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방송으로 번호를 불러. 몇 반에 몇 번 이런 식으로.
불리면 이름만 알고 친하진 않은 여러 명들이 빈 교실에 모여. 그러고 선생님이 설명을 한다?
이번에 연극이 무료인데 갈 사람, 캠프 무료로 보내준다는데 관심있는 사람?
진짜 난 그 자리에서 바로 죽고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워.
내가 그 빈 교실에 모였다는 게, 선생님이 떨떠름한 태도로 공문을 읽어내려가는 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그 아이들의 껄끄러운 얼굴을 바라보는 게 너무 싫었어.
그리고 반에서 가장 평범한 인물인 내가 담임 선생님에 의해 교무실로 불려 갔을 때 이유는 단 하나야.
무료로 내려온 교과서나 참고서를 지급받기 위해서. 거기서 또 볼 익숙한 얼굴들,
가난해서 지원을 받는 나와 애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교무실의 선생님들..
아무리 날씨가 좋고 이전에 기분이 좋았었어도 그 순간이 되면 그대로 땅 속으로 꺼지고 싶었어.
교실로 돌아와 친구들이 그 참고서 왜 받았냐고, 나도 받고싶다고 부럽다고 하는 것보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너네가 더 부럽다고 말하고 싶었어. 지원이 필요없는 너희가 너무 부럽다고.
예전에 교무실로 갔을 때, 담임 선생님이 정말 조용하게 부르며 건넨 종이 속에 '생리대 지원 여부조사'라고 쓰여있는 걸
읽었을 땐 기분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죽고 싶었어. 정말 죽고싶단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가난이 죄가 아닌데 왜 난 죄라고 느꼈을까. 왜 수치스럽다고 생각했을까.
아직도 나는 그 이유를 몰라.
난 가난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리고 가난에 처한 아이들은 나쁘거나 잘못이 아니야. 불쌍하게 바라볼 필요도 없어.
그런데 난 왜 부자가 되고싶은 걸까..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이 뭔 줄 알아?
최신 휴대폰이 출시된 바로 당일날 그 휴대폰을 사는 거야.
그리고 그 사용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거야.
다소 물질적으로 비춰보일지라도, 난 여태까지 그런 것에 목말라왔어. 어른이 되면 꼭 해보려고.
그냥 써봤어... 그냥..
익명이라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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