빨리 배낭을 들고 앞장서 달렸고 아빠는 곧 으스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 내 뒤를 따랐다. 기력이 없는 아빠의 속도는 가히 뭍으로 나온 바닷 거북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대로면 정말 따라잡힐 거다. 저택 문을 열자마자 저 안에서 짐승이 포효하는 무시무시한 괴성이 들렸다. 괴물의 소리가 확실했다. 엄청난 분노가 여기까지 느껴졌다.


바깥은 어제와 다를 바 없이 눈으로 뒤덮인 살풍경이었다. 여기서 마을로 가는 가장 최단거리는 오히려 더 위험했다. 경로를 아는 괴물이 금세 뒤쫓아올 게 뻔했다. 나는 아빠에게 마을로 한참 돌아서 가야하는 경로를 가리켰다. 손에 든 배낭을 열어 안에 든 식량을 몽땅 꺼내 아빠 앞으로 던졌다.


"마을에서 보는 거야. 나는 이쪽으로, 아빠는 그쪽으로. 아마 괴물은 내 쪽으로 올 거야. 어떻게든 따돌려볼게. 그걸로 배 채우고, 우린 마을에서 보는 거야. 알았지?"


아빠는 대답 대신 만류하는 무슨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그건 곧 저택 문을 부술 듯이 열고 나온 괴물의 등장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나는 잽싸게 홀쭉해진 배낭을 부러 눈바닥으로 죽 끌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아빠도 뛰고 있을 거라 짐작한다. 웬만한 마을 남자 애들보다도 훨씬 듬직하고 씩씩하게 커온 나다. 차별 어린 시선에도 주눅 들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온 여장부를 아빠는 자랑스러워 했지, 믿지 못했던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도망친 인간은 둘. 저택 앞에서부터 갈라져 눈밭에 찍힌 발자국도 둘. 그러나 각각 따로 다른 방향, 다른 경로를 택했다. 여기서 괴물은 누구를 쫓아올까. 단언컨대, 지금 괴물의 분노의 향방은 아빠보다는 나일 것이다. 열쇠꾸러미를 몰래 훔쳐 달아나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아마 나를 쫓을 게 뻔했다. 그렇다면 발자국 두 개 중, 나를 찾아내야했다. 나는 괴물의 분노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보란듯이 부러 배낭을 눈밭에 끌며 도망쳤던 건, 내 쪽으로 유인하려는 목적을 위한 거였다.


괴물은 나를 따라와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땅이 울리는 듯한 옅은 지동과 함께 내 뒤로 분노에 찬 포효 소리가 들렸다. 여기까지는 내 계획대로 됐다. 그런데 이제 어떡하지? 나는 벌써 숨이 찼다. 정강이께까지 푹푹 파이는 눈 위를 더이상 달리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이 밑으로 쭉 구르면 마을 어귀가 나온다. 괴물은 마을까지 쫓아오지 않을 거다. 그 모습을 들키는 걸 최악으로 여기겠지. 때문에 그 모습을 본 아빠나 나를 저택에 가둔 거니까.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마을 어귀, 거기까지만 가면 된다. 십 분 남짓 더 뛰어야 하는데. 벌써 괴물은 코앞까지 날 쫓아왔다. 이제 괴물과는 채 50m도 남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마지막으로 내 운을 시험하기로 했다. 운 좋게 살아오지 않았지만, 아까처럼 운이 다시 한 번만 따라준다면 괴물보다도 먼저 마을 어귀에 닿으리라. 나는 손에 쥔 베낭을 품에 안고 길목에서 방향을 틀어 그대로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눈은 충분히 많이 쌓여있고 나는 구르기 좋은 자세를 잡았다. 바위 돌뿌리에 머리를 부딪는 무서운 일만 없다면 이대로 정신없이 굴러 마을 어귀에 닿을 것이다. 달리는 것보다 훨씬 빠른 방법이었다. 그러나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건지, 내 판단이 잘못되었던 건지. 절벽에서 뛰어내린 후 차가운 눈에 몸이 와락 덮쳐진 후로 세상이 깜깜해졌다.

3



숨을 들이마셨을 때, 달콤한 초코향이 났다. 내가 좋아하는 코코아 냄새였다. 은으로 만든 스푼이 도자기잔에 탁탁 부딪는 소리도 들렸다. 운이 좋았던 걸까. 마을 어귀까지 운 좋게 굴러가, 다행히 마을 사람 누군가의 눈에 띄게 된 걸까. 나는 희망에 찬 얼굴로 막 눈을 떴다. 그러나 내 희망은 눈을 뜨는 즉시, 산산조각났다. 내 앞에는 어제 보았던 그 남자가 앉아 코코아를 마시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뭐..."


"눈뭉치라도 돼서 굴러갈 작정이었나 본데, 아쉽게 됐어. 그냥 내리 꽂혔거든."


"……."


"그러게 경고했잖아. 진작 돌아가라고."


"아빠가 여기 있었잖아."




[고르기] Beauty And The Beast,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이 나라면, - 2 | 인스티즈



"지금 반말?"


"반말."


"...어젠 안 그랬잖아."


"어젠 댁도 안 그러셨지. 나는 주는 대로 갚는 성격이라서."


"…지금 상황 파악이 좀 안 되나 본데, 당신 이제 여기 못 나가. 내가 저택의 문이란 문은 안이든 밖이든 모조리 잠궈놨거든."


"또 열쇠로 열면 되지 뭐."

[고르기] Beauty And The Beast,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이 나라면, - 2 | 인스티즈

그래. 그 열쇠, 지금 여기있네. 남자는 코코아잔을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열쇠꾸러미를 꺼내더니 활활 타고 있는 벽난로 안으로 던져버렸다.

"미쳤어!"


"어차피 난 여기 갇혀 사는 신세니까 필요없어 저런 거."


"난 돌아가야 하거든! 대체 뭐가 문제야! 내가 뭐, 그쪽이 괴물이라고 마을에 가서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라도 할 줄 아나 본데, 나는 그냥 조용히 살 생각이거든요!"


"무단주거침입범 주제에."


"아니 그건… 애초에 그쪽이 우리 아빠를,"


"애초에 그쪽 아버지가 무단주거침입을 안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아빠에 그 딸이라더니 꼭."

기가 막혀 진짜. 정작 본인이 화난 건, 무단주거침입이 아니라 정체를 들켜서 그런 거면서.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이 상황은 영락없이 내가 열세한 상황이므로 그럴 수 없었다.

"그럼 뭐해. 아빠가 이미 마을로 돌아갔을 텐데. 가서 아빠가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할 지도 모르는데."


"글쎄. 딸자식이 괴물한테 잡혀있는데 어느 아빠가 퍽도 마음 놓고 그러겠네."

근데 이 사람이 진짜. 거짓말 안 치고 괴물일 때는 체급차이부터가 심각해서 내가 뭐 아무것도 못하겠지만, 지금같은 모습일 때는 얘기가 다르지. 그냥 신발코로 정강이 확 까버리면 꼼짝없이 구르게 만들 수 있는데.

"그럼 날 가둬서 뭐하게?"


"…그건 앞으로 차차,"

 
"빨간망토 차차가 앞구르기 하는 소리하네. 이럴 거면 그냥 눈밭에 콱 파묻혀서 죽게 냅두지, 왜 데려왔는데? 그럼 당신 정체를 아는 사람이 하나 줄어드는 거잖아."


"…그러면,"


"……."


"…내가 진짜 괴물이 되는 거 같아서."


"……."



[고르기] Beauty And The Beast,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이 나라면, - 2 | 인스티즈



"나는… 사람이야."

코코아잔을 휘젓던 남자의 손이 멈추고 문득, 눈두덩이 파르르 떨렸다. 끝내 인간이기를 갈망하는 것처럼.







과연 편마다 배우들 다 알아맞추는 능력자가 잇는가....







대표 사진
헐 너무 재밌어요ㅜㅜ
8년 전
대표 사진
재밌어여 ㅠㅠㅠ
8년 전
대표 사진
1111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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