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하기 전에 이종아재들이 이 글 볼까봐 염려돼서 씁니다.
여기 나오는 키다리 "아저씨"들은 절대 님들이 아님을 밝힙니다.
BGM: John Legend-All of me
집 주인_하정우
어릴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혼자 남겨진 나는 고모 집에 맡겨짐.
고모 집에서 산지 1년도 채 안됐을 때, 고모가 갑자기 사정이 안된다며 본인 지인 집에 맡김.
"네가 OOO?"
내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급하게 담배를 끄는 저 남자가 앞으로 살게 될 집 주인.
첫인상은 담배피는 무서운 아저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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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집주인은 잠깐만 날 맡아주는거라고 알고 있었음.
하지만 내가 시설에도 안가겠다하고 다시 고모 집에도 안들어가겠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거둬서 같이 살게 됨.
"일단 일주일만 더 있어봐.
그래도 마음 안 변하면 같이 살아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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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내가 자고 있을 때 들어오고 나한테 관심 없어 보임.
그런데 학부모 상담 할 때나 총회 때 꼭 옴.
꼭 나 학교 마칠 때 쯤 와서 얼굴 보고 감.
"수업은 안자고 잘 들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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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살 되던 겨울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옴.
꽃다발 안겨주고 학교 앞에서 같이 사진도 찍음.
아저씨랑 같이 밥 먹으러 가는데 평소에 마주보고 밥을 먹은적이 별로 없어서 어색함.
체할것 같지만 밥 계속 꾸역꾸역 먹는데 아저씨가 밥 먹다 말고 나 쳐다봄.
"고등학교 다니는거 어땠냐?"
"뭐 힘들었죠.. 수능 공부 하느라."
"다 끝나서 살 맛 나겠네."
"그쵸 저도 이제 어른이니까 설레고 그래요."
"네가 어른의 삶이 얼마나 피곤한줄은 알고 그러냐"
"ㅋㅋㅋㅋㅋㅋ뭔소리예요 갑자기"
"평소에도 그렇게 좀 웃어.
웃으니까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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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고싶은 일은 있고?"
"일단 대학 다니면서 생각해보게요.
그래도 원하던 과에는 붙었으니까 배우면서 공부도 하고.."
"꼬맹이가 벌써 이렇게 컸네.
너 하고싶은거 고민하지 말고 해.
너 뒷바라지할 여유는 있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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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선생님_박해준
가정 사정이 어려워져서 중2때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음.
가출도 자주하고 학교에서도 문제 학생이였음.
그런데 중3 담임이였던 선생님 덕분에 인생이 바뀜.
3월 2일 학기 시작하자마자 담임선생님이 날 교무실로 부름.
"OO아 여기 앉아봐."
"저 뭐 잘못한거 없는데요?"
"OO아 부탁 하나만 할게.
1년만 선생님만 믿고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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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해서 돌아다니다가 비행청소년이라고 경찰서 가게 됨.
부모님한텐 연락하기 싫어서 그냥 담임 번호 댔더니 30분도 안돼서 경찰서로 뛰어들어오심.
일 처리 다 마치고 데려다 주겠다고 나 차에 태움.
"싫어요 집에 안 갈거예요."
"그러면 어디서 자게."
"몰라요."
"다음부터 가출하면 위험한데 돌아다니지 말고 바로 전화해.
재워주든 방을 잡아주든 할테니까.
대신 오늘은 그냥 집에 들어가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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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로 가출하면 무조건 쌤한테 연락했음.
내가 기필코 집에 안들어가려고 하면 근처 24시 카페에서 같이 밤도 새면서 있어줌.
우리 집 사정 알고나서 급식비도 대신 내 줌.
선생님이 이렇게 나 도와주는데 정신 차려야겠다 싶어서 공부 시작함.
공부도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심.
문제집도 웬만한건 다 준비해주시고 기초 지식부터 다 가르쳐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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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3 졸업식
선생님이랑 헤어지기 싫어서 엄청 움.
"왜 그렇게 울어 눈 부어"
"아 쌤이랑 헤어지는데 어떻게 안 울어요..."
"널 어떡해야 하냐 진짜 ㅋㅋ...
가도 못보는거 아니잖아 그치?
울지 마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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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올라와서도 선생님 도움 많이 받음.
선생님이 학비도 절반정도 대주시고 주기적으로 만나서 진로상담도 해주심.
내가 꿈이 생기니까 진심으로 응원해주심.
"다 컸네 OOO.
힘들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 연락해.
언제든지 도와줄 준비 돼 있으니까.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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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식 날.
꽃다발 들고와준 가족들도 반갑지만 멀리서 보이는 쌤이 더 반가움.
쌤이 웃으면서 꽃다발 안겨줌.
"수고했다 OOO. 졸업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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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_이정재
고아원에서 자란 나를 어릴 때부터 후원해주심.
유치원 다닐 때부터 후원해주셨는데 얼굴 처음 본 건 초등학교 학예회 때임.
학예회 온 것 보고 저런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 듦.
학예회 끝나고 나서 인사함.
"네가 OO이구나?
그동안 너무 바빠서 못찾아봤는데 앞으론 자주 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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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입학식
내가 안 오셔도 된다고 말렸는데 굳이 꽃다발 들고 오심.
"바쁘신데 진짜 안오셔도 괜찮은데."
"그래도 와야지.
네 입학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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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 물정을 알게 되고 느낀점은 이분은 엄청 부자임.
외제차 끌고다니고 경호원도 같이 다님.
중학교 학부모 참관일에 오셨는데 경호원도 같이 들어옴.
참관일 방과 후에 아저씨랑 같이 밥 먹으러 옴.
"..아저씨."
"응?"
"그런데 왜 저 경호원분들은 항상 같이 다녀요?"
"그건 갑자기 왜?"
"아니 그냥.."
"불편해?"
"네?"
"그럼 다음부터 혼자 갈게.
네 말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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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얼마 안 남아서 초조해할 때 아저씨한테 연락 옴.
[공부하니?]
[아뇨 지금 집중 안 돼서 좀 쉬고 있어요.]
[나와봐.]
나갔는데 아저씨가 차 끌고 와있음.
"머리 복잡할 땐 드라이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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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랑 드라이브 하고 오니까 한 결 살 것 같음
"아저씨 오늘 감사해요. 덕분에 좀 살 것 같아요"
"너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
네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난 네 편이야.
힘들면 말 하고 가끔은 쉬어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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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핸드폰만 쳐다보고있음.
도저히 혼자는 못보겠어서 아저씨 불러서 같이 합격자 발표 기다리고있음.
새로고침 눌렀는데 합격자 발표 창이 뜨고 떨리는 손으로 수험번호를 쳤는데
빨간 글씨로 [합격] 두 글자가 보임.
"아저씨!!!!!! 저 됐어요!!!"
"아..어떡하지?"
"왜요..."
"너 등록금 대려면 나 앞으로 일 열심히 해야겠다.
나 장가 못가면 네가 책임져야해"
"에이..."
"농담이야.
축하해 OO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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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강아지 사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