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가 불편하다면 뒤로가기~
w.니가모르게감아
1.이수혁
돈을 갚기 위해 시작한 식모 알바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이 기괴할 정도로 넓은 대저택에 홀로 사는 그만을 위해 설거지를 하고, 그의 옷을 빨고, 그의 공간을 드나들며 청소하고 그러는게,
나는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일은 참 잘해. 맘에 들어."
그러다 이렇게 눈이 마주칠 여지도 없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굳이 내 눈을 마주치며 칭찬을 건네는 그를 볼 때면,
이상하리만큼 떨려오는 심장과 붉어지는 뺨 때문에 나는 내 마음을 들킨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웠고,
나를 향한 그의 한마디 한마디와, 나에게 닿아 퍼지는 그의 스킨쉽은 위험의 경계를 넘나들며 위태로웠다.
"오늘 저녁은 뭐야?"
특히 그는 저녁마다 나와 같이 식사하는 것을 요구 했는데,
퇴근한 그를 위해 저녁만찬을 요리할 때면 나는 마치 그의 우렁각시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이 자꾸만 들었다.
비록 요리를 할 때마다 혼자 그 커다란 식탁에 앉아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눈빛 때문에 나는 온전히 요리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그 큰 식탁에서 혼자 저녁을 먹어온 애석한 그를 생각하면 동정과 연민이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저리도 혼자먹는 밥을 싫어하는 걸까.
"오늘따라 먹고 싶은 게 있긴 한데,"
하루종일 굶주린 맹수 같은 그의 눈빛은 순간 그대로 나를 관통해 버리고,
동굴같이 낮은 그의 음성이 텅 빈 집에서 울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함께 울려오는 내 심장 소리는
아마 내 머리 꼭대기에 앉아 나를 휘두르는 그에게도 들리지 않을까
"준비해 줄 수 있겠어?"
어느새 뒤에 다가온 그는 나를 돌려 거추장 스러운 듯 내 앞치마를 벗겨낸다.
그는 나와 그의 눈높이를 맞추며 집요하게 내 눈을 았고, 목적지를 잃은 내 두 눈은 마침내 그의 눈 언저리에 닿았다.
나를 차가운 식탁에 가볍게 올리는 그는 나의 입술을 앗아가며 기어코 위험의 경계를 넘어서고,
달아오르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소름끼치도록 적막한 집안을 채운다.
그의 공간에 완벽히 갇힌 나를 이곳저곳 음미하는 그는 오랫동안 굶주린 짐승보다 포악하고, 잔인했다.
오늘 밤 이 특별한 식사는 쉬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2.유연석
사람들 앞에서 가식적으로 눈웃음을 치고, 아양을 떠는 것에 이골이 날대로 나버린 나는,
그래도 한 때는 그의 앞에선 오직, 그의 여자이고 싶었던 한 여자였다
대중들이 보기에 젊은 소속사 사장과, 한 낱 여배우일 뿐이었지만, 나는 생각보다 많이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비록, 나를 꼭두각시 부리듯 부리는 그일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한낱 갖고놀다 버릴 장난감이 되더라도 너의 곁에 있고 싶었는데
"많이 컸네, 내 전화도 안받고."
하루에 수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 중 대부분은 그의 번호를 가리키고 있었고,
"치마는 또 왜 그렇게 짧아?"
한낱 사소한 오해들이 자꾸만 쌓여 갔다.
매일 차곡차곡 쌓여가는 오해들과 함께 나를 향한 그의 집착은 눈덩이처럼 자꾸만 커져갔고
날아가는 풍선을 잡으려는 듯, 나를 갈구하는 그는 아등바등 버티고 있는 듯 보였다
살짝 찌푸린 미간이 그의 언짢은 기분을 나타내었고, 나는 이제 그런 네가 조금은 지겨워진다.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너의 존재를 영원히 나에게 각인 시키려는 너의 비틀거리는 발걸음은 나를 향한다
나는 애써 그를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니 주인이라는 걸"
짧은 치마속으로 느껴지는 뜨거운 그의 손길은 내 허벅지 어딘가에서쯤 멈추었고,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너의 놀잇감이 되어줄 장난감이 되어버렸다.
"꿈에서라도 잊지마."
멈추었던 그의 손길은 다시 무한대를 그리며 꼼짝없이 나를 그 속에 가두었고,
점점 더 험해지는 그의 입맞춤은 입술에서 목언저리까지 이어졌다.
타는 듯 뜨거운 그의 입술은 마치 제 흔적이라도 남기 듯, 내 온몸을 붉게 물들여갔다.
3.이종석
불같은 아버지의 성격을 견디지 못하고, 운전기사가 나간지 일주일이 지난 오늘,
새로 들어온 신입 운전기사 몇 달, 아니 며칠이나 버티나 보자.
"이종석입니다. 잘부탁 드립니다."
허여멀건 얼굴, 비실한 듯 깡마른 몸집과 대조적으로 돋보이는 강인한 눈망울에서는 그의 의지가 엿보였고,
그의 눈과 마주친 순간, 나는 온몸에 전율이 흐름을 느꼈다
"오래봐요, 우리."
그를 볼 때 느꼈던 설렘을 애써 숨기며 그에게 용기 내어 건넸던 저 말은, 진심이었다
비록 나는 뒷좌석에 앉아 과묵히 운전하는 그의 동그란 뒤통수, 핸들을 잡아 곡선을 이루며 아름답게 떨어지는 손 끝, 투명한 손톱, 높은 콧날, 그리고 가장 눈에 밟히는 붉은 입술만을 볼 수 있었지만,
당장이라도 입 맞추고 싶게 만들며 유혹하는 그의 붉은 입술은 오늘 따라 유난히 섹시해 보인다
"운전할 때 무슨 생각 해요?"
그와 대화할 시간은 오직 지금
당신이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는 시간
"평소는 몰라도 지금은,"
당신생각해요.
그의 말 한마디에 아득해진 나는 그에게 모든 시선을 집중한다
무심한 듯 앞 만을 주시하는 그는 내 마음을 벌써 알아차려버린 걸까
마음 속으로 수천 번 고뇌하며 어느새 차는 우리 집 앞에 도착했고, 도착했음을 알리는 듯 그제서야 느껴지는 그의 시선
"나는 당신이 운전 말고 나한테 다른 걸 해줬으면 좋겠어요."
내 도발에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당신은 이미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
나는 그 순간에도 느리게 움직이는 그의 새카만 속눈썹과 투명한 그의 피부가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전벨트를 풀며 천천히 다가오는 그의 다홍색 입술과, 느리게 감기는 그의 눈,
그리고 나의 허리를 감아오는 그의 오른손이 순식간에 감당할 수 없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런거?"
나를 놀리는 듯 의미 없는 그의 되물음 뒤에 닿았다 떨어지는 짧은 입맞춤
그도 나와 같은 걸 원했을지도 모른다는 공허한 기대감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운다
불타는 새벽,,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