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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맞아 대략 2개월정도 된것같네"
이 말을 전달하는 한지의 표정은 걱정어린 시선도 경멸의 시선도 아니었다. 그냥 학교에서 교과서를 읽으라 할때 쓰는 말투였다.
"지워..야 되겠죠?"
한지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보통같았으면 이말에 강력히 반대하고 앨런을 설득할것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그는 함부로 말을 꺼낼수 없었다.한지가 아무말도 없자 소년은 목에서 소리가 날 만큼 강하게 고개를 푹 숙였다. 눈물이 차오르는것 같았다. 합의하에 이루어진 관계. 하지만 이 관계에 애정은 없었다. 아니 애정이 없는 쪽은 리바이뿐일것이다. 단지 앨런은 오메가였고 히트사이클의 때가 되면 알파의 몸이 필요했고, 그것을 충족시켜주겠다고 선뜻 나선것은 그라서 기뻐하며 순응했지만, 그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지우라고 할것같아 두려웠다. 그리고 자신역시도 이환경에 아이가 태어난다고 해도 보통의 부모처럼 돌봐줄 수 없을 것을 알고있었기 때문에 낳고 싶다고 강력히 주장할 수 없었다. 이상황에 그가 할 수 있는일이라고는 옆자리에 같이 앉은 미카사의 품에 기대며 눈물을 흘리는 것 뿐.
"미안하다 앨런 뭐라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괜찮아요 어차피 태어나도 사랑받지 못할 아이일텐데요.."
앨런의 말에 미카사는 그를 좀 더 힘주어 안았다. 앨런은 그런미카사의 팔을 잡으며 자꾸만 새어나오는 울음을 감췄다.
"한지 저번에 나갔을때....뭐야?"
그였다.
"병장님?"
리바이는 빠른걸음으로 다가가 미카사를 치우고 깜짝놀라 자신을 바라보는 앨런의 앞에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췄다.
"무슨 일이야 왜 울고 있는거지?"
"이건!...그게 저기 사실은.."
"말 좀 크게 해! 안들리잖아!"
"아니 병장님 그게 말씀드릴 수가.."
"그래 리바이! 내가 나중에 다 설명할테니까 일단은 나중에..."
"뭐야!! 말하라잖아 내가 우습냐?"
안그래도 갑자기 밀쳐져서 기분이 나빠있던 미카사는 상황의 원인인 리바이가 앨런에게 윽박지르는 것을 보고 더욱 화가났다. 그녀의 눈빛이 바뀐걸 확인한 한지가 그녀를 말리려고 다가갔다. 하지만 한지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게 다 꼬맹이 당신때문이잖아! 당신이 앨런을 임신시켜서 그런건데 앨런한테 왜 소릴지르는 거야! 앨런은 피해자란 말야!"
"미카사!!"
앨런이 절망하듯 소리쳤다. 미카사는 그제서야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자신이 한 말에 대해 후회했다. 그리고 그 방에 있는 모두가 리바이의 얼굴을 조심스레 확인했다. 그의 표정은 알수 없는 그야말로 무표정이었다. 그리고 미카사를 향해있던 얼굴이 천천히 앨런을 향했다. 정말이냐? 그의 눈이 그렇게 묻는것처럼 보였다. 앨런이 눈물을 흘리며 가만히 있자 그의 표정이 흉흉해졌다. 그 모습에 앨런은 역시나 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지울게요..죄송합니다 제가 확실히 피임했어야..."
앨런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건 방금이었지만 그래도 한 생명을 그것도 자신의 안에 있는 생명을 없앤다는것이 너무나 슬펐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이만큼이나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발목을 차마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차마 낳고싶다고 할 수 없었다.
"..."
리바이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고, 여전히 눈빛이 사나워보였다. 앨런을 비롯한 나머지들은 그것을 지우라는 뜻이라 생각하고 절망했고, 미카사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한지의 팔을 풀고 앨런을 향해 힘없이 걸어갔다. 그리고 한지도 그런 미카사를 가만히 바라보며 조용히 방을 나가려 했다. 그때였다.
"왜?"
리바이의 짦은 한 마디는 모두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
"왜 지우겠다는 거지? 우리 아이잖아"
앨런이 고개를 숙이며 울다 말고 리바이를 쳐다봤다. 방을 나가려던 한지는 고개를 드라마틱하게 돌리며 경악의 눈으로 리바이를 바라봤다. 그의 표정은 그 리바이가? 진짜?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고, 좀처럼 표정의 기복이 없던 미카사역시 눈을 크게 뜨고 리바이를 쳐다봤다. 그런 모두의 얼굴을 바라보던 리바이가 더러운것이 묻었을 때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설마 들처럼 임신할 생각도 못하고 한줄 아냐 그리고 애송이 이런일이 있을땐 나랑 같이 가야지 왜 하필 저 여자야? 저 여자가 아이아빠도 아닌데 왜 니옆에서 진짜 아이아빠인 나보다도 니 임신 사실을 알게할 수 있지?"
"병,병장님..?"
리바이를 제외한 모두는 이제 하나같이 똑같은 표정이었다. 저 리바이의 입에서 저런말이 튀어나오다니 병장이 뭘 잘못먹은 건가보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눈을 돌리고 싶었다.
맙소사 이제 한지는 기절까지 했다. 리바이가 앨런의 얼굴을 마치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안듯이 조심스레 잡더니 이마에 버드키스를 했다. 그리고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은 앨런의 눈가를 살살 문질러 주며 눈물을 훔쳐내며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기쁜소식을 들었는데 울다니 멍청이가 다시는 그런말 하지마라"
"네?"
"지운다는 말 우리애가 듣잖아"
역대 병력중 최고를 자랑하는 104기 훈련병의 수석 미카사 아커만역시 한지 옆에 나란히 기절하고 말았다. 강심장인 그녀역시도 차마 견딜 수 없었는 모양이었나 보다.
"잠깐 병장님!"
"아, 아이의 이름은 뭐가 좋을까? 너를 닮은 애라면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난 이왕이면 딸이 좋을것 같군"
병장이 미친것처럼 보였다.평소의 병장이라면 '지워 장난하냐? 그걸 낳겠다는 건가?' 하는 식의 독설이 쏟아져 나왔을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딸이 좋다고 까지 하다니 앨런 역시 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품에 안겨서 들떠있는것처럼 보이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까 왠지 모를 행복감이 들어, 앨런은 팔로 리바이를 마주안아주며 조용히 눈을 감고 리바이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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