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즈 가입한지 6년 넘었는데 뭐 쓰는 건 처음이네 아무한테도 말할 수가 없어서 여기다 털어놓는다 제목 그대로 결혼할 남자랑 헤어졌는데 하나도 안 슬프고 눈물도 안 나온다 나 무슨 ㄸㄹㅇ 같아 인스티즈보면 집 살 사는 애들 많던데, 우리집은 진짜 가난했어 그리고 아빠는 엄마 때리고 나 때리고 엄마는 나를 감정쓰레기통으로 삼고 그러다 바람 피고 또 그걸 들켜서 아빠가 엄마를 고소하고 아이고 추하다 그치 아무튼 그런 집에서 컸고 당연하게도 인간한테 별 애정이 없어 남들한테 의지해본 적도 없고 기댄 적은 당연히 없고 정말 악착같이 열심히, 독한년 소리 들으면서 살았어 나는 단칸방에서 지저분한 집에서 컸지만 이만큼 잘 살았다는걸 막 스스로한테 증명하고 싶었나봐 서론이 좀 길었는데 당연히 결혼 출산에 대한 생각도 없었어 그러다가 28살에 남자친구를 만났어 너희들, 전구알 켜지듯 반짝 빛이 들어오는 감정을 느낀적 있니 연애 해볼만큼 해보고 남자 지겹게 만나본 나는 28살에 그런 감정을 처음 느껴봤어 그 애는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했어 그 애랑 매일마다 대화하고 만나기 시작했어 그렇게 3년을 만났어 지금 하는 일에서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고 치열하게 살다가 우리집 고양이들이 나이들어 죽으면 조용히 목 매서 자살하는 게 내 삶의 목표였거든 40대, 50대 이후의 삶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근데 그 애를 만나면서 나이 든 내 모습은 어떨까 노인이된 나는 어떤 얼굴일까 자꾸 상상을 하게 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는 정말 잘 맞았고 좋은 친구였고 가족이었어 그런데 사소한 다툼으로 서로 연락을 안 하다가 헤어졌어 아니다 내가 차였다 말다툼하다가 화가 나서 짜증을 내고 곧장 집으로 가버렸는데 그때 온갖 정내미가 떨어지면서 그 애는 나랑 헤어져야겠다 확신이 들더래 3년 사귀면서 헤어져보는 거 처음이고 나는 걔를 알잖아 아마 다시 만나게 될 일은 없을 거야 평생 얘랑 헤어지는 걸 상상도 안 해봤는데 그래서 그런가 나 무슨 싸이코패스처럼 울지도 않고 별로 슬프지도 않아 그냥 남자친구가 어디 해외여행 간 거 같아 지금도 전화 걸면 남자친구가 반갑게 받을 거 같다 2월에 여행 가기로 했는데 취소라는 생각도 안 든다 오래 만난 만큼 집에 남자친구 흔적도 많은데 붙들고 오열이라도 해야 되는데 그냥 다 귀찮아 사진 지우기 연락처 지우기 흔적 치우기 옷 버리기 프사 히스토리 내리기 다 귀찮아서 그냥 냅뒀어 밥 먹는 것도 귀찮고 출퇴근하는 것도 귀찮고 사람이랑 눈 마주치고 대화하는 것도 힘들어서 맨날 2-3시에 퇴근해서 (프리랜서야) 그냥 침대 누워있어 누워서 유튜브만 봐 그냥 의미없이 계속 봐 2주 정도 거의 굶다시피했는데 말랐다는 말도 들어보네 오래 연애했으니 내 지인들은 전부 남자친구를 알아 안부인사는 대부분 남자친구랑도 잘 지내지 이런 건데 헤어진 이야기하기도 귀찮아서 네 잘지내요 하고 말어 트위터에서 동반ㅈㅅ 구하는 글도 검색해봤는데 죽기도 귀찮아서 그냥저냥 숨만 쉬고 살아 그런데 안 슬퍼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울지도 않았어 나 진짜 이상해 스스로 이상하고 싸이코 아닌가 싶어 그냥 차라리 속시원하게 울고 짜고 진상 부리고 아이고 내 팔자야 하고 싶은데 그러기도 너무너무 귀찮다 남자친구 있는지도 몰랐던 엄마가 선 보라고 전화 왔는데 귀찮아 엄마가 대신 나가주라 통화하고 인스티즈를 켰어 그냥 아무한테도 못하는 내 이야기야 비밀은 아닌데 나 혼자 생각하고 삭히고 눌러야하는 내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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