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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026ll조회 8655l 1



사립고등학교에서 만난, 여시에게 끌림을 느끼는 남자는? 연상남 VS 연하남 고르기 | 인스티즈


국에서길고 긴유학생활 끝에 드디어 학업를 마친 나.

졸업만 한다면 무엇이라도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논문을 마치고 나니 앞길이 막막하다.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걸까. 고민이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그렇게 하루하루 구직란을 들여다보던 중,

어느 늦은 오후 걸려온 전화 한통. 친근하게 알고 지냈던 지도교수님이다.


[ 여시. 혹시 임시교사로 일해볼 생각 없어? ]


에딘버러 동쪽에 자리한 사립학교에서 급하게 임시교사를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

마침 일자리를 구하고 있던 상황이긴 했으나... 내가 망설이는기색을 보이자 그는 내게 여러가지 이점을 설명한다.


제공되는 숙소, 휴일 수, 보험, 경력, 한귀로 흘려듣던 나는,

순간 그가 꺼낸 봉급의 액수에 대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을 뱉는다.

"할게요."


사립고등학교에서 만난, 여시에게 끌림을 느끼는 남자는? 연상남 VS 연하남 고르기 | 인스티즈



그리하여오게 된 낯선도시.

200년 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학교는 매우 고풍스러운 외관이다.

어지간한 대학 캠퍼스를방불케하는 크기, 말끔한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들.


가을냄새가 나는 학교의 중정. 시계탑.

복도에서 스쳐지나가면 여기저기서 나는 책장 넘기는 소리.

교본을 옆구리에 끼고, 낡은 녹색 조끼를 덧대어 입은,대단히 고루한 모양새를 한 교사들.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디킨스의 시를 읊는 학생들의 목소리.







긴 명맥을 이어온 보수적인 사립고등학교.


이곳에서





여시가 만나게된, 외로운 남자는 누구일까?







1.

살인자를 아버지로 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

DAVE

애런 존슨 / 데이브



사립고등학교에서 만난, 여시에게 끌림을 느끼는 남자는? 연상남 VS 연하남 고르기 | 인스티즈


부임 첫날, 우연히 복도에서 누군가 언성높여 소리를 지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 나.

"저런 애를 아직까지 학교에 두고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라구요!"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한 학생이 여러명에게 폭행을 당한 문제로 학부모와 대면을 하게 된 듯 싶다.

여기저기 멍자욱이 난 데다가 자신없이 굽어선 등.

괴롭힘을 당한 아이가 분명해 보이는 한 학생.

그러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게도, 가해자의 부모가 오히려 기세등등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난 상식적으로 판단이 불가능한광경에, 결국지나가던 교사 한명에게 이유를 묻는다.

그러자 쓴웃음을 지으며 돌아오는 대답.

"첫 부임이라 모르실 수도 있겠군요. 한 달전에 이 근방에서 났던 그 사건, 알죠? 그 범인의 친아들이에요."

신문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 사건이었다. 한동안 떠들썩 했던살인사건. 범인에게 아들이 있었다니.

난 매체로만 접하던 끔찍한 사건과 연관된 사람을 접하는 것이 처음이라 당황한다.

그는 성적은 우수하지만 원래부터 사교성이 썩 밝지 않아, 사건 이후에는 공공연한 따돌림이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퇴학시킬 명목도 없어 학교에서도 처치곤란이라는 아이.

어째서일까. 마음이 좋지 않다.

돌아가는 길, 막주차장에서 차 문을 열려던 나는 우뚝 멈춰선다.


그 아이다.

그는 주차장 한 구석에서담배를 입에 문 채다. 나는 의아해서 그를 바라본다.

담배때문만은 아니었다. 반대편 손에 들린 빈 기름통, 뭔가에 젖은채 보이는 회색 밴틀리.

그리고, 그는 라이터를 꺼내 들더니,


그대로 그걸 바닥에 떨어뜨린다.



화악, 자동차에 불이붙는다. 금세 뜨거운불길이 차를 에워싼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덥치고그 순간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친다. 난 얼음처럼 굳어있었다.

불길을 본 사람들이 저 멀리서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기척을 느끼고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내 차! 맙소사... ..."

새하얗게 질려 비명을 지르는 이들은 그 아이에게 비난을 쏟아붓던학부모였다.

소화기를 가져와 뿌려보지만 차는 이미 반쯤은 전소된 상태. 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범인을 보지 못했느냐는 말에 잠시 침묵하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딱딱하게고개를 젓는다.

다음날, 긴장과 함께 첫 수업을 마치고빈 복도를 걷던 나는

모퉁이를 돔과 동시에 깜짝 놀라고 만다.


"... 왜 그들에게 내가 했다고 말하지 않았죠?"

난 주춤거리며뒷걸음질 친다. 쏘아보는 듯이 강렬한 눈빛. 그러나 위협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나는 어쩐지 초조해보이는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대답한다.

"...내가 말했으면 했어?"

새파랗게 날이 서 있던 표정이 순간 흐려진다.

뭔가 말을 할 것 처럼 굳어있던 그는, 곧 인사도 없이 휙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날 이후,

오후에 있는 보충수업에 그가 참여하기 시작했다.

강의 도중 맨 뒤 구석자리에 앉은 그를 발견한 나는 어리둥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런 경우, 최대한 목격자의 눈에 띄이지 않게 피해다니는게정상 아니던가?

얄팍한 감시라도 해보려는걸까 싶어 나는 아닌척 그를 주시했지만, 의외로 그는수업에 대단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가 써 낸 에세이는 진중하고, 섬세하다.


"질문이 있어요."

수업 이후 내민 노트에 나는 그에게 성심껏 답변을 내어준다. 그런데,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는 커녕 내 얼굴만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그.

"...데이브. 지금 내 말듣고 있는거야?"

"선생님은 날 어떻게 생각하죠?"

갑작스러운 물음에 나는 그를 올려다본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키가 크다.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흐린 멍자국이 남아있다. 아니, 새로 생긴 상처인가? 그는 망설이며 말을 잇는다.

"당신도 내가 내 아버지와 똑같은 짓을 할거라고 생각하나요?"















난 그 질문의 의도를 몰라 잠시 혼란스럽다. 그러나 점점 초조하게 굳어져가는 표정에 난 대답한다.






"... ...난 네가 너 다운 선택을 할거라고 생각해. 어떤 상황에서든.


그리고그건 네 아버지랑은 상관 없는 일이야."








우울하게 얼룩져 있던 그의 얼굴이 그 순간 희미하게 웃음을 띈다. 안도하는 듯한 미소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다.








왜 내게 그런것을 묻는걸까?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낸다.


난 그가 학교에서 다른사람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그를 투명인간 대하듯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 조차도. 






사실 나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내 처지는 기껏해야 임시교사일 뿐이고


그를 몸소 나서 비호해줄 만큼의 정의감이나 사명감을 가지지도 않았으니까.







난 그저 그의 외로움을 방관한다.






그러나, 다른이들과 다른 태도를 보이는건 도리어 그 아이였다.









"시를 읽어주세요."






느닷없이 내게 시를 낭송해 달라는 그 아이.


갑작스러운 부탁에 난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애를쓴다.






"... 너 스스로 읽으면 되잖아? 난 이런것에까지 할애할 시간이 없어."






"낭송은 독서클럽에서도 자주 하는 것이잖아요?


내 문학적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될거에요.선생님, 짧은 한 편이면 돼요."






난 귀찮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지간히 집으로 돌아가기가 싫은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자 어딘지 그가 가여워진다. 그렇게 난 수업 후면, 꼭 한편씩은 그에게 시를 읽어주게 되었다.


그는 아주 짧은 시 부터, 수업때 다루었던 것, 작자 미상, 온갖 것을 내게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꼭 엄마에게 동화책을 읽어달라 조르는 아이같기도 하다.










그러나 하루하루, 그가 가져오는 시를 읽을 때 마다

난 조금씩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왜 내게 이런 글을 읽게 하는거야? 난 그에게 묻고싶다. 수없이 많은, 연인의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시구들... ...

그가 조심스럽게 접어 내미는 종이 안에는더없이 정성스럽게,

몇번이고 옮겨적은 흔적이나는 반듯한 필체로 시가 적혀있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누군가의 편지를 엿보는 듯한기분으로열어낭송한다.


그 시의 첫 구절을입 밖으로 흘려보내는순간, 나는 그의 시선을 느낀다.

그의 눈은 언제나 말 끝에 서서히 닫혔다 열리는입술의 안쪽을 향해있다.

어째서일까.

그럴때면,입안이 타는것 같이 말라온다.

언제나 처럼 둘 만이 남은 빈 교실,

말없이 앉아있던 그 애가, 갑자기 품 안을 뒤적이더니담배를 꺼내어 든다.

어이가 없어 빤히 그를 바라보던 나는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이젠 정말 막나가자는 거야? 난 네 친구가 아니야. 이런건 용납 못해."

"잠을 잘 못자요."

그는 얌전히 도로 담배를 집어넣는다.

그는 요즘들어 유독 피곤해 보인다. 얼굴은 조금 더 마르고 지친 음영을 드리우고 있다.

"......좀 더 나은 변명은 없어?"

그의 눈동자가 나를 반듯이 응시해온다. 어딘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

"더 나은 변명거리요? 내 불면증에 대한 거라면 명확한 이유가 있죠."

사립고등학교에서 만난, 여시에게 끌림을 느끼는 남자는? 연상남 VS 연하남 고르기 | 인스티즈

"...꿈에 당신이 나오거든."

그의 조용한 한마디에, 난 잠시 귀를 의심한다.

장난은 정도껏... 난 반쯤 쉰 목소리로 작게 더듬거린다.

그러나 자신없이 내리깔린 그의 눈에는 한 점의 장난끼도 없다.

"... 선생님. 그거 알아요?"

"이 책들. 이 고결한, 수 없이 많은, 저명한 작가들...난 그걸 의무로서 읽죠.그러나 대부분 따분해요.

토마스 만, 디킨스나, 도스토예프스키... 난 한번도 글에 심취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당신이 읽을때는 무언가 특별해요. 알고 있어요?

당신 목소리로 들을때에서야 난 몰입하기 시작하죠. 철자 하나하나가 옷을 벗고 살을 맞대 오는 느낌이야.

그 단어의 고유성은 상관없이,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단어조차도 그 입을 거쳐서 나오면,"

그의 손이 내게로 다가온다.

은밀하게 낮아진 목소리가 가까이서 속삭인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외설적으로 들리거든... ... "

입술을 가볍게 스치는 손끝. 데인것 처럼 목과 뺨이 화끈거린다. 어째서인지 나는 그를 밀어낼 수 없다.

그러나 곧 문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의 눈을 다시 보기가 무서워 나는 그대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그 이후로 나는 쭉 그와 단둘이 있게 되는 것을 피한다. 가능하면 수업시간에도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고.

난 그의 침울해진 기색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렇게 수일 후.

여전히 어딘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가던 중.

나는 분명 누구도 남아있지 않아야 할 어느 빈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문 틈새로 보자 그곳에는 데이브와서너명의 남자아이들이 있다.

나는 험악한 분위기에 곧바로 상황을 짐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무언가 거친 말을 주고받더니

갑자기 데이브를 밀치고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드는 한 아이.


"왜? 너희 아버지가 잘 가지고 놀던거 아냐? 너도 막 이런거 보면 피가 끓고 그러나?"

생각보다 심각해보이는 상황에 당장 뛰어들어가 저지하려던 나는, 그의 한마디에 딱딱하게 굳어 멈춰선다.

"니 뒤를 봐주는 선생한테 한번 일러바쳐보지 그래.

내가 모를줄 알았어? 그 한국인 선생하고 네가 그렇고 그런사이라는거 말이야.

그 여자가 그렇게 잘해주냐? 응?"

저질스러운 농담이 오고간다. 그 애의 머리를 툭 툭 쳐가며,

그들은 싸구려 포르노 잡지에 나오는 배우들 처럼날 묘사하며 웃어제낀다.

그런데 순간, 데이브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힘없이 바닥에 엎어져 있던 그의 눈이불이 붙는 듯 사나워지는가 싶더니,

번이 튀어나간 손이 멱살을 틀어잡고 바닥에 쓰러뜨린다.

매번 얌전하던 그가 갑자기 공격적으로나오자 그들은 당황한 눈치였다. 그리고 말릴새도 없이,

그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손목을 뒤틀어 칼을 빼앗는다.

그는 칼날을 불쑥 겁에질린 얼굴로들이민다.

"...이것 말야? 내가 이걸보면 피가 끓냐고?"

"데이브!"

상황이 급박해지자 번쩍 정신이 든 난달려가 그를 막는다. 

아이들은 끼, 하고 욕을 하더니 우당탕 교실을도망쳐나간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사이, 그는 쥐죽은듯이 조용하다.

데이브? 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얼굴을 살피는데

뚝 뚝 떨어지는 눈물.

나는 깜짝 놀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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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싫어할거죠?"

"데이브. 왜 그렇게 생각해?"

"당신이 떠나는 꿈을 꿔요."

그는 고통스럽다는 듯이 털어놓는다. 칼날에 베인 듯 피가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놀란 내가 황급히 무언가 가지러 가려고 하자, 그가 내 손목을 덥썩 쥔다.

"데이브, 너 피가 나잖아......"

"꿈을 꾸면 난 분명 그 애들을 때리고 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당신의 눈 인거야.

당신이 울면서 나한테 소리를 지르고 있는거야.

난 그럼 비명을 지르면서 깨요. 선생님. 난 내가 무서워요."

난 그를 내려다본다. 망설이던 나는 그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그의 눈물에 젖은 얼굴은 놀랄만큼 아름다웠다.

그애는 맹목적일 정도의 시선으로 내게 매달리며 말을 잇는다.

"난 당신이 소중한데.내가 언젠가 당신을 내 손으로상처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마다,

도무지 견딜수가 없어요. 견딜수가 없어요."

그리고 내 허리를 세게 끌어안아오는 팔.

난 그의 눈물로 내 가슴께가 젖어드는것을 느낀다.

난 그를 밀어내야만 옳다. 그에게, 이것이 결코 옳지 못한 선택임을 상기시켜주어야만 옳은 것이다.

그 때 내 망설임을 느낀 것인지 올려다보는 물기어린 눈. 한없이 슬픈 눈동자. 

난 충동적으로 그의 눈꺼풀 위에 입을 맞춘다.

그애가 떨리는 목소리로묻는다.

날 떠날건가요?

나는 이내, 그의 입술에 내려앉듯 키스하며 조용히 속삭인다.

..내가 어떻게 너를 밀어낼 수 있겠어.

참고 영화 / 킥 애스, 테이크 어 리드












2.

남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교사

GEORGE

콜린 퍼스/ 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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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지나간 요란한 태풍때문에 건물 이곳저곳이 보수 중인 터라,

몇개월간 나는다른 교사 한명과함께 방을 사용해야한단 말을 듣는다.

애초에 홀로 사무실을 쓸 생각이 없었던 나는

말을 전하며어딘가 대단히 미안하고 망설이는 기색으로 주저하다가 간 교사의 반응이 의아할 따름이다.

처음 만나는 동료교사. 나는 약간 긴장하고 들뜬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리고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데,

돌아오는 냉담한 반응.

"......임시교사?그런 이야기는 못들었는데."

높다랗게 쌓인 책 사이에서 눈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튀어나온 첫마디.

17년을 근무해온 역사학 교사라더니,텃세라도 부리는걸까.

그 첫 마디 이후로 남자는 말이 없다. 나는 어색한 공기속에 그저 묵묵히 내 할일을 한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같이 방을 나섰음에도 금세 저만치 성큼성큼걸어가고 있는 등.

작별인사라도 한마디 건넬 법 한데어지간히 나와 말을 섞이가 싫을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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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때

그의 등 뒤로 하얀 종이비행기가 쏟아진다. 놀라 위를 올려다보자, 3층 어느 창문에서 쏟아져내리고 있는 비행기들.

그러나 남자는 잠시동안 못박힌듯 서 있더니,이내 묵묵히 걸어 자리를 벗어난다.

귀여운 이벤트라기에는 무언가 느낌이 심상치 않다. 하나를 집어들어 펼쳐보는 나.

그 안에는 붉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 F A G G O T'

호모새끼

그에 대한 소문을 듣는건 어렵지 않았다. 다들 앞에선 쉬쉬하면서도 그가 지나가면 눈을 흘기며 수군거린다.

'성추행',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많은것을 짐작한다.학생들 대부분이 기숙을 하는보딩스쿨에서

추문이란 크게 이례적인 일도 아니었다.그러나 그것은같은 학생들간의 이야기이다.

교사가, 그것도 남학생을 성추행이라니?

이미 몇번의 조사와 징계위원회가 있었지만 단순한 소문과 뜬구름 잡는듯한 이야기 뿐,

명확한 증거나 증인이 없어 흐지부지 된 상황. 그러나 그 소문 하나만으로도 사람이 매장되기는 대단히 간단하다.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던데. 난 딱딱하고 진지하기그지없던 얼굴을 떠올린다.

끄러나 나 또한 그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그를 기피하게 된다.

하지만 내 그런 예민함이 무색하게도,

병적일 정도로접촉을 피하는 것은내가 아니라 그 남자였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하루는, 떨어진 서류를 줍고 있기에다가갔더니 움찔 놀라며 내게서 한발자국 떨어지는 남자.

난 마치 추행이라도 하려고 한 듯한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울컥한 나는 다소 충동적으로 그에게 묻는다.

"...당신, 정말 게이에요?"

그는 그 한마디에 동작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 ... 당신이 보기에는 어떻지?"

그 음성에 분노한 기색은 없다. 그는 그저 담담히 내게 묻는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은 고요하다.

그러나 내가 무언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책을 주워들고 나가버린다.



그리고 그와 지낸지 일주일 남짓.

그날 이후 여전히 대화에 진전은 없다.

다만 나는 이 남자가 얼마나 깔끔하고 완벽주의적인 사람인지만 깨닫고있을 따름이다.

그는 매일 한치의 오차도 없이새벽7시에, 광이 날 정도로 말끔한 구두를 신고 낡은 서류가방을 손에 들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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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정도의 일상. 그 외에는 이따금 질나쁜 학생들의 장난에 휘말려

물감섞인 물에 흠뻑 젖은채로 들어오거나 안경다리가 부러진 채로 등장하기도한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 속에,

난 그의 고독을 엿본다. 

나는 그가 거북스러운 동시에 마음 어느 한켠에서는 동정심과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어느날 부터인가

언제나처럼 지속되는 침묵가운데 느껴지는 시선.

내가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들면 그는 언제나처럼 책더미들 속에 고개를 묻은채다.

그러나,이따금 나는 흝는 듯한 시선을 피부로 느끼기도 한다.

짧은 팔, 짧은 치마, 아주 가끔씩이라도 어설프게 드러나는 노출이라도 있을 찰나엔

어딘지 모르게 팽팽하게 당겨진 분위기. 그는 평소보다 더 빨리 학교를 벗어나곤 한다.

내 옷차림이 거북한걸까? 내가 너무 촌스럽게 입고오나?

난 복도에서 마주치면, 시선도 주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는 그의 행동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숨길길이 없다.

그가 날 기피한다는 사실은 명확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자꾸 그가 날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걸까.

하루는학생들이 써낸 페이퍼를 읽어보다가피곤함을 못이겨 잠깐 책상에 기대어 잠에 든 나.

어느순간 어딘가 이상한 기척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난다.

뺨을스치는 익숙한 향.

나는 번쩍 눈을 뜬다. 그리고, 내 눈앞에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선 것은, 그 남자였다.


처음보는, 대단히 당혹한 표정. 내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찰나

교실 밖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웃음소리.

묘한 분위기를 상쇄할 틈이 없던 나는,얼떨결에 일어나 그를 맞은편의 커다란 청소도구함 안쪽으로 밀어넣는다.

좁은 틈새로 나까지 끼어 들어가 문을 닫자 마자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교실 안으로 들어와 책상위에 걸터앉는다. 

그들은 킬킬대며 담배를 꺼내 피운다.

긴장하며 그들의 동새를 엿보고 있는데, 순간 더운 숨결이 훅 끼쳐온다.


깜짝놀라 얼굴을 돌리자, 코가 맞닿을 만큼 가까이 있는 남자.

나는 순간밀치듯 내게 닿아있는그의 살갗과 향수내음을 인식한다.

그의 눈동자와, 입술, 옅은 스킨냄새가 나는, 말끔한 턱...

내가 당황해 바르작 거리자움찔하는 몸. 이 사람이 이렇게 체구가 컸던가?

밀착되어있는 허벅지가 유난히 뜨겁다.

체온이 올라가는 것은 그 일까, 아니면 나? 숨죽이고 있던 그의 손이,

갑자기 내 얼굴가까이로 다가온다. 

"당신은......"

그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내 안경을 벗겨낸다. 난 그의 목소리와.

짧은 한마디에도 묻어나오는 특유의 발음이듣기 좋다는 생각을 한다.

남자아이들은 교실을 떠난지 오래다. 그럼에도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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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성이 없어."

손가락이 내 콧등을 쓰다듬고, 입술로 내려간다.

숨결이 조금 더 다가오는가 싶더니

그의 입술이 굳게 닫히고, 억눌린 신음소리와 함께

그는캐비넷에서 뛰쳐나간다.

성큼 성큼 멀어져가는 발소리. 나는 캐비넷 안에서 숨을 고른다.그가 짚었던 입술을 더듬어본다.

내 뺨에 와닿던 그의 손의 떨림. 숨길 수 없이 드러나던 눈동자의 열기.

지금껏 내게 말 한마디 건넨 적 없으면서...

도대체 왜?

그 이후로도 우리는 내내 같은 공간에서 지냈으나,

단 한번도 그 일에 관해 언급하는 일은 없다. 그는 마치 그것이 꿈이었던 것 처럼 냉담하다.

나는 그러나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여, 도무지 어떤것에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날

식사 후 방으로 돌아오던 나는, 문가에서 그의 자리를 기웃거리고 있는 한 학생을 발견한다.

무슨일이냐고 묻자, 깜짝 놀라더니 한참을 주저하는 아이. 그는 내게 곧 편지 한장을 내민다.

"조지 선생님께 전해주세요. 부탁드려요."

무슨 일일까. 그에게 말을 거는 학생조차 드문데,편지라니.

난 그 새하얀 봉투를책상위에 올려두었다가, 한참동안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것을 뜯어본다.

그리고 그곳에 쓰여있는 것은, 정말이지 뜻밖의 내용이었다.

몇장에 걸쳐 쓰여있는 편지지에는그가 도무지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탓에 저질렀던 일에대한 사죄와

그 장면이 우연히 지나가던 교사에게 발각되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님이 학교에 압박을 넣은 사실.그리고 그로인해

왜곡되고 만 소문이 결국 그가 강제로 남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식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 쓰여져 있다.

마지막 줄은, 그가 나서서 사건을 해명하려 했을 때에는 도무지 손쓸 수 없을 정도가 되어있었다며 용서를 빌고 있었다.

'제가 먼저 입맞춤을 했고, 선생님은 제고민을 들어준것 밖에 없다고말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어요......'

편지를 다시 밀봉하고, 한참동안 학교에 남아있다가, 늦은시각 혼란스럽기 이를데 없는 마음으로 거리를 걷는 나.

그는 왜 일찍이 오해라고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던 걸까? 설마 정말로 그 학생의 위신을 위해서?

그런데 생각에 잠긴 내 앞을

갑자기 어둑한 형체가 불쑥 튀어나와 막는다.

깜짝놀라 발걸음을 멈추는데, 왠 마스크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서 있다.

난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그가 내 팔을 덥썩 잡더니 빈정거린다.

"당신, 그 싸이코선생이랑 사귀지? 빈 교실에서 함께 있던걸 봤다고."

내가 무언가를 대답하기도 전에, 순간 뒤에서 내 머리를 쾅, 내려치는 통증.

현기증이 덮쳐옴과 동시에 나는 까무룩 정신을 잃는다.

깨질듯 아파오는 머리를 감싸쥐고 깨어났을 때는,

병원임이 틀림없는 철제침대에 누워있는 나.

피가 났던걸까.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다.몸을 일으키려는데

나는 내 옆에 고개숙인 채 앉아있는 형체를 발견한다.


의자에 앉은채로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있는 남자.

도대체 얼마나 오랜시간 그렇게 있었던 걸까.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하다.

"...처음 봤을 때 부터 네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이어지는 낮은 목소리에 나는 숨을 멈춘다.

그는 밤을 지세운 것 같은 차림새다. 언제나 단정하던 머리와 옷차림이 엉망으로 흐트러져있다.

"네 꿈을 꿨지. 열 여섯살 짜리 사춘기 사내애 마냥,

네 속눈썹, 목덜미가 아른거려 매일 밤 잠을 설치고..."

그는 뜨거운 한숨으로 말을 흐린다.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 목구멍을 틀어막고 있는 듯 했다.그는 내 손등에 대고 속삭인다.

"하지만난 꿈속에서조차 겁쟁이더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신으로 앉아있는 너를,

난, 황홀해서 차마 건드릴수가 없었어. "

"매일 밤, 난 그저 숭배하듯이 네 발에 입을 맞추지."

멍하니 말하던 그는 날 바라본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표정이 견딜 수 없는 감정으로 뒤범벅된다.

사립고등학교에서 만난, 여시에게 끌림을 느끼는 남자는? 연상남 VS 연하남 고르기 | 인스티즈

"제발. 부탁이야."

"날 흔들지 마... 내가 혼자임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내버려 둬. "

날 내버려 둬. 그러나 붙든 내 손을 놓지 않는건 내가 아니라 그 였다.

떨리는 손가락이 여전히 내 손을 아프게틀어쥐고 있었다.

"이젠 날 무시하지 않을거에요?"

난 그에게 그렇게 속삭인다. 그가 고개를 든다.

난 그의 눈물을 닦아준다. 소년같은 눈동자.

난 그것이 못내 가여워, 그의 이마에, 눈물 흘리는 눈동자에,

뺨에 차례대로 입을 맞춘다. 그의 입에서 황홀하고 고통스러운 탄식이 흘러나온다.

내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기 직전

그는 마침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내게 속삭이며, 내 뒷목을 끌어당겼다.

"그래, 이젠 그럴 수 조차 없어..."

참고영화/ 데이비드 게일, 다우트, 싱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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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에서길고 긴유학생활 끝에 드디어 학업를 마친 나.

졸업만 한다면 무엇이라도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논문을 마치고 나니 앞길이 막막하다.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걸까. 고민이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그렇게 하루하루 구직란을 들여다보던 중,

어느 늦은 오후 걸려온 전화 한통. 친근하게 알고 지냈던 지도교수님이다.


[ 여시. 혹시 임시교사로 일해볼 생각 없어? ]


에딘버러 동쪽에 자리한 사립학교에서 급하게 임시교사를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

마침 일자리를 구하고 있던 상황이긴 했으나... 내가 망설이는기색을 보이자 그는 내게 여러가지 이점을 설명한다.


제공되는 숙소, 휴일 수, 보험, 경력, 한귀로 흘려듣던 나는,

순간 그가 꺼낸 봉급의 액수에 대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을 뱉는다.

"할게요."


사립고등학교에서 만난, 여시에게 끌림을 느끼는 남자는? 연상남 VS 연하남 고르기 | 인스티즈



그리하여오게 된 낯선도시.

200년 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는 학교는 매우 고풍스러운 외관이다.

어지간한 대학 캠퍼스를방불케하는 크기, 말끔한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들.


가을냄새가 나는 학교의 중정. 시계탑.

복도에서 스쳐지나가면 여기저기서 나는 책장 넘기는 소리.

교본을 옆구리에 끼고, 낡은 녹색 조끼를 덧대어 입은,대단히 고루한 모양새를 한 교사들.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디킨스의 시를 읊는 학생들의 목소리.







긴 명맥을 이어온 보수적인 사립고등학교.


이곳에서





여시가 만나게된, 외로운 남자는 누구일까?







1.

살인자를 아버지로 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

DAVE

애런 존슨 / 데이브



사립고등학교에서 만난, 여시에게 끌림을 느끼는 남자는? 연상남 VS 연하남 고르기 | 인스티즈


부임 첫날, 우연히 복도에서 누군가 언성높여 소리를 지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 나.

"저런 애를 아직까지 학교에 두고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라구요!"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한 학생이 여러명에게 폭행을 당한 문제로 학부모와 대면을 하게 된 듯 싶다.

여기저기 멍자욱이 난 데다가 자신없이 굽어선 등.

괴롭힘을 당한 아이가 분명해 보이는 한 학생.

그러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게도, 가해자의 부모가 오히려 기세등등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난 상식적으로 판단이 불가능한광경에, 결국지나가던 교사 한명에게 이유를 묻는다.

그러자 쓴웃음을 지으며 돌아오는 대답.

"첫 부임이라 모르실 수도 있겠군요. 한 달전에 이 근방에서 났던 그 사건, 알죠? 그 범인의 친아들이에요."

신문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 사건이었다. 한동안 떠들썩 했던살인사건. 범인에게 아들이 있었다니.

난 매체로만 접하던 끔찍한 사건과 연관된 사람을 접하는 것이 처음이라 당황한다.

그는 성적은 우수하지만 원래부터 사교성이 썩 밝지 않아, 사건 이후에는 공공연한 따돌림이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퇴학시킬 명목도 없어 학교에서도 처치곤란이라는 아이.

어째서일까. 마음이 좋지 않다.

돌아가는 길, 막주차장에서 차 문을 열려던 나는 우뚝 멈춰선다.


그 아이다.

그는 주차장 한 구석에서담배를 입에 문 채다. 나는 의아해서 그를 바라본다.

담배때문만은 아니었다. 반대편 손에 들린 빈 기름통, 뭔가에 젖은채 보이는 회색 밴틀리.

그리고, 그는 라이터를 꺼내 들더니,


그대로 그걸 바닥에 떨어뜨린다.



화악, 자동차에 불이붙는다. 금세 뜨거운불길이 차를 에워싼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덥치고그 순간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친다. 난 얼음처럼 굳어있었다.

불길을 본 사람들이 저 멀리서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기척을 느끼고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내 차! 맙소사... ..."

새하얗게 질려 비명을 지르는 이들은 그 아이에게 비난을 쏟아붓던학부모였다.

소화기를 가져와 뿌려보지만 차는 이미 반쯤은 전소된 상태. 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범인을 보지 못했느냐는 말에 잠시 침묵하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딱딱하게고개를 젓는다.

다음날, 긴장과 함께 첫 수업을 마치고빈 복도를 걷던 나는

모퉁이를 돔과 동시에 깜짝 놀라고 만다.


"... 왜 그들에게 내가 했다고 말하지 않았죠?"

난 주춤거리며뒷걸음질 친다. 쏘아보는 듯이 강렬한 눈빛. 그러나 위협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나는 어쩐지 초조해보이는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대답한다.

"...내가 말했으면 했어?"

새파랗게 날이 서 있던 표정이 순간 흐려진다.

뭔가 말을 할 것 처럼 굳어있던 그는, 곧 인사도 없이 휙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날 이후,

오후에 있는 보충수업에 그가 참여하기 시작했다.

강의 도중 맨 뒤 구석자리에 앉은 그를 발견한 나는 어리둥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런 경우, 최대한 목격자의 눈에 띄이지 않게 피해다니는게정상 아니던가?

얄팍한 감시라도 해보려는걸까 싶어 나는 아닌척 그를 주시했지만, 의외로 그는수업에 대단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가 써 낸 에세이는 진중하고, 섬세하다.


"질문이 있어요."

수업 이후 내민 노트에 나는 그에게 성심껏 답변을 내어준다. 그런데,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는 커녕 내 얼굴만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그.

"...데이브. 지금 내 말듣고 있는거야?"

"선생님은 날 어떻게 생각하죠?"

갑작스러운 물음에 나는 그를 올려다본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키가 크다.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흐린 멍자국이 남아있다. 아니, 새로 생긴 상처인가? 그는 망설이며 말을 잇는다.

"당신도 내가 내 아버지와 똑같은 짓을 할거라고 생각하나요?"















난 그 질문의 의도를 몰라 잠시 혼란스럽다. 그러나 점점 초조하게 굳어져가는 표정에 난 대답한다.






"... ...난 네가 너 다운 선택을 할거라고 생각해. 어떤 상황에서든.


그리고그건 네 아버지랑은 상관 없는 일이야."








우울하게 얼룩져 있던 그의 얼굴이 그 순간 희미하게 웃음을 띈다. 안도하는 듯한 미소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다.








왜 내게 그런것을 묻는걸까?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낸다.


난 그가 학교에서 다른사람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그를 투명인간 대하듯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 조차도. 






사실 나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내 처지는 기껏해야 임시교사일 뿐이고


그를 몸소 나서 비호해줄 만큼의 정의감이나 사명감을 가지지도 않았으니까.







난 그저 그의 외로움을 방관한다.






그러나, 다른이들과 다른 태도를 보이는건 도리어 그 아이였다.









"시를 읽어주세요."






느닷없이 내게 시를 낭송해 달라는 그 아이.


갑작스러운 부탁에 난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애를쓴다.






"... 너 스스로 읽으면 되잖아? 난 이런것에까지 할애할 시간이 없어."






"낭송은 독서클럽에서도 자주 하는 것이잖아요?


내 문학적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될거에요.선생님, 짧은 한 편이면 돼요."






난 귀찮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지간히 집으로 돌아가기가 싫은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자 어딘지 그가 가여워진다. 그렇게 난 수업 후면, 꼭 한편씩은 그에게 시를 읽어주게 되었다.


그는 아주 짧은 시 부터, 수업때 다루었던 것, 작자 미상, 온갖 것을 내게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꼭 엄마에게 동화책을 읽어달라 조르는 아이같기도 하다.










그러나 하루하루, 그가 가져오는 시를 읽을 때 마다

난 조금씩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왜 내게 이런 글을 읽게 하는거야? 난 그에게 묻고싶다. 수없이 많은, 연인의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시구들... ...

그가 조심스럽게 접어 내미는 종이 안에는더없이 정성스럽게,

몇번이고 옮겨적은 흔적이나는 반듯한 필체로 시가 적혀있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누군가의 편지를 엿보는 듯한기분으로열어낭송한다.


그 시의 첫 구절을입 밖으로 흘려보내는순간, 나는 그의 시선을 느낀다.

그의 눈은 언제나 말 끝에 서서히 닫혔다 열리는입술의 안쪽을 향해있다.

어째서일까.

그럴때면,입안이 타는것 같이 말라온다.

언제나 처럼 둘 만이 남은 빈 교실,

말없이 앉아있던 그 애가, 갑자기 품 안을 뒤적이더니담배를 꺼내어 든다.

어이가 없어 빤히 그를 바라보던 나는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이젠 정말 막나가자는 거야? 난 네 친구가 아니야. 이런건 용납 못해."

"잠을 잘 못자요."

그는 얌전히 도로 담배를 집어넣는다.

그는 요즘들어 유독 피곤해 보인다. 얼굴은 조금 더 마르고 지친 음영을 드리우고 있다.

"......좀 더 나은 변명은 없어?"

그의 눈동자가 나를 반듯이 응시해온다. 어딘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

"더 나은 변명거리요? 내 불면증에 대한 거라면 명확한 이유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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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당신이 나오거든."

그의 조용한 한마디에, 난 잠시 귀를 의심한다.

장난은 정도껏... 난 반쯤 쉰 목소리로 작게 더듬거린다.

그러나 자신없이 내리깔린 그의 눈에는 한 점의 장난끼도 없다.

"... 선생님. 그거 알아요?"

"이 책들. 이 고결한, 수 없이 많은, 저명한 작가들...난 그걸 의무로서 읽죠.그러나 대부분 따분해요.

토마스 만, 디킨스나, 도스토예프스키... 난 한번도 글에 심취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당신이 읽을때는 무언가 특별해요. 알고 있어요?

당신 목소리로 들을때에서야 난 몰입하기 시작하죠. 철자 하나하나가 옷을 벗고 살을 맞대 오는 느낌이야.

그 단어의 고유성은 상관없이,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단어조차도 그 입을 거쳐서 나오면,"

그의 손이 내게로 다가온다.

은밀하게 낮아진 목소리가 가까이서 속삭인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외설적으로 들리거든... ... "

입술을 가볍게 스치는 손끝. 데인것 처럼 목과 뺨이 화끈거린다. 어째서인지 나는 그를 밀어낼 수 없다.

그러나 곧 문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의 눈을 다시 보기가 무서워 나는 그대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그 이후로 나는 쭉 그와 단둘이 있게 되는 것을 피한다. 가능하면 수업시간에도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고.

난 그의 침울해진 기색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렇게 수일 후.

여전히 어딘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가던 중.

나는 분명 누구도 남아있지 않아야 할 어느 빈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문 틈새로 보자 그곳에는 데이브와서너명의 남자아이들이 있다.

나는 험악한 분위기에 곧바로 상황을 짐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무언가 거친 말을 주고받더니

갑자기 데이브를 밀치고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드는 한 아이.


"왜? 너희 아버지가 잘 가지고 놀던거 아냐? 너도 막 이런거 보면 피가 끓고 그러나?"

생각보다 심각해보이는 상황에 당장 뛰어들어가 저지하려던 나는, 그의 한마디에 딱딱하게 굳어 멈춰선다.

"니 뒤를 봐주는 선생한테 한번 일러바쳐보지 그래.

내가 모를줄 알았어? 그 한국인 선생하고 네가 그렇고 그런사이라는거 말이야.

그 여자가 그렇게 잘해주냐? 응?"

저질스러운 농담이 오고간다. 그 애의 머리를 툭 툭 쳐가며,

그들은 싸구려 포르노 잡지에 나오는 배우들 처럼날 묘사하며 웃어제낀다.

그런데 순간, 데이브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힘없이 바닥에 엎어져 있던 그의 눈이불이 붙는 듯 사나워지는가 싶더니,

번이 튀어나간 손이 멱살을 틀어잡고 바닥에 쓰러뜨린다.

매번 얌전하던 그가 갑자기 공격적으로나오자 그들은 당황한 눈치였다. 그리고 말릴새도 없이,

그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손목을 뒤틀어 칼을 빼앗는다.

그는 칼날을 불쑥 겁에질린 얼굴로들이민다.

"...이것 말야? 내가 이걸보면 피가 끓냐고?"

"데이브!"

상황이 급박해지자 번쩍 정신이 든 난달려가 그를 막는다. 

아이들은 끼, 하고 욕을 하더니 우당탕 교실을도망쳐나간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는 사이, 그는 쥐죽은듯이 조용하다.

데이브? 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얼굴을 살피는데

뚝 뚝 떨어지는 눈물.

나는 깜짝 놀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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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싫어할거죠?"

"데이브. 왜 그렇게 생각해?"

"당신이 떠나는 꿈을 꿔요."

그는 고통스럽다는 듯이 털어놓는다. 칼날에 베인 듯 피가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놀란 내가 황급히 무언가 가지러 가려고 하자, 그가 내 손목을 덥썩 쥔다.

"데이브, 너 피가 나잖아......"

"꿈을 꾸면 난 분명 그 애들을 때리고 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당신의 눈 인거야.

당신이 울면서 나한테 소리를 지르고 있는거야.

난 그럼 비명을 지르면서 깨요. 선생님. 난 내가 무서워요."

난 그를 내려다본다. 망설이던 나는 그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그의 눈물에 젖은 얼굴은 놀랄만큼 아름다웠다.

그애는 맹목적일 정도의 시선으로 내게 매달리며 말을 잇는다.

"난 당신이 소중한데.내가 언젠가 당신을 내 손으로상처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마다,

도무지 견딜수가 없어요. 견딜수가 없어요."

그리고 내 허리를 세게 끌어안아오는 팔.

난 그의 눈물로 내 가슴께가 젖어드는것을 느낀다.

난 그를 밀어내야만 옳다. 그에게, 이것이 결코 옳지 못한 선택임을 상기시켜주어야만 옳은 것이다.

그 때 내 망설임을 느낀 것인지 올려다보는 물기어린 눈. 한없이 슬픈 눈동자. 

난 충동적으로 그의 눈꺼풀 위에 입을 맞춘다.

그애가 떨리는 목소리로묻는다.

날 떠날건가요?

나는 이내, 그의 입술에 내려앉듯 키스하며 조용히 속삭인다.

..내가 어떻게 너를 밀어낼 수 있겠어.

참고 영화 / 킥 애스, 테이크 어 리드












2.

남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교사

GEORGE

콜린 퍼스/ 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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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지나간 요란한 태풍때문에 건물 이곳저곳이 보수 중인 터라,

몇개월간 나는다른 교사 한명과함께 방을 사용해야한단 말을 듣는다.

애초에 홀로 사무실을 쓸 생각이 없었던 나는

말을 전하며어딘가 대단히 미안하고 망설이는 기색으로 주저하다가 간 교사의 반응이 의아할 따름이다.

처음 만나는 동료교사. 나는 약간 긴장하고 들뜬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리고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데,

돌아오는 냉담한 반응.

"......임시교사?그런 이야기는 못들었는데."

높다랗게 쌓인 책 사이에서 눈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튀어나온 첫마디.

17년을 근무해온 역사학 교사라더니,텃세라도 부리는걸까.

그 첫 마디 이후로 남자는 말이 없다. 나는 어색한 공기속에 그저 묵묵히 내 할일을 한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같이 방을 나섰음에도 금세 저만치 성큼성큼걸어가고 있는 등.

작별인사라도 한마디 건넬 법 한데어지간히 나와 말을 섞이가 싫을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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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때

그의 등 뒤로 하얀 종이비행기가 쏟아진다. 놀라 위를 올려다보자, 3층 어느 창문에서 쏟아져내리고 있는 비행기들.

그러나 남자는 잠시동안 못박힌듯 서 있더니,이내 묵묵히 걸어 자리를 벗어난다.

귀여운 이벤트라기에는 무언가 느낌이 심상치 않다. 하나를 집어들어 펼쳐보는 나.

그 안에는 붉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 F A G G O T'

호모새끼

그에 대한 소문을 듣는건 어렵지 않았다. 다들 앞에선 쉬쉬하면서도 그가 지나가면 눈을 흘기며 수군거린다.

'성추행',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많은것을 짐작한다.학생들 대부분이 기숙을 하는보딩스쿨에서

추문이란 크게 이례적인 일도 아니었다.그러나 그것은같은 학생들간의 이야기이다.

교사가, 그것도 남학생을 성추행이라니?

이미 몇번의 조사와 징계위원회가 있었지만 단순한 소문과 뜬구름 잡는듯한 이야기 뿐,

명확한 증거나 증인이 없어 흐지부지 된 상황. 그러나 그 소문 하나만으로도 사람이 매장되기는 대단히 간단하다.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던데. 난 딱딱하고 진지하기그지없던 얼굴을 떠올린다.

끄러나 나 또한 그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그를 기피하게 된다.

하지만 내 그런 예민함이 무색하게도,

병적일 정도로접촉을 피하는 것은내가 아니라 그 남자였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하루는, 떨어진 서류를 줍고 있기에다가갔더니 움찔 놀라며 내게서 한발자국 떨어지는 남자.

난 마치 추행이라도 하려고 한 듯한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울컥한 나는 다소 충동적으로 그에게 묻는다.

"...당신, 정말 게이에요?"

그는 그 한마디에 동작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 ... 당신이 보기에는 어떻지?"

그 음성에 분노한 기색은 없다. 그는 그저 담담히 내게 묻는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은 고요하다.

그러나 내가 무언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책을 주워들고 나가버린다.



그리고 그와 지낸지 일주일 남짓.

그날 이후 여전히 대화에 진전은 없다.

다만 나는 이 남자가 얼마나 깔끔하고 완벽주의적인 사람인지만 깨닫고있을 따름이다.

그는 매일 한치의 오차도 없이새벽7시에, 광이 날 정도로 말끔한 구두를 신고 낡은 서류가방을 손에 들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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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정도의 일상. 그 외에는 이따금 질나쁜 학생들의 장난에 휘말려

물감섞인 물에 흠뻑 젖은채로 들어오거나 안경다리가 부러진 채로 등장하기도한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 속에,

난 그의 고독을 엿본다. 

나는 그가 거북스러운 동시에 마음 어느 한켠에서는 동정심과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어느날 부터인가

언제나처럼 지속되는 침묵가운데 느껴지는 시선.

내가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들면 그는 언제나처럼 책더미들 속에 고개를 묻은채다.

그러나,이따금 나는 흝는 듯한 시선을 피부로 느끼기도 한다.

짧은 팔, 짧은 치마, 아주 가끔씩이라도 어설프게 드러나는 노출이라도 있을 찰나엔

어딘지 모르게 팽팽하게 당겨진 분위기. 그는 평소보다 더 빨리 학교를 벗어나곤 한다.

내 옷차림이 거북한걸까? 내가 너무 촌스럽게 입고오나?

난 복도에서 마주치면, 시선도 주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는 그의 행동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숨길길이 없다.

그가 날 기피한다는 사실은 명확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자꾸 그가 날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걸까.

하루는학생들이 써낸 페이퍼를 읽어보다가피곤함을 못이겨 잠깐 책상에 기대어 잠에 든 나.

어느순간 어딘가 이상한 기척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난다.

뺨을스치는 익숙한 향.

나는 번쩍 눈을 뜬다. 그리고, 내 눈앞에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선 것은, 그 남자였다.


처음보는, 대단히 당혹한 표정. 내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찰나

교실 밖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웃음소리.

묘한 분위기를 상쇄할 틈이 없던 나는,얼떨결에 일어나 그를 맞은편의 커다란 청소도구함 안쪽으로 밀어넣는다.

좁은 틈새로 나까지 끼어 들어가 문을 닫자 마자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교실 안으로 들어와 책상위에 걸터앉는다. 

그들은 킬킬대며 담배를 꺼내 피운다.

긴장하며 그들의 동새를 엿보고 있는데, 순간 더운 숨결이 훅 끼쳐온다.


깜짝놀라 얼굴을 돌리자, 코가 맞닿을 만큼 가까이 있는 남자.

나는 순간밀치듯 내게 닿아있는그의 살갗과 향수내음을 인식한다.

그의 눈동자와, 입술, 옅은 스킨냄새가 나는, 말끔한 턱...

내가 당황해 바르작 거리자움찔하는 몸. 이 사람이 이렇게 체구가 컸던가?

밀착되어있는 허벅지가 유난히 뜨겁다.

체온이 올라가는 것은 그 일까, 아니면 나? 숨죽이고 있던 그의 손이,

갑자기 내 얼굴가까이로 다가온다. 

"당신은......"

그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내 안경을 벗겨낸다. 난 그의 목소리와.

짧은 한마디에도 묻어나오는 특유의 발음이듣기 좋다는 생각을 한다.

남자아이들은 교실을 떠난지 오래다. 그럼에도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사립고등학교에서 만난, 여시에게 끌림을 느끼는 남자는? 연상남 VS 연하남 고르기 | 인스티즈

"...... 조심성이 없어."

손가락이 내 콧등을 쓰다듬고, 입술로 내려간다.

숨결이 조금 더 다가오는가 싶더니

그의 입술이 굳게 닫히고, 억눌린 신음소리와 함께

그는캐비넷에서 뛰쳐나간다.

성큼 성큼 멀어져가는 발소리. 나는 캐비넷 안에서 숨을 고른다.그가 짚었던 입술을 더듬어본다.

내 뺨에 와닿던 그의 손의 떨림. 숨길 수 없이 드러나던 눈동자의 열기.

지금껏 내게 말 한마디 건넨 적 없으면서...

도대체 왜?

그 이후로도 우리는 내내 같은 공간에서 지냈으나,

단 한번도 그 일에 관해 언급하는 일은 없다. 그는 마치 그것이 꿈이었던 것 처럼 냉담하다.

나는 그러나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여, 도무지 어떤것에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날

식사 후 방으로 돌아오던 나는, 문가에서 그의 자리를 기웃거리고 있는 한 학생을 발견한다.

무슨일이냐고 묻자, 깜짝 놀라더니 한참을 주저하는 아이. 그는 내게 곧 편지 한장을 내민다.

"조지 선생님께 전해주세요. 부탁드려요."

무슨 일일까. 그에게 말을 거는 학생조차 드문데,편지라니.

난 그 새하얀 봉투를책상위에 올려두었다가, 한참동안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것을 뜯어본다.

그리고 그곳에 쓰여있는 것은, 정말이지 뜻밖의 내용이었다.

몇장에 걸쳐 쓰여있는 편지지에는그가 도무지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탓에 저질렀던 일에대한 사죄와

그 장면이 우연히 지나가던 교사에게 발각되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님이 학교에 압박을 넣은 사실.그리고 그로인해

왜곡되고 만 소문이 결국 그가 강제로 남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식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 쓰여져 있다.

마지막 줄은, 그가 나서서 사건을 해명하려 했을 때에는 도무지 손쓸 수 없을 정도가 되어있었다며 용서를 빌고 있었다.

'제가 먼저 입맞춤을 했고, 선생님은 제고민을 들어준것 밖에 없다고말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어요......'

편지를 다시 밀봉하고, 한참동안 학교에 남아있다가, 늦은시각 혼란스럽기 이를데 없는 마음으로 거리를 걷는 나.

그는 왜 일찍이 오해라고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던 걸까? 설마 정말로 그 학생의 위신을 위해서?

그런데 생각에 잠긴 내 앞을

갑자기 어둑한 형체가 불쑥 튀어나와 막는다.

깜짝놀라 발걸음을 멈추는데, 왠 마스크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서 있다.

난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그가 내 팔을 덥썩 잡더니 빈정거린다.

"당신, 그 싸이코선생이랑 사귀지? 빈 교실에서 함께 있던걸 봤다고."

내가 무언가를 대답하기도 전에, 순간 뒤에서 내 머리를 쾅, 내려치는 통증.

현기증이 덮쳐옴과 동시에 나는 까무룩 정신을 잃는다.

깨질듯 아파오는 머리를 감싸쥐고 깨어났을 때는,

병원임이 틀림없는 철제침대에 누워있는 나.

피가 났던걸까.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다.몸을 일으키려는데

나는 내 옆에 고개숙인 채 앉아있는 형체를 발견한다.


의자에 앉은채로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있는 남자.

도대체 얼마나 오랜시간 그렇게 있었던 걸까.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하다.

"...처음 봤을 때 부터 네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이어지는 낮은 목소리에 나는 숨을 멈춘다.

그는 밤을 지세운 것 같은 차림새다. 언제나 단정하던 머리와 옷차림이 엉망으로 흐트러져있다.

"네 꿈을 꿨지. 열 여섯살 짜리 사춘기 사내애 마냥,

네 속눈썹, 목덜미가 아른거려 매일 밤 잠을 설치고..."

그는 뜨거운 한숨으로 말을 흐린다.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 목구멍을 틀어막고 있는 듯 했다.그는 내 손등에 대고 속삭인다.

"하지만난 꿈속에서조차 겁쟁이더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신으로 앉아있는 너를,

난, 황홀해서 차마 건드릴수가 없었어. "

"매일 밤, 난 그저 숭배하듯이 네 발에 입을 맞추지."

멍하니 말하던 그는 날 바라본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표정이 견딜 수 없는 감정으로 뒤범벅된다.

사립고등학교에서 만난, 여시에게 끌림을 느끼는 남자는? 연상남 VS 연하남 고르기 | 인스티즈

"제발. 부탁이야."

"날 흔들지 마... 내가 혼자임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내버려 둬. "

날 내버려 둬. 그러나 붙든 내 손을 놓지 않는건 내가 아니라 그 였다.

떨리는 손가락이 여전히 내 손을 아프게틀어쥐고 있었다.

"이젠 날 무시하지 않을거에요?"

난 그에게 그렇게 속삭인다. 그가 고개를 든다.

난 그의 눈물을 닦아준다. 소년같은 눈동자.

난 그것이 못내 가여워, 그의 이마에, 눈물 흘리는 눈동자에,

뺨에 차례대로 입을 맞춘다. 그의 입에서 황홀하고 고통스러운 탄식이 흘러나온다.

내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기 직전

그는 마침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내게 속삭이며, 내 뒷목을 끌어당겼다.

"그래, 이젠 그럴 수 조차 없어..."

참고영화/ 데이비드 게일, 다우트, 싱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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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막이슈에서 '슬럼가에서 마주친 남자 고르기' 보고 그 고르기 글 쓰신 분 글이 너무 재밌어서

찾아보다가 찾았는데 들이랑도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


근데 퍼온 루트가



해서,,,, 그냥,,, 가져왔는데 만약 문제가 된다면 빛삭 하께오,,


막게에 3번이나 글 올렸었는데 막 이렇다 할 대답들도 없고 댓글도 없었고 막이슈 공지 계속 봐도 이런 내용은 없구,,

하긴 이런 경우가 없겠지....

막이슈에 글 처음 써봐서 너무 심장이 도키도키 거려엿ㅅ,,, 문제되면 피드백 지짜 빨리하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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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 영화 본 느낌의 스토리텔링ㅠㅠㅠ 폭풍의 언덕 느낌이에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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