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 다 성인이고 그 친구는 집안이 어려워 우리 집은 넉넉한 편이야
그 친구는 부모님한테 용돈을 받는 게 눈치가 보여서 알바하면서 본인 스스로 생활비를 버는 상황이고
나는 유학 가서 부모님 용돈 받으면서 학교 다니고 있어
방학 때 한국에서 만나면 그 친구 알바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내가 데리러 가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데
친구 형편이 어떤 지 잘 알고 (10년 이상 된 친구야) 내가 원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돈 쓰는 걸 좋아해서
우리 둘이 좋은 레스토랑 가서 밥 먹고 내가 계산할 때도 있어
난 이 친구랑 좋은 거를 같이 먹고 싶은데 친구는 돈을 못 낼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내는 것도 있고..
근데 이건 친구가 불편해 하는 것 같아서 이젠 특별한 날 아니면 잘 안 그러고 요즘엔 그냥 우리 또래 애들이 가는 곳 가서 밥 먹고 디저트 먹고 그래
지금은 내가 사정이 있어서 잠깐 한국에 와서 온 김에 친구를 만났어 오늘
그래서 친구 알바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갔고 날도 추우니까 따뜻한 거 먹자고 해서 라멘집 가서 라멘 먹고 카페 가서 음료 하나씩 시켜서 얘기하는데
얘가 나한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못 했다고 근데 더 이상 미루면 안될 것 같아서 지금 하겠다고 하면서 무게를 잡는거야
그래서 내가 무섭게 왜 그러냐고 했더니 이 친구가 그렇게 무섭고 중요한 얘기는 아니고 그냥 예전부터 자기 혼자 느꼈던 건데
나랑 같이 있으면 나한테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었대 자기는 사오만원짜리 가방 살 때도 덜덜거리면서 사는데 내가 들고 다니는 가방, 타고 다니는 차, 쓰는 지갑, 입는 옷 신발 악세사리 등등 모든 것들이
자기는 평생 들고 타고 입고 해 볼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이어서 예전부터 내가 하고 다니는 것들을 보면 남들이 흔히들 말하는 상대적 박탈감 같은 걸 느꼈대
그래서 내가 너무 충격 받아서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걸 느꼈냐고 했더니
고등학교 때부터 느끼긴 했는데 그땐 교복 입고 책가방 매고 다니니까 덜 했는데
내가 대학생이 되면서 유학 가고 사복 입고 차 타고 다니는 걸 보면서 더 심해졌대
처음엔 자기도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한테 이런 감정을 느끼는 자기 자신이 너무 싫고 미워서
애초에 쟤랑 나는 물고 태어난 수저가 다르고 성장배경이 다르다 그리고 내가 자기한테 돈 자랑을 하거나 형편의 차이로 서운한 생각들게 한 적도 없으니까
이런 생각하면 안된다고 좋은 친구 두고 이런 생각하면 진짜 나쁜거라고 하면서 계속 그런 생각을 지우려고 했었대
근데 이게 지우려고 하면 할수록 내가 들고 다니는 가방 브랜드가 눈에 들어오고 내가 해주는 얘기들을 들을 때마다 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는 거야
나 이 얘기 듣고 진짜 너무 속상해서 사람들 많은 카페에서 음료 시켜둔 거 앞에 두고 펑펑 울었거든
그랬더니 친구가 이건 자기 문제니까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이 얘기는 안 하는 게 나았을 뻔했다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하는거야
난 좀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너무 바보같이 느껴지고 내 딴에는 이 친구를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들이, 사랑하기 때문에 했던 행동들이 이 친구를 힘들게 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동안 혼자 마음 고생했을 이 친구한테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나는 건데 그걸 보더니 오히려 자기가 미안하다고 하는 게
더 마음이 아파서 너무 속상했어..
좀 자세하게 쓰다 보니까 글이 길어졌는데 나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진짜 이 친구 나한텐 우리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친구이고 내가 방학을 기다리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해 이 친구의 존재가..
그래서 이 친구랑 인연을 끊는다는 건 진짜 말도 안되는 일이고 그렇다고 내가 이 친구를 만날 때마다 보세 옷 입고 보세 가방 드는 것도 눈에 뻔히 보이는 웃긴 짓이고..
내가 어떻게 해야 이 친구가 날 보면서 저런 생각을 안 할 수 있을까?
나 진짜 너무 속상하다

인스티즈앱
똑같은 초록 드레스 입은 김지원&문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