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물 한 살 하고도 3개월 더 산 사람. 열 아홉에 난 수시로 대학을 들어갔다. 수능 최저가 없었기에 나는 합격하자마자 놀았다. 사실 놀았다기보다는 알바를 죽어라 했다. 과는 내가 가고 싶었던 과였지만 학교는 한국 학교가 아니다. 한국에서 나 이 대학 다녀요. 라고 말하면 근데 너 왜 한국에 있어? 라고 묻는 사람이 오 할, 아, 그래요? 하고 뒤에 평생 교육원같은 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 사람 오 할인 그런 학교였다. 물론 외국학교이다보니 등록금은 겁나 비싼데 국장은 안 된다. 그렇다고 집이 잘 사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는 수능 공부를 더 하고 싶지 않았고 자신도 없어서 포기했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맞다. 그래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공부 열심히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학교에 입학을 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건 과와 전혀 상관 없는 것들이었다. 1학기까지는 알바와 학업 병행하면서 나름 열심히 살았다. 나의 변화의 기점은 여름방학이었던 것 같다. 알바를 하루 12시간씩하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결론은 내가 이 돈을 내면서 이 학교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가. 였고 그렇다면 내가 다시 재수를 할 자신이 있는가, 없다. 였다. 그렇게 흐지부지 2학기 등록을 하고 등골브레이커인 거 알지만 2학기 올 에프를 맞았다. 한국학교가 아니다보니 학고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마음 놓고 학교를 가지 않았다. 문제는 학교를 가지 않는 시간에 유익한 일을 했으면 지금 이런 생각도 하지 않을거다. 전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알바만 했다. 하루 10시간 일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잠만 잤다. 그렇게 2학기를 보내고 겨울방학엔 또 다시 알바. 그렇다고 돈을 모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여행에 다 써버렸다. 여행을 가면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고 보람찬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꾸 돈만 모이면 비행기를 탔다. 물론 여행뿐만은 아니다. 아이돌을 좋아해서 아이돌을 쫓아다니고 아이돌을 찍을 카메라도 마련했다. 그리고 올해는 부모님께 허락을 맡고 휴학을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알바도 그만두고 아이돌만 쫓아다닌다. 그 아이돌이 어디에 있든 나는 쫓아간다. 이 삶이 이렇게 문장으로만 적으면 굉장히 무의미하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삶이 된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지금이 스물 한 살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하다. 만성 우울증과 무기력증은 완치에 가깝다. 툭하면 우울하다 무기력하다 했던 내 자신이 오늘은 뭘 할까 고민하는 게 좀 기특하기도 하다. 아 물론 아이돌만 쫓아다니는 건 아니다. 전시회도 가고 미술전도 가고 친구들과 만나서 꽃도 보고 그러고 살고 있다. 취미생활만을 즐기는 이 삶이 나의 정신상태에는 굉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약이 더 이상 필요없어졌고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반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이 생활을 계속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봤을 때 걱정이 된다. 이런 생활에 굉장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어서 다시 대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서도 재수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이러나 저러나 저 대학은 아닌 것 같아서. 물론 이 생활이 절대 이상적이지 않음을 안다. 그건 나도 알고 있기는 하다. 익인들에게 조언을 조금 구하고 싶다. 익인들이 내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떻게 살지. 이왕 휴학한 김에 더 미친듯이 자유를 만끽하면서 놀 것인지, 아니면 이제라도 마음 잡고 재수 준비든 뭐든 공부를 할 것인지. 비난이나 시비거는 말은 삼가해주었으면 좋겠다. 잘못된 부분은 나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굳이 그 부분은 상기시켜주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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