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줄게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이해인 너에게 띄우는 글

제일 멋진 사람이야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나를 위해서
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서
정말로 철저하게 나를 위해서
그를 용서하세요
내가 살려면 그래야 하니까
그를 잊고 내 삶을 살아야 하니까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
그를 용서하세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자다가 눈을 떴어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 거야
어쩌면 좋지
-윤보영 어쩌면 좋지

지금 꼭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하고 싶은데 너는
내 곁에 없다
사랑은 동아줄을 타고 너를 찾아
하늘로 간다
하늘 위에는 가도 가도 하늘이 있고
억만 개의 별이 있고
너는 없다
네 그림자도 없고
발자국도 없다
이제야 알겠구나
그것이 사랑인 것을
-김춘수 제 22번 悲歌

저문 데로 둘이 저물어 갔다가
저문 데서 저물어 둘이 돌아와
저문 강물에
발목을 담그면
아픔없이 함께 지워지며
꽃잎 두송이로 떠가는
그리운 우리 둘
-김용택 그리운 우리

마음의 어디를 동여맨 체 살아가는 이를
사랑한 것이 무섭다고 너는 말했다
두 팔을 아래로 내린 채 눈을 감고
오늘 죽은 이는 내일 더 죽어 있고
모레엔 더욱 죽어 있을 거라고 너는 말했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 틈에서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
이 세상 여자면 누구나 바라는 아주 평범한 일
아무것도 원하지는 않으나 다만
보호받으며 살아가는, 그런
눈부신 일이 차례가 올 리 없다고 너는 말했다
-조정권 목숨

생각은 언제나 빠르고
각성은 언제나 느려
그렇게 하루나 이틀
가슴에 핏물이 고여
흔들리는 마음 자주
너에게 들키고
너에게로 향하는 눈빛 자주
사람들한테도 들킨다
-나태주 개양귀비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문정희 순간

내 인생이 남들과 같지 않다고 생각됐던 때의, 외딴길로 밀려나 있다는 낭패감
그러나 내 인생도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을 때
이윽고 그 남다르지 않은 인생들이 가는 남다르지 않게 어우러져 큰길에 줄지어 서서
이 늘비함을 따라 가야 할 뿐 슬며시 도망 나갈 외딴길이 없다는 낭패감
-이선영 인생

당신은 한 기차를 기다려
그 기차는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당신을 데려다 줄 거야
가고 싶은 곳은 있지만 당신은 확실치 않아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니까
-인셉션 中

어제는 보고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나태주 대숲아래서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김용택 첫눈

사랑은 설레임으로 시작해서 익숙함으로 변한다
대부분이 익숙함을 지루함이라 착각하지만
그 안에 추억은 사랑보다 더 강함을 지녔다

"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사막에서는 조금 외롭구나 "
"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
-어린왕자 中

잠시 훔쳐온 불꽃이었지만
그 온기를 쬐고 있는 동안만은
세상 시름, 두려움도 잊고
따뜻했었다
고맙다
네가 내가 해준 모든 것에 대해
주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최영미 옛날의 불꽃

가끔 내가 물어보기 전에, 누가 먼저 말해주면 좋겠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까
넌 참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만 계속 하라고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가급적 아주 먼 길을 돌아가 본 적 있는지
그렇게 도착한 집 앞을
내 집이 아닌 듯 그냥 지나쳐 본 적 있는지
길은 마음을 잃어
그런 날은 내가 내가 아닌 것
바람이 불었는지 비가 내렸는지
꽃 핀 날이었는지
검불들이 아무렇게나 거리를 뒹굴고 있었는지
마음을 다 놓쳐버린 길 위에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날
숨 쉬는 것조차 성가신 날
흐린 달빛 아래였는지
붉은 가로등 아래였는지
훔치지 않는 눈물이 발등 위로 떨어지고
그 사이 다시 집 앞을 지나치고
당신도 그런 날 있었는지
-김명기 그런 날이 있었는지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 밖에

우리 사랑 앞에는 그래도가 붙었다
나는 그래도 사랑하고
그래도 기다린다고 말했지만
그는 그래도 안된다고 내게 말했다
고개숙여 눈물흘리던 그를 그래도 버릴 수가 없었다

당신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습니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습니다
그래서
목숨을 내걸었습니다
처음과 끝
가고 싶었습니다
맨발로
-문정희 목숨의노래

당신이 처음으로 사랑한다 말했을 땐
나에게 장난 치는게 아닐까 믿을 수 없었고
두 번째로 사랑한다 말했을 땐
그 말이 마지막이 될까봐 두려웠어

언제나 인연은 한 번 밖에 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지난 날 내 곁에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덜 주었을 것이다
결국 이별할 수 밖에 없는 관계였다해도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시의 한 구절처럼
우리가 자주 만날 날들은
맑은 무지았다고 말할 수 있게 이별했을 것이다
진작, 인연은 한 번 밖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았더라면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